일본 호로요이는 술 잘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축복이다.
일본 호로요이는 매우 도수가 낮은 술이에요. 이것은 한 캔 마신다고 취할 일이 거의 없어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정말 심각한 정도만 아니라면 호로요이 한 캔 정도는 마실 수 있어요. 보통은 가볍게 마시고 싶어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술 잘 못 마시는 사람은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술을 마셔야 할 때 양해를 구하고 호로요이를 마시면 대충 비슷하게 분위기를 따라갈 수 있어요. 술 강요하는 사람이 아직 한국에 엄청나게 많지만, 술 진짜 알레르기 있다고 하고 아주 도수 낮은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그래도 봐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술 정말 못 마시는 사람들은 호로요이를 마시든 고량주를 마시든 한 모금 마시면 온 몸 시뻘개지고 두드러기 올라오는 건 매한가지라서요. 온몸이 시뻘개지고 두드러기 올라오는 것을 직접 봐야만 이 사람은 술 함부로 먹이면 안 되겠다고 인식하는데, 그렇다고 아예 안 먹이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아주 도수 낮은 호로요이를 마시고 몸 시뻘개지면 그나마 상황을 무난히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러면 어쨌든 나름대로 술 마신다고 넘어가주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술 강요 자체가 엄청나게 잘못된 것이지만 재수없게 술 강요하는 사람들 속에서 같이 있어야할 경우에는 이것도 한 방법이에요.
단점이라면 술집에서 호로요이를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또 다른 단점이 하나 더 있어요.
한국에서는 호로요이가 이해할 수 없게 비싸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로요이가 정말 비싸요. 예전에는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호로요이가 한국에서 유난히 비싸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작년 여름에 일본 여행 가서 그 말이 진짜라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어요. 이게 몇 푼 차이 안 나면 그러려니 해요. 운송료도 있고 관세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호로요이 가격은 일본과 한국 가격 차이가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일본에서 호로요이 사서 마시면 한국 와서 너무 비싸서 손이 안 갈 정도였어요.
작년 일본 여행 중이었어요. 일본 대형 할인 마트인 돈키호테를 둘러보던 중이었어요.
"일본은 호로요이 종류 진짜 많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호로요이 종류가 매우 많았어요. 호로요이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못 마셔본 호로요이를 전부 구입하고 싶었어요. 저도 술을 잘 못 마시거든요. 하지만 가끔 술기운을 빌려야할 때가 있어요. 매우 긴 글을 쓰다가 도저히 글이 안 나오고 막힐 때는 가끔 술기운을 빌려서 돌파하곤 해요. 이런 일은 여행기 쓸 때 어쩌다 가끔 발생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술을 못 마시지만 아예 안 마시는 건 아니에요. 호로요이는 이런 제게 제일 잘 맞는 술이었어요. 그런 호로요이가 매우 다채로운 종류를 자랑하고 있었어요.
강렬한 호로요이의 유혹. 그러나 마구 골라담지는 않았어요. 술은 관세 고려도 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술은 정말 어쩌다 한 번 마시기 때문에 몇 캔만 사도 그거 해치우기 힘들었어요. 여행기 쓰다가 글 쓰기 버거울 때 가끔 마시는 정도이니까요. 한국 귀국하면 일본 여행기를 쓰고 그 이후에는 베트남 여행기를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실 리는 없었어요. 웬만해서는 맨정신으로 쓰니까요.
호로요이 종류를 구경하고 또 다른 것을 보던 중이었어요. 무알콜 주류 코너가 있었어요. 무알콜 주류 코너에 진열된 것들은 가격이 살벌하게 저렴했어요. 일본 술 자체가 한국에 비해 일본이 매우 저렴한 편인데 무알콜 주류는 일본의 일본술에 비해서도 가격이 무지 저렴했어요.
"이거 뭐야? 호로요이가 무알콜이 있어?"
충격받았어요.
호로요이가 대체 무알콜 만들 건덕지가 있나?
호로요이는 가뜩이나 알코올 도수가 엄청나게 낮은 술. 맛 자체는 사실 쥬스에요. 저야 몸 속에 알코올이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호로요이를 마시자마자 술이라는 것을 바로 느끼지만 술 잘 마시는 사람들은 호로요이가 음료수에 가까울 거에요. 그런 호로요이가 무알콜 버전도 있었어요.
"이건 사야겠다."
하도 궁금해서 집어들어서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그렇게 구입한 것이 바로 일본 무알콜 호로요이 거봉 포도맛 - SUNTORY のんある気分 巨峰サワーテイスト 에요.
일본 무알콜 호로요이 거봉 포도맛 - SUNTORY のんある気分 巨峰サワーテイスト 은 이렇게 생겼어요.
디자인이 딱 봐도 정말 일본스럽게 생겼어요. 눈여겨볼 만한 디자인의 특징은 여백의 미가 참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그래도 이건 그나마 여백의 미가 많은 편이에요.
빈 공간이 느껴지는 비중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캔 상단과 하단에는 청량감을 나타내는 얼음기 그려져 있어요. 통 가운데에는 SUNTORY のんある気分 巨峰サワーテイスト 라고 크게 적혀 있어요. のんある気分 도 주목해서 볼 만한 부분이었어요. Non-Alcohol 을 논아루 のんある 라고 말을 만들어내었어요. 巨峰 은 きょほう 로 한국어로 거봉 포도에요. 뒤에 있는 サワーテイスト 는 '샤워테이스트'일 테니 탄산이겠죠.
빨간 원 안에 들어 있는 NEW すっきり! 는 '새롭게 상쾌하게!' 정도 될 거에요. 하단을 보면 칼로리 제로에 당류 제로래요.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좋아하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꽤 있어요. 한국인은 앞면에 동그라미, 딱지 붙이는 것을 썩 안 좋아하거든요. 만약 빨간 원과 검은 원이 없었다면 한국인도 괜찮게 볼 디자인이었을 거에요. 빨간원과 검은원은 여백의 미를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추가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한 쪽은 이렇게 생겼어요.
일본 무알콜 호로요이 거봉 포도맛 - SUNTORY のんある気分 巨峰サワーテイスト 는 과즙이 1% 함유되어 있고, 탄산음료에요. 알코올은 0%에요.
포도 껍질 갈아넣은 포도 주스 맛.
일본 무알콜 호로요이 거봉 포도맛 - SUNTORY のんある気分 巨峰サワーテイスト 맛은 매우 평범했어요. 포도 주스 맛이었어요.
첫맛은 매우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포도 맛이었어요. 포도 껍질을 으깨서 집어넣은 것 같은 맛이었어요. 포도 과육의 맛보다는 포도 껍질을 빨아먹을 때 느껴지는 강한 포도향 나는 과즙 맛이 꽤 느껴졌어요.
끝맛에서는 혀뿌리쪽에서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에서 나는 특유의 맛이 느껴졌어요. 당분 0%라고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K가 들어갔어요. 이것 때문에 이것이 인공음료라는 것이 확 와닿았어요. 만약 설탕을 넣었다면 단맛이 자연스러워서 진짜 포도맛 엄청 잘 만들었다고 느꼈겠지만 끝맛에서 인공감미료 특유의 자극이 확 느껴져서 점수가 많이 깎였어요.
SUNTORY のんある気分 巨峰サワーテイスト 는 탄산음료였어요. 탄산 입자는 매우 잘았어요.
그냥 호로요이 포도맛을 마시자.
솔직히 맛은 호로요이 포도맛이 더 맛있었어요. 비록 알코올이 들어 있기 때문에 아무 때나 마실 수는 없지만 맛만 놓고 본다면 알코올이 조금 들어간 호로요이 포도맛이 더 자연스러운 포도맛에 가까웠어요.
재미있었으니 되었어. 그걸로 충분해.
이것은 가뜩이나 도수 낮은 술로 유명한 호로요이의 무알콜 호로요이를 마셔봤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어요. 일본 여행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