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으러 밖에 나와 길을 걷던 중이었어요. 길을 걸으며 딱히 할 것이 없어서 티스토리 어플에 들어가봤어요.
"어? 누적 방문자수 1500만명 넘었네?"
2020년 12월 1일 오후 6시 59분. 좀좀이의 여행 누적 방문자수는 15,004,720명이었어요.
"진짜 내가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 엄청 오랫동안 했구나."
누적 방문자수 1500만명.
대한민국 인구가 약 5100만명이라고 해요. 누적 방문자수 1500만명이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 1/5 넘게 제 블로그를 들어왔다는 거였어요. 1/5가 넘을 수도 있고 안 넘을 수도 있어요. 제 블로그에 꾸준히 들어오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좀좀이의 블로그 첫 번째 글은 2011년 3월 6일 21시 56분에 발행한 '케밥'이라는 글이에요. 이것은 제 블로그 2번째 글이에요. 첫 번째 글은 아마 블로그 설정한다고 대충 써보다가 날렸을 거에요. 이때부터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가 시작되었어요. 이후 한동안 듬성듬성 글을 올렸어요. 좀좀이의 여행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 11월 12일부터에요. 이때 과거에 썼던 여행기인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를 올리면서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2011년부터 운영한 블로그니까 햇수로는 10년차에요. 어떻게 보면 운영한 기간에 비해 누적 방문자수 1500만명을 상당히 늦게 달성한 편이에요. 1년 평균 150만명씩 방문한 셈이에요. 하루 평균 4100명씩 방문한 셈이구요. 그런데 편차가 꽤 큰 편이에요. 하루 방문자 100명 넘기는 것도 엄청나게 힘겨워했던 기간도 꽤 긴 편이거든요.
'그래도 누적 방문자수 1500만명은 조금 뿌듯해해도 되지 않을까?'
좀좀이의 여행 블로그는 하나도 안 유명해요. 여전히 우리나라 인터넷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블로그 중 하나에 불과해요. 제 블로그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티스토리 유명 블로거가 된 적도 없고 과거에 있었던 티스토리 파워 블로거 비슷한 것에 단 한 번도 뽑혀본 적 없어요. 아마 지금도 여전히 무명의 블로그일 거에요. 들어와본 사람은 많은데 정작 아는 사람은 없는 블로그일 거에요.
이름답게 좀좀히 운영했어요. 딱히 주목받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주목해주는 일도 없었어요. 그냥 제가 쓰고 싶은 것을 썼어요. 제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솔직히 쓰면서 운영했어요. 그게 어느덧 햇수로 10년이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글도 4700개 넘게 쌓였어요. 지금도 제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솔직히 쓰고 제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구요.
좀좀이의 블로그 운영하면서 참 많은 일이 있다.
블로그 1개를 꾸준히 운영하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10년간 티스토리의 변화를 그대로 다 겪었으니까요. 제가 좀좀이의 여행을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 티스토리는 아예 다른 블로그 서비스라고 해도 될 정도에요. 정말 많이 변했어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교류하던 분들 중 거의 전부 블로그를 접었어요. 그래서 가끔 제가 제 블로그의 옛날 글을 읽다가 댓글을 보면 '아, 저때는 저런 분도 있었었지' 하곤 해요.
그냥 버티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람들은 블로그 요령 같은 것을 찾아 헤매요. 하지만 모두가 사실 다 알고 있어요. 아는데 안 하는 거고, 아는데 그거 말고 꼼수가 있나 찾아다니다 스스로 무너지곤 해요. 저는 글을 잘 쓰지 못해요. 사진도 잘 못 찍어요. 그렇다고 글 하나 쓸 때 엄청나게 세심하게 퇴고하고 고민하고 하지도 않아요. 리듬과 흐름에 맞춰서 한 번에 쭉 쓰고 바로 올려버려요. 저보다 사진 잘 찍는 블로거들 수두룩하고, 글 잘 쓰는 블로거들 수두룩해요. 여기까지 온 것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에요. 저는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에요.
블로그 할 때 요령이라면 딱 하나 있네요. 글을 쓸 때 텍스트 문서 편집기를 켜고 거기에 글을 쭉 써요. 그 다음에 티스토리에 옮겨요. 티스토리에 바로 글 쓰다가 글 날려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요. 글 한 번 쓰다가 글 날려먹으면 다시 그 글을 쓰려고 할 때 제곱으로 힘들거든요. 그거 말고는 딱히 요령이니 노하우니 할 것도 없어요. 정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꾸준히 하고 있을 뿐이에요. 모두가 이건 다 알죠. 그런데 의외로 이걸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앞으로 블로그 운영하면서 정말 감개무량할 순간이 있을까?
장담컨데 있어요. 확신할 수 있어요. 2014년 12월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의 여행기 '바람은 남서쪽으로'를 아직도 다 못 썼어요.
이제 일정상 절반 정도 썼어요. 그건 정말 볼 때마다 가슴에 돌덩어리가 내려앉아 있는 기분이에요. 솔직히 누적 방문자수 1500만명은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오래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달성된 것이에요. 그래서 신기하고 기쁘기는 하지만 감개무량까지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2014년 12월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의 여행기는 아니에요. 저건 진짜 작정하고 제가 써야 끝나요. 솔직히 올해 다 끝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미루다보니 결국 올해 절대 안 끝날 거라 확신하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저거 말고 다른 쓰고 싶은 것들이 계속 있을 거니까요.
2015년에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여행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 제목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였어요. 그 제목이 아주 그냥 저주 그 자체인 줄 몰랐어요. 그 여행기 완결되었을 때가 2017년이었어요. 저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가 그걸로 끝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었어요. 2014년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기는 이제 6년째가 되어가는데도 겨우 절반 정도 썼으니까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는 2015년 여행의 여행기에 붙여줄 것이 아니라 베트남 여행기에 붙여줬었어야 했어요.
언젠가는 다 쓰겠죠. 그래도 올해는 나름 여러 편 썼어요. 또 작정하고 쓰면 어느 정도 쓰겠죠.
그 작정하고 쓴다는 날이 안 오는 것 아니오?
하여간 어떻게든 언젠가 반드시 완결내고 말 거에요. 누적 방문자수 2천만명 되기 전에는 끝나겠죠. 그때도 못 끝낸다면 그러면 그건 정말 답 없는 거구요. 답이 없지는 않아요. 그런 일이 진짜로 벌어진다면 그 다음에는 누적 방문자수 3천만명 되기 전에 끝내겠다고 원래 세웠던 목표인 '2천만명 이전'의 2에 꼬리 하나 그어주면 되요. 아니면 화끈하게 세로선 하나 쫙 그어서 '4천만명 이전'으로 바꾸든가요. 4천만명 이전이면 10년의 시간을 벌 수 있겠네요.
꿈은 크게 가지랬으니 좀좀이의 여행 누적 방문자수 4천만명 달성 전까지 베트남 여행기 '바람의 남서쪽으로' 완결내기!
좋아요. 진짜 10년 안에 2014년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기를 다 못 쓰는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겠죠. 올해 무려 7편이나 썼어요. 작년에는 고작 1편 썼지만요. 작년에 비해 밀린 베트남 여행기를 무려 600%나 더 많이 썼어요.
2019년 5월 25일에 좀좀이의 여행 누적 방문자수 1000만명을 달성했어요. 지금은 2020년 12월 1일이니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 후에 좀좀이의 여행 누적 방문자수가 1500만명이 되었어요. 1000만명 될 때는 지금 티스토리 어플이 아니라 예전 티스토리 어플이었어요. 예전 티스토리 어플에서는 누적 방문자수가 1000만명부터는 9,999,999+로 표시되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상당히 컸어요. 그러나 지금은 누적 방문자수 1,500만명은 아주 깔끔하게 잘 나와요.
결론 : 여행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쉬지 말고 써서 최대한 빨리 완결지을 것.
좀좀이의 여행 1,500만명 달성 소감은 저게 딱이네요. 하지만 저도 알아요. 이렇게 쓰고 베트남 여행기 쓰는 건 또 미룰 거라는 거요. 그래도 이제는 보다 더 어떻게든 완결내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스스로 자축하려다 반성문으로 끝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