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서울 24시간 카페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역 1번 출구에 있는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이에요.
2020년 11월 21일 저녁이었어요.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내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할 거 같아."
"응. 왠지 그럴 거 같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2단계로 격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요. 일반인들에게는 지옥이 펼쳐지는 거죠. 정규직 철밥통이라 자기는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들 외에는 생지옥이 펼쳐지는 거에요. 이러다 병 걸려 죽는 게 아니라 경제적 문제로 스스로 현실세계 로그오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게 생겼어요. 사회적 격리두기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이미 지난 초가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서 밝혀졌어요. 한국 경제는 아직도 1차 긴급재난지원금빨로 버티고 있는 중일 뿐이에요. 기획재정부는 게거품 물고 어떻게든 빨리 1차 긴급재난지원금 준 거 세금으로 다 뜯어내야 한다고 발광중이구요. 이런데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하면 뭘 행복회로 돌려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니 이판상황인 상황으로 치닫는 거죠.
게다가 이제 연말 시즌이에요. 연말 시즌은 1년 중 최대 성수기에요. 이때 못 벌면 1년 장사가 휘청거려요. 올해는 성수기 두 번을 이미 전염병 사태로 완전히 망쳤기 때문에 무조건 연말 성수기만큼은 살려야 해요. 그런데 이것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날아가게 생겼어요.
그러나 저나 친구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은 분명히 할 거라고 봤어요.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을 넘어섰어요. 그렇다고 안 하려고 하면 정부가 기껏 정해놓은 전염병 대응 수칙이 완전히 무너져요. 이제는 정말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전국민 대상으로 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다가는 모두가 망하게 생긴 상황이지만 분명히 기획재정부는 망국노스럽게 또 균형재정 들먹이며 일부만 지급해야한다느니 아예 지급하면 안 된다느니 박박 우기고 막으려 들겠죠.
올 초가을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은 절대 하지 말았었어야 했어요. 그게 결정적인 패착이었어요. 청년들이 코로나 무서운 줄 모르고 생각없이 노는 게 아니에요. 절망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는 포기 수준이니까 그렇게 노는 거에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일을 하죠. 취업도 안 되고 돈 벌어놓은 것도 없고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은데 무턱대고 1년간 손가락 빨라고 하면 청년들이 뭐 하겠어요. 놀아야죠. 어차피 망했는데요. 단순히 혈기를 못 참아 그러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지금 20대 입장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인생에서 1년은 통째로 삭제되었는데 학년은 알아서 올라가고 나이도 그대로 1살 더 올라가고 가진 건 1년치 줄어들었어요. '망해버린 세대'로 전락해가고 있어요.
차라리 미국 트럼프, 일본 아베처럼 코로나 무시하고 일관되게 할 거 하라고 했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판사판 상황에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거에요.
예상대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2020년 11월 24일 0시부로 2단계로 격상될 거라고 발표되었어요. 식당은 밤 9시까지만 매장 안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고, 카페는 배달 및 테이크아웃만 가능해질 거였어요.
'24시간 카페 가야겠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뉴스를 보고 결심했어요. 격상되기 전에 24시간 카페를 한 번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었어요. 어쩌면 이것이 올해 최초이자 마지막인 정말 24시간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는 심야시간이 될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당장 23일 0시가 아니라 24일 0시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라는 점이었어요. 23일 0시까지는 모든 것이 똑같이 돌아갈 거였어요. 그 다음부터는 끔찍하고 참담한 밤이 펼쳐질 거였어요. 이번 조치는 2주일짜리로, 12월 7일까지였어요.
눈물나게 고마운 정부의 배려였어요. 무슨 최후의 만찬을 즐길 시간은 준다는 것 같았어요. 정부에서 최후의 만찬을 즐길 시간을 줬으니 즐겨야죠. 12월 7일에 또 연장될지 여부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정부는 절대 연장하고 싶지 않을 거에요. 아예 감당이 안 되거든요. 연말 성수기 망쳐놓으면 그거 감당 못 해요. 병에 걸릴 놈은 걸려서 죽든 말든 알 바 아니고 연말 성수기 즐기라고 해야 할 상황이거든요. 한국 사회는 이제 원래 걸렸던 병이 문제가 아니라 새롭게 발생한 합병증이 더 심각해져서 합병증으로 죽게 생겼어요. 12월 7일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지 못한다면 이건 무조건 연말 성수기를 싹 다 망치게 되어 있어요. 12월 7일 자체가 이미 연말 성수기 시작한 초입이거든요. 1주일 다시 연장하면 12월 15일, 또 1주일 다시 연장하면 12월 22일, 여기에 또 1주일 다시 연장하면 12월 27일이에요. 1주일만 더 연장해도 연말 성수기는 타격이 커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식염수 주사 놔주고 이게 코로나 예방주사라고 거짓말하는 한이 있더라도 연말 성수기만큼은 살려야 해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약발은 지난 늦여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해 얼마 안 남아서 고갈 직전이고, 경제 위기는 이제 슬슬 철밥통 정규직 공무원한테도 전이되어가고 있거든요. 그나마 1차 긴급재난지원금 약발이 모두의 예상보다도 훨씬 강력해서 지금까지 사람들이 버티고 경제가 다시 회복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그 약발 유효기간은 이제 끝이 보이고 있어요.
그러나 이제 분위기는 사실상 연말 성수기도 포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어요. 사실상 확정이라 봐야 했어요.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했어요.
"어디부터 가지?"
일단 106번이나 108번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기로 했어요. 종로5가에서부터 걸으며 어디로 갈 지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2020년 11월 22일 10시 40분. 의정부역 버스정류장으로 갔어요.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106번 버스가 왔어요. 106번 버스를 탔어요.
의정부역 동부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이제 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암울한 밤이 펼쳐질 시간이 30시간 채 안 남았어요.
버스에서 24시간 카페 탐방기를 미리 조금씩 썼어요.
'오늘따라 글이 왜 이렇게 안 써지지?'
버스에서 글을 쓰는데 글이 잘 안 써졌어요. 집중이 안 되어서 글을 못 쓴 것은 아니었어요. 머리 속이 멍했어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하나도 안 떠오르는 상태였어요. 이제 한동안 또 밤에 돌아다니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화나고 짜증나고 아쉬웠거든요.
어지러워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머릿속은 버스가 2020년 11월 22일 밤 11시 49분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되었어요.
제가 탄 버스가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이제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종로5가에서 홍대까지 걸어가야 했어요. 심야시간에 서울 와서 걸을 때 보통 종로5가에서 걷기 시작해 종착지가 홍대입구였어요. 하지만 이날은 아니었어요. 첫 번째 시작이 홍대입구였어요. 홍대입구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간 후에 다른 24시간 카페를 갈 계획이었어요.
문제는 홍대입구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간 후에 갈 24시간 카페는 홍대입구에서 심야버스로갈 수 없었어요. 게다가 심야버스는 첫차가 자정 다 되어서 출발해요. 연신내쪽으로 가는 심야버스는 N37번 버스에요. N37번은 진관차고지와 송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종로에서 이 버스를 타려면 새벽 1시는 되어야 했어요. 이러면 너무 늦었어요. 그렇다고 전철을 타고 바로 가자니 이러면 하필 일요일이라서 자정 전에 홍대에 도착할 거였어요.
어차피 한동안은 심야시간에 돌아다니지 못할 거에요. 잠깐 집 근처 돌아다니며 산책하는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서울은 못 가요. 식당에도 못 가고 편의점 안에서도 음식을 못 먹게 될 테니까요. 밖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밤새도록 걷는 건 재미도 없고 힘들기만 해요. 게다가 아무 것도 없을 거구요. '인류 멸망 첫 날' 같은 거 체험할 거 아니라면 심야시간에 서울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낮아지기 전까지는 안 가는 게 좋았어요.
"아, 추워!"
거리에는 패딩 입은 사람들이 보였어요. 패딩 입고 나올까 하다가 조금만 더 참아보기로 한 것이 후회되었어요. 패딩은 한 번 입으면 날이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벗을 수도 없고 빨래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최대한 늦게 꺼내려고 가을 외투를 입고 나왔더니 참 많이 추웠어요. 오들오들 떨면서 종로대로를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시간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촉박했어요.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제 예상보다는 의외로 사람이 많았어요. 월요일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행인들이 몇몇 존재했어요.
어느덧 2020년 11월 23일이 되었어요. 0시 16분, 인사동 입구에 도착했어요.
종로대로쪽 인사동 입구에도 24시간 카페가 있어요. 이쪽에 있는 24시간 카페는 할리스커피 종로본점이에요. 여기는 김포공항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알아두면 매우 유용한 카페에요. 김포공항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심야버스 N26번 버스를 타고 송정역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걸어서 김포공항까지 가야 해요. 이것 말고는 사실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김포공항 가서 첫 비행기를 탈 방법이 없어요. N26번 버스는 서울 주요 번화가 중 상봉역, 청량리, 종각, 홍대, 합정, 당산 등을 지나가요.
이 방법은 제가 스스로 개척해서 찾아내었어요. 서울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며 심야버스를 정말 많이 이용했었어요. 그때 심야버스를 이용하면 김포공항 가서 첫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있겠다 싶어서 김포공항 근처를 가는 심야버스를 찾아봤어요. N26번은 김포공항 근처까지 갔어요. 이론적으로는 N26번 버스를 이용하면 김포공항 근처 PC방이나 영화관에서 밤을 새지 않아도 김포공항 첫 비행기를 탈 수 있었어요. 이후 2019년 제주도 여행갈 때 직접 해봤어요. 정말 가능했어요.
2020년 11월 23일 0시 12분, 서울 보신각에 도착했어요. 올해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도 없을 거라고 해요.
올해는 그냥 우리 인생에서 없었던 해라고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자.
올해는 2020년이 아니에요. 2019년의 연장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2020년 11월 23일이 아니라 2019년 23월 23일이에요. 이렇게 하면 올해 한 해를 날린 사람들이 약간은 덜 억울하겠죠. 한 살 한 살에 매우 민감한 청년들에게는 이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에요. 기업에서는 취직할 때 나이 제한이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남자는 병역 문제도 있어요. 게다가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학년은 저절로 1년 올라가구요.
이제 연말이라고 트리 장식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제 밤에 사람이 없으면 저 장식은 돈낭비네요. 무슨 억지를 부리고 조작을 해서라도 12월 7일 이후 다시 단계가 낮아지기를 바래야죠. 그냥 로또 당첨 바라는 정도로요.
2020년 11월 23일 0시 19분. 광화문에 도착했어요.
최선을 다해 빠르게 걸었어요.
탑을 넘보는 검은 손이 있었어요. 간만 보지 말고 시원하게 탑을 움켜쥐어 부시는 모습이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거에요. 보다 더 파괴적인 모습이었다면 좋았을 거에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아파트 중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충정아파트가 나왔어요. 여기는 일제시대때 건설된 아파트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전쟁과 관련된 괴담도 있는 곳으로 알고 있어요.
새벽 1시 3분. 신촌에 도착했어요.
서울 신촌 큰 길가에는 24시간 카페인 투썸플레이스 신촌점이 있어요. 안을 봤어요. 안에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어요. 이런 모습도 한동안 사라질 거에요.
'뭐 좀 일단 먹어야겠다.'
힘이 달리고 있었어요. 낮잠 자고 아주 늦게 일어나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뉴스를 보고 24시간 카페를 찾아 나가야하나 고민하다 10시 40분에 나왔어요. 그 사이에 저녁을 안 먹었어요. 뭐라도 먹어야 했어요. 편의점에 갔어요. 도시락과 삼각김밥을 먹었어요. 이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는 아마 못 할 거에요.
홍대입구 커다란 시계는 새벽 1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홍대입구에 도착했어요. 일요일 새벽 시간인데 사람들이 여럿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주로 학생들이었어요.
2020년 11월 23일 새벽 1시 41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역 1번 출구 24시간 카페인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에 도착했어요.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은 2층 구조에요. 지상 1층과 지하 1층이 있어요.
지하 1층으로 내려갔어요.
"여기 전에 왔던 곳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요. 여기를 전에 왔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지하 1층 모습을 보니 아주 확실했어요.
'내가 전에 심야시간에 여기 안 왔었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은 심야시간에 온 적이 없었어요. 여기는 제가 한창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던 2017년에 안 갔어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그때는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이 없었을 거에요. 나중에 여기가 생긴 것을 보고 '여기도 할리스 커피가 들어서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렇게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이 생긴 후, 한동안은 여기가 24시간 매장인 줄 몰랐어요. 나중에 24시간 매장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이 24시간 카페 매장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바로 가지는 않았어요. 항상 나중에 가려고 미루고 있었어요. 신촌, 홍대에는 제가 안 가본 24시간 카페가 몇 곳 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몰아서 가려고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지하 1층은 홍대입구역에 학생이 많다는 특성을 고려해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공부하기 좋게 공간을 구성했어요. 콘센트 있는 좌석도 많고 독서실 느낌의 좌석도 있었어요. 몰론 공부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에요. 아래에서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기 좋은 공간도 많이 있었어요.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작업을 하고 책을 보고 공부하기 위해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할리스커피 홍대입구역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