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삼대악산 (2010)

삼대악산 - 02 설악산

좀좀이 2011. 11. 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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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서 동서울터미널로 출발해 표를 끊었어요.

속초 2명이요.”

날이 날이어서 그런지 표가 별로 없었어요. 맨 뒷자리에서도 구석 두 자리를 받았어요. 역시 여름. 7월 중순이라 그런지 속초행 버스는 계속 매진이 되고 있었어요. 일단 가볍게 저녁을 자장면으로 해치우고 버스에 올라탔어요.

가방 아래 넣으세요.”

차장 아저씨께서 가방을 버스 아래 짐칸에 넣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우리는 짐이라고 해봐야 한 사람당 배낭 1개가 전부였어요.

저희는 그냥 탈게요.”

배낭 들고 타시면 매우 좁아요. 배낭은 아래 넣고 타세요.”

거의 강권. 그래서 버스에서 마실 물 2통만 빼고 배낭을 아래에 넣고 올라탔어요.

뭐야! 배낭을 아래 넣을 필요 없었잖아! 자리 무지 넓네.”

이건 뭐 비행기의 비즈니스석만큼 넓은 자리. 더욱이 맨 뒷자리는 다른 자리보다 더 넓었어요. 의자를 뒤로 젖히자 거의 누워갈 수도 있었어요. 순간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지나가는 예전 유럽 여행의 기억. 유럽 여행을 할 때 야간 버스 이동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자리가 너무 좁아서 각을 잡고 앉아서 잤어요. 나름 버스에서 자는 것을 많이 해서 견딜 만 했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야간 버스 이동을 하자 나중에는 사람이 없으면 의자에 누워서 자고 사람이 있으면 각을 잡고 자다가 다리가 저려서 복도로 다리를 한 쪽 내밀어 한 쪽 다리를 풀어주거나 그랬어요. 그때 이런 버스를 탔다면 아마 야간 이동으로 피로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피로가 풀렸을 거에요.

 

버스는 출발했어요. 창밖을 보았어요. 보이는 것이 없어요. 불빛 외에는 없어요. 야간 이동의 나쁜 점. 밖에 볼 것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처음에는 조금 볼 만한데 계속되는 어둠과 불빛뿐인 거리는 금방 지루해졌어요.

속초까지 3시간 걸린다던데?”

예전에 내가 갈 때에는 4시간 조금 넘게 걸렸는데.”

고속도로가 건설되어서 속초까지 가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어요. 예전에는 4시간 조금 넘게 걸려서 속초에서 서울 돌아왔을 때 전철은 물론이고 버스가 끊겨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3시간 조금 넘게 걸리니 속초에 도착하면 밤 11시경이었어요. 문제는 휴게소. 4시간이라면 무조건 휴게소를 들려요. 하지만 1시간 반~2시간이면 안 들려요. 버스로 다른 지역을 갈 때 휴게소를 안 들리고 가도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안 들리면 아쉬운 것이 휴게소에요. 더욱이 등산에서 먹기 위해 구입한 간식들 모두 가방에 넣어서 버스 아래 짐칸에 집어넣어버렸기 때문에 가다 배고프면 답이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휴게소를 들린다는 것은 즐거운 여행과 산행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

 

처음에는 즐겁게 친구와 이야기를 했어요.

, 우리만 불 켜고 떠들고 있다.”

친구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모두가 불을 끄고 잠을 청하고 있었어요. 친구는 조용히 불을 껐어요. 저도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의자에 기대 잠을 잤어요.

휴게소에서 쉽니다.”

다행히 휴게소에서 쉬었어요. 잠에 취해 비틀비틀 밖으로 걸어 나왔어요. 밤하늘이 그다지 어두워 보이지 않았어요. 칠흑 같은 어둠 속 은하수를 기대했지만 그런 것은 없었어요.

앗 차가!”

새까맣지 않은 하늘은 땅에서 뿜어내는 빛을 땅으로 반송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차가운 무언가가 가끔 하늘에서 내려와 제 얼굴에 뽀뽀를 하고 있었어요. 불길한 느낌.

여기까지 온 이상 비 내려도 간다!”

친구의 단호한 의지.

당연하지!”

저 역시 굳건한 결심. 솔직히 저는 굳건한 결심은 아니었어요. 등산화가 아니라 트랙킹화를 사서 물 먹은 돌 위를 잘 걸을 자신은 없었어요. 예전에 비 온 직후 북한산에 갔다가 산을 다리를 이용해 가지 않고 팔을 이용해 간 적이 있었어요. 균형은 팔로 잡고 다리로 걷는 것이 정상적인데 그냥 운동화 신고 갔다가 돌이 너무 미끄러워서 팔로 쇠줄을 잡고 올라가며 다리는 그저 몸의 균형을 잡는 정도만 했어요. 그때야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그렇게 잘 다녀왔지만 지금은 산에 가지 않은지 꽤 되었어요. 그렇다고 운동신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평소 다른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비 내리는데 산에 가는 것은 미친 짓. 그래도 폭우만 아니면 대충 어떻게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이것은 나중에 큰 시험을 당하며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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