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중부시장 굴비, 건어물 도매시장 야시장

좀좀이 2020. 10.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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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야시장 구경을 다 하고 야식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마신 후였어요.


'오늘은 을지로 쪽으로 가볼까?'


2020년 9월 9일 새벽.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 광장은 원천봉쇄될 거였어요. 뉴스를 보니 아주 살벌하게 막을 예정이었어요. 오전 10시부터 버스는 광화문 광장을 우회해서 지나갈 거라고 하고 있었어요. 이럴 때는 심야시간이라고 해도 광화문 광장을 아예 피해서 가는 것이 편했어요. 이미 경찰이 일부 배치되어 있을 거고, 광화문 광장에 펜스를 치고 있을 거였어요. 심야시간에 지나가는 것은 별 문제 없긴 하겠지만 제일 좋은 것은 그런 장소는 아예 피해버리는 것이었어요. 길을 몰라서 반드시 종로대로 따라 광화문을 지나서 홍대입구를 향해 걸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광화문 광장을 피해서 가는 길을 알고 있었거든요.


귀찮은 점이라면 시청 광장도 봉쇄될 거라 매우 크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 정도였어요. 시간이 촉박하다면 상당히 짜증나는 일이었을 거에요. 다행히도 이날은 밤거리를 걸어다니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어요.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모처럼 아주 크게 우회해서 홍대입구로 가기로 했어요. 명동으로 간 후 명동에서 남대문시장을 지나 서울역으로 간 후, 거기에서 신촌을 향해 걸어가기로 했어요.


'동대문 중앙아시아 거리는 뭐 없겠지?'


을지로를 따라 걷가다 명동으로 갈 거라면 잠깐 동대문 중앙아시아 거리를 들려도 괜찮았어요. 방향도 같고 신호등을 건너야 하는 것도 같았거든요. 명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헬로apm 건물에서 맞은편으로 횡단보도를 한 번 건너야 했어요. 제가 평소에 동대문에서 을지로를 따라 명동으로 갈 때는 명동성당으로 가는 길이 나올 때가 되어서야 횡단보도를 건너곤 했어요. 중앙아시아 거리를 가려면 이렇게 명동성당 가는 길이 나올 때 건너던 신호등을 동대문 24시간 롯데리아에서 바로 건너는 것 외에는 동선에서 차이가 딱히 없었어요.


신호등을 건너서 중앙아시아 거리로 갔어요. 당연히 어두침침하고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예전에는 심야시간에 화물을 나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어요. 동대문 야시장 쇼핑을 마치고 이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었구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7번출구 쪽에 게스트하우스 및 호텔이 모여 있거든요. 그래서 이 길은 밤에 다니는 사람이 간간이 있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이날은 아무도 없었어요.


'여기서 그냥 쭉 가봐?'


동대문역사공원역 5호선 7번출구를 넘어 오장동 사거리까지 왔어요. 오장동 사거리에서 을지로로 올라가지 않고 마른내로를 따라 쭉 간 적은 거의 없었어요. 가본 적이 있기는 했어요. 오장동 함흥냉면 먹으러 갔던 적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거 말고는 딱히 그 길을 일부러 걸어본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이날은 마른내로를 따라서 쭉 걸어가보기로 했어요. 마른내로를 따라 걸어가자 중부시장이 나왔어요.


'오랜만에 중부시장이나 한 번 둘러보고 갈까?'


동대문 쪽에서 일했을 때는 가끔 중부시장을 가곤 했어요. 뭔가 살 것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시장 구경하러 가곤 했어요. 이 일대가 서울의 거대한 시장이거든요. 구역별로 광장시장, 중부시장, 방산시장 등으로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어마어마한 커다란 시장 구역이에요.


서울 중구 중부시장은 서울 최대 건어물 도매시장으로 알고 있어요.


중부시장


"어? 여기 굴비 엄청 많네?"


서울 중부시장 굴비 도매시장


굴비가 매우 많았어요.


'중부시장에 이런 곳도 있었나?'


중부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굴비를 파는 곳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 곳은 처음 봤어요. 그동안 여러 번 와봤는데도 못 봤던 곳이었어요. 카카오맵으로 제 위치를 찾아봤어요.


"아, 이래서 몰랐구나!"


중부시장을 오면 항상 대충 둘러보다가 방산시장으로 빠져나갔어요. 방산시장으로 가든가, 그 앞에 있는 을지로를 따라서 쭉 걸어가든가 했어요. 중부시장 안에서 명동 방향으로 계속 걸어갈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중부시장에서 굴비 파는 가게가 매우 많이 몰려 있는 곳을 한 번도 못 가봤던 것이었어요. 굴비 파는 곳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중부시장과 방산시장을 연결해주는 길보다 더 서쪽에 있었거든요.


한국 굴비


서울 중부시장은 1957년에 개장된 시장이에요. 중부시장이 처음부터 건어물 전문 시장이었던 것은 아니에요. 중부시장은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상권을 나누기 위해 생긴 시장이었어요. 중부시장에 건어물 상인들이 집중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서울 야시장


서울 중부시장 건어물 도매시장 야시장


서울 중부시장은 1980년대에 크게 번성했다고 해요. 특히 굴비가 주요 품목이었다고 해요. 1980년대에 한국 경제가 호황을 맞았을 때, 향토음식 바람이 불면서 영광굴비 인기가 높아졌어요. 이 당시 전라남도 영광에서는 굴비 공장이 몇 곳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전라남도 영광 법성포 및 목포 등지에서 조기가 냉장 또는 염장으로 중부시장으로 보내지면 중부시장에서 조기를 엮어서 판매했고, 여러 서울 소매시장에서 중부시장으로 와서 굴비를 사가서 판매했다고 해요.


서울 굴비 시장


서울 건어물 도매시장


그러나 1990년대부터 전라남도 영광 등에서도 굴비를 본격적으로 엮기 시작했고, 상권도 대형 마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부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요.


서울 심야시간 도매시장


서울 여행 사진


제가 중부시장이 굴비가 유명하다는 것을 그동안 전혀 몰랐던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당연했어요. 중부시장이 굴비로 유명할 때에는 서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서울 올라왔을 때는 이미 중부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였어요. 인터넷이 발달하고 서울 여기저기 제대로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중부시장에 굴비 사러 간다는 글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애초에 제게 중부시장은 동대문쪽에서 일할 때 주변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시장이었구요. 을지로쪽은 잘 다니지 않았거든요. 중부시장을 처음 갔을 때는 여기가 중부시장이 아니라 방산시장인 줄 알았어요.


서울 여행


한국 여행


서울 중부시장 건어물 도매시장 야시장은 심야시간에 열리고 있었어요.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어요. 청량리 도매시장 야시장과 비교하면 정말 작은 편이었어요. 만약 심야시간에 열리는 도매시장 규모가 정말 컸다면 심야시간에 을지로를 걸을 때 한 번은 보고 호기심에 가봤을 거였어요.


서울 재래시장 여행


서울 중구 중부시장


시장 한쪽에서는 멸치 도매시장이 열리고 있었어요. 중부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것은 매우 잘 알고 있었어요. 건멸치 파는 가게 많은 곳은 예전에도 가봤어요.


서울 건멸치 도매시장


멸치를 보자 어렸을 적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후 멸치값이 폭등한 적이 있었어요. 김영삼 대통령 시절 멸치값 폭등 사태는 상당히 유명하고 그만큼 엄청나게 시끄러웠던 일이었어요. 오죽했으면 그 당시 멸치값 폭등 사태에 대해 고향 사람들 챙겨주려고 멸치값을 일부러 폭등시킨 거 아니냐는 루머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자 김 양식업자들은 김영삼 대통령이 멸치값을 폭등시켜줬으니 이번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김값 폭등시켜줄 거라고 내심 많이 기대했대요. 그러나 김값 폭등 따위는 없어서 뒤에서 조금 많이 툴툴거렸다고 어른들끼리 하시는 말씀을 어렸을 적에 들은 기억이 있어요.


서울 야경


서울 중부시장 야경


서울 중부 건어물 시장


서울 중부시장 건어물 야시장은 동대문 야시장을 구경하고 시장 구경 하나 더 하고 싶다면 가도 괜찮을 거에요. 일부러 야시장을 보기 위해 찾아갈 만큼 규모가 매우 크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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