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서울 가서 좀 돌아다닐까?"
10월 8일 저녁이었어요. 밤에 서울을 가서 심야시간 내내 서울을 돌아다니고 싶어졌어요. 원래 심야시간에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심야시간에 24시간 카페 가서 글 쓰고 책 읽는 것도 매우 좋아했구요. 그러나 그 동안 중국 괴질 때문에 한동안 그러지 않고 밤에는 얌전히 집 안에 있었어요. 전염병 창궐할 때는 제 건강을 위해 집에 있는 게 좋았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다시 심야시간에 돌아다녀도 괜찮아 보였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어요. 이러다가는 중국 괴질이 문제가 아니라 운동 부족으로 병나게 생겼어요. 그래서 추석 연휴때 정말 오랜만에 다시 심야시간에 서울을 가서 밤새 걸어다녔어요. 이제는 다시 밤새 돌아다녀도 괜찮아 보였어요. 이제부터는 밤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으면 나가서 돌아다니고 24시간 카페에도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동대문 야시장 가볼까?'
동대문 야시장은 종종 구경하러 가던 곳이었어요. 올해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2월이었어요. 2월에 한창 코로나 공포가 전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동대문 야시장에 갔을 때는 진짜 엄청나게 휑했어요. 동대문 야시장은 원래 토요일 밤에 쉬어요. 그런데 진짜 무슨 토요일 밤에 동대문 야시장에 온 줄 알았어요. 경악스러웠어요. 상점들은 불이 켜져 있었어요. 하지만 짐꾼들만 있고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그날 열 명인가 봤을 거에요.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요. 동대문 버스 정류장에서 심야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저 뿐이었어요. 항상 못해도 서너 명은 있었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밀리오레는 완전히 문이 닫혀 있었고 제가 있는 정류장과 맞은편 정류장 다 합쳐서 버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직 저 뿐이었어요.
이때 본 동대문 야시장 풍경은 올해 3월 제게 행운을 가져다주었어요. 그날 밤 봤던 동대문 야시장. 우리나라 경제는 완전히 폭망할 거였어요. 그냥 뒤져버렸어요. 이럴 때는 반드시 매수해야 하는 주식이 있어요. 정확히는 주식이 아니라 ETF에요. 바로 KODEX 인버스, KODEX선물 인버스 2X 에요. 심야시간에 돌아다녀보니 우리나라 망했거든요. 닥치고 버스 타야 했어요. 그래서 100만원으로 버스를 타봤어요. 드라이빙 실력이 죽이더라구요. 이때 100만원으로 거진 20% 수익을 봤어요. 이게 제 주식 투자 시작이었어요.
추석 연휴 때 다시 동대문 야시장을 가봤어요. 아예 모든 상점 불이 다 꺼져 있었어요. 사람이라고는 건물 안 경비를 제외하면 저 뿐이었어요.
'이거 추석이라서 그런 건가?'
추석이라 그럴 수 있었어요. 그래서 판단을 일단 보류했어요. 나중에 다시 가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동대문 야시장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가보기로 했어요.
자정에 집에서 나왔어요. 108번 버스 막차를 타고 동대문으로 갔어요. 동대문에서 내려서 동대문 야시장으로 갔어요.
"어? 사람 많네?"
동대문 야시장에는 2월에 왔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사람이 많았어요. 물론 작년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었어요. 작년에는 동대문 야시장에 사람들이 이보다 못 해도 최소 3배는 더 있었거든요. 과장이 아니라 진짜에요. 그때는 쇼핑 봉지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심야버스도 동대문 야시장을 방문하고 집 및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북적였구요. 그때와 비교한다면 엄청나게 한적하고 사람 없는 수준이었어요. 그러나 제 비교대상은 작년이 아니라 올해 2월이었어요. 진짜 2월에는 나라 망했냐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어요. 과장이 아니라 평일에 동대문 야시장 돌아다니는데 짐꾼, 상인 외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저 포함 열 명 정도 뿐이었으니까요.
"정부가 코로나로 국민들한테 겁주지만 않으면 경제는 어떻게든 좋아지겠는데?"
동대문 야시장을 돌아다니며 활기를 느꼈어요. 중국 거품 꺼졌고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하면 될 거에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자꾸 코로나 어쩌구 하면서 겁주지 않고 경제 정책도 그냥 뻘짓 말고 가만히만 있어준다면 경제도 활력을 찾을 것 같았어요. 분명히 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일단 정말 위험한 상황은 확실히 지나갔어요. 이걸 증세니 뭐니 해서 꺼뜨린다면 진짜 대참사 대재앙 일어나겠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은 이제 최악은 확실히 지나갔다는 희망을 조금 가져봐도 될 모습이었어요.
'동대문이야말로 한국 속 실크로드잖아.'
실크로드 환상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동대문 야시장 가면 되요. 그게 현대 실크로드에요. 엉뚱한 곳에서 자꾸 실크로드 찾지 말구요. 동대문 야시장 갔는데 실크로드 느낌을 못 받고 엉뚱한 환상만 자꾸 추구한다면 그건 자신이 갖고 있는 실크로드 환상이 엄청나게 잘못되어 있다는 방증이에요. 실크로드에 대한 환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대문 야시장이 자신의 잘못된 실크로드 환상을 교정하기 위한 좋은 장소이기도 해요.
실제로 동대문 야시장은 교역의 장소이기도 해요. 지금은 별로 없지만 작년만 해도 외국에서 보따리상들이 엄청나게 많이 왔던 곳이에요. 실크로드 환상을 쫓는다면 교역의 장소를 돌아다녀야 맞아요. 솔직히 학문과 문화의 교류? 그거 다 상인들이 돈 될 거 같으니까 구입해서 갖고 와 팔아서 일어난 거지, 무슨 상인들이 자기들이 살던 동네에 굉장한 학문을 널리 알리고 싶고 좋은 문화 보여주고 싶어서 자원봉사 삼아서 갖고 왔겠어요.
실크로드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짜증나는 일이에요. 그래서 그런 쪽과는 최대한 안 엮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외국 여행 못 가는데 이런 식으로 서울 여행 코스 짜면 재미있겠는데?'
문득 서울 실크로드 여행 루트 하나 만들면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 여행을 못 가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코스를 알려주는 것도 나름 괜찮아보였어요. 저야 너무 많이 다녀서 별 재미없는 코스이지만 그 코스를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색다른 여행도 하고 실크로드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구요.
그리고 밤에 하는 여행도 활성화된다면 이쪽도 새로운 시장 창조죠. 시장이 창조되어야 경제가 발전해요. 사람들이 낮에 하는 여행과 밤에 하는 여행으로 분산되니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구요.
서울 동대문 야시장은 2월에 비해 정말 많이 살아났어요. 서울 동대문 야시장은 매주 토요일 밤에 쉬어요. 만약 동대문 야시장을 구경하고 싶다면 금요일 밤에 가는 것을 추천해요. 새벽 4시에 폐장하기 때문에 3시에는 슬슬 폐장 분위기가 나요. 그러므로 동대문 야시장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새벽 2시까지는 가는 게 좋아요.
동대문 야시장 위치는 신평화시장, 동평화시장, 청평화시장 및 그 뒷편이에요. 누존 빌딩을 찾아서 가면 되요. 누존 빌딩을 찾아서 가는 게 제일 좋아요. 누존 빌딩 주변이 동대문 야시장이고, 누존 빌딩을 기준으로 찾아가면 도중에 길 잘못 들어가서 창신동 쪽방촌으로 잘못 들어갈 일이 아예 없거든요.
만약 진짜 동대문에서 출발한다면 무조건 청계천을 건너야 해요. 청계천 안 건너고 시장 있다고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잘못하면 창신동 쪽방촌으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