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프랜차이즈 햄버거는 버거킹 기네스 와퍼 햄버거에요. 버거킹 기네스 와퍼 햄버거는 2020년 8월 31일에 출시된 버거킹 신메뉴 햄버거에요.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코로나가 다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어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에서 성급하게 사람들에게 놀아도 되며 이제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활동해도 된다고 강력한 신호를 보내줬기 때문이었어요. 덕분에 놀러 가는 사람도 폭증하고 마스크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계속 증가했고 집회도 많이 열렸으니까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에 코로나가 드러난 확진자보다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어요. 엎질러진 물이죠.
코로나가 빠르게 다시 확산되자 정부에서는 급히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를 실시했어요. 이런다고 이미 수면 위로 다시 드러나기 시작한 확진자가 줄어들 리가 없었어요. 검사를 하면 할 수록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었어요. 검사를 대충하거나 검사수를 확 줄여버리지 않는 한 절대 그 수가 한동안 줄어들 수가 없었어요. 마치 겉으로 멀쩡해서 없는 줄 알았던 곰팡이가 장판 들어보니 아주 드글드글하던 것처럼 이건 찾아보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누가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원래대로라면 9월이 다가오면서 신메뉴가 여기저기에서 출시되어야 했어요. 9월부터는 가을이니까요. 요즘은 개학이 빨라져서 8월말에 개학하는 경우가 많지만 2학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는 아직까지는 9월이라고 봐도 되요. 9월이 되면 추석도 슬슬 다가오기 때문에 추석에 맞춰서 신메뉴가 등장하기 시작하구요. 가을 장사가 시작되는 달이 9월이에요.
그렇지만 수도권 전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표되었어요. 8월 30일 일요일 자정부터 실시되었어요. 9월 6일까지 카페는 오직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식당은 밤 9시부터 5시까지는 실내에서 먹을 수 없어요. 이것은 상당한 악재였어요.
바로 이 시기에 맞춰서 신메뉴가 출시된다면 비극의 주인공으로 당첨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았어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식당, 카페에서 앉아서 편안히 먹을 수 있어야 신메뉴가 판매되요. 그런데 카페는 아예 실내에서 취식이 불가능하고 식당에서는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실내에서 식사 가능하다 하지만 불안해서 식사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하필 이 때에 맞춰서 신메뉴가 출시된다면 비극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올라설 확률이 매우 높았어요.
인스타그램을 봤어요. 버거킹에서는 계속 기네스 맥주와 콜라보로 햄버거 신메뉴를 출시할 거라는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어요.
이거 평소였다면 꽤 흥행몰이했을 건데.
맥주와 햄버거의 결합은 흔하지 않아요. 아니, 맥주와 식품의 결합 자체가 그렇게 흔한 조합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주류와 식품의 결합은 아이들이 먹을 때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툭하면 불량식품, 청소년 음주 조장이라고 등장하는 맥주맛 사탕이 대표적이에요. 술 들어갔다고 하면 일단 아이들은 피하게 하려고 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전연령을 상대로 판매하는 식품에서는 주류와 음식의 결합을 섣불리 시도하지 않아요.
어린이들에게 먹이는 것은 조금 꺼려지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 있는 햄버거였어요. 기네스 맥주와 햄버거의 콜라보였으니까요. 평소였다면 상당한 이슈 몰이 및 흥행 몰이에 성공했을 거에요.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진짜 아니잖아.
날씨도 제발 밖에 나가지 말라고 수시로 소나기가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서 나가서 밥 먹는 것 자체가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밥 먹는 동안에는 마스크를 벗고 먹는 수 밖에 없어요. 한 입 먹고 씹는 동안 마스크 쓰라고 하는 건 카페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구요. 여럿이서 만나서 잡담하며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게 아니라 혼자서 먹는 거면 밥만 먹는데 마스크 썼다 벗었다 할 새가 어디 있어요. 게다가 음식물 때문에 마스크 더러워지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구요. 솔직히 밖에 나가서 안 먹는 것이 제일 좋은 상황이었어요. 이러면 당연히 매출이 푹 떨어지겠죠.
이건 반드시 먹어봐야겠다.
나는 3월에 출시된 것들이 비극의 메뉴들 되고 끝날 줄 알았지.
지하실인 줄 알았더니 하수구 있더라는 상황 그 자체. 이런 상황에서 출시된 기네스 맥주와 버거킹 와퍼의 콜라보. 기네스 와퍼를 안 먹어볼 수 없었어요. 도전 의식을 불태웠어요. 맛을 떠나서 먹어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위였으니까요.
버거킹으로 갔어요. 버거킹 신메뉴 기네스 와퍼 햄버거 세트를 주문했어요.
버거킹 신메뉴 기네스 와퍼 햄버거 세트는 이렇게 생겼어요.
버거킹 신메뉴 기네스 와퍼 햄버거 포장은 이렇게 생겼어요.
포장을 풀었어요.
버거킹 신메뉴 기네스 와퍼 햄버거 번은 기네스 흑맥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만든 모양이었어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이컨 조각이었어요. 얇은 베이컨 조각이 여러 조각 들어가 있었어요.
버거킹에서는 기네스 와퍼에 대해 '기네스 번과 기네스 바비큐 소스의 풍미'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이번에 출시된 신메뉴는 기네스 와퍼와 기네스 머쉬룸 와퍼 - 이렇게 두 종류에요.
버거킹 기네스 와퍼 단품 가격은 8500원이에요. 세트 가격은 9500원이에요.
버거킹 기네스 와퍼 열량은 단품 778kcal, 세트 1213kcal 이에요.
번을 한 번 들추어봤어요.
화려함의 극치!
한 입 베어물었어요. 한 입 먹자마자 느낀 특징은 구수하고 고소하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햄버거에 비해 구수한 맛이 살짝 더 있었어요. 맛에 집중하지 않고 그냥 마구 먹으면 못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약하기는 했지만 맛에 신경쓰면서 먹으면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맥주가 들어갔다고 느낄 구수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구수한 맛이 살짝 추가된 맛이었어요.
여기에 베이컨이 고소한 맛을 한 층 더 돋구어주고 있었어요. 베이컨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은 기네스 와퍼 맛을 확 끌어올렸어요. 두툼한 베이컨 한 장이 아니라 얇은 베이컨 여러 장이 들어갔기 때문에 먹는 내내 베이컨의 고소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어요. 베이컨이 빠졌다면 소스 맛을 제외했을 때 일반 와퍼와 번에서 맛이 약간 차이난다고 느낄 수 있는 맛이었어요. 그 번에서 느껴지는 맛의 차이조차 검은색 번이 만드는 시각적 효과 때문에 느껴진다고 착각하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베이컨이 들어가서 다른 와퍼들과 맛에서 완전히 달라졌어요.
소스는 바베큐 소스였어요. 달착지근한 맛이었어요. 기네스 와퍼 햄버거 맛과 매우 잘 어울렸어요. 달콤한 바비큐 소스는 와퍼 패티와도 매우 잘 어울렸고, 베이컨 조각의 맛과도 매우 조합이 좋았어요.
야채는 생양파, 토마토, 양상추가 들어가 있었어요. 토마토와 양상추는 항상 하던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이게 그냥 와퍼든 기네스 와퍼든 상관하지 않고 항상 하던 대로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생양파는 달랐어요. 생양파를 씹으면 시원한 맛이 확 피어올랐어요. 고소하고 달콤한 기네스 와퍼 맛에 혀가 적응되어서 맛을 느끼는 것이 둔해지려고 할 때마다 한 번 싹 입 안에 쌓인 맛을 지워주고 환기해줘서 다시 처음 한 입을 베어먹는 느낌을 만들어줬어요.
버거킹 신메뉴 기네스 와퍼 햄버거는 구수하고 고소한 맛과 단맛의 조합이 매우 좋았어요. 여기에 베이컨, 바비큐 소스, 생양파가 각자의 소리로 노래하자 매우 화려한 맛 햄버거가 되었어요. 단품 8500원이라는 가격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이 정도 화려한 맛이라면 단품 8500원, 세트 9500원 내고 먹을 가치가 충분했어요. 버거킹 신메뉴 기네스 와퍼 햄버거는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모두 너무 지나치게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면서 각자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는 매우 화려한 맛이었어요.
이거 진짜 비극의 주인공 되는 건가?
버거킹 신메뉴 기네스 와퍼 햄버거는 상당히 뛰어난 맛이었어요. 역작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어요. 그러나 문제는 출시 시기가 역대 최악이었어요. 맛이 역대 최고라면 출시 시기는 역대 최악이었어요. 만약 올해 최고 비극의 주인공 신메뉴를 고르라고 한다면 왠지 버거킹 기네스 와퍼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