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패스트푸드 체인점 음식은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에요.
인스타그램을 하던 중이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팔로우한 사람들 게시물 사이에 스폰서 게시물이 섞여 있어요. 이날도 마찬가지였어요. 팔로우한 사람들이 올린 사진들 사이에 스폰서 게시물이 같이 섞여 있었어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쭉 넘기던 중 타코벨이 올린 게시물이 나왔어요.
"어? 나 타코벨은 팔로우한 적 없는데?"
타코벨은 팔로우한 적이 없었어요. 타코벨은 아주 예전에 제가 잘 가던 곳에 있었어요. 의정부역 신세계백화점 안에 매장이 하나 있었어요. 이때만 해도 타코벨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한 번도 안 갔어요.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는 버거킹 매장 갈 때 타코벨 매장 앞을 지나간 것이 전부였어요. 의정부는 '미국인들이 꽤 있어서 타코벨이 있구나' 정도만 생각했어요. 의정부에서 주한미군이 많이 철수했지만 아직도 미군 부대가 일부 남아 있어서 미국인들이 가끔 보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는 타코벨 매장이 없어졌어요. 이것이 제가 자주 다니던 동선에 있는 타코벨 매장이 하나 없어진 것이었어요.
두 번째는 이태원 타코벨이었어요. 이태원 타코벨 매장은 꽤 유명했어요. 무언가 특색이 있거나 커다란 사고가 일어나서 유명한 것은 아니었어요. 매장 위치가 은근히 좋았고, 미국인 많은 이태원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이태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이태원 타코벨은 계속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없어졌어요. 이태원 타코벨 없어진 것은 나름 충격이었어요.
이렇게 제가 잘 다니는 곳에서 타코벨이 없어지자 타코벨을 갈 일이 없어졌어요. 최근에는 타코벨이 신촌에 매장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확히 언제 오픈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오픈하고 알려져야 할 때 코로나 사태가 딱 터졌어요. 이러니 타코벨을 팔로우할 일이 아예 없었어요.
타코벨이 올린 게시물을 봤어요.
"김치! 킴취에 싸서 드셔 보세요?"
타코벨이 신메뉴로 김치 치즈 퀘사디아, 김치 치즈 브리또, 김치 로디드 후라이를 출시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완전한 신메뉴는 아니고 과거에 출시했던 메뉴를 재출시한 거라고 나와 있었어요. '김치'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확 끄는데 태그는 보고 더 웃음이 나오게 만들고 있었어요. 태그에 '면역력', '슈퍼푸드'도 들어가 있었거든요.
"이건 꼭 먹어야해!"
보자마자 이건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진짜 외국인들한테 생김치 좀 그만 먹이자.
대체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김치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음식이라고 무조건 김치를 먹어야 하고, 외국인이 '킴취 마시쏘요!'하면 열광해요.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니라서 진절머리날 법도 한데 이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나오는 패턴이에요.
그렇게 외국인들에게 김치를 먹이고 싶으면 볶아서라도 주든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기껏 초대받았는데 흰 쌀밥에 김치 하나 덜렁 올라와 있으면 속으로 엄청 욕해요. 애초에 김치는 한국에서 요리 포지션이 아니에요. 반찬으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서양의 피클 같은 존재에요. 피클과 다른 점이라면 김치는 음식 양념 및 요리 재료로도 사용된다는 점이에요. 김치만 먹어서 한 끼를 때우는 건 한국인들 머리 속에서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밥 반찬이 김치만 있는 장면은 빈곤의 상징이자 최악의 식사 장면이에요.
한국인들도 김치 하나 덜렁 놓고 밥 먹으라고 하면 엄청 싫어하는데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들에게 그것보다 훨씬 더 한 김치만 먹으라고 주는 건 사실상 가혹행위에요. 이건 외국 나갔는데 외국인들이 피클만 주고 먹으라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외국인들이 자기들은 스테이크 먹으면서 한국인들에게 피클만 주고 먹으라고 하고 피클 맛있다고 하면 덩실덩실 춤춘다면 바로 인종차별이니 어쩌니 난리나죠. 똑같은 거에요. 한국인들은 맛있는 음식이라고 불고기, 삼계탕 먹으면서 외국인들에게는 집요하게 생김치만 주고 맛있다고 하기를 바라는 건 애초에 틀린 거에요.
그렇게 김치가 자랑스럽고 김치를 외국인들에게 꼭 먹이고 싶다면 최소한 볶아서 줘야죠. 참치와 김치를 볶아서 만든 참치 김치 볶음을 먹이든가,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아서 만든 돼지고기 김치 볶음을 먹이든가요. 아니면 김치찌개를 '코리안 김치 수프'라고 맛보라고 하든가요. 제일 원시적인 형태인 김치볶음부터 시작해서 김치찌개, 김치전 등 한국인이 봐도 '요리'라고 할 수 있는 김치로 만든 요리가 많은데 한국인들은 꼭 외국인들에게 생김치 못 먹여서 안달이에요.
사실 김치의 세계화를 진짜 원한다면 생김치를 팔아먹을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일단 김치볶음이나 김치가 들어간 요리부터 권하는 게 맞아요. 아니면 아예 김치를 넣은 퓨전 요리를 권하거나요.
타코벨 김치 치즈 퀘사디아, 김치 치즈 브리또, 김치 로디드 후라이는 이래서 궁금했어요. 이건 김치가 들어간 '요리'였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타코벨 자체가 정통 멕시코 음식이 아니라 미국식 멕시코 퓨전 음식이에요. 김치 치즈 퀘사디아, 김치 치즈 브리또는 미국식 멕시코 퓨전 음식의 한국 퓨전 버전일 거에요. 한 번 변형된 형태가 아니라 두 번 변형된 형태였어요. 그래서 엄청 궁금해졌어요.
'타코벨 갈 만한 곳이 어디 있지?'
의정부에서 갈 만한 타코벨 매장을 찾아봤어요. 광화문에 있는 타코벨이 그나마 갈 만 했어요.
"가서 먹어봐야겠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광화문에 있는 타코벨로 갔어요. 타코벨로 가서 주문을 해야 했어요.
퀘사디아냐 브리또냐 그것이 문제로다.
마음은 퀘사디아를 고르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머리는 브리또를 고르라고 하고 있었어요. 양을 고려하면 브리또였어요.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것은 퀘사디아였어요.
'브리또 먹자.'
단순히 궁금해서 하나 먹어보는 것이 아니었어요. 이걸로 어쨌든 식사도 해야 했어요. 양과 포만감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김치 치즈 브리또를 선택했어요.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 세트는 이렇게 생겼어요.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 세트 가격은 7900원이에요. 김치 치즈 브리또, 감자튀김, 음료수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타코벨 신메뉴 김치 치즈 브리또 포장을 풀었어요.
"이거 속은 어떻게 생겼을 건가?"
또띠야를 풀어서 속을 보고 싶었어요. 또띠야 말아놓은 것을 펼쳐보려고 했어요.
"아, 이거 치즈로 붙여놨네."
타코벨은 꽤 센스있었어요. 또띠야 말아놓은 것이 풀리지 않도록 치즈로 또띠야를 접어놨어요. 강제로 뜯으면 뜯을 수 있기는 했어요. 그러나 그건 정말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괜히 치즈로 붙여놓은 것이 아닐 거였거든요. 속모습 보겠다고 뜯었다가는 대참사 발생할 것 같았어요. 그 이전에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는 이름부터 '치즈'가 들어가 있었어요. 또띠야 말아놓은 것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또띠야를 갈갈이 잡아찢고 뜯는 일이 될 수도 있었어요. 또띠야를 붙여놓은 치즈 조각이 제발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무언의 경고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냥 먹어야겠다.'
또띠야를 펼쳐보지 않고 얌전히 먹어보기로 했어요.
그래, 외국인들에게 김치 먹이고 싶다면 이런 걸 먹여야 해!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는 볶은 김치맛이 강했어요. 새콤한 볶음김치맛이 느끼함을 아주 확실히 잡아줬어요.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에서 메인이 되는 맛은 김치 볶음 맛이었어요. 김치 볶음 맛이 실제 들어가 있는 양보다 맛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어요. 기본적으로는 김치 볶음을 또띠야에 싸서 먹는 맛이었어요. 이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매우 잘 어울렸어요. 생김치 다진 것이 들어갔다면 또띠야 맛과 안 어울렸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김치를 볶은 것을 넣자 또띠야 맛과 매우 잘 어울렸어요.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에서는 단순히 볶음김치맛만 나는 것이 아니었어요. 밥이 들어간 곳을 먹으면 김치볶음밥 맛이 났어요. 그런데 평범한 김치볶음밥이 아니라 다른 나라 볶음밥 맛이었어요. 왜냐하면 쌀이 달랐거든요. 쌀이 찰기 없고 푸슬거려서 일반 김치볶음밥 맛과 아주 많이 달랐어요.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에서 김치 볶음을 안에 들어있는 고기와 같이 먹으면 고기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확 느껴졌어요. 재미있는 점은 볶음김치의 짠맛과 고기 짠맛이 안 섞여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김치 볶음에도 짠 맛이 있었고, 고기에도 짠맛이 있었어요. 둘 다 소금을 썼을 테니 짠맛이 하나로 합쳐질 거 같은데 실제 먹어보면 둘의 짠맛은 별개로 구분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볶음김치가 더해지니 계속 먹어도 안 질릴 거 같았어요.
타코벨 김치 브리또는 엄청 맛있었어요. 이거라면 음료수 없이 3개도 논스톱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볶음김치의 활약은 어마어마했어요. 새콤한 맛이 입안에 침을 나오게 해서 먹는 동안 음료수 도움 없이도 잘 넘어갔어요. 느끼한 맛도 완전히 싹 잡았어요. 먹는 동안 타코벨 김치 브리또 안에 들어간 재료들이 기름지다는 것을 맛으로 알 수 있었어요. 그러나 볶음 김치의 새콤한 맛 때문에 느끼함이 안 느껴졌어요. 고소한 맛만 느껴졌어요.
외국인이 김치로 요리한다면 딱 이런 것을 만들 것 같다.
그러니까 외국인들에게 김치를 먹이고 싶으면 이런 걸 먹이라고!
타코벨 김치 치즈 브리또는 외국인들이 매우 좋아할 거 같았어요. 생김치의 단점은 김치가 김치 볶음이 되면서 싹 사라졌어요. 여기에 치즈가 김치맛을 중화시켜주었고, 전체적으로 보다 서양 음식 느낌이 나게 만들어줬어요. 고소하면서 새콤하고 살짝 매운맛 있는 것 같은 맛이었어요. 이것은 홍보 조금 하고 고정 메뉴로 계속 팔면 인기 꽤 있을 것 같았어요. 잘만 하면 외국에 있는 타코벨 매장에서 특별 메뉴나 시즌 메뉴로 판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