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패스트푸드 체인점 음료 메뉴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요.
친구와 만나서 길을 걸어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일 맛있냐는 주제였어요.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마실 때가 많지만 맛은 그렇게 잘 아는 편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는 대체로 24시간 카페에서 밤새 책 보고 글을 쓰려고 할 때거든요. 밤새 책을 보고 글을 쓰려면 정신이 번쩍 들어야 해요. 그래서 곱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워 포션으로 개조해서 마셔요. 특별히 따로 주문하거나 할 건 없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한 후 시럽을 왕창 쏟아부으면 되요. 파워 포션 만들어서 마실 때는 최소 시럽을 5번 짜서 넣어요. 이러면 커피가 엄청나게 달아져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빠른 카페인 흡수와 빠른 당분 충전이 되어서 그냥 아메리카노 마시는 것보다 각성 효과가 차이나게 훨씬 더 뛰어나요. 각성제로는 너무 좋아요. 대신 맛이 엄청 달아지죠. 시럽을 먹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건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시럽을 넣는 건지 분간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제가 의견을 개진하기 보다는 예전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잘 즐겨 마신 친구 말을 듣는 쪽이었어요. 제가 의견을 말할 거라고는 요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순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 뿐이었어요. 예전에는 파워포션 만들어서 마셔도 마실 만 했어요. 쓴맛이 진해서 단맛이 강해도 둘 다 강하니까 괜찮게 마실 만 했거든요. 그러나 요즘은 어느 카페건 아메리카노 맛이 과거보다 많이 순해져서 시럽 안 짜넣고 마셔도 별로 안 써요. 오히려 시럽 넣으면 맛을 망쳐버리기 좋아요.
친구가 추천한 프랜차이즈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커피빈과 스타벅스였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만 따지면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맛있기는 해요. 그게 비싸서 그렇죠.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가장 큰 특징은 얼음이 매우 잘아요. 그래서 아주 더울 때 커피는 커피대로 빨아먹고 얼음은 별사탕처럼 씹어먹으면 매우 시원해요. 커피 자체도 맛있지만 얼음이 독보적이에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말할 필요 없구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아메리카노 기준이자 교과서 같은 맛이니까요. 커피에서 신맛 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 특성상 고소한 맛 강한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매우 인기 좋아요.
"엔제리너스 아메리카노는 너무 써. 그거는 진짜 써서 마시기 힘들더라."
"아!"
엔제리너스 아메리카노는 마셔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크게 공감되었어요. 엔제리너스 커피에서 아메리카노는 안 마셔봤지만 다른 것들은 마셔봤거든요. 엔제리너스 커피 특징은 맛이 엄청 독해요. 뭘 섞어도 결국 '커피 너가 짱 먹어라'에요. 전문가들 평가에서는 엔제리너스 커피 평이 항상 좋지만 일반인들이 마시기에는 상당히 독한 커피에요. 그런데 에스프레소에 물 타서 희석시킨 아메리카노는 맛을 순화시킬 거라고는 물 밖에 없으니 독한 맛이 제대로 다 느껴질 거에요.
"그러면 롯데리아 아메리카노도 그럴 건가?"
"아마 그럴껄? 엔제리너스가 롯데 꺼니까 롯데리아도 엔제리너스 기계 갖다 쓸 거야."
엔제리너스 커피는 롯데 꺼에요. 롯데리아도 롯데 꺼에요. 그렇다면 롯데리아에서 엔제리너스 기계와 원두를 가져와서 판매할 확률이 높았어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번 마셔볼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디저트 강자 롯데리아. 롯데리아 가보면 커피 시켜서 드시고 계시는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롯데리아는 왠지 엔제리너스 커피의 기계와 원두를 가져와서 판매할 거 같았어요. 그러면 퀄리티는 좋겠지만 엔제리너스 아메리카노 특징도 거의 그대로 다 갖고 있을 거였어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매우 궁금해졌어요. 그러나 그거 한 잔 마시러 롯데리아 가기는 귀찮았어요. 도처에 흔한 게 롯데리아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제일 가기 귀찮은 곳에 위치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바로 롯데리아거든요.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전부 의정부역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롯데리아만 농협에서 시장쪽으로 걸어들어가야 있었어요. 아니면 의정부시청 쪽으로 기어올라가야 있구요.
미루고 미루다 작정하고 롯데리아로 갔어요. 호기심이 귀찮음을 이겼거든요. 엔제리너스 커피 대신 롯데리아. 꿩 대신 닭. 이게 될 지 궁금했어요.
롯데리아로 갔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렇게 생겼어요.
생긴 건 평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였어요.
롯데리아 홈페이지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 '대용량 (20oz)으로 즐기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총중량은 530g이에요. 열량은 55kcal 이에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2500원이에요.
역시 엔제리너스 특징 그대로 다 가져왔네.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쓴맛이 상당히 공격적이었어요. 쓴맛이 꽤 날카로웠어요. 처음부터 쓴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삼킬 때 쓴맛이 혀뿌리를 콱 찌르고 지나갔어요. 다 삼키면 쓴맛이 올라왔어요. 쓴맛이 올라온 후에도 쓴맛이 여진을 일으켰어요.
그러나 써서 못 마실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 얼음이 녹아서 희석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작정하고 내렸으면 엄청 썼을 거였어요. 요즘 다른 카페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과 비교해보면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쓴맛이 확실히 자극적이고 강했어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커피라고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어요. 맛과 향이 하나도 약하지 않았어요.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맞먹을 정도였어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향은 고소한 맛이 강했어요. 아니, 그게 전부였어요. 엄청 고소했어요. 신맛은 아예 없었어요. 고소한 맛이 강해서 쓴맛이 강해도 맛있었어요.
"아, 시럽!"
시럽을 넣어서 마셔보기로 했어요. 직원에게 시럽을 달라고 했어요.
시럽 뒷면을 봤어요.
"역시!"
롯데리아 마크 옆에는 엔제리너스 커피 마크가 있었어요.
"시럽 괜히 넣었어!"
시럽을 넣자 맛이 완전 밍밍해졌어요. 시럽 안 넣고 마시는 것이 훨씬 나았어요. 시럽을 넣는다고 많이 달아지지 않았어요. 향과 맛만 약해진 거 같았어요.
웃긴 건 쓴맛이 시럽에 진압당한 것 같았지만 끝맛에서는 쓴맛이 줄어들어도 날카로웠다는 점이었어요. 송곳으로 찌르던 게 바늘로 찌르는 정도로 바뀌었어요.
"롯데리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애용해야지."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가격은 2500원인데 양도 괜찮았고 맛도 좋았어요. 쓴맛이 강하기는 했지만 고소한 맛도 상당히 강했어요. 어설픈 저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서 마실 바에는 2500원 내고 롯데리아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서 마시는 것이 훨씬 좋았어요. 길거리 돌아다닐 때 커피를 들고 돌아다니며 마시기에는 카페 아메리카노보다 롯데리아 아메리카노가 더 나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