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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이집트 식당 - 카이로 바베큐

좀좀이 2020. 6. 1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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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망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이집트 식당인 알리바바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자마자 이 말이 튀어나왔어요.


이태원에 있는 이집트 식당인 알리바바는 매우 오래된 아랍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에요. 거진 20년은 족히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대학교 입학했을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 당시 이태원에서 케밥 파는 식당은 터키식 케밥을 판매하는 살람 식당과 이집트식 케밥을 판매하는 알리바바 식당이었어요.


대학교 입학하고 살람 식당에 갔을 때 음식은 제 입맛에 아예 안 맞았어요. 처음 먹어본 양고기는 맛이 매우 이상했어요. 지금이야 냄새가 별로 안 나는 양고기가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오지만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양고기 자체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양고기는 냄새가 역할 정도였어요. 과장 안 보태고 지금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접하는 양고기의 냄새보다 최소 3배는 더 강한 냄새가 나는 고기였어요. 지금도 양고기는 요리사 실력보다 회전이 빠른 곳으로 가야 맛있는 양고기를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양고기 먹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별로 없었기 때문에 회전이 빠를래야 빠를 수 없었어요. 그러니 냄새가 적은 양고기를 수입한다 한들 엄청 심할 수 밖에 없었어요. 여기에 요구르트 맛도 입에 안 맞았구요. 달콤한 요거트 상상했다가 신맛만 나는 요거트를 먹으니 제게 음식을 사준 선배가 이걸 왜 맛있다고 좋아하는지 신기해 보였어요.


이태원에는 살람과 알리바바가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살람에서 먹은 것이 별로라서 알리바바를 갔다 온 대학교 동기에게 거기는 어떻냐고 물어봤어요. 대학교 동기가 거기는 음식 맛은 괜찮은 편인데 아랍인 암내 때문에 자기가 뭘 먹는지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절대 안 가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다 언론, 방송에서 하도 또 알리바바 식당에 대해 떠들어대자 궁금해서 가봤어요. 솔직히 진짜 맛없었어요. 제가 가본 우리나라 아랍 식당 중 독보적으로 최악이었어요. 그 돈 주고 먹은 게 너무 아까웠어요. 얌전히 예멘 음식 판매하는 페르시안 랜드나 갈 걸 뼈저리게 후회했어요. 예전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외국 음식을 먹어보기 어려웠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거에요.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도처에 외국 식당이 많이 있어요. 아랍 식당은 아직 많지 않지만 찾아보면 있어요. 의정부에서 대중교통으로 가기 고약한 곳에 많이 있는 편이라 문제일 뿐이죠. 아랍 식당은 인천에 여러 곳 있거든요. 인천에 아랍 식당이 여러 곳 있는 이유는 아랍인 중고차 바이어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오기 때문이에요.


서울도 찾아보면 몇 곳 있어요. 아니, 이태원에도 있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왜 하필 알리바바를 찍어서 갔는지 정말 의아했어요. 물론 원조격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네팔 식당 에베레스트, 우즈베키스탄 식당 사마르칸트와는 달라요. 에베레스트, 사마르칸트는 진짜 음식 잘 하는 곳이고, 알리바바는 그냥 오래되기만 했지 음식 못 하는 곳이거든요.


'카이로 바베큐 가볼까?'


이집트는 가본 적이 없어요. 이집트는 갈 기회가 상당히 많았지만 그때마다 안 갔어요. 거기를 언젠가 한 번은 가보지 않겠냐 했는데 진짜 갈 기회가 아예 없어져 버렸어요. 제 주변에는 이집트를 갔다온 사람이 많지만 저는 안 갔어요. 이집트 음식 첫 경험은 알리바바였고, 맛없어서 충격이었어요. 사람 혓바닥은 다 똑같은데 이집트인들이 이거 맛있어 하면서 먹을 거 같지는 않았어요. 이집트인들도 도망갈 맛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카이로 바베큐를 가보기로 했어요. 알리바바에서 무참히 실패했기 때문에 속으로는 독이 잔뜩 올라 있었어요. 여기도 실패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집트 음식을 절대 안 건드리기로 결심했어요.


카이로 바베큐에 갔어요. 식당 안에는 아랍인 뿐이었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서울 이집트 식당


훔무스, 양다리 볶음밥을 주문했어요.


이집트 훔무스


에피타이저인 훔무스가 먼저 나왔어요. 훔무스는 우리나라에서 '허머스'로 더 많이 알려졌어요. 그렇지만 원래는 허머스가 아니라 훔무스에요. 가격은 2천원이었어요. 가격이 매우 착했어요. 훔무스는 중동에서 매우 저렴한 음식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엄청 고급 음식이에요.


훔무스에는 병아리콩이 듬뿍 들어가 있었어요. 마요네즈도 들어가 있었어요. 병아리콩 100%로 만든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2천원이니 괜찮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훔무스를 제대로 잘 하는 식당이 거의 없어요. 제대로 만든 훔무스는 콩 비린내, 풋내 없고 엄청 고소해요. 이것은 마요네즈 맛이 조금 났고, 풋내는 안 느껴졌어요.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웠어요.


이집트 양다리 볶음밥


양다리 볶음밥이 나왔어요. 비리야니 위에 양다리가 올라가 있었어요. 근처 예멘 식당인 페르시안 랜드의 예멘 음식 만디와 얼핏 보면 비슷하게 생겼어요.


이집트 음식


양고기는 겉은 바짝 익어 있었어요. 속은 매우 부드러웠어요.


양고기


뼈를 잡고 포크로 살을 쉽게 발라내었어요.


밥에서는 후추향이 강하게 났고 짭짤했어요. 따로 간을 더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밥만 퍼먹어도 되었어요. 고기와 같이 밥을 떠먹었어요. 약간 거친 느낌이 있는 맛이었지만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어요. 실제 중동 지역 가서 먹는 음식 맛과 비슷했거든요. 고급 음식까지는 아니고 평범한 음식에 가까운 맛이었어요. 적당히 신기한 음식 경험하기 좋은 맛이었어요. 너무 한국화되면 재미가 없고 너무 원색적이면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둘 다 적당했어요.


여기는 맛 괜찮다.


알리바바보다 훨씬 더 맛있었어요. 이집트 식당을 소개할 거면 여기를 소개할 것이지, 왜 알리바바를 소개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어요. 이집트 음식 중 우리나라에 알려진 편인 캅사, 코샤리는 없었지만 이 정도도 충분했어요. 꼭 코샤리, 캅사를 먹고 싶다면 알리바바에 가야겠지만 특정 메뉴가 아니라 그냥 이집트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서라면 모스크 맞은편에 있는 카이로 바베큐가 더 나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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