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 환율 하락

좀좀이 2012. 9. 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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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환전을 하러 갔어요. 항상 환전하러 가는 곳이 있어서 거기로 갔어요.


"환율 얼마에요?"

"2720."


처음에 이 아저씨가 오랜만에 와서 마구 후려치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가게는 한 두 번 환전하는 가게도 아니고, 가게 주인 및 직원들과 서로 얼굴을 잘 아는 사이라 저한테 장난을 치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더욱이 다른 곳에서 이보다 더 준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환전했어요. 7월말에 1달러가 2850숨이었는데 한달 조금 지나서 가자 100숨이나 푹 떨어져서 많이 아쉬웠어요.


환율이 왜 이렇게 떨어졌나 생각을 해 보니 일단 9월 1일이 우즈베키스탄 독립기념일이었어요. 왠지 정부가 독립기념일 즈음 해서 물가를 낮추지 않았나 싶었어요. 이게 충분히 가능한 것이 실제로 물가가 조금 떨어졌거든요. 7월까지 신나게 뛰던 물가는 올해 3월 수준까지 떨어졌어요. 지금껏 물가가 폭등하는 것만 보았지,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한국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어요. 코카콜라 1.5리터의 경우 올해 2월 3000숨이었고, 여름에 3500숨까지 뛰었다가 지금은 다시 3000숨이 되었어요.


오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환율이 한때 2600대까지 떨어졌다가 그나마 지금 다시 오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그 떨어진 이유가 독립기념일 및 신차가 나와서라고 했어요.


새로운 차가 나와서 환율이 떨어진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어려워요. 하지만 여기의 통화정책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에요.


여기도 한때는 달러를 많이 썼어요. 달러를 거의 자국돈처럼 많이 썼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000숨이 400원 조금 넘어요. 최고액권이 400원이니 당연히 이 돈을 쓸 리가 없죠. 게다가 우즈베키스탄 숨의 가치는 꾸준히 폭락했구요. 정말 제가 무슨 사채업자, 도박꾼도 아니고 툭하면 돈뭉치를 주고 받으며 사는데 이게 정상적인 돈의 사용일 리는 없죠. 그런데 이게 일상생활이에요. 최고액권의 가치가 400원 정도 밖에 안 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숨을 안 쓰고 달러를 자꾸 쓰자 정부가 한 번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대요. 몰래 달러로 거래를 시도한 후, 시도에 응하면 바로 체포+벌금 물리기. 이렇게 자국 국민들간의 거래는 강제로 숨만 쓰게 만들었어요.


이 나라에서 자동차는 얼마일까요?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고 해서 자동차가 무조건 우리보다 훨씬 쌀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문제는 이것을 현지인들은 무조건 숨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 만약 자동차가 1000만원이라면 좋게 쳐주어서 450원으로 계산하면 1000숨짜리 지폐가 22223장이 필요해요.


22223장...상상이 되시나요? 여기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00장씩 묶어요. 그 뭉치가 자그마치 222뭉치! 한국에서 만원권 지폐로 222뭉치면 2억 2천 2백만원이에요. 솔직히 저 정도의 현금을 만져볼 사람은 정말 얼마 없죠. 한국에서는 정말 평생 한번에 저 만큼의 돈을 만져볼 일은 거의 없어요.


저 정도면 숨을 구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자동차가 1000만원이라면 한 사람이 차를 한 대 사기 위해 222뭉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한 사람 혼자 222뭉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차를 당연히 한 명만 원할 리 없죠. 너나 할 것 없이 원하죠. 그러다보니 숨의 가치가 갑자기 폭등한 거에요.


정말 희안한 통화정책이지만 정말로 이런 효과가 나타날 때도 있어서 웃고 있답니다. 하지만 달러를 환전해 쓰는 저의 생활은 조금 더 절약을 하며 살아야하죠. 이럴 줄 알았으면 7월에 왕창 바꾸어놓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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