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1일 0시 40분. 제주도의 대표적인 심야시간 번화가 중 한 곳인 제주시청 번화가에 도착했어요.
"어? 뭐 이렇게 사람이 많아?"
어떻게 된 것이 아까 친구들과 제주시청에서 만나서 같이 고기 구워먹고 밥을 먹었을 때보다 사람이 더 많아보였어요. 슬슬 가게가 하나 둘 문 닫을 시간이 되어서 손님들이 밖으로 나온 것 같았어요. 제주시청이 아무리 제주도의 대표적인 심야시간 번화가라 해도 서울처럼 새벽까지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아니에요. 새벽 1시쯤 되면 슬슬 파장 분위기에요. 이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고 좀 더 오랫동안 하는 술집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대학교 신입생 발표했을 건가?'
저는 제주도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했어요. 그래서 제주도에 있는 대학교의 문화는 잘 몰라요. 게다가 그 당시 2월에 저는 서울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구요. 서울에서 논술 시험을 치룬다고 1월 내내 서울에 있다시피 했고, 내려와서 얼마 후 합격 발표가 나자 서울 올라갈 준비를 했어요. 재수를 선택한 친구들도 있었고,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제주도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한 친구들도 꽤 많아서 주변 분위기가 즐겁게 놀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러다보니 이 시기에 졸업을 앞둔 제주도 고3 학생들이 어떤 분위기인지 잘 알지 못해요.
술집마다 사람이 많았어요. 이제 대학교 입학할 애들이 상당수였어요.
'여기 지금 촬영 못 하겠는데?'
거의 다 마스크를 벗고 있었어요. 낮에 본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어요. 제주시청 근처 번화가 촬영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어요.
'어서 신제주로 넘어가야겠다.'
신제주로 넘어가는 길에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어요. 시외버스터미널 주변 야경 풍경을 찍고 신제주 넘어가서 바오젠 거리를 촬영할 계획이었어요. 그 다음 신라면세점에서 롯데백화점으로 이어지는 길을 촬영할 계획이었구요. 어쨌든 이날 종점은 도두항에 있는 24시간 찜질방이었어요.
부지런히 걸었어요.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왔어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은 깜깜했어요. 리모델링 준비중인지 외부에는 그물망이 쳐져 있었어요.
'아...여기도 못 찍겠네.'
여기는 다른 이유로 촬영할 수 없었어요. 시청은 마스크 벗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촬영할 수 없었다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은 너무 깜깜해서 촬영할 수 없었어요. 시험삼아서 몇 초 찍은 후 확인해봤어요. 그냥 시꺼멓게 찍혔어요. 스마트폰에서 시꺼멓게 찍혔다면 PC로 봤을 때는 더 시꺼멓게 보일 거였어요.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뒤에는 제주 종합경기장이 있어요. 이쪽도 제주시에서 벚꽃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에요. 여기는 터미널보다 더 깜깜했어요. 범위는 상당히 넓은 구역이지만 전부 시꺼맸어요. 돌아다니며 찍어봐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검게 나올 것이 뻔했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들지?'
터미널에서 연동 입구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다리가 아팠어요. 매우 피곤했어요. 그럴 만 했어요. 밤을 새고 즉흥적으로 출발한 여행이었어요. 제주도 도착하자마자 촬영한다고 계속 돌아다녔어요. 게다가 과거 제주도에 살 때는 구제주에서 신제주로 걸어가더라도 보통 시청에서 시작했어요. 시청에서 놀다가 밤에 버스 끊기면 신제주에 있는 집까지 걸어가곤 했거든요. 그러나 이날은 칠성통부터 시작해 걷고 있었어요. 칠성통부터 곱게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촬영한다고 칠성통, 동문시장, 보성시장, 시청 골목을 다 돌아보고 신제주로 향하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칠성통에서 시청을 거쳐 신제주로 가는 길은 전부 오르막길이에요. 계속 지대가 높아져요.
의욕이 계속 꺾여갔어요. 어디 앉아서 쉬고 싶었어요.
'안 돼. 힘내야 해.'
그러나 쉴 수 없었어요. 어둠 속에서 돌아다니며 영상 촬영하러 온 것이었거든요. 스마트폰을 봤어요.
"어? 이거 왜 또 충전 제대로 안 돼?"
스마트폰 배터리가 계속 74%에서 더 못 올라가고 있었어요. 아까 카페에서 동영상 올린다고 PC에 계속 연결해놨어요. 그때 스마트폰이 노트북 컴퓨터 배터리로 충전되었어요. 거기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어요.
'아, 미치겠네.'
매우 신경쓰이는 일이었어요. 동영상 촬영이 최소 3개는 더 남아 있었어요. 바오젠 거리를 촬영해야 했고, 연동1길도 촬영해야 했어요. 여기에 도두항도 촬영해야 했구요. 이것이 최소 목표에 가까웠어요. 상황 봐서 연동1길은 촬영 안 할 수도 있었어요. 이것은 다음날 촬영해도 되니까요. 최고 많이 촬영한다면 바오젠 거리, 연동1길에 오일장과 도두항까지 촬영할 계획이었어요.
어디 주저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꽉 차 있었어요. 그러나 쉬지 않고 걸었어요. 공항 가는 길이 보였어요. 공항에는 불이 켜져 있었어요.
'저건 못 찍겠다.'
공항 진입로는 보통 차로 지나가기 때문에 그렇게 길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러나 실제 걸어보면 상당히 길어요. 게다가 경사도 심해요. 이건 그냥 무리였어요.
공항진입로를 뒤로 하고 연동으로 들어갔어요. 연동 들어오자마자 건물 외부에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는지 찾아보며 걸었어요. 스마트폰이 보조배터리로 충전이 잘 안 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대로 된 전기 콘센트에 충전기를 이어서 조금이라도 충전해야 했어요.
어느덧 바오젠거리 입구 근처까지 왔어요. 빌딩 옆에 콘센트가 보였어요. 자리에 주저앉아 콘센트를 연결하고 스마트폰을 연결했어요. 충전이 되었어요. 매우 더디게 충전되었어요. 그래도 일단 이렇게라도 조금 충전하면서 잠시 쉬기로 했어요. 다리가 정말 아팠거든요.
한참 기다리자 1% 충전되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바오젠 거리로 들어갔어요.
'제원사거리 번화가도 찍을까?'
제원사거리 번화가도 촬영할까 잠시 고민했어요. 제원사거리 번화가는 제주시 신제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에요. 보통 간단히 '제원'이라고 부르는 곳이에요. 제주도에서 '제원에서 만나자'고 하면 제원사거리 번화가를 의미해요. 구제주 심야시간 번화가는 제주시청이고, 신제주 심야시간 번화가는 제원사거리에요.
'일단 촬영하고 나서 생각하자.'
바오젠 거리 심야시간 촬영을 마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바오젠 거리 심야시간 사진을 찍은 후 제원사거리 번화가를 걸으며 어떻게 할 지 결정하기로 했어요.
먼저 영상을 쭉 찍었어요. 그 후 되돌아나오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새벽 2시. 누웨마루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간간이 있었어요.
예전에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이 길거리에 특별한 이름은 없었어요. 그 당시에도 이 길은 제주시에서 번화가였어요. 식당과 술집 있는 골목이었거든요. 여기에 신제주 종합시장이 이 길에 있었어요.
이 길거리 이름이 처음 바오젠 거리로 이름이 바뀌었을 때, 제주도 사람들 거의 전부 어이없어했어요. 하필 이름이 바오젠 거리로 명명된 것은 제주도에서 대대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어요. 당연히 대부분 하다하다 이제는 멀쩡한 길 이름조차 중국인들한테 아부떨기 위해 중국어로 이름 붙이냐고 황당해했어요.
그리고 바오젠 거리는 가뜩이나 중국인 무비자 입국 시행중인 제주도 이미지에 먹칠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되었어요. '바오젠 거리'라는 이름만으로 제주도가 중국 식민지라는 놀림 듣기 딱 좋았거든요.
실제로 사드 보복으로 중국이 한한령을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바오젠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아주 득시글한 지역이었어요. 중국인 상대로 하는 가게들과 환전소가 많은 곳이었어요. 바오젠 거리부터 신라면세점까지, 그리고 신라면세점부터 롯데면세점까지 이어지는 길은 중국인 관광객과 이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로 가득했어요.
당연히 주민들은 상당히 싫어했어요. 당장 이 바오젠 거리에서 큰 길로 나가 길 건너편에는 제주도에서 오래된 편에 속하는 아파트 대단지인 제원아파트가 있어요. 여기는 사람들 꽤 많이 거주하는 곳이에요. 신제주 제원아파트 및 그 주변 자체가 대부분 일반 거주지에요. 호텔 몇 개 있기는 하지만요. 제원사거리가 서울로 치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점가 정도에 해당하는 곳이에요. 아파트 단지에 있는 상점가가 갑자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이 되었다고 상상하면 이 일대 주민들 기분이 어땠을지 조금 이해될 거에요. 아무리 과거 '그랜드 호텔' - 현재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이 있어서 관광객이 좀 있는 동네였다고 해도요.
과거 주변 호텔에서 투숙객들 놀러 나오는 정도는 그래도 감당할 수 있었어요. 문제는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들어서면서 제주도에 있는 모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 이쪽으로 몰렸다는 거에요.
그러나 한한령 이후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어요. 확실히 많이 쾌적해졌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또 넓은 시야로 봐야지 어쩌구 저쩌구 떠들어댈 거에요.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해요. 관광지 주민들도 관광업에 대해서는 출퇴근 개념을 원해요. 관광지로 출근하고 밤에는 자기 동네, 자기 집 와서 쉬는 거요. 애초에 관광객 받으려고 만든 곳도 아닌 일반 주택가와 거기에 딸려 있는 상점가 수준인 곳에 관광객을 한도 이상으로 쏟아붓는 게 잘못된 거라는 거에요.
제주도가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제주도 무비자 정책을 일시 중단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사건 사고도 크게 줄어들어 치안이 매우 좋아졌다는 고향 친구 말이 떠올랐어요. 충분히 납득 가는 이야기였어요.
과거 신제주 종합시장이 있던 자리가 나왔어요. 신제주 종합시장 건물은 없어졌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 있었어요.
어렸을 적 어렴풋 떠오르는 신제주 종합시장은 다른 시장과 다른 점이 있었어요. 시멘트로 진열대를 만들어놓고 상품을 전시해놨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때의 기억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갔을 때 꽤 놀랐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시장들이 딱 과거 신제주 종합시장과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우즈베키스탄의 재래시장은 신제주 종합시장과 비슷한 모습이었고,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소련식 백화점 상품 구입 방법은 과거 제주시 관덕정에 있던 공무원 슈퍼와 매우 비슷했어요. 그게 우즈베키스탄 처음 갔을 때 매우 신기하고 놀라운 점 중 하나였어요.
물허벅을 메고 있는 제주도 여성 석상과 해녀 석상. 한때 전형적인 제주도 기념품 중 하나였어요. 저 둘 다 제주도의 상징 같은 존재였어요. 특히 물어벅을 진 여인 석상은 가끔 저 물허벅에서 물이 졸졸졸 나오게 만들어 분수처럼 장식해놓는 경우도 있었어요.
한한령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그 후에 바오젠 거리를 누웨마루 거리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시 누웨마루 거리 입구로 돌아왔어요.
위 영상은 이때 촬영한 제주도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 누웨마루 거리 심야시간 영상이에요.
아래 영상은 이때 제주도 도착하자마자 가서 촬영한 평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 누웨마루 거리 풍경 영상이에요.
낮에 촬영한 풍경과 밤에 촬영한 풍경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에요.
영상 촬영을 마친 후 제원사거리가 있는 큰 길로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