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로 쇼핑거리에서 나오자 산지천이 나왔어요. 산지천 맞은편은 동문시장이었어요. 산지천을 바라봤어요.


'아놔, 여기 영상 찍으면 예쁘게 나올 건데...'


산지천은 조명이 매우 잘 되어 있었어요. 산지천도 원도심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였어요. 산지천 복개 구조물을 철거하고 복원 공사를 하면서 예쁘게 잘 정돈해놨거든요. 그래서 낮에는 관광객이 잘 찾는 곳이 되었어요. 동문시장이 있는 동문로타리에서 산지천을 따라가면 탑동까지 쭉 갈 수 있었어요. 산지천도 복개 구조물을 철거하고 복원공사를 하며 잘 정돈한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히는 곳이에요.


문제는 바로 이 일대가 매우 안 좋은 지역이라는 점이었어요. 산지천은 불법 성매매업의 온상이에요. 과거부터 제주도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으로 악명높았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오죽하면 산지천을 '쌍지촌'이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여기는 타지역 불법 성매매 밀집지역처럼 유리방 영업이 이뤄지는 곳은 아니에요. 제주도에 유리방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없어요. 대신 일명 '여관바리'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에요. 칠성로 및 산지천 일대 노후 여인숙 같은 곳에서 불법 성매매가 행해지고 있어요. 호객꾼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산지천 주변에 있으면서 산지천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애하고 가라고 불러요.


어둠 속의 산지천. 산지천을 따라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어요. 과거 청량리역 앞처럼 옷깃을 꽉 붙잡고 놀다 가라고 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제가 영상을 찍으며 걸어가면 저를 향해 걸어오며 '총각, 연애하고 가'라고 부를 거였어요. 이건 영상으로 차마 찍을 수 없었어요. 찍고 전부 모자이크 처리하는 게 일이거든요. 영상에서 계속 '총각, 연애하고 가'라고 부르는 소리는 생생히 녹음될 거였구요. 그 소리를 다 지우면 영상이 당연히 엄청나게 재미없을 거였어요.


'그냥 동문시장 가자.'


동문시장 쪽은 이런 호객꾼 아주머니, 할머니가 없는 곳이에요. 그래서 길을 건너 동문시장으로 갔어요.


'여기 아까 사진 찍었지?'


스마트폰으로 아까 저녁에 동문시장 왔을 때 찍은 사진이 있나 살펴봤어요. 사진이 있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동문로타리


동문로타리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제주도 해병대원들을 기리기 위한 해병대 충혼탑이 있어요. 해병대 충혼탑 옆에는 워싱턴 야자수가 심어져 있어요. 이 야자수 나무는 볼 때마다 참 신기한 야자수 나무에요. 제주도는 바람 없는 날이 바람 있는 날보다 훨씬 많아요. 오히려 바람 안 부는 날이 신기한 날일 정도로요. 게다가 동문로타리는 바닷가에요. 여기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탑동 바닷가거든요. 게다가 제주도에 나무가 부러지고 뽑히는 강력한 태풍이 여러 차례 왔어요. 그런데도 이 야자수 나무들은 부러지지 않고 굽지도 않고 곧게 쭉 높이 자라고 있어요.


이렇게 길고 높은 야자수는 처음부터 길고 높았던 것이 아니에요. 제 기억에 이 야자수 나무는 예전에는 해병대 충혼탑과 비슷한 높이였어요. 그게 쭉쭉 자라서 이제 해병대 충혼탑 높이의 2배 될 정도까지 자란 거에요. 저 야자수 나무들이 저렇게 높이에 비해 매우 가늘은 줄기를 갖고 저 높이까지 올라간 거 자체가 신기해요. 제주도에서 살 때 강력한 태풍과 바람을 꽤 겪어봤기 때문에 저건 볼 때마다 참 위태롭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도 참 위태롭게 보였는데 지금은 키가 더 커져서 더 위태롭게 보였어요.


제주도 제주시 산지천


바로 위 사진이 산지천 사진이에요. 아까 저녁에 동문시장 모습 영상 찍으러 왔을 때 찍은 사진이기 때문에 호객꾼 아주머니, 할머니 모습은 없어요.



위 영상이 몇 시간 전 동문시장에 가서 촬영한 영상이었어요. 이때 촬영하며 걸은 동선과 비슷하게 걸을 계획이었어요.


제주 동문시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동문시장


시장 안에는 인기척이 아예 없었어요. 조명은 밝게 켜져 있었어요. 수족관에서 물 소리가 들렸어요.


아무 말 없이 동문시장 안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쭉 촬영했어요. 사람이 없는 시장 풍경은 그 자체가 괴이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쉬고 있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시장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장소이고, 그런 이미지에요. 사람이 싹 사라진 시장 풍경은 어색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에요.


동문시장을 한 바퀴 돌고 동문로타리로 나가서 다른 입구로 들어갈 계획이었어요. 동문로타리쪽으로 거의 다 왔을 때였어요. 갑자기 아주머니가 편의점에서 나왔고, 뒤이어 편의점 직원이 밖으로 나왔어요.


'어머니랑 아들인가?'


동문로타리로 가까워질 수록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동문로타리로 나와 무슨 일인지 봤어요.


'아...망할...'


노숙자 두 명이 싸우고 있었어요. 아주머니가 편의점 직원을 불러서 나온 이유는 둘 다 술 취한 상태라 둘 다 멈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주먹질하며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어요. 하필 그 모습도 영상에 찍혔어요.


'이건 무조건 잘라서 버려야겠다.'


나중에 이 부분은 잘라서 버려야 했어요. 지나가던 다른 아주머니가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어요. 그러자 편의점 직원은 자기가 경찰에 연락했다고 대답했어요.


노숙자 둘 다 술 취해서 싸우고 있는 상황. 노숙자들끼리 술 취해서 싸우는 경우에는 안 건드리는 것이 답이에요. 잠시 후 경찰이 왔어요. 노숙자 한 놈이 도망가려다 경찰에 잡혔어요. 경찰은 둘에게 왜 싸웠냐고 물어봤어요. 싸운 이유는 허무할 정도로 어이없었어요. 한 노숙자가 쌀을 들고 가고 있는데 다른 노숙자가 눈 마주치더니 다짜고짜 때리기 시작했대요. 둘은 서로를 모른대요. 그렇게 싸움이 발생한 것이었어요.


시비 걸린 노숙자는 시비 건 노숙자를 반드시 처벌하기를 바랬어요. 경찰서 끌고 가야 한다고 했어요. 경찰은 현장에서 적당히 무마하고 싶어했지만 시비 걸린 노숙자 뜻이 매우 완강했어요. 편의점 직원이 나와서 담배를 태우며 경찰이 싸우던 노숙자 두 명을 어떻게 처리하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어요.


"여기 노숙자들 많죠?"

"예."


제주도는 삼무의 섬이라고 해요. 옛날에는 제주도에 도둑 없고 대문 없고 거지 없는 섬이라고 삼무의 섬이라고 했대요. 도둑과 대문 없는 시절은 까마득히 옛날 이야기에요. 제가 어렸을 적에 도둑 있었고, 집집마다 대문도 있었거든요. 그러나 거지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없었어요. 노숙자는 TV로나 보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제주도 건설현장에 일하러 육지에서 왔던 일용직 인부들 중 일부가 노숙자로 전락했어요. 이때만 해도 육지로 되돌아가기 위한 비행기표, 배삯이 꽤 비쌌을 때에요. 이 당시에는 국내 항공사가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만 있었을 때니까요. 그래서 육지로 돌아갈 돈 없어서 눌러붙어 노숙자 생활을 하는 노숙자가 이때부터 많이 생겼어요. 이들이 몰려 있는 곳은 산지천 및 탑동 일대였어요. 지금도 산지천 및 탑동은 노숙자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에요.


"저렇게 행패부리는 경우 많아요?"

"진짜 많아요. 자기들끼리 기분 좋아서 술 먹다 저렇게 싸워요. 저도 두 번 맞아봤어요."

"아..."

"노숙자들이 돈도 없고 노숙하는 것보다 감방이 낫다고 아주 배째라에요. 맞아봐야 합의금도 못 받아요. 그렇다고 때리면 보상금 줘야 할 수 있어서 같이 때릴 수도 없구요."


산지천, 탑동 일대 노숙자는 제주도 사회에서 엄청난 골칫거리에요. 제 친구 중 제주도에서 탑동 쪽에서 근무했던 공익이 있어서 이들 이야기를 예전에 많이 들은 적 있어요. 노숙자 보호 시설이 있지만 거기는 술, 담배 못 한다고 어떻게든 안 들어가려고 한대요. 그 친구 말로는 지나치게 행패부리는 노숙자한테는 오히려 그런 노숙자 보호 시설에 집어넣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한대요. 일반인들은 노숙자 보호 시설이 부족해서 노숙자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달라요. 노숙자들이 오히려 거기는 자유롭게 술, 담배 못 한다고 오히려 안 들어가려고 해요. 이건 제주도 뿐만 아니라 노숙자 득시글거리는 곳 대부분에서 마찬가지에요.


경찰이 노숙자 두 명을 경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갔어요. 길거리가 다시 조용해졌어요. 다시 동문시장 안으로 들어가 촬영을 재개했어요.


제주도 2박 3일 심야시간 야간 여행 여행기 어둠의 소리 03 - 제주도 제주시 동문시장 심야시간 풍경


아래 영상이 바로 이때 찍은 제주도 제주시의 가장 큰 상설 재래시장인 동문시장 심야시간 야경 풍경 영상이에요.



노숙자 두 명이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출동해 노숙자를 잡아가기 전까지 시간을 날려야 했어요. 11시 반에 칠성통에서 영상 촬영을 시작해서 다행이었어요. 사실 서울이라면 자정이 심야시간 풍경 촬영하기에는 약간 이른 감이 있지만 제주도는 11시만 되어도 심야시간이라 불러도 되요.


'조금 일찍 시작해서 다행이네.'


밤새 걸어야하는 길이 상당히 길었어요. 촬영을 조금 일찍 시작해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지 않았어요.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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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거, 상황 타격이 정말 크군요... ㅠ.ㅠ

    2020.02.16 11: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밤이라 사람 없는 거에요 ㅋㅋ;; 지금은 진짜로 없을 수도 있겠네요

      2020.03.03 17:30 신고 [ ADDR : EDIT/ DEL ]
  2. 동문시장 딱 2번 방문해봤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바글바글 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상황이 이렇다니 안타깝네요ㅜㅜ

    2020.02.16 15: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제주도 노숙자 문제가 꽤 있군요. 이분들이 원래 육지분들이라니 타지에서 많이 이주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예가 되네요.
    제주 토박이 분들은 지난 30년간 정말 많은 변화를 목격하셨겠어요.

    2020.02.16 16: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섬지역은 저런 문제가 있어요. 곱게 정착하면 좋은데 정착 실패하면 바로 사회문제가 되어버려요. 이민자들 많은 나라들도 아마 이와 비슷한 문제 겪고 있을 거에요...초가집부터 고층 아파트까지 쭉 목격했어요. 진짜로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에 초가집 몇 채 있었거든요 ^^;

      2020.03.03 17:3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