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예습의 시간 (2019)

[일본 여행] 예습의 시간 - 36 일본 도쿄 야나카 사원 마을 Yanaka Buddhist Temple town in Tokyo, Japan

좀좀이 2019. 12. 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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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에서 조금 더 걸어가서 센다기역 쪽으로 내려가면 되겠지?"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물 먹은 걸레 꼴이 되었어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어요. 혀 내두르게 습하고 더웠어요. 그나마 날이 조금 흐려서 햇볕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어요. 햇볕까지 쏟아지는 날이었다면 감당 안 되었을 거에요. 일단 길은 맞게 가는 것 같았어요. 기념품점에서 받은 지도와 구글 지도를 비교해보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어요. 오르막길을 다 올라왔어요.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쭉 내리막길을 걸어가며 절이 엄청나게 모여 있는 곳을 걸어가는 길이 나올 거였어요.


'여기는 공동묘지도 있고 절도 있고 대체 뭐지?'


오르막길 끝 너머는 공동묘지. 야나카 공동묘지로 가는 길이었어요. 예쁜 길거리도 있고 공동묘지도 있고 절도 많이 있는 동네였어요. 관광객 입장에서는 소박하면서 독특한 것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공동묘지와 절이 많은 동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통 이런 동네는 관광지 보다는 귀신 많이 출몰하기로 악명높은 심령스팟이어야 더 어울렸어요. 귀신 나올 것 같지 않았지만 절도 많고 묘지도 많았어요.


"여기는 귀신 안 나오나?"

"글쎄?"


야나카 쪽이 심령스팟으로 유명하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요. 친구는 여기가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했어요. 일본 괴담 중 유명한 심령스팟이 몇 곳 있어요. 야나카는 거기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주카이 숲 같은 것이 꼭 들어가구요. 한국에서는 무서운 곳으로 망우리 공동묘지가 있어요. 망우리 공동묘지 자체에 대한 괴담은 별로 없지만 망우리 공동묘지 가서 본 사람들 중 몇몇은 귀신이라는 말은 서울 올라온 후 무서운 동네 이야기할 때마다 여러 번 들어봤어요. 망우리 공동묘지 가면 백주대낮에도 가끔 발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귀신이라는 이야기요.


일본 문화


일본 여행


건물 하나가 나왔어요. 이것도 절이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절 같아보이지 않았어요.


이 건물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일본 묘지


"이거 다 무덤 아냐?"


아까 야나카 공동묘지를 보면서 일본 무덤이 어떻게 생겼는지 봤어요. 야나카 공동묘지에 있던 것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어요. 커다란 죽간 같은 길다란 나무판들. 그리고 석비. 일본 묘지가 바글바글했어요. 좁은 공간에 무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어요.


"여기는 뭔데 묘지가 이렇게 많아?"


여기는 감성 동네가 아니라 묘지 동네 아냐?


야나카긴자와 그 주변은 소소하고 독특한 것 없어보이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많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 놀러가는 곳일 거에요. 그러나 그 인근은 묘지가 많았어요. 야나카 공동묘지가 있었고, 이렇게 또 묘지가 있었어요. 망우리 공동묘지 급은 아니지만 묘지가 매우 많이 몰려 있는 곳이었어요. 한국처럼 커다랗게 봉분을 만드는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에 매장되어 있는 시신도 합쳐보면 꽤 많을 것 같았어요.


일본 야나카 사원 마을


지도를 보며 길을 걸어갔어요.


일본 불교 절


절 같은 건물이 있었어요.


일본 불교 석등


"여기도 묘지네?"


일본 공동묘지


절 안에 공동묘지가 있었어요. 여기는 그래도 얇고 긴 나무판으로 만든 묘비가 아니라 반짝이는 검은 석재로 만든 묘비가 가득했어요. 현대적이고 새로운 느낌이 있는 무덤이었어요.


"설마 절마다 무덤 있나?"


지도를 보면 절이 매우 많이 있었어요. 만약 절마다 공동묘지가 있다면 여기는 사원 마을이 아니라 망우리 공동묘지 옆에 있는 상덕마을, 딸기원 뺨치는 공동묘지 마을이었어요. 절마다 공동묘지가 형성되어 있다면 범위도 망우리 공동묘지 못지 않았어요.


일본 목조건물


매우 오래되어 보이는 목조 건물이 있었어요.


일본 전통 가옥


신기해서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우리나라에는 2층 목조 건물이 별로 없거든요. 가끔 적산가옥이라고 부르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지어서 살던 집을 보면 이것과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1950년대까지 지어진 집을 보면 이것과 비슷한 모습이에요. 1층보다 2층 천장이 낮았어요. 1층보다 2층 면적이 좁았구요. 이런 형태를 유지한 건물들이 우리나라에도 잘 찾아보면 여기저기 조금씩 남아 있어요. 굳이 전라북도 군산까지 안 가고 서울만 뒤져봐도 있어요.


일본 목조 주택


'돈의동 쪽방촌 건물이랑 꽤 닮았네.'


서울 돈의동에는 서울 5대 쪽방촌 중 하나인 돈의동 새싹마을 쪽방촌이 있어요. 과거 '종삼'이라 불리던 서울 최대 윤락가가 있던 자리에 윤락업이 퇴출당하고 숙박거리로 이용되다 쪽방촌이 된 곳이에요. 거기 있는 건물들 모양이 이 목조 주택과 약간 비슷하게 생겼어요.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이것과 비슷한 구조를 토대로 지어올린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길을 따라 계속 걸었어요.


도쿄여행


절이 하나 나왔어요.


일본 불교 사원


"여기 무슨 절이지?"


입구에 안내문이 있었어요.


일본 관광 안내


카노 호가이 무덤이래요. 일본 도쿄 다이토구에 있는 역사적인 곳이래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佛敎


이 절 이름은 장안사 長安寺 였어요.


일본 여행 여행기 예습의 시간 - 36 일본 도쿄 야나카 사원 마을 Yanaka Buddhist  Temple town in Tokyo, Japan


법당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어요. 잠시 앉아서 쉬며 땀을 닦았어요.


"여기 느낌 매우 독특한데?"


한국 불교 절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아사쿠사 센소지와 서울 조계사와의 느낌 차이가 양국의 큰 불교 사원이 갖고 있는 차이라면, 여기는 양국의 조그만 불교 사원이 갖고 있는 차이가 뚜렷하게 보였어요.


일본 도쿄 여행


仏教


절 뒷편에는 공동묘지가 있었어요.


日本 墓


japanese style tomb


"아, 여기 아까 거기구나!"


조금 전에 길을 걸어오다 담 너머로 봤던 공동묘지가 바로 여기였어요.


'여기는 망자들의 긴자인가?'


아까 걸어다니며 구경했던 야나카 긴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었어요. 여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절과 무덤만 많이 있는 곳이었어요. 절마다 이렇게 무덤이 있다면 망우리 공동묘지 저리 가라 할 만큼 무덤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었어요. 한국처럼 무덤을 봉분 올려서 널찍하게 만들어놓지 않았어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여백을 어떻게든 없애고 싶었는지 묘지 면적이 좁고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어요. 이 무덤마다 무덤 주인인 귀신들이 나오면 망자들의 긴자가 될 판이었어요.


일본 가옥 구조


일본 주택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열려 있는 문을 찾지 못했어요.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이렇게 주변을 구경하면서 센다기역까지 쭉 갈 거였어요.


trip in Japan


일본 도쿄 골목길 여행


목조 주택은 얼마 전까지 떨어진 빗물을 잔뜩 먹어 더욱 꿉꿉하고 습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어요.


일본 상점


'여기 사람은 무덤 하나도 안 무서운가?'


근처에 무덤이 수두룩 빽빽하지만 아무렇지 않았어요. 평범한 일상 잔잔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조용한 동네 골목길 풍경이 이어졌어요.


일본 도쿄 여행


trip in tokyo


'이거 참 일본답네.'


東京


아기자기하고 질서 있게 집 앞을 잘 꾸며놨어요. 그리고 여백의 미는 없었어요. 여백의 미가 느껴져야할 유리창 너머조차 유리창에 뭘 걸어놔서 여백의 미가 없었어요. 유리창 너머에 무언가를 걸어놔서 사진을 찍으면 아웃포커싱으로 뭉개진 것처럼 예쁘게 나왔어요. 별 것 아니고 놀랄 것도 아니었지만 정말 일본다운 모습이었어요. 어떻게든 최대한 빈 공간을 남겨놓지 않으려 한 것이 보였어요.


'이러니 무덤도 그렇게 몰아넣지.'


공동묘지를 보면 귀신 밀도가 세계 최고였어요. 한국이라면 귀신들 숨 못 쉬겠다고 고개 절레절레 저을 모습이었어요. 지금이야 땅이 부족해서 예전처럼 크게 봉분 짓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요. 일본은 예전부터 최대한 무덤을 빽빽하게 지어 귀신 밀도를 최대한 끌어올렸어요.


'귀신들이 심심하지는 않겠다.'


무덤에서 귀신이 나오면 바로 옆에 또 귀신. 귀신들도 나오자마자 각 잡고 무릎 꿇고 얌전히 앉아있어야만 할 정도였어요. 귀신 밀도를 극단적으로 높여놓으면 귀신들끼리 또 남에게 피해주지 말라고 서로 얌전히 있을 거에요. 그 유명한 일본의 '메이와쿠' 迷惑 めいわく 끼치지 말라는 문화가 귀신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게 생겼어요. 참고로 메이와쿠는 '민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어요. 그 범위가 한국보다 더 엄격하기는 하지만요.


Yanaka Buddhist  Temple town


일본 도쿄 야나카 사원 마을 길을 걸어가며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일본 펌프


녹슨 오래된 펌프가 있었어요.


일본 길거리 청결


길거리는 매우 깨끗했어요. 여기에 불법 주차 차량만 가득 세워놓으면 한국화 완료. 도로 주차가 한국과 일본 풍경을 구분하게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으면서 씁쓸했어요. 3월에 제주도 다녀온 것이 떠올랐어요. 차가 미어터져서 아비규환 상태인 제주시. 길거리 주차조차 다 미어터져서 어디를 사진 찍든 차가 수두룩 빽빽하게 나오던 그 곳. 일본은 무덤이 초밀집, 한국은 노면주차가 초밀집.


절이 계속 나왔어요.


일본 지장보살


절 앞에 지장보살 석상 6기가 서 있었어요.


일본 불상


일본 불교 절


아까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지장보살상과 비슷하게 생긴 지장보살 석상 6기 사진을 찍었어요.


일본 지장보살 믿음


절을 둘러봤어요.


일본 불교


대충 둘러보고 다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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