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이 있다 (2019)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영등포 쪽방촌

좀좀이 2019. 11. 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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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밤.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어요.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밤 9시 조금 넘자 비가 그쳤어요. 친구와 헤어져 의정부 자취방으로 돌아왔을 때 시각은 2019년 11월 10일 밤 11시 40분이었어요. 길거리 땅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비는 안 내리고 있었어요. 비가 내려서 기온은 차가워지고 있었어요. 으슬으슬 추운 밤이었어요.


'영등포 쪽방촌 갈까?'


문득 영등포 쪽방촌을 가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방바닥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영등포 쪽방촌. 거기는 정말 무서운 곳이야.


아니, 영등포역 그 자체가 서울에서 최악의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지.


영등포역이란 혼란, 혼돈, 카오스 그 자체인 곳. 유럽 국가에서 기차역이 위험하다는 말이 꽤 있어요. 대체 어떻길래 기차역이 위험한지 궁금하다면 영등포역을 가보면 되요. 영등포역은 유럽 여행 튜토리얼 삼아서 가봐도 좋은 곳이에요. 당연히 우아하고 엘레강스한 그런 거 말고 어떻게 보면 리얼 유럽을 느껴보기 위해서요. 일본인들 사이에는 '파리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대요. 프랑스 파리에 대해 엄청나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여행갔는데 실제 파리의 지저분하고 더러운 모습 보고 충격받는 것을 말한대요. 영등포역은 그런 '파리 신드롬 예방주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졌어요. 그 '조금 나아진 것'이라는 것이 버스 전용차로가 생겼고, 인도 옆 불법 포장마차들을 싹 밀어버린 것 뿐이에요.


우스갯소리로 서울 노숙자 3대장, 서울 노숙계의 SKY 라고 불리는 곳이 있어요. 서울역 S, 종각 K, 영등포역 Y에요. 정말로 노숙자로 악명 높은 곳들이에요. 이 중에서 영등포역 노숙자가 제일 위험해요. 영등포역 노숙자는 사납고 시비 거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과거에는 서울역이 단연 원톱이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영등포역이 서울역과 맞먹어요. 능가했을 수도 있구요. 서울역은 서울의 관문 중 하나라 그래도 많은 관심을 받고 신경쓰는 사람도 꽤 있어요. 그에 비해 영등포역은 서울역에 비해 관심도가 많이 떨어져요.


영등포역 쪽방촌. 거기는 진짜 위험한 곳이야.


쪽방촌이 고시원과 거의 똑같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난 후, 쪽방촌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겨울에 얼어죽고 여름에 쪄죽게 생긴 1평 반 남짓 되는 열악한 고시원에서 2년 살아봤거든요. 그때 그 생활과 쪽방 생활은 별로 다를 것 없어 보였어요.


서울 5대 쪽방촌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서울 중구 남대문5가 쪽방촌,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이에요. 이 중 창신동 쪽방촌과 돈의동 쪽방촌은 가봤어요. 두 곳을 가본 후 열악한 고시원과 비슷하다는 걸 알고 쪽방촌은 안 갔어요. 그런데 며칠 전 남대문5가 쪽방촌을 갔다 왔어요. 어쩌다보니 서울 5대 쪽방촌 중 세 곳을 가봤어요.


동자동 쪽방촌과 남대문5가 쪽방촌은 둘을 묶어서 서울역 쪽방촌이라고도 해요. 여기에 갈월동 쪽방들도 포함시켜서 보다 큰 권역으로 묶기도 하구요. 이렇게 '서울역 쪽방촌'으로 본다면 서울 5대 쪽방촌은 서울 4대 쪽방촌으로 줄어들어요. 그리고 서울 4대 쪽방촌으로 본다면 서울 4대 쪽방촌 중 제가 안 가본 곳은 오직 하나 - 영등포 쪽방촌만 남아 있었어요.


그러나 영등포 쪽방촌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어요. 솔직히 쪽방촌은 위생적으로 불결한 장소이기는 해요. 쪽방촌 거주민이란 도시 빈민 중 최하층에 속하는 계층이에요. 일반 거주자와 노숙자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쪽방 바로 아래가 노숙자거든요. 그리고 노숙자들이 돈 좀 생기면 쪽방으로 잠시 들어가기도 하구요. 반대로 쪽방에서 지내다가 돈이 없어서 노숙 생활을 경우도 있어요.


거주민을 기준으로 봤을 때 쪽방과 노숙의 경계는 그렇게까지 확실히 구분되지 않아요. 돈이 있으면 쪽방 들어가고 없으면 나와서 노숙하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쪽방 같은 경우에는 보증금이 없기 때문이에요. 보증금이 없고 하루 숙박비가 충격적일 정도로 저렴하다 보니 이렇게 노숙과 쪽방 살이를 왔다갔다 하는 거죠. 여기에서 조금 사정이 나아지면 여관방 같은 곳에서 달세 살이를 하거나 고시원 들어가는 거고, 여기에서 더 사정이 나아지면 그때 달동네로 들어가요. 달동네부터는 비록 부유하지 않고 누추하기는 해도 제대로 '집'에서 사는 사람이라 볼 수 있어요.


영등포역이 더럽고 위험한 곳인 이유의 중심에 영등포 쪽방촌이 있어요. 단순히 쪽방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이 주변은 노숙자들이 노숙하며 지내는 곳이기도 해요. 이 문제 때문에 영등포역은 지하철 막차가 끊기면 입구 셔터를 내리고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해요.


더 문제인 게 하나 더 있었어요.


여기 아직도 창녀촌 운영되는 곳이야.


영등포 쪽방촌은 크게 2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하나는 영등포역 바로 옆에 있어요. 여기는 노숙자들이 바글거리는 곳. 그리고 길 건너 타임스퀘어 뒷편에 또 쪽방촌이 있어요. 바로 여기가 아직도 영업중이라고 하는 영등포 창녀촌 있는 곳이에요. 서울 5대 쪽방촌 모두 시작은 사창가였어요. 그 중 일명 '종삼'이었던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일명 '양동'이었던 서울 중구 남대문5가 쪽방촌,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창신동 창녀촌이었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은 더 이상 사창가가 없어요. 그렇지만 영등포 쪽방촌에는 아직도 사창가가 운영되고 있어요.


그냥 평범한 곳이어도 쪽방촌은 그 자체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곳이에요. 그런데 영등포 쪽방촌은 심지어 서울 5대 쪽방촌의 기원인 사창가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곳.


'오늘 아니면 기회가 없어.'


날이 춥고 비가 막 그친 후였어요. 이런 날이라면 쪽방 거주자 및 노숙자들이 밖에서 돌아다니고 술판 펼쳐놨을 거 같지 않았어요. 조용히 영등포 쪽방촌을 둘러보기에는 가장 좋은 환경이었어요. 너무 추우면 저도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해요. 그러면 쪽방촌처럼 비좁은 골목 돌아다니기 매우 불편해요. 옷을 두껍게 입지 않고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이기는 하나 쌀쌀한 기온, 그리고 바닥에 앉아서 술판 깔고 놀기에 매우 부적합한 비 와서 충분히 축축히 젖어버린 땅바닥. 그리고 모두가 잠 자고 있을 새벽 2시. 이 세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날은 많지 않았어요.


'영등포역 바로 옆에 있는 쪽방촌 정도는 가봐도 될 거야.'


영등포 쪽방촌 중 아직도 사창가가 운영되고 있는 곳에 있는 곳은 절대 맨정신으로 갈 수 없는 곳. 이건 정말 경찰 대동하고 가지나 않으면 갈 수 없는 곳. 여기는 제 개인의 안전을 위해 빠른 포기.


영등포역 바로 옆에 있는 영등포 쪽방촌이라면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진 밤이었기 때문에 한 번 가봐도 될 거 같았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바로 108번 버스를 타러 갔어요. 동대문까지 가는 지하철 막차가 끊겼거든요. 108번 버스를 타고 동대문에서 내린 후, 심야버스 N16 버스를 타면 영등포역으로 갈 수 있었어요. N16번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해 조금만 걸어가면 영등포역 옆에 있는 영등포 쪽방촌이 있었어요.


영등포역


위 지도에서 제가 가보기로 마음 먹은 것은 영등포 쪽방촌 중 영등포역 바로 옆에 있는 곳이었어요.


'여기는 입구 이쪽 맞을 건가?'


카카오맵 로드뷰로 볼 수 없는 곳이었어요.


영등포 쪽방촌 입구는 요셉의원 옆 비좁은 길 같았어요. 그런데 카카오맵 로드뷰에서 이쪽 입구가 잘 안 보였어요. 입구가 막혀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카카오맵 로드뷰가 그나마 제일 많은 길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구글맵 스트리트뷰, 네이버 지도는 저것보다 더 좁은 범위만 보여줬어요.


'아, 몰라. 가면 어떻게 찾아지겠지.'


JTBC 뉴스 중 영등포역 육교 관련 뉴스가 있었어요. 육교 입구와 영등포 쪽방촌까지의 거리는 불과 80m 남짓. 그래서 사람들이 이용을 상당히 꺼려한다는 뉴스였어요.


[밀착카메라] "지나가기 무섭다" 영등포역 육교 가보니…

[JTBC]  입력 2015-12-29 21:51 수정 2015-12-30 00:05

링크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35142


이 기사로 미루어봤을 때, 정 입구를 못 찾는다면 공중화장실과 육교 입구를 찾으면 되었어요.


2019년 0시 11분. 108번 버스를 탔어요. 버스는 어둠 속을 달렸어요. 가늘은 빗줄기가 오락가락하고 있었어요. 빗줄기가 조금 정신 나간 것 같았어요. 그동안 영등포역을 갈 때마다 봐온 것이 있었기 때문에 버스가 앞으로 나아갈 수록 긴장되었어요. 제발 쌀쌀한 기온과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에 야심한 시간이라는 3박자가 제 역할을 해주기만을 빌 수 밖에 없었어요.


2019년 1시 26분. 동대문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정차해 있는 N16 심야버스로 환승했어요. 이제 영등포역까지 무조건 가는 것이었어요.


예상과 달리 N16 심야버스는 속력을 크게 내지 못했어요. 신호등이란 신호등은 다 걸리고 있었어요.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찔끔찔끔 타고 내리고 있었어요. 무슨 쇼 프로그램에서 '지금이라도 판단 잘 해'라고 선택지를 주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무조건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차라리 버스가 빨리 영등포역에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버스는 제게 무수히 많은 되돌아갈 기회를 주었고, 저는 그때마다 무조건 노빠꾸, 무조건 간다고 속으로 외쳤어요.


2019년 2시 11분. 드디어 19006 영등포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버스에서 내렸어요. 버스에서 내리자 횡단보도를 건너갔어요. 영등포역 파출소로 갔어요. 영등포역 파출소에서 담장을 따라 걸어갔어요.


서울 영등포구


CCTV 아래에 팻말이 붙어 있었어요.


영등포구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00:00 ~ 24:00 (24시간)

영등포구청장


스마트폰 카메라가 많이 흔들렸어요. 어지간히 어두워서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을 때 사진이 안 흔들려요. 이건 정말 엄청나게 어둡고 음침하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그러나 한가하고 여유롭게 스마트폰 카메라 사진 화질과 손떨림에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긴장 바짝 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며 제 안전에 신경써야 했거든요. 아직까지 노숙자들이 보이지는 않았어요.


"여기로 가면 입구 있을 건데?"


영등포역 치안 상태


이 길에서 요셉의원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오른편에 영등포 쪽방촌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어요. 카카오맵 로드뷰에서는 쪽방촌 입구가 시커멓게 찍혀서 입구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했어요. 요셉의원으로 갔어요.


영등포역 우범지역


벽에 화재경계지구 안내가 붙어 있었어요.


영등포역 쪽방촌 지도


이 지도에 표시된 곳이 바로 영등포역 쪽방촌이에요.


영등포 쪽방촌 입구


요셉의원 옆에 영등포 쪽방촌 입구가 있었어요. 일단 입구에서 보니 여기 못지 않게 악명이 만만찮은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과 건물 구조가 비슷해 보였어요.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사창가 '종삼' 건물이 그대로 쪽방촌으로 변한 돈의동 쪽방촌 건물들과 비슷해 보였어요. 단, 영등포 쪽방촌이 훨씬 더 건물이 열악해 보였어요. 2층이 상당히 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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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골목 안으로 들어갔어요. 드디어 대망의 영등포 쪽방촌 탐험이 시작되었어요. 말이 좋아 탐험이고 탐방이지, 실제로는 모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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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가 한결같이 무지 좁았어요. 입구와 복도에 빨간 불을 켜놓은 쪽방 건물이 몇 곳 있었어요. 빨간불을 켜놓은 이유는 밝은 불을 켜놓으면 잠 못 잔다고 하는 사람들 때문일 거에요. 취침등 및 안전대피로를 보여주기 위해 빨간불을 켜놓았을 거에요.


"방 찾아요?"


갑자기 쪽방 건물 안쪽에서 아주머니 한 명이 걸어나오며 제게 말했어요. 순간 척추부터 머리 끝까지 전기가 짜르르 올라왔어요. 태연한 척하며 계속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유튜브 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들고 걸어갔어요. 더 놀라운 것은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쪽방 거주자들이 간간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무시하고 걸어가자 아주머니가 다시 쪽방 안으로 들어갔어요.


서울 영등포구 주거 환경


1층에 비해 2층이 상당히 낮은 것이 특징이었어요.


韓國


서울 주거 환경


쪽방 문이 열려 있는 곳이 있었어요. 불이 밝게 켜져 있었어요.


영등포 쪽방촌 구조


쪽방 주민들이 계속 들락날락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몇 장 찍지 못하고 도망치듯 철도 옆 펜스가 쳐져 있는 공간으로 나왔어요. 쪽방 주민이 간간이 하나씩 나와서 자판기에서 뭘 뽑아먹고 있었어요. 사진 찍으며 돌아다닌다는 것이 이들 눈에 들어가면 무조건 시비 붙을 확률 100% 확정.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커다란 공터에는 노숙자들이 배회하고 있었어요. 일단 사람이 없어보이는 다른 쪽 쪽방촌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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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여기저기 그려져 있었어요.


영등포 쪽방촌 벽화


여기는 벽화가 대체 왜 있는지조차 의문이었어요. 진지하게 의문이었어요. 어떤 도시 미관을 위해 그려놨는지 알 수 없었어요. 영등포역 파출소부터 영등포 쪽방촌까지 여기저기 벽화가 그려져 있기는 했지만 벽화 때문에 여기가 안전해보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서울에 있는 벽화의 진짜 의미는 독버섯이 나 먹지 말라고 화려한 색을 띄는 것 같은 거 아닐까?


진지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를 아름다워보이라고 벽화를 그린 게 아니라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화려한 벽화를 그려놔서 여기는 절대 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목적으로 그려놓은 것 아닐까 싶었어요. 벽화가 갱스터 그래피티처럼 보였어요.


서울여행


ソウル旅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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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함을 아득히 뛰어넘었어요. 골목은 좁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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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골목을 조심히 걸었어요.


서울 여행 장소


다시 카카오맵에서 주차장으로 표시되어 있는 지점으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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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자판기가 바로 쪽방촌 거주자들이 새벽 2시가 넘었음에도 간간이 나와서 뭔가 뽑아 마시고 있던 자판기에요. 그리고 위 사진에서 보면 2층이 1층에 비해 천장이 낮고 폭도 좁은 것을 볼 수 있어요.


'화장실 가야겠다.'


화장실 가서 소변을 보고 싶어졌어요. 지도상에는 여기에서 서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공공화장실이 하나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화장실을 찾아 걸어갔어요.


영등포 쪽방촌 슈퍼마켓


슈퍼마켓이 있었어요. 음료수 자판기도 있고 커피 자판기도 있었어요. 여기는 그래도 길바닥이 깔끔한 편이었어요.


서울 영등포구 서울미래유산 관광지


저는 자판기 바로 옆 - 오른쪽 골목으로 나와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되돌아나온 상태였어요. 여기에서 사진상으로 보면 왼쪽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여기 지도는 외우고 왔어요. 이쪽 어딘가에 공공화장실이 있고, 왼쪽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문제의 영등포역 육교가 나올 거였어요.


서울 야경


이것은 아까 지나왔던 골목에 있는 쪽방보다는 그래도 나아보이는 쪽방이었어요.


ソウル 犯罪 多発 地域


벽화를 그려놨다고 여기가 보기 좋은 곳이 되지는 않았어요. 솔직히 페인트, 물감, 인력, 예산 낭비에요.


서울 벽화 거리


"어? 육교가 왜 나오지?"


공공화장실을 찾아 걸어갔지만 등장한 것은 육교였어요. 제가 착각했어요. 아까 나온 곳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야 공공화장실이 있었어요. 공공화장실을 찾아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어요.


ソウル 夜景


'철길 너머 주민들 엄청 짜증나겠다.'


육교가 있다고 해봐야 육교 건너서 영등포역까지 가는 길에 쪽방촌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워낙 야심한 밤인데다 날도 쌀쌀하고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정도였어요. 여름에는 뭐 말할 것도 없겠죠. 이 길을 찍은 카카오맵 로드뷰 보면 펜스에 담요도 걸려 있고 노숙자도 보여요. 지우고 사람 없는 장면 최대한 골라서 올린 게 그 모양이에요.


seoul nightview


공공화장실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커다란 공터 한 켠에 있었어요.


일단 노숙자 한 명이 이유 없이 소리 지르는 것으로 시작. 여기에 노숙자 몇 명이 이 야심한 시간에 그냥 배회중. 이것만으로도 온몸의 신경 다 곤두서는 상황.


이 날씨에 그냥 바닥에 대충 박스 깔고 이불 덮고 자는 노숙자들도 있어!


대충격.


비가 왔다. 비가 내렸다. 비 그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간간이 하늘에서 빗방울 한 두 개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닥에 대충 박스 한 장 깔고 이불 덮고 드러누워 자고 있는 노숙자 몇 명이 보인다.


거짓말 아니에요. 진짜로 이 날씨에 바닥에 대충 박스 한 장 깔고 이불 덮고 드러누워 자고 있는 노숙자 몇 명이 있었어요. 비를 막아주는 무언가가 있어서 마른 땅도 아니었어요. 그냥 젖어 있는 땅이었어요. 도롱이 나방 번데기처럼 박스로 집을 지어서 잠자는 노숙자는 많이 봤어요. 서울 도심에서 겨울철 밤에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에요. 최소한 박스로 관짝처럼 만들어놓고 거기 들어가서 자요. 그런데 여기 주차장에 있는 노숙자들은 그 박스로 만든 관짝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박스를 젖은 바닥에 대충 깔고 드러누워 자고 있었어요.


'그래도 화장실은 깔끔히 만들어놨네.'


공공화장실 건물은 밖에서 봤을 때 상당히 멀쩡하게 생겼어요. 소변을 보기 위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그냥 노상방뇨할까.'


문 열고 2초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판단이 서지 않아서 미동 하나 없이 가만히 서 있었어요.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워 자는 노숙자가 있다.


소변기는 총 3칸. 이 중 안쪽 2칸은 화장실 맨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노숙자 때문에 사실상 사용 불가. 좌변기 역시 이 노숙자가 입구를 다 막고 있다시피 한 상황. 입구쪽 소변기 딱 하나만 이 노숙자를 건드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소변을 보고 싶어서 화장실 온 것 자체가 이 상황에서 엄청난 축복이었어요. 만약 대변을 보고 싶어서 왔다면 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노숙자를 무조건 건드려야 했거든요.


박스도 깔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자고 있는 노숙자. 밖에서 젖은 맨바닥에 대충 박스 하나 깔고 이불 덮고 드러누워 자고 있는 노숙자 몇 명보다는 그래도 이 사람이 더 나은 상황. 이 노숙자는 대신 박스도 안 깔고 자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계속 이용하는 화장실이라 양심적으로 안 깔은 건지, 박스 조각 못 구해서 그냥 자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오른쪽 귀에 힘을 주고 문쪽 소변기에서 소변을 보았어요. 다행히 화장실 바닥에 그냥 드러누워 자고 있던 노숙자는 계속 곤히 자고 있었어요.


화장실에서 나왔어요.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무렇지 않게 볼 일을 보고 나왔어요. 이게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 그 누구도 서로에게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었어요.


서울 영등포 쪽방촌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영등포 타임스퀘어 건물이 보였어요.


street in seoul


이유 없이 소리치는 노숙자. 이유 없이 걸어다니고 있는 노숙자. 여기에 건물 2층에서 새어나오는 코 고는 소리.


농담 아니라 진짜였어요. 건물 2층에서 누군가 코 고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코를 엄청 심하게 골고 있었어요. 그리고 2층은 전혀 방음이 안 된다는 증거이기도 했어요.


용기를 내서 영등포역 쪽방촌을 동영상으로 녹화했어요. 동영상을 녹화한 후, 육교를 향해 걸어갔어요.


서울 숙박시설


육교에 도착했어요. 육교 중턱까지 올라가서 뒤를 바라봤어요.


영등포 쪽방촌 전경


사진에서 앞쪽은 쪽방촌이에요. 저기는 그래도 정말 쾌적하고 깔끔한 곳.


서울 미래 유산 영등포 쪽방촌


육교에서 내려왔어요. 두 번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제 실제를 알게 되었어요. 적응, 익숙이라는 단어와는 아직도 거리가 엄청나게 먼 상태. 단지 감이 왔을 뿐이었어요. 사진을 몇 장 찍었나 확인해봤어요. 34장 찍었어요.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여기에서 탈출하면서 사진 몇 장 더 찍어야겠다.'


육교에서 내려왔어요. 다시 쪽방촌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걸어갔어요.


영등포 쪽방촌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벌써 2시 42분이었어요. 무슨 사진 품질이니 구도니 미적 추구니 하는 소리들에 신경쓸 수 없었어요. 아직도 커피 자판기로 뭔가 뽑아 마시러 나오는 영등포 쪽방촌 거주자들이 있었어요. 아직도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노숙자들이 있었어요. 축축하게 젖은 맨바닥에 박스 깔고 이불 덮고 드러누워 있는 노숙자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공공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구요.


무조건 안전이 최고. 예쁜 사진, 잘 나온 사진 건지겠다고 꼴깝 떨고 오두방정 떨 상황이 절대 아니었어요. 아직까지 조용히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으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이 영등포 쪽방촌에서 안전하게 잘 탈출하며 사진 몇 장 더 찍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이었어요.


다시 커피 자판기가 있는 영등포 쪽방촌 골목 끝자락으로 갔어요.


서울 5대 쪽방촌 - 영등포 쪽방촌


서울 5대 쪽방촌 중 하나인 영등포 쪽방촌은 행정구역상 영등포본동에 있어요. 영등포역 6번 출구로 나가서 영등포역 파출소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나와요.


서울 관광 명소 - 서울 미래 유산 영등포 쪽방촌


영등포 쪽방촌은 해방 이후 형성된 윤락가가 시초에요. 서울 5대 쪽방촌의 공통적 특징이 바로 원래 사창가였던 곳이 쪽방촌으로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성매매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 방이 엄청나게 많이 있어요. 이것을 소위 '벌집 구조'라고 해요.


한국전쟁 직후,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영등포역 등 서울 도심 기차역 주변에 사창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어요. 여기에 시외버스정류장이 있던 동대문역도 사창가가 형성되었구요. 이들 사창가는 1950년대 염전사상과 허무주의, 그리고 1960년대 고도성장기에 호황을 맞이했어요.


서울 빈민가


그러나 1970년대부터 정부가 서울 도심에 있는 주요 사창가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면서 이들 사창가 규모는 조금씩 축소되었어요. 반대로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있던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 천호 텍사스촌이 커졌구요.


서울 영등포 사창가는 1970년대 정부의 단속 및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영등포 주변에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증가하면서 창녀촌이 철거되기 시작했어요.


slum in korea


영등포 사창가가 축소되면서 매춘업 건물로 사용되던 건물은 기존의 방을 쪼개서 세를 놓는 속칭 쪽방 건물로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이것이 영등포 쪽방촌의 시발점이에요. 다른 서울 5대 쪽방촌의 형성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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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가 서울 도심 재개발 및 철거와 재정비에 서두르면서 영등포 쪽방촌 범위가 크게 넓어졌어요. 그리고 현재는 과거 영등포 사창가 지역 중 타임스퀘어 뒷편에만 여전히 사창가가 조금 남아 있고, 나머지 구역은 전부 쪽방촌으로 변화했어요.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어요. 서울 5대 쪽방촌 중 다른 네 곳은 모두 과거에는 사창가였지만 지금은 사창가가 없는 곳이에요. 하지만 영등포 쪽방촌의 경우, 모태가 된 영등포 사창가가 아직도 일부 남아 있다는 점이 다른 쪽방촌과의 큰 차이점이에요.


서울 슬럼가


영등포 쪽방촌은 영등포 사창가가 갖고 있던 불량한 주거 상태를 그대로 갖고 있어요. 여기까지 글을 보며 영등포 쪽방촌 사진을 쭉 봤다면 2층이 1층보다 좁은 건물이 꽤 많이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거에요. 2층에 비해 튀어나온 1층에 투명 유리창으로 된 쇼윈도가 있다고 본다면 그게 오늘날 한국에 있는 사창가 모습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영등포 쪽방촌 거주자 중에서 영등포 쪽방촌 지역에서 출생한 사람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되어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쪽방촌 외부에서는 노숙, 알코올 중독, 구걸 같은 행위들이 매우 쉽고 평범하고 흔하게 관찰되고 있어요. 노숙자로 인한 범죄도 당연히 있구요.


게다가 영등포역 주변 재개발은 영등포역 주변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재개발이 이루어졌어요. 보증금을 모아서 들어갈 수 있는 원룸촌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주로 고급 아파트가 건설되고 고급 백화점이 건설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이 근방 빈민들과 노숙자들이 자연스럽게 영등포 쪽방촌 및 그 주변으로 모여들어 수용당하는 꼴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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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 노무직, 폐지 수집, 또는 구걸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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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및 그 주변에 노숙자 및 도시 빈민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는 나름대로 관심을 많이 받는 지역이기 때문이에요. 무료 급식소 및 요셉의원 같은 급할 때 의지할 수 있는 복지 인프라가 자리잡혀 있어요. 근처 교회에서도 이곳에 신경써주고 있다고 하구요. 또한 영등포 쪽방촌은 전국적으로 워낙 유명한 쪽방촌이다보니 생필품 지원 등 여러 사회적 후원이 몰리는 곳이기도 해요.


영등포 쪽방촌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규모가 크다는 점도 있지만, 입지가 너무 좋다는 점도 있어요. 영등포역 바로 옆이니까요. 지도만 보고 영등포역 6번 출구로 나가는 순간 멘탈 가루될 수 있어요. 게다가 영등포역 및 그 주변에 있는 많은 노숙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이 영등포 쪽방촌 근방이에요. 영등포역을 간다면 이곳을 원치 않게 발견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물론 저처럼 안까지 다 들어가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의도치 않게 영등포역 쪽방촌 끝자락을 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거에요.


이 점이 서울역 쪽방촌으로 볼 수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5가 쪽방촌,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과의 차이점이에요. 서울역 쪽방촌인 남대문5가 쪽방촌과 동자동 쪽방촌은 최소한 서울역에서 의도치 않게 거기로 갈 확률이 거의 없어요. 밖에서 잘 보이지도 않구요. 그렇지만 영등포 쪽방촌은 영등포역 바로 옆에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우연히 발견하기 좋은 위치에 있어요.


여기에 영등포역이 워낙 노숙자 행패 등으로 악명 높은 역이라는 점도 단단히 한몫 한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이것은 인과관계가 바뀐 것이기는 해요. 영등포역 쪽방촌 때문에 노숙자가 몰려서 행패부리는 노숙자도 많은 거지, 노숙자가 많아서 영등포역에 쪽방촌이 형성된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런 것을 잘 모르는 외부인이 영등포역으로 와서 영등포역 노숙자를 접한 후 영등포 쪽방촌의 존재에 대해 듣는다면 기억에 상당히 깊이 각인될 거에요.


seoul travel photography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폭이 엄청나게 좁았고 경사는 또 엄청나게 급했어요. 말이 좋아 계단이지, 사다리를 세워놓고 올라가라고 하는 정도의 경사였어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영등포 쪽방촌


영등포 쪽방촌 거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상반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해요. 첫 번째는 불량하고 불결하며 언제 어떤 행패를 부릴 지 모르는 위험한 사람들이에요. 두 번째는 가난하고 살기 힘들고 불쌍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는 시선이에요. 물론 노숙자가 옷 잡고 돈 달라고 물고 늘어지는 직접 경험과 행패부리고 시비 거는 것을 직접 보는 간접 경험을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위험한 사람이라는 시선에 훨씬 무게가 쏠릴 거에요. 잘 모르고 경험 없는 사람들일 수록 불쌍하게 보고 도와줘야 한다는 시선에 훨씬 무게가 쏠릴 거구요.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죠. 솔직히 정신 이상한 노숙자, 쓸 데 없이 행패부리는 노숙자, 옷 잡고 돈 달라고 물고 늘어지는 노숙자도 많아요. 특히 영등포쪽이 심한 편이구요. 서울역도 만만치 않았지만 요즘은 그래도 과거에 비해 참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서울 슬럼가 우범지역


사회적인 시선이 이중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쪽방촌 및 쪽방촌 주변 노숙자들이 외부 사람들에게 보이는 행위 또한 이중적이라고 해요. 감시와 경계의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보호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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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영등포 쪽방촌 골목길 벽화 그리기가 시행되었어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길통맘통 프로젝트였어요. 그리고 2012년에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시범 사업이 추진되었구요. 2013년 12월 9일 뉴스를 보면 영등포동 4가 426번지 일대 쪽방촌 225가구에 도배, 장판 교체 및 단열시설과 전기 소방 안전시설 설비가 완료되었대요.


영등포 쪽방촌은 현재 총 67동의 쪽방 건물에 541개 쪽방이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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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주변의 한계는 바로 이 영등포 쪽방촌이에요. 이 영등포 쪽방촌이 있는 한, 영등포역 주변 부동산은 한계가 아주 명확해요. 이 쪽방촌을 없애야 좋은 지역으로 인정받을텐데, 이 쪽방촌을 철거하는 순간 여기 있던 쪽방촌 거주자 및 근방 노숙자들이 갈 곳이 없어져버리거든요. 당연히 다른 곳에 옮기려 해도 다른 곳에서 곱게 받아줄 리 없어요.


적당히 서울 외곽 판자촌이라든가 달동네로 이주시키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러나 여기에서 다시 한 번 확실히 말하지만, 쪽방촌 거주자 및 노숙자와 달동네 주민은 아예 급이 달라요. 그렇다고 엄한 경기도로 이주시킬 수도 없구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이라면 강제 이주 정책을 사용할 수도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현재는 이런 강제적인 정책을 펼칠 수도 없어요. 당장 노숙자들을 떼거지로 받아야하는 동네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까요.


서울 할렘


영등포 쪽방촌에서 나왔어요. 큰 길로 나왔어요.


"청년, 놀다 가."


이것이 작별인사입니까.


대로변에서 쪽방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저 의미는 영등포 사창가 가서 놀다 가란 이야기죠.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여의도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어요.


그러나 이야기는 이것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영등포 쪽방촌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던 중이었어요.


서울시에서 밀어주는 관광명소

영등포 쪽방촌!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할 거에요. 그러나 증거 자료가 있어요. 바로 아래 링크에요. 서울미래유산 소개 중 영등포 쪽방촌 소개 내용이에요.


http://futureheritage.seoul.go.kr/web/investigate/HeritageView.do?htId=430&pageIdx=2&rowsPerPage=8&searchGu=3020&searchBunya=&searchGubun=&searchContents=&searchCategory=&searchCondition1=&searchCondition2=&searchYear=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 미래 유산 중 하나에요. 서울 미래 유산은 서울시의 관광 명소. 서울시에서 널리 홍보하려고 하는 새로운 서울 관광 명소에요. 그런데 영등포 쪽방촌이 이 서울 미래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었어요.


영등포 쪽방촌은 2013년에 서울 미래 유산으로 선정되었어요. 인증번호는 2013-186 에요. 서울미래유산이란 2013년부터 서울시가 시작한 사업 중 하나로, 서울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기 위해 가치 있는 자산을 발굴해 보전하는 프로젝트에요. 서울미래유산 선정 대상은 서울을 대표하는 유산 중 아직 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은 유형 및 무형 자산을 대상으로 해요. 미래에 물려줘야 할 서울의 문화 유산으로, 쉽게 말해서 관광지죠. 서울이 서울시 차원에서 개발하고 앞으로 밀어줄 관광자원이에요.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서울미래유산을 홍보하고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진지하게 이 글에 BGM 하나 깔아주고 싶다.


야~야~야~야~ 쑈킹! 쑈킹!

야~야~야~야~ 쑈킹! 쑈킹!

야~야~야~야~ 쑈킹! 쑈킹!

야~야~야~야~ 쑈킹! 쑈킹!


한때 인트로 부분으로 매우 유명했던 노래가 있어요. 주주클럽 - 1620 (열여섯스물) 이에요. 진짜 그 인트로 부분을 이 글에 BGM으로 삽입하고 싶었어요. 영등포 쪽방촌이 서울미래유산이라는 사실에 엄청나게 충격받았어요. 세상에 보존할 게 없어서 이딴 걸 서울미래유산이랍시고 지정해놨나 싶었어요. 아무리 한국 전쟁 이후 급조된 족보 없는 날림 도시 서울이라지만 이건 정말 아니었어요.


아래는 서울시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영등포 쪽방촌의 보존 필요성 설명이에요.


해방 이후 형성된 집창촌이 1970년대 이후 지역 재개발의 영향으로 쪽방촌으로 변모한 곳 재개발 등과 같은 지역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변화되고 있는 도시의 실체를 보여주는 장소로써 보존 가치가 있음


그러니까 2013년에 지정해놓고 여태 저 꼴이라는 거 아냐?


야~야~야~야~ 쑈킹! 쑈킹!

야~야~야~야~ 쑈킹! 쑈킹!

야~야~야~야~ 쑈킹! 쑈킹!

야~야~야~야~ 쑈킹! 쑈킹!


영등포 쪽방촌이 서울미래유산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진짜 너무 어이 없어서 웃음 터져나왔어요.


서울미래유산이니까 서울 유명 관광지. 영등포 쪽방촌이 서울 유명 관광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작품이네요. 2013년에 지정되었어요. 그리고 현재까지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더러운 곳 best 3 안에 무조건 들어가는 곳이에요. 무슨 생각으로 저래놨는지 모르겠어요. 설마 육교가 멀찍이서 영등포 쪽방촌 관람하라고 만들어놓은 걸까요?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영등포 쪽방촌. 무슨 우리 집은 개족보라고 동네방네 자랑하자는 걸까요.


영등포 쪽방촌 모험기를 쓰던 중이었어요. 문득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어요.


박원순 서울시장, 청량리 588 보존 결정!


2019년 7월 23일. 그렇지 않아도 시끄럽던 대한민국에 전국민을 뒷못 잡고 이게 만우절 날짜도 모르고 뻥치는 건지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뉴스가 보도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서울시가 청량리 588 일부 지역 - 정확히는 청량리 4구역 4만 제곱미터의 골목 일부를 남겨서 청량리 588을 보존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청량리 588 일부 지역을 보존 및 리모델링해서 청량리 620 이라는 문화-역사 공간으로 조성해 2023년께에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래요.


당연히 사람들 모두 뒤집어졌어요. 청량리 및 동대문구 주민들만 뒤집힌 게 아니라 전국민이 다 영혼 이탈할 내용이었어요. 세상에 보존할 게 없어서 사창가를 보존하겠다고 나섰으니까요. 청량리 588을 안 가본 대한민국 남자는 존재하지만 청량리 588을 못 들어본 대한민국 남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청량리와 동대문구 이미지를 밤꽃 냄새 자욱한 동네로 만든 주범이 바로 청량리 588이니까요. 솔직히 '청량리 588'이라고 불러준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을 거에요. 그냥 '청량리'라고 하면 다 그 홍등가 집창촌을 의미했죠.


발표 내용을 보면 청량리 620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쪽 구역 실제 지번인 전농동 620번지와 청량리를 합친 거래요. 아예 인지도를 위해 대놓고 청량리 588 구역이라고 하든가요. 이 지역은 성매매 업소가 몰려 있던 지역이에요. 다음 로드뷰,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어떤 동네였는지 확인 가능해요. 쪽방, 여인숙, 청량리 성바오로병원 기숙사 등도 있던 자리에요. 예전에는 이쪽이 여인숙이 많아서 여인숙 골목으로 불렸다고 해요. 물론 그딴 건 하나도 안 유명하고 대한민국 남성들 모두가 거기는 청량리 588이라고 알고 있죠.


발표에 의하면 서울시로부터 공간 조성 사업을 위탁받은 건축, 문화 전문가들은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을 여행자 마을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대요. 말은 참 거창해요. 청량리에 남아 있는 한옥 여인숙 체험도 할 수 있게 하고, 옛날 정취를 살린 식당, 카페, 주점 등을 조성해 여행객들이 오갔던 청량리의 옛 흔적을 남기겠다는 취지래요. 그런데 거기 오고 가던 여행객들이 과연 일반 여행객이 많았을까요, 청량리 588 가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을까요. 진지하게 의문이네요. 청량리 588은 한국전쟁 당시에 형성된 집창촌이라고 하는데요. 청량리 588이 서울 사창가 역사에서는 나름 족보 있는 곳이기는 하죠.


이걸 대체 왜 보존해야 하는데?


모두가 이해불가. 이런 건 제발 좀 없애달라고 비는 건데 그걸 또 어떻게든 보존시켜야 한대요. 재개발하고 풍수지리적으로 여인들의 한을 누르기 위해 일부러 높은 건물을 지어올려야 한다는데 오히려 보존시켜야 한대요. 어쩌면 영등포 쪽방촌처럼 청량리 588도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될 지도 몰라요. 진지하게 가능성 꽤 있다고 생각해요. 되도 않는 것을 문화재랍시고 지정해서 재개발 방해하는 행태로 인해 종로가 슬럼화된 것 알잖아요.


아, 이거 혹시...


서쪽의 영등포, 동쪽의 청량리.


영등포 쪽방촌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영등포 쪽방촌의 현재 상황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봤어요.


청량리의 미래는 영등포인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왜 아무도 납득 못 할 청량리 588을 굳이 보존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어쩌면 그 답은 영등포 쪽방촌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에 노숙자를 몰아넣을 공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에요. 물론 노숙자 쉼터 같은 것이 있기는 해요. 그러나 노숙자들이 쉼터에서는 음주와 흡연 같은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쉼터에 안 들어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노숙자를 보이는 족족 잡아서 강제로 노숙자 쉼터 같은 곳에 수용할 수도 없어요. 이러다보니 '노숙자 마을'같은 형태로 노숙자들을 몰아넣을 공간이 있기는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지하철이고 대로변이고 어디고 노숙자들이 진치고 있으니까요.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실상 방치중이에요. 일종의 게토화라고 볼 수 있어요. 노숙자 마을 같은 곳이에요. 영등포 쪽방촌은 강제 철거하지 않는 이상 거기 있는 노숙자와 쪽방촌 거주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확률이 매우 낮아요. 나름대로의 사회복지망도 갖춰져 있고, 외부로부터의 지원도 집중되고 있는 곳이거든요.


그러니 과거 청량리 588이었던 자리도 현재 영등포 쪽방촌처럼 일종의 노숙자 마을 - 게토화를 추진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말이 좋아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이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서울 동부 노숙자들을 몰아가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해요.


영등포역과 청량리역은 크게 봐서 서울 도심권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역부터 동대문까지 이르는 구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요. 이 서울 도심권에서 서쪽으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는 영등포역, 동쪽으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청량리역이에요. 영등포역과 청량리역은 거리적으로 멀어요. 그렇지만 실제 두 지역을 살펴보면 의외로 비슷한 부분이 꽤 있어요.


영등포역 근방인 영등포본동, 문래동은 엄청나게 낙후된 곳이에요. 그렇지만 나름대로 재개발이라고 영등포역 뒷편에 영등포 푸르지오 아파트, 영등포 아트 자이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요. 영등포역 민자역사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이 들어서 있고, 길 건너에는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역점과 타임스퀘어가 들어서 있어요.


청량리역 민자역사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와 있고, 청량리역 뒷편에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 가 있어요. 그리고 청량리역 근방은 서울에서 손꼽히게 낙후된 지역이에요. 영등포역 지도와 청량리역 지도를 비교해보면 유사성이 꽤 많아요.


어쩌면 청량리588 윤락가가 있었던 곳 중 일부를 영등포 쪽방촌처럼 노숙자를 몰아넣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저러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그렇지 않다면 거기는 보존해야 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는 곳이거든요. 시간 끌고 그쪽으로 노숙자 몰아넣고 자선단체 등을 이용해 나름대로의 사회복지 인프라 깔아놓고 각종 사회적 후원이 몰리게 하면 영등포 쪽방촌처럼 되는 거죠. 어렵지 않아요.


영등포 쪽방촌을 돌아다녀보고 나니 청량리 588 일부 지역 보존이 그런 이유로 나온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위 영상은 이때 촬영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영등포 쪽방촌 영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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