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이 있다 (2019)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이화동 서울성곽공원 낙산4길 49 달동네

좀좀이 2019. 6. 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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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이화동 낙산4길 49 달동네를 계속 돌아다녔어요.



늦은 시간인데도 여기를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이 있었어요. 관광객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히 생각할 건 없어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 찍으며 동네 구경하는 외지인들을 말하는 거니까요. 이화동 자체가 벽화마을로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계속 있어요. 서울 야경 보기 좋은 곳 중 하나거든요. 걸어서 올라가면 여름에 많이 덥겠지만 낙산공원까지 마을버스 타고 올라간 후 내려오면서 보면 그렇게까지 많이 힘들지도 않구요.


이화동 달동네


마을 주민 두 분이 잡담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오늘은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이야기하고 계셨어요.


종로구 달동네


종로구 이화동은 서울에서 관광지화되며 몸살을 크게 앓았던 두 번째 낙후된 동네에요. 첫 번째는 압도적으로 1등인 북촌 한옥마을이에요. 그런데 이 둘이 관광지화되어 몸살을 크게 앓은 이유는 조금 달라요.


북촌 한옥마을은 여행사들이 무료 여행지 코스 집어넣어서 수익을 더 많이 얻기 위해 단체 관광객 -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이 마을로 끌고오곤 한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이는 여행사들의 악질적 행태 중 하나로, 관광업 관련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에요. 단순히 동네를 파괴하는 문제가 아니라 관광객들이 오는 것으로 인해 주민들 중 그 누구도 혜택을 못 받고 피해만 보는 경우거든요. 이런 경우는 제가 제주도 출신이라 매우 잘 알아요.


이화동은 벽화 때문에 유명해졌어요. 그래서 국내 관광객들이 이쪽으로 개별적으로 많이 왔어요. 서울 조망도 좋고 벽화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상당히 인기 좋은 곳이었어요. 그러나 갑작스럽게 관광지화되며 몸살을 심하게 앓았고, 주민들이 몇몇 벽화를 훼손했다고 뉴스에까지 보도되었어요.


동대문역 달동네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윗쪽은 관광지화되어 있었어요.


서울특별시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이화동 서울성곽공원 낙산4길 49 달동네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며 사진을 찍었어요.


이화동


계속 아래를 향해 걸어내려갔어요.


이화동 국민주택단지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이화동 서울성곽공원 낙산4길 49 달동네인 국민주택단지는 관광지화되어 가고 있었어요.






여기 정도는 보존해도 괜찮을 수도 있어.



현재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사업을 한답시고 서울 도처에 알박기를 시도하고 있어요. 이로 인해 서울 강북과 강남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졌고, 더 나아가 경기도 북부와 남부의 격차까지 덩달아 벌어지고 있어요. 종로가 재개발이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이다보니 종로를 중심으로 한 강북 생활권은 쇠락할 수 밖에 없거든요.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국 모든 교통망이 강남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설중 및 건설예정이고, 다른 지역 부동산 역시 서울 강남권과의 접근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요. 강남불패의 신화가 아니라 강남불패의 신화가 무너지는 순간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상황이에요. 강남 집값 하나 폭락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에요. 주요 도로망, 건설중인 도로를 타고 그 충격파가 지방까지 순식간에 쫙 퍼져서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에요. 집 없는 사람들은 집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도시의 위축으로 인해 '거주할 수 없는 집'만 대거 쏟아질 확률이 높아요.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 같은 존재에요. 인간은 항상 그대로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끊임없이 세포가 죽고 탄생하고 있는 것처럼, 도시도 쉴 새 없이 파괴와 재건축이 진행되어야 해요. 그래야만 도시가 계속 존재하고 번창하며 다양한 계층,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어요. 그 누구도 낙후되고 열악한 시설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아요. 낙후되고 열악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보존이 아니라 방치에요. 방치된 도시는 자연스럽게 슬럼화가 진행되고, 우범지역으로 전락하며, 종국적으로는 버려진 폐허로 전락하게 되요.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서 보존할 것은 최소화해야 해요. 과거처럼 자료 남기기 어려운 시대도 아니고, 정교한 기술도 발달한 상태에다 사람들마다 다 사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요. 디지털 카메라 갖고 있는 사람도 많구요. 이제는 자료가 넘쳐나서 문제인 시대에요.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점이에요. 과거에는 자료 하나 남기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료가 넘쳐나서 괜찮은 자료 중에서 제일 좋은 자료를 선별해내는 게 일이에요.




서울 자체가 날림으로 생긴 도시에요. 아무리 열등감 숨기려고 조선왕조 어쩌구 백제 어쩌구 백날 천날 떠들어봐야 실제로는 한국전쟁 이후 급히 만든 날림 도시에 불과해요. 서울에서 해방 이후 지은 건축물 중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정말 보존하고 싶다면 몇 곳만 골라서 보존하면 되요. 계속 파괴와 재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은 피해서요.




서울에서 현대 들어서 생긴 곳 중 보존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서울시가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주민들로부터 집을 구입해야 해요. 무턱대고 마을에 벽화 떡칠해서 좋은 동네라 우길 게 아니라요. 주민들로부터 집 대 집 개념으로 집을 교환하고, 관광지화시켜서 보존 가치를 만들어야 해요. 동네 주민들에게 낡고 허름하고 열악한 집에서 유물이랍시고 강제로 영원히 그 상태로 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방법이에요. 첫 번째로 잘 지었다는 아파트조차 30년이 넘어가면 온갖 문제가 터져나오는데 그 전에 지은 집들은 말할 것도 없어요. 거주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두 번째로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곳이 아니에요. 인플레이션을 기본 전제로 이루어지는 현대 화폐 경제에서 집값은 결국 오르게 되어 있으나, 문화재로 지정되어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전혀 안 된다면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재산을 박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게다가 집은 굳이 팔지 않더라도 대출에서 담보로 지정함으로써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해요. 기회에서도 차별을 받게 되요. 그러므로 정 보존하고 싶다면 서울시가 정당하게 집 대 집으로 교환해야 맞아요.




그 후 거기를 관광지화시킴으로써 재개발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를 만회시켜야 해요.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이에요. 보존을 이야기하며 돈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 먹고 배불러지고 싶다는 소리와 다름없어요. 관광지화시켜서 사람들에게 이것이 보존가치가 있음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무언가 '의견'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왜 이것이 소중한지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이에요. 사람들에게 왜 소중한지 납득시키지 못할 거라면 때려부수는 게 맞구요. 무턱대고 오래되었으니 보존해야 한다고 우기는 인간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논리대로라면 집 안에 있는 쓰레기도 절대 밖에 내놓지 말고 집 안에 영원히 고이 보존해야죠.




종로구 이화동 국민주택단지 위치는 재개발한다 하더라도 쉽게 재슬럼화가 이뤄질 확률이 높은 곳이에요. 먼저 동대문역에서 이화동까지 올라가는 경사가 상당히 심해요. 여기는 평탄화시키기도 어려워요. 낙산 꼭대기 부근이거든요. 낙산 전체를 날려버리지나 않으면 평탄화가 어려운 곳이에요. 두 번째로 고도제한이 걸려 있는 곳이에요. 세 번째로 교통도 썩 좋지 않아요. 낙산공원 정상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타지 않는 한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경사가 꽤 있는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야 해요.


그래서 종로구 동대문역 이화동 서울성곽공원 낙산4길 49 국민주택단지라면 보존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여기는 재개발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달동네화될 가능성이 꽤 있는 곳이거든요.




관광지화도 잘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주민들은 피곤하겠지만, 이화동 국민주택단지는 관광지로 조성하기에는 꽤 괜찮은 자리에요. 잘만 개발하면 타이완 주펀 비슷한 느낌이 날 수도 있는 곳이에요. 지대가 높아서 서울 사대문 안 전망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이구요. 게다가 동대문 상권에서 멀지 않아서 동대문 상권과 묶어서 같이 보기 좋아요.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만 제대로 돌아가게 한다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관광지로 조성하는 것도 상당히 괜찮을 자리였어요. 재개발보다는 보존하고 관광지화시키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충신동, 이화동, 창신동 모두 아주 옛날에는 판잣집, 토굴이 몰려 있던 곳이었다고 하지만 정부에서 주택개량사업을 지워해줘서 한 차례 그런 달동네에서 벗어났던 곳이에요. 그런데 다시 달동네화가 이뤄진 동네에요. 이런 전력을 보았을 때, 창신동은 재개발하는 쪽으로 가야 하고, 이화동은 차라리 보존하고 관광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봐요. 충신동 충신윗마을 달동네와 이화동 달동네를 묶어서 관광-상업지구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화동이 도시재생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몰라요. 이건 주민들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가 중요한 문제거든요. 관광지화는 잘 진척되었지만 주민들의 삶이 정말 개선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외관상으로는 연남동과 더불어 관광지구화가 가장 잘 이뤄진 곳이었어요. 서울역 고가도로라든가 무슨 창신동 되도 않는 박물관 같은 세금 낭비 엉터리 행정도 있지만 이렇게 잘 된 경우도 있어요.


사실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그게 효과를 보는 동네가 있고, 그렇지 않은 동네가 있는데 무턱대고 이걸 일괄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문제에요. 더욱이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는 근본 문제는 손도 안 대고 있구요. 결정적으로 그 사업을 해서 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아무도 몰라요.


이것은 서울미래유산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무턱대고 부동산 알박기 할 게 아니라 잘 따져보고 보존해도 아무 문제 없을 곳만 골라서 몇 곳 선정해야 제대로 굴러가죠. 청량리 홍릉주택도 서울미래유산이에요. 청량리 홍릉주택은 청량리6주택재개발지구에요. 언젠가는 재개발될 거고, 재개발되어야만 하는 곳이에요. 거기는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도 어지간하면 밀어버리든 이전시키든 하고 개발해야 하는 위치인데 알박기한다고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버렸어요. 이걸 보면 또 보존론자들은 부글부글하겠죠. 하지만 청량리가 낙후된 상태로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서울 동북부 지역은 시간이 고이다 못해 썩어가는 동네로 전락했어요.


Seoul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이화동 서울성곽공원 낙산4길 49 국민주택단지 달동네는 현재 서울시장의 이상이 그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한 동네라고 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재개발을 해도 다시 빈민가로 전락할 위험이 크고, 재개발보다는 자연으로 복원시키는 것이 좋을 곳에서 골라서 몇 곳 보존한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 없어요.


이런 보존 정책을 펼칠 때에는 주민들에게는 집 대 집으로 교환을 해줘야 맞다고 봐요. 만약 다른 동네 가서 살기 싫다고 거부한다면 계속 거주하면서 동네 관광업에 종사하도록 지원해주고요. 또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시켜줘야죠.


이렇게 보존하기로 한 동네에 대해서는 사진촬영권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주민들끼리 나눠갖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거에요. 사진촬영권을 사서 돌아다니는 것을 인증함으로써 도덕적으로 여행했음을 인증하도록 유도한다면 큰 부작용 없을 거에요. 결정적으로 이러면 일반인들 사는 동네와 주민들 이용하는 공원에 공짜 여행지랍시고 단체 관광객 풀어놓는 쓰레기 여행사들의 얌체짓도 어느 정도 방지될 거구요.


서울특별시 이화동 달동네


이화동 국민주택단지 달동네는 서울 달동네를 돌아다녀보는 일정 중 마지막 장소로 가볼 만 했어요. 서울 달동네 중 매우 특이한 경우로 봐야하겠지만, 이런 식의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러 가는 것에 의의가 있었어요.


서울 야경


South Korea


어둠이 깔린 이화동 국민주택단지. 야경 사진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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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울 달동네를 돌아다녀보는 계획을 전부 다 끝냈어요. 매캐한 도시 냄새와 싱싱한 풀냄새가 섞인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동대문역을 향해 내려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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