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먹거리

설빙 팥 인절미 설빙 빙수 후기

좀좀이 2019. 11. 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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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어본 설빙 빙수는 팥 인절미 설빙 빙수에요.


'설빙 가서 빙수 안 먹어본 지도 꽤 오래되었네.'


가만히 생각해보니 설빙 가서 빙수 안 먹어본 지 꽤 오래되었어요. 작년에는 설빙을 여러 번 갔지만, 올해는 설빙을 한 번도 안 간 것 같았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안 갔다기보다는 그냥 설빙 갈 일이 없어서 안 갔어요. 빙수 먹고 싶을 때 설빙을 가는 것이 아니라 롯데리아 빙수를 먹으러 갔거든요. 그러다보니 더운 여름에 열심히 빙수 먹을 때 설빙은 희안할 정도로 안 갔어요. 설빙 가야 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일본 여행기를 쓰다보니 문득 설빙이 떠올랐어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일본인들 사이에서 설빙 빙수가 엄청나게 인기 좋았거든요. 심지어 일본에 설빙 지점이 열리자 일본인들이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리다 설빙을 먹는다고 뉴스에도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 뉴스에 대한 사람들 반응은 저렇게 줄 서서 기다려서 먹을 시간이면 차라리 비행기 타고 한국 와서 설빙 먹고 돌아가는 게 더 빠르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왜 설빙이 그렇게 인기있는지 참 의아해했구요.


저도 그 뉴스를 보며 상당히 의아했어요. 나중에 지인들과 그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일본에 대해 좀 아는 지인들이 몇 가지 이유를 이야기해줬어요. 설빙 빙수가 일단 화려하고, 일본인들이 음식 먹는 문화인 섞어먹지 않고 위에서부터 살살 떠먹는 문화와 맞기 때문에 인기 좋은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일본 빙수는 얼음에 시럽 뿌리는 정도인데, 토핑을 잔뜩 올려주는 한국 빙수는 경쟁력 있다고 했어요.


'아, 그렇구나.'


지인들의 말을 듣고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충분히 그럴 것 같기도 했거든요. 후에 일본 빙수가 한국에 유입되기는 했지만 그리 성공적으로 정착하지는 못했어요.


설빙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빙수 문화를 크게 바꾼 점이 몇 가지 있어요.


가장 먼저 한겨울에도 빙수 먹는 문화가 생겼어요. 설빙 이전에는 한겨울에 빙수 먹는 문화는 사실상 없다시피 했어요. 빙수는 어디까지나 여름에 먹는 별미였어요. 겨울에 빙수 먹으려면 자기가 만들어먹어야 했어요. 겨울에 빙수 파는 가게 자체가 없었거든요. 정말 열심히 찾고 뒤져야 간신히 한 곳 정도 있을까 말까 했어요. 그런데 설빙이 등장하면서 한겨울에도 빙수를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때부터 한겨울에도 빙수 먹는 문화가 생겼다고 봐야 할 거에요. 그 전에는 겨울에 빙수 먹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어서 못 먹었으니까요. 현재도 많은 가게에서 빙수는 여름 한정 시즌 메뉴로 판매되고 있어요.


두 번째로 설빙이 등장하면서 우유 얼음 빙수가 확 퍼졌어요.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빙수라 하면 당연히 물 얼음 빙수였어요. 물로 만든 얼음을 갈고 거기에 연유를 뿌린 형태였어요. 그러나 설빙이 등장하면서 우유 얼음 빙수가 대세가 되었어요. 단, 이것은 오직 설빙의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요. 그 전에도 우유 얼음 빙수를 판매하는 곳이 있었고, 타이완 망고 빙수 인기도 우유 얼음 빙수가 퍼지는 것에 영향을 끼쳤거든요.


세 번째. 빙수 먹는 방법이 바뀌었어요. 물 얼음 빙수는 기본적으로 위에 올라간 토핑 및 시럽, 연유, 아이스크림을 섞어서 먹는 빙수에요. 한국인들이 물 얼음 빙수를 먹을 때도 위에서부터 살살 퍼먹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어요. 그러나 이것은 몇몇 소수의 사람들만이 먹던 방식이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위에서부터 퍼먹으면 나중에 물 얼음만 남는데, 이것은 정말 맛이 없거든요. 그래서 물 얼음 빙수는 처음부터 다 섞어서 먹는 것이 거의 모든 한국인들에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설빙은 일본인들이 덮밥 먹듯 위에서부터 살살 떠먹고 비벼먹지 말라고 했어요. 설빙 빙수는 비벼먹으면 우유 얼음이 녹아서 엉망이 되요. 그리고 설빙 빙수는 굳이 비벼먹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우유 얼음이라 얼음 자체가 맛을 갖고 있거든요. 여기에 설빙에서는 연유를 따로 제공하기 때문에 우유 얼음이 밍밍하다고 느껴지면 위에서부터 퍼먹다가 우유 얼음만 남았을 때 연유를 뿌려서 우유 얼음을 먹으면 되구요. 설빙 이후로 빙수 먹을 때 위에서부터 살살 퍼먹는 방법이 널리 퍼졌어요.


"설빙 먹으러 가야지."


정말 모처럼 설빙 빙수를 먹기로 했어요. 설빙으로 갔어요. 어떤 빙수를 먹을까 고민했어요.


'기본적인 거 먹어야겠다.'


설빙에서 가장 기본적인 메뉴라면 인절미 설빙과 팥인절미 설빙이 있어요. 이 중 팥인절미 설빙을 먹기로 했어요.


설빙 팥 인절미 설빙은 이렇게 생겼어요.


설빙 팥 인절미 설빙 빙수 후기


설빙 광고 사진을 보면 팥 위에 인절미 조각이 올라가 있어요. 그러나 제가 받은 설빙은 인절미가 주변에 뿌려져 있었어요. 사실 기술적으로 팥 위에 인절미 조각을 수북히 올리기는 꽤 어려울 거에요.


설빙 팥인절미 설빙


설빙 홈페이지에서 팥인절미 설빙 빙수에 대해 '전통의 맛을 살린 설빙. 달콤한 팥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그 위에 고소한 콩고물과 쫄깃한 인절미 떡이 한가득 들어있는 인기만점 빙수!'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설빙 팥인절미 설빙 빙수 雪氷


연유는 따로 받아왔어요.


설빙 연유


괜히 설빙을 널리 알린 빙수가 아니야.


인절미 설빙과 팥인절미 설빙은 설빙 초기부터 있었던 메뉴.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메뉴. 만약 인절미 설빙과 팥인절미 설빙 맛이 별로였다면 설빙이 이렇게까지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거에요. 설빙 초기부터 있었던 빙수지만 그만큼 현재까지도 인기 좋은 메뉴이기도 해요. 설빙 가서 뭐 고를지 모를 때 골라먹는 메뉴이기도 하구요. 설빙 매장 가보면 이거 먹는 사람이 반드시 하나는 있다시피 해요.


팥을 살짝 긁어서 콩가루, 우유 얼음과 같이 떠 먹으면 팥의 단맛과 콩가루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 우유 얼음이 특유의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비어있는 느낌을 확실히 제거해줘요. 설빙 우유 얼음은 사실 눈송이 같은 느낌은 아니에요. 눈을 봤을 때 상상하는 이미지와 비슷한 느낌이죠. 실제 눈이 그렇게 부드럽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라 해도 실제로는 딱딱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있어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로 입으로 받아먹어도요.


저는 설빙 팥인절미 빙수 단맛이 약간 약하다고 느끼는 편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살살 떠먹으면서 팥과 콩가루 단맛으로 먹지만, 어느 정도 먹으면 연유를 뿌려서 우유 얼음을 먹어요. 그러나 이렇게 먹으면 너무 달다고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저도 그날 그날 상태에 따라 연유를 안 뿌리고 먹는 날도 있어요. 단맛은 사탕보다는 덜 달아요. 그러나 딱히 단맛이 약하다고 하기도 어려워요.


팥, 콩가루 모두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맛이고, 우유 얼음의 맛도 한국인들에게 이질적인 맛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맛이에요. 그래서 설빙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메뉴일 거에요.


설빙 팥 인절미 설빙은 설빙이 있는 한 그냥 계속 있을 거에요. 그리고 계속 이것을 먹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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