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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어요.


일본 신주쿠


이제 다음에 가볼 곳은 일본 최대 서점인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 紀伊國屋書店 新宿本店 이었어요.


일본 도쿄 키노쿠니야 서점 주소는 日本 東京都 新宿区 新宿3-17-7 이었어요. 신주쿠 타카노 본점에서 가까웠어요. 지도를 보며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을 찾아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키노쿠니야는 한국의 교보문고처럼 대형 서점 체인점이에요. 1927년 1월 22일에 창업했고, 1946년에 법인을 설립했대요. 등기상 본점은 신주쿠 본점이라고 하구요. 여기는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일반적인 일본인 지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서점에서 판매중인 책을 보면 그 나라의 국민들 지적 수준을 대충 가늠해볼 수 있어요. 인간 하나 하나가 다 똑똑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정확히 표현한다면 인간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어요. 여행 다닐 때 대학교는 가볼 필요가 없어서 안 가지만, 서점은 이런 이유로 반드시 찾아가요. 가뜩이나 일본은 별 거 없고 우리가 노력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을 많이 지껄여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어요.


지금은 그래도 덜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 책 베껴서 출판하기 급급했어요. 한국인이 쓴 책은 쓰레기, 불쏘시개 수준이었고,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은 번역이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나마 볼 만한 책이 일본 서적을 번역해 출판한 책이었어요. 왜냐구요? 일본어는 그래도 한국어와 문법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요. 일본 서적 번역한 책은 최소한 한 문장에 주어가 3개 4개 튀어나오지는 않았거든요.


일본 서적을 번역해 출판한 책의 단점은 두 가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외래어를 보면 일본어 특유의 외래어 표기법,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따와서 못 알아보게 생긴 것들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영어는 그나마 나았지만,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 단어는 이걸 대체 뭔 정신으로 번역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어요. 두 번째는 약간 파생적인 부분이에요. 일본 서적을 번역한 책에서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걸 모르고 그게 무조건 맞다고 박박 우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아는 척 하는 사람들 중 이런 사람이 무지 많았어요. 왜 이 따위 엉터리 정보가 돌아다니는지 원인을 조사해보면 현지 자료를 본 게 아니라 외국 서적을 토대로 집필된 일본 서적, 또는 이런 일본 서적을 번역한 책을 보고 박박 우기는 경우가 꽤 많았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가장 좋아진 점이라면 외국 원서가 개정판이 계속 나오면서 계속 교정되어서 이제는 그래도 읽을 만하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고, 인터넷도 발달해서 잘못된 내용은 빠르게 공유되고 수정된다는 점도 있구요.


'얼마나 격차가 클까?'


궁금했어요. 그러나 모든 코너를 다 둘러보고 이것은 이만큼 격차가 난다고 꼼꼼하게 분석할 수는 없었어요. 일단 일본 서점이기 때문에 일본어로 된 책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당연했어요. 어학 능력에 한계가 있었어요. 게다가 제가 우주 삼라만상을 모두 잘 아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식 중 대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몰라요. 제가 보고 격차를 가늠해볼 수 있는 거라면 외국어 학습 서적 코너 정도였어요.


지도를 보며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으로 갔어요.


일본 최대 서점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


"어? 뭐야? 여기였어?"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 건물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여기 나 한 번 와본 적 있어!


2009년, 몰타로 갈 때였어.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항공 JAL 을 타고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으로 간 후, 환승해서 이탈리아 로마로 가야 했어. 도쿄에서의 환승 대기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일본항공에서 숙소를 제공해줬어. 이른 아침, 숙소에서 나왔어. 일본 도쿄 중심부에 한 번 가볼 생각이었거든. 친구와 전철을 타고 신주쿠역으로 갔어. 친구는 자기는 잠시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했어. 그러면서 제게 큰 길을 따라 쭉 가면 키노쿠니야가 나올 거라고 알려줬어. 내가 일본어 아니까 알아서 적당히 돌아다니다 늦지 않게 말해주고 친구를 만나러 신주쿠의 많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지. 친구는 신주쿠 일대는 신주쿠역 근처 공원에 있는 흡연 구역 외에는 전면 금연이니 주의하라고 했어.


친구 말대로 신주쿠역 근처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한 대 태웠어. 일본 도쿄는 처음 와보는 곳이었지. 아는 게 없었어. 2시간 남짓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뭐 알아보고 온 것도 없었어. 그래서 친구가 알려준 대로 걸어갔어. 따사로운 아침 햇살. 그 햇살 속을 걷다 보니 키노쿠니야 서점이 나왔어. 아마 서점 문이 열기까지 30분인가 기다려야 했을 거야. 30분 동안 서점 앞에서 멍하니 서있기 싫어서 길을 따라 쭉 걸어갔어.


결국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일본어 버전은 구입했어. 그렇지만 시간이 없어서 키노쿠니야 안에는 못 들어가봤어. 그때 본 키노쿠니야가 바로 이 건물이었던 거야.


그래, 좋아. 그런데 나 지금 어디지?


신주쿠역 근처에 분명히 공원이 하나 있어야 했어요. 공원에 흡연 구역이 있거든요. 그 흡연 구역을 제외하면 신주쿠 전역이 금연 구역. 아무리 둘러봐도 공원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 친구와 잠시 헤어졌던 커다란 횡단보도도 없었어요. 키노쿠니야 건물을 보니 분명히 그 당시 왔던 곳이었어요. 그러나 건물만 기억날 뿐이었어요. 그날 걸었던 길 위에 있는데 그날 안 걸었던 길 위에 있는 것 같았어요.


'드디어 키노쿠니야구나.'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저 8층짜리 서점을 다 돌아다닐 생각에 아찔해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 건 별 거 아니었어요. 진짜 머리가 띵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분명히 나는 여행기에서 이 에피소드를 쓸 때 독한 말을 내뱉을 거다.


아직까지도 여행기 수위를 어느 수준으로 할 지 결정을 못 한 상태였어요. 보나마나 저 안에 들어가는 순간 한국과 일본의 국력 차이를 절실하게 느낄 거였어요. 저기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나라는 대체 뭐하는 거냐는 욕만 잔뜩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눈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일본 국력


여러 외국어를 열심히 건드려보던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우연히 일본 사이트를 발견했다.


이것이 국력 차이인가...


도쿄외국어대학교 언어 모듈. 이건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한국에는 제대로 된 인터넷 외국어 학습 콘텐츠 자체가 별로 없을 때였다. 수능 영어, 토익 정도나 조금 있었을 때였고, 그나마도 거의 전부 유료였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자료를 온라인 세계에 무료로 올려놓았다. 전세계 누구든 일본어만 알면 보고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도쿄 외국어대학교 대학원의 21세기 COE 프로그램 '언어 운용을 기반으로 하는 언어정보학 거점'연구 성과를 활용해서 개발한 새로운 인터넷 언어 교재였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경악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는 당연히 있었어요. 러시아어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사이트에 있는 언어들은 위에서 언급한 소위 '메이저 언어' 외에 폴란드어, 체코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몽골어, 한국어, 인도네시아어, 말레이시아어, 필리핀 타갈로그어, 태국어, 라오스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미얀마어, 힌디어, 우르두어, 벵골어, 아랍어, 베트남어, 터키어도 있었다.


열등감이 안 생길 수 없었다. 열등감 정도가 아니라 그냥 대놓고 굴욕적이었다. 이 정도 자료를 온라인에 무료로 뿌릴 정도라면 가히 '세계 경영'이라는 말을 해도 될 자격이 있었다. 그에 비해 그 당시 한국은 외국어 교재라고 할 게 솔직히 있나 싶을 수준이었다.


아랍어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랍어를 클릭해봤다. 이제 굴욕감을 넘어선 패배감이 느껴졌다.


동영상까지 올려놨다. 한국은 표준 아랍어조차 제대로 된 교재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본은 이집트 아랍어 방언, 시리아 아랍어 방언까지 올려놨다.


악몽 같은 현실이었다.


그 당시 충격을 아직도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교재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 프랑스어로 된 비싼 원서를 주문해서 봐야 하던 시절. 일본은 대놓고 온라인에 학습 교재를 뿌려대고 있었으니까요. 그 충격이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든 계기 중 하나였어요. 남이 만들어주기를 바랄 바에는 제가 만드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친구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한 후, 혼자 신주쿠를 걸어다녔어요. 담배를 태울 곳을 찾아다녔어요. 서점 들어갈 생각하니 그 전에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가야 할 거 같았어요. 충격적일 거였으니까요. 흡연구역을 찾아다녔어요. 분명히 공원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지만 없었어요. 어딘가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담배를 태우는 곳이 있을 것 같았어요. 일본은 흡연에 관대한 나라니까요. 그러나 흡연 구역은 보이지 않았어요. 전부 금연 구역이었어요.


"어? 저기 흡연구역인가?"


어떤 일본인 남자가 편의점 옆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어요.


그래, 나도 뭍어서 가자.


옆에 서서 담배를 태웠어요. 휴대용 재떨이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주변에 꽁초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있을 리 없었어요. 담배를 태운 후, 꽁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집어넣었어요. 아주 깔끔했어요.


담배를 태운 후,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으로 되돌아갔어요. 깊이 심호흡을 한 후, 안으로 들어갔어요.


일본 서점


친구는 2층에 있었어요. 친구와 만난 후, 여기를 어떻게 돌아다닐지 의논했어요. 제일 무난한 방법은 제일 윗층으로 올라간 후, 한 층씩 둘러보며 걸어내려오는 것이었어요.


2층은 소설 코너였어요. 소설에는 전혀 관심 없었어요. 일본 문학 자체에 별 흥미를 못 느꼈거든요. 그래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층으로 가기로 했어요. 엘리베이터로 갔어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어요.


'여기 뭐지?'


엘리베이터 안에는 엘리베이터 안내원 여성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서점 매장 직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설 때마다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여기는 무슨 코너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충격이었어요. 우리나라도 아마 예전에는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있었을 거에요. 저는 한국에서 엘리베이터 안내원을 본 적이 없어요. 제게 엘리베이터란 엘리베이터란 알아서 버튼 누르고 내릴 때 되면 내리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 엘리베이터 안에는 엘리베이터 안내원 여성이 있었어요.


'왜 있는 거지?'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은 미로처럼 생긴 곳이 아니에요. 책 정리가 아주 난장판으로 되어 있는 곳도 아니구요. 매우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서점이에요. 굳이 엘리베이터 직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보이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있었어요. 이것은 버블 경제에 대한 향수를 위해 남겨놓은 것인가? 진지하게 이렇게 추측해보고 싶어졌어요.


제일 꼭대기 층으로 갔어요. 제가 관심 가질 것은 없었어요. 음반 같은 것을 판매하는 매장이었거든요.


도쿄 서점


계단을 내려갔어요. 드디어 외국어 코너가 있는 층에 도착했어요.


'여기는 진짜 굉장하겠지?'


다시 떠오르는 도쿄 외국어대학교 언어 모듈. 인터넷에 그 정도로 자료를 공유할 정도라면 돈 주고 사서 봐야 하는 외국어 학습 교재들은 얼마나 다양할까?


현재 한국에 벵골어 교재는 현재 한국에 딱 한 권 있어요. 정확히 한 권은 아니지만 공부할 만한 책은 한 권 뿐이에요. 라오어 교재도 마찬가지. 라오스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라오어 교재도 세 종류 정도 있어요. 미얀마어 교재는 몇 종류 있어요. 그러나 체계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할 만한 것은 없어요. 뭔가 부족하고, 뭔가 순서가 안 맞아요. 이런 마이너 언어 교재 종류야 여러 가지 있지만, 저자가 제대로 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쓴 책이 너무 많아요.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에요. 한국의 외국어 교재들 중 소위 '메이저 언어'라고 부르는 언어들 어학 교재는 괜찮은 편이에요. 문제는 '마이너 언어'에 속하는 한국의 언어들 어학 학습 교재에요.


저자가 제대로 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책은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책에 체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책을 따라 공부해나가는데 반드시 짚어줘야 할 것들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틀린 내용이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구요. 목적도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에요. 이게 여행 가서 몇 마디 하면서 다니라고 만드는 여행 회화책으로 만든 건지, 제대로 어학 공부하라고 만든 어학 교재로 만든 건지, 강의에서 칠판에 지문 적어주기 귀찮으니까 그런 건 책에 나와 있는 지문 보라고 만든 건지 대체 알 수 없는 책이 대부분이에요.


저자가 어학을 제대로 전공한 경우는 기본적인 체계는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쪽은 대신 지나치게 딱딱해서 온갖 용어 설명을 다 찾아보게 만든다든가, 강의 교재로 쓸 목적으로 만들어서 꼭 있어야 하는 설명과 예시가 뭉텅이로 빠진 경우가 적지 않아요.


'과연 우리나라보다 얼마나 발전되어 있을까?'


제일 기대되는 곳이었어요.


일본 외국어 학습 교재


"어? 뭐지?"


우리나라도 진짜 많이 발전했는데?


정말 많이 놀랐어요. 외국어 학습 교재 종류는 영어, 중국어를 제외하면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외국어 학습 교재 코너와 일본 도쿄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 외국어 학습 교재 코너가 비슷했어요. 대동소이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책 몇 권을 뽑아서 봤어요. 책 내용도 우리나라가 꽤 많이 쫓아왔어요.


동남아시아 언어 외국어 교재들은 한국이 열세이기는 했어요. 박박 우기면 비겼다고 주장해볼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이건 엄청나게 굉장한 거에요. 아무리 한류 어쩌구 해도 일본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돈을 쏟아부은 액수, 돈을 쏟아부은 기간에 비할 바가 아니거든요. 동남아시아에 여행 목적으로 가서 보기만 해도 이들 나라가 국민 개개인부터 정부까지 얼마나 친일 성향이 강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일본 외국어 학습 교재 출판 현황


"우즈베크어 교재 없네?"


튀르크어족 언어들 교재에서는 오히려 한국이 근소하게 우세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책장에는 터키어, 오스만어 책만 보였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그 외 다른 튀르크어족 언어들 교재가 보이지 않았어요. 깜짝 놀랐어요. 한국의 승리라 해도 될 정도였거든요.


우리나라도 우즈베크어 교재는 현재 딱 하나 있어요. ECKBOOKS 에서 출판한 The 바른 우즈베크어 Step 1 하나에요. 일단 '있다'와 '없다' 차이가 상당히 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책은 상당히 잘 만든 책이라는 것이에요. 공부하기 좋고,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책이거든요. 여기에 우리나라에는 키르기즈어 교재도 있어요. 이 키르기즈어 교재는 절대 추천할 마음이 없어요. 튀르크 어족 언어 중 하나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인상 박박 쓰면서 보고 뭔 말을 하는지 알고 체계를 잡아가며 공부할 수 있지만, 초심자가 보면 이딴 것도 책이라고 만들었냐고 욕할 만한 책이거든요. 쓸 데 없이 책을 세 종류로 나눠놔서 보기만 더 어렵고 돈만 더 많이 들게 만든 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튀르크 언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해본 경험이 있다면 써먹을 수 있는 책이기는 해요. 카자흐어는 예전에 정말 딱딱한 문법책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절판되었어요.


여기까지는 확실한 의외였어요. 중앙아시아 언어들은 우리가 오히려 앞서고 있었어요. 동남아시아 언어들은 열심히 따라잡고 있었구요.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어요.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국제 결혼과 매우 큰 관련이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여성들과의 국제 결혼이 꽤 있어요. 그리고 이들 나라로부터 한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가 엄청나게 많구요. 둘 중 특히 국제 결혼이 매우 큰 영향을 끼쳤어요. 실제 한국에서 이런 '마이너 언어' 교재들은 결혼 이민 온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교재들부터 여러 종류 출판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이런 한국의 마이너 언어 교재를 보면 '여보, 사랑해요' 같은 표현이 매우 잘 등장해요. 부부 관계에서나 써먹을 말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딱 여기까지 좋았어요.


중동 언어로 넘어가자 여기에는 일단 쿠르드어 교재가 있었어요.


아랍어는 표준 아랍어 교재에 팔레스타인 아랍어 방언, 모로코 아랍어 방언, 이집트 아랍어 방언 교재가 각각 따로 있었고, 아랍어 역사를 다룬 책도 있었어요. 말 그대로 '뒤지게 처맞는 거다' 수준이었어요. 한국 아랍어 교재의 완패였어요. 한국 아랍어 교재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표준 아랍어 교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저 하나 그대로 잘 번역해서 출판하면 되요. 표준 아랍어는 이슬람 경전 쿠란에 사용된 언어에요. 그리고 이슬람에서 쿠란을 변형시키거나 번역하는 것을 완벽히 금지해놨기 때문에 표준 아랍어 자체는 변할 수 없어요. 그래서 세계적으로 정말 좋은 아랍어 교재라고 인정받는 아랍어 교재 하나를 잘 번역하면 되요. 그런데 한국 아랍어 교재 현황을 보면 자꾸 쓸 데 없는 쪽으로 뭘 해보려고 하고 과거에 나온 명저는 오히려 방치하거나 없애버리는 추세라고 느끼곤 해요.


아랍어는 서양에서 인정받는 아랍어 학습 교재 명저 한둘 골라서 번역 잘 해서 출판하고, 아랍권에서 아랍어 문법을 설명한 것 중 명저 하나 골라서 번역 잘 해서 출판하면 되요. 이러면 실상 영원히 우려먹을 수 있어요. 아랍어 자체가 못 변하게 되어 있는 언어니까요. 여기에 아랍 국가들 방언 교재들 출판하면 되구요. 그런데 한국은 이런 '정석적인 길'이 아니라 쓸 데 없는 데에 힘 쓰고 불필요하게 책 종류만 늘려놓고 있어요.


유럽 언어들은 한국도 다양한 언어 교재가 있어요.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한국에 없는 외국어 교재는 세르비아어 교재였어요. 한국에는 세르비아어 학습 교재로 유일하게 FLEX 세르비아어 책이 있어요. 이건 독학용 학습 교재가 아니라 FLEX 시험 준비 문제집이에요. 그 정도였어요. 한국도 일본도 아직 알바니아어 교재까지는 사이좋게 없었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나게 선방한 건데?'


이것이 바로 잃어버린 20년의 힘이란 말인가.


외국어 학습 교재 편찬 능력에서 한국이 일본에게 많이 뒤쳐지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에요.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 이런 분야 연구가 계속 되어 왔지만, 한국은 실상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시작되었어요. 여기에 일본은 냉전 시기에 계속 공산권 국가들과 교류했지만, 한국은 전면 금지였어요.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러시아어 통역을 구하지 못해서 러시아어-영어 통역과 영어-한국어 통역을 데려와서 2중 통역을 해야 했다는 에피소드는 매우 유명해요. 게다가 한국은 1989년에야 해외 여행 자유화 조치가 실시되었어요. 그 전까지는 외국어 학습 수요 자체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이에요.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과 일본의 외국어 학습 교재 편찬 역사는 단순히 연대적 차이보다 훨씬 더 길어요. 한국의 다양한 외국어 교육 역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역사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외국어 교재 편찬 역사도 한국외국어대학교 역사와 상당 부분 일치하구요.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차이를 상당히 많이 따라잡았어요. 이 정도라면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였어요. 한편, 일본이 이쪽에서 이렇게 많이 따라잡힌 데에는 잃어버린 20년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거에요. 전체적인 외국어 학습 교재 수요가 그다지 성장하지 못했다는 거니까요.


이번에는 어린이 학습 교재를 보러 갔어요.


일본 어린이 학습 교재


어린이 학습 교재가 매우 많았어요. 일본은 중학교 입시도 아직 존재하는 나라에요. 심하게는 유치원 입시부터 준비하는 나라구요. 일본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보면 '편차치'라는 말을 접하게 되요. 이건 주로 고등학생을 다룬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해요. 학교와 학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에요.


한국에서는 대체적으로 입시가 학생들 인권과 인성을 파괴한다고 게거품 물고 발광하고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평준화가 절대적인 선인 것마냥 말해야 깨어있는 시민 취급 받을 수 있어요. 그러나 진지하게 정말 그게 맞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한 교실에 집어넣고 똑같은 내용으로 수업 들으라고 하면 누가 피해볼까요? 초등학생에게 맞춘다면 대학원생이 피해보고, 대학원생에게 맞춘다면 초등학생이 피해보죠. 중간에 맞추면 양쪽 다 피해봐요.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는 교실이 아니라 더불어 터져나가는 교실이에요. 이게 한국 공교육의 문제점이자 현실이에요. 어느 쪽이든 지나치면 안 좋아요.


의무교육 12년, 무상교육 12년 좋아요. 그러나 의무교육, 무상교육이 고등학교 3학년까지 내용을 알든 모르든 무조건 진학시켜주는 것을 의미해서는 최악의 결과만 야기한다는 것이에요. 의무교육 12년을 실시할 거라면 당연히 유급, 낙제, 월반 제도도 같이 존재해야 해요. 12년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보장해줘야지, 지금처럼 운동장 돌멩이, 먼지, 쓰레기 같은 무생물조차도 출석만 하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쭉 올라가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게 만드는 것은 모두에게 재앙이에요.


일본 서점


외국어 코너에서는 특별히 구입할 책이 없었어요.


'일본 전래동화책이랑 요리책 사야지.'


네이버 파파고에 전래동화를 입력해 봤어요. 伝来童話 라고 나왔어요. 직원에게 다가가 일본어로 물어봤어요.


"저, 이것은 어디에 있나요?"


직원에게 파파고에 떠 있는 伝来童話 를 보여줬어요. 직원 표정이 伝来童話 를 보고 표정이 굳어가는 것이 보였어요.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 눈에 힘이 들어가는 직원 표정. 이거 매우 안 좋아. 나를 엉뚱한 곳으로 데려갈 수 있어. 내가 구입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보는 일본 전래동화. 어른들이 보는 책, 일본의 민담 및 설화 학술 서적이 아니야. 저 표정은 말 없이 내 귓가에 속삭이고 있어. 너를 일본어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일본어로 적힌 책이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는 곳으로 데려가버릴 거야. 거기 있는 책들은 모두 한결같이 페이지를 펼치는 족족 나한테 '어디 너의 뇌가 조각나는 기분을 느껴봐라'라고 저주를 퍼부을 거야. 눈알 빠질 거 같은 촘촘한 글자는 기본일 거고, 무시무시한 일본어 고어가 마구 튀어나올 수도 있어. ゐ, ゑ 같은 네이버 사전, 다음 사전에서 입력도 안 되는 글자 등장도 가능해.


안 돼, 안 돼. 나 다리 아파. 아까 흡연 구역 찾는다고 신주쿠 한참 돌아다녔어. 어제 후유증도 있어. 쓸 데 없이 많이 걷기 싫어. 이건 보나마나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거야. 직원의 미간이 꿈틀대고 눈에 힘이 들어갔다면 이건 거의 100%. 나를 일본 소설 코너, 또는 학술 서적이 가득한 곳으로 끌고 가려는 거야.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위험해.


"아이들이 읽는 '무카시노 하나시'는 어디 있나요?"


무카시노 하나시. 대충 지어낸 말이었어요. 昔 むかし '무카시'는 옛날, 話 はなし '하나시'는 이야기. 대충 알아듣겠지 하고 이야기했어요.


직원 표정이 환해졌다! 비 내리는 신주쿠 하늘에 이 직원 얼굴에만 따스한 햇볕이 비쳐!


"아, 무카시바나시데스까?"


직원이 '무카시바나시'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더니 제게 따라오라고 했어요. 직원이 저를 데려간 곳은 어린이 동화 코너였어요. 직원이 책을 몇 권 뽑아주면서 이런 것이 있다고 보여줬어요. 맞았어요. 제가 찾던 일본 어린이 전래동화 책이었어요.


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일본어 사전에 昔話 를 입력했어요. mukasi 라고 입력한 후 한자 변환해서 昔를 입력한 후, hanasi 라고 입력한 후 한자 변환해서 話를 입력했어요. 검색 결과가 나왔어요. 昔話 むかしばなし 옛날이야기. 대충 어떻게든 알아듣겠지 하고 지어낸 '무카시노 하나시'가 얼추 맞는 말이었어요.


일본 전래 동화책 3권을 골랐어요.


일본 동화책


일본 동화책 삽화


일본 전래동화


일본 전래동화 삽화


日本 昔話


일본 그림


일본 전래동화 책 3권을 골랐어요. 이제 그 다음은 일본 음식책이었어요.


일본 요리책


너무 다양해!


책이 많은 것은 둘째 치고 종류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었어요.


여기는 일본이었지...


책이 음식 종류마다 세분화되어 있었어요. 돈까스 전문 서적, 튀김 전문 서적, 라멘 전문 서적 등등 음식 하나마다 책이 하나였어요.


내가 사고 싶은 건 '일본 대표 요리 100선' 이런 건데...


언젠가부터 외국 여행 가서 현지 음식 요리책을 사서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되었어요. 요리책에 나와 있는 음식 사진을 보면 눈이 매우 즐거워요. 나중에 이런 음식을 먹어봐야겠다는 상상도 할 수 있어요. 이 음식은 어떤 맛이 날 지 궁금해지구요. 이렇게 본능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깊게 보려면 또 매우 깊게 볼 수 있어요. 요리책을 보면 그 나라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알 수 있거든요. 소가 있어야 소를 먹을 것이고 돼지가 있어야 돼지를 먹죠. 자연, 경제, 문화와도 꽤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외국 여행 가면 그 나라 현지 음식 요리책을 구입해요.


일본은 일본답게 책을 아주 전문적으로 만들어놨어요. 제가 원하는 '일본 대표 요리 100선' 같은 책은 안 보였어요. 책을 하나씩 살펴보다 일본 전통 요리는 和食 わしょく 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문제는 和食 서적에는 돈까스, 라멘 같은 음식은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간단히 책 하나 사서 끝내고 싶은데 그게 전혀 안 되었어요. 음식을 세세히 분류해놓고, 그것마다 또 책으로 몇 권씩 만들어냈어요.


간신히 제가 원하는 책과 비슷한 책을 찾아냈어요.


'아니야. 이건 진짜 아니다.'


이번에는 사진이 참 안 예뻤어요. 혼이 실린 사진이 아니었어요. 적당히 별로였으면 그냥 구입했을 거에요. 그런데 적당히 별로인 정도가 아니었어요. 사진만 보면 이 책이 진짜 일본에서 만든 책 맞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일본 사진 특유의 분위기가 전혀 없었어요. 한국인 데려와서 사진 찍으라고 한 것 같았어요. 책에 실려 있는 사진을 보니 도저히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없었어요. 무슨 우리나라 인터넷에 매우 많이 돌아다니는 돌아다니는 '홍대 일본 음식 맛집 BEST 5' 같은 글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한국 돌아가서 책을 펼치면 상상의 나래가 아니라 오히려 상상을 망칠 것 같은 사진이었어요.


책을 덮어버렸어요. 음식 책은 포기하기로 했어요.


일본 어린이 전래동화 세 권을 들고 계산대로 갔어요. 계산을 하고 다른 층도 구경했어요.


일본 종교


서점에서 나가기 위해 발걸음 방향을 틀었을 때였어요.


"여자력!"


여행 가기 얼마 전, 일본에서 '여자력'이라는 것이 대유행하고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어요. 처음 그 글을 봤을 때, 일본답게 또 별 거 아닌 거에 오두방정 다 떠는 것 아닐까 했어요. 별 거 아닌 것을 갖고 이름 붙여서 유행처럼 만드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조금 찾아보자 그게 과장이 아니라 진짜였어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는 여자력이 유행하고 있대요.


'그 책 직접 봐야겠다.'


일본의 여자력 책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도쿄로 여행 오기 전에 진짜로 그런 책이 있을지 많이 궁금했거든요. 단순히 여자력이 뭔지 알고 싶어서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어요.


작년이었어요. 지낸해인 2018년, 6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엠넷에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48이 방영되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 연습생들이 나와서 아이돌 멤버로 최종 선발되기 위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여기에서 선발된 아이돌 연습생들은 기한제 아이돌로 일정 기간 활동하게 되요.


프로듀스 48이 그 전에 있었던 시리즈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일본인 아이돌들도 참여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눈여겨볼 만한 것 하나가 있었어요. 여러 에피소드 중 '히든박스'라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상자 속에 손을 집어넣어서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촉감으로 알아맞추는 게임이었어요. 이 게임에서 일본인 아이돌들이 유독 심하게 리액션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졌어요. 처음에는 이런 리액션에 대해 일본인 아이돌이 너무 오버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나 이후 일본 여성 아이돌들이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가 퍼지면서 그럴 만 하다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일본 여성 아이돌들이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국 문화 기준으로 보면 '학대'를 당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은 일본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예능인은 예능인으로 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어요. 일본 예능 프로그램은 오직 웃기는 것만이 목표래요. 그리고 웃기기 위해서라면 뭐든 한대요. 여자 아이돌들을 괴롭히는 것도 웃기고 인기를 끌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하는 거래요.


과연 그것 뿐일까?


진지하게 의문이 들었어요.


이게 과연 단순히 방송 문화의 치이일까?


인기가 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해요. 그건 당연한 거에요. 마치 '사람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습니다' 같은 거에요. 인기 있으니까 그렇게 하죠. 가학적인 게 인기 없다면 당연히 그런 거 안 하죠. 돈 벌려고 하는 건데 당연히 돈 되는 걸 해야죠. 이건 따지고 말고 없어요. 여기까지는 의문을 던질 부분이 없어요. 단순히 방송 문화의 차이라고 넘어가도 되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왜 그게 돈이 되냐는 거야.


'인기 있으니 한다'라는 말을 얼핏 보면 저 문장 사이에 다른 의견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 보여요.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볼 것이 있어요. '대체 왜 인기가 있는가?'에요. 누가, 어떤 이유로 그런 것을 좋아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거에요. 일본인들은 원래 가학적이라서? 한국인은 태어나자마자 생물학적으로 유교 탈레반 DNA를 갖고 있어서? 자연과학적 설명이 아니라면 왜 그런지 계속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요.


내가 궁금한 건 이거야. 일본에서는 왜 여성 아이돌을 가학적으로 대하는 것이 돈이 되는데?


뭔가 직감적으로 이것과 연관이 크겠다는 것이 있었어요. 그 추측이 일본의 여자력을 궁금하게 만들었어요.


여자력. 한자로는 女子力.


'이걸 대체 어떻게 찾아내야 하지?'


한자는 쉬웠어요. 女子力.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도 아는 한자로만 구성되어 있었어요. 한자 자체도 아주 단순한 한자라 발가락으로 볼펜 잡고 써도 쓸 수 있는 글자들이었어요.


문제는 이게 일본어.


한자까지는 알겠어. 그런데 이걸 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거야? 죠세이료쿠? 아니야. 이건 여성력이잖아. 죠꼬료쿠? 죠스료쿠? 한자로는 기초 중에 기초인데 막상 일본어로 읽으려고 하니 갑자기 초고급 레벨 돌파.


도서 검색대는 있었어요. 그러나 필기 인식 기능 따위는 당연히 없었어요. 히라가나로 입력해야만 했어요. 도서검색대를 보며 잠시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한자는 아는데 읽는 법을 몰라서 검색을 못 하는 상황. 그렇다고 직원에게 '여자력 책 어디 있나요?'라고 물어볼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았어요. 이건 아무리 내가 한국인 관광객이라 해도 무리. '관광객'이라는 전가의 보도 같은 무기가 있어도 내가 남자인 이상 절대 무리.


'아, 그때 그 글 다시 봐야겠다!'


제목에 히라가나만 있으면 돼!


그 글에 표지가 제대로 나온 여자력 책은 2종류. 둘 다 여자력 책이니까 둘 중 하나 제목에 히라가나가 있으면 찾을 수 있어. 제목 중 히라가나로 되어 있는 부분을 도서 검색기에 입력한 후 엔터. 그 다음은 근성과 정신력 문제. 수많은 책 제목을 눈알 빠져라 꼼꼼히 읽어가며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분명히 책 제목을 찾아낼 수 있어. 만약 없다면? 이 큰 서점에 여자력 책 하나 없다면 엉터리거나 과장이거나 한물 간 유행이겠지.


그때 봤던 글을 찾아서 들어갔어요. 책 제목 중 히라가나가 여러 자 연속으로 들어가 있는 책이 있었어요. 도서 검색기에 히라가나를 입력했어요.


"있다!"


찾았어요. 여자력 책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어요.


'여기 있다고 했는데...'


여성들을 위한 도서들이 있는 코너였어요. 페미니즘 냄새가 나는 책도 있고, 평범한 인생 이야기 책도 있었어요. 온갖 책이 다 섞여 있었어요. 이제 이곳에서 여자력 책을 찾아내야 했어요. 눈에 불을 켜고 여자력 책을 찾았어요. 분명히 있었어요. 도서 검색기에 여자력 책이 있다고 나왔거든요. 한자와 히라가나, 가타가나의 숲에서 女子力을 찾아 헤메었어요.


"찾았다!"


일본 여행 여행기 예습의 시간 - 18 일본 최대 서점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 일본 사회 여자력 유행도 한국의 미래


여자력. 女子力.

여성스러움. 가정적이고 모성애가 듬뿍 드러나는 모습.


일본 사회 여자력 유행도 한국의 미래가 될 것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라고 하면 '조용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많이 떠올려요. 실제 일본에 대해 소개하는 일본 체류 한국인들,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들 글을 보면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상당히 짙게 깔려 있어요. 조용한 이미지, 섬세한 이미지, 꽉 막힌 이미지. 이 세 가지가 한국어로 된 일본 관련 글 기저에 깔려 있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일본은 항상 조용한 줄 알기 쉬워요.


그러나 일본 현대사를 들여다보면, 일본이 이렇게 조용해진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에요. 알고 보면 일본은 뭐든 한국보다 더 격하고 시끄럽고 고통스럽게 몸살을 앓아왔어요. 전쟁을 해도 일본은 핵폭탄을 얻어맞았고, 좌익 투쟁이라고 해도 일본은 아주 세계적인 테러리스트 조직 적군파를 결성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심지어 경제호황조차 한국은 1980년대 3저호황을 이야기하지만 일본은 세계적인 버블 경제였어요. 한국에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일본은 뭐든 한국보다 더 심각하고 과격하게 겪었어요. 어떻게 보면 일본의 '조용한 이미지'도 디플레이션을 세계적으로 격하게 겪어서 나타난 것이라 볼 수도 있어요.


페미니즘도 마찬가지에요. 일본은 페미니즘을 한국보다 훨씬 더 격하게 겪은 나라에요. 일본의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한국에 직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아요. 1990년대 일본 페미니즘 광풍 시대가 한국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이 시대의 후폭풍 때문이에요.


2000년대, 한국 사회에 일본의 초식남 현상이 알려졌어요. 일본의 나쁜 점은 한국에 잘 알려지는 편이에요. 초식남 현상이 한국 사회에 소개된 것도 일본의 나쁜 점을 널리 홍보하여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자는 오래되고 유구한 전통과 연관 있었어요. 우리들 눈으로 봤을 때 엄청 한심해보이는 것이니까 그거 보고 일본 비웃어주고 우리가 잘났다고 자긍심을 갖자는 목적이었죠.


1990년대 일본 페미니즘 광풍 시대의 현실은 그 자체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초식남 현상' 때문에 한국 사회에 조금 알려지게 되었어요. 왜 초식남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고 일본 출산률이 무지막지하게 떨어지는지 원인을 살펴보니 그 원인은 1990년대 일본 페미니즘 광풍 시대였다는 것이었죠.


전세계적으로 전설적이었던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기. 이 당시 일본 여성은 눈 높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했어요. 지금은 한국 인터넷에서 '스시녀'라고 찬양받는 일본 여성이지만, 불과 10년 전 글만 봐도 평이 '눈이 더럽게 높은 일본 여자'와 '상냥하고 착한 일본 여자'로 극악으로 갈려요. 더 과거 기록들을 보면 오히려 일본 여성에 대한 악평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구요. 명품 열광, 지나친 남성 희생 강요 등요.


일본 여성 사이에서는 결혼과 관련해 '3고'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3고 : 고학력, 고연봉, 고신장


버블 경제때에는 이런 눈높이 높은 일본 여성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본인 남성들이 여럿 있었어요. 그 당시는 일본에 돈이 굴러다녔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1990년부터 일본 버블 경제는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어요. 1992년부터는 취업 빙하기가 시작되었구요. 그러자 일본 여성들은 결혼과 관련해 나름대로 눈을 낮춰서 '3평'을 결혼 기준으로 내세웠어요.


3평 : 평균연봉, 평범한 외모, 평온한 성격


여기에서 평균연봉은 기본적으로 해고 당하지 않는 직장을 다니면서 평균 연봉을 받는 남자. 평범한 외모란 너무 잘 생기면 바람도 잘 피우니까 외모에서는 조금 양보한다는 것. 평온한 성격은 여성이 요구하는 것에 토 달지 말고 그냥 들어먹으라는 것.


여기에 페미니즘 광풍까지 더해졌어요. 일본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콘텐츠를 정말 많이 제작하는 나라에요. 그래서 이런 모습들이 아주 적나라하게 다 드러나 있어요. 심지어는 한국에 수입되어 인기를 끈 만화인 짱구는 못말려 (크레용 신짱) 만화에도 간간이 이 당시 상황이 등장하곤 해요. 지하철 여성 전용칸 같은 게 만화에 나와요.


취직 빙하기에 디플레이션인 상황에서 결혼 3평 기준은 일본 남자들에게는 판타지 같은 소리. 게다가 페미니즘 광풍은 남자 죽이기 식의 운동으로 변질되어버렸어요. 무조건 여자가 어떤 식으로든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추행이 되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찰, 법원조차 무조건 여성 편을 들어주는 분위기였어요. 여자가 우기면 무조건 일단 유죄추정의 원칙이 되어버리는 상황이었어요. 이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현실의 연애를 포기하고 차라리 2D, 아이돌 산업에 열광하고 만다는 초식남을 폭증시켜버렸어요.


그러자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는 결혼과 관련해 보다 기준을 낮춘 '4저'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4저 : 저자세, 저의존, 저리스크, 저연비


저자세는 여자에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 저의존은 가사를 여성에게 의존하지 말 것. 저리스크란 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남성. 저연비란 돈 낭비 안 하고 아내에게 돈을 갖다바칠 것.


결과는? 초식남을 넘어 절식남 대유행.


그러다보니 여자들 및 중매업체 사이에서는 여성이 내세우는 결혼 기준에 대해 3강이라는 말까지 나와버렸어요.


3강 : 강한 생활력, 강한 직장, 강한 육체


강한 생활력이란 긴 자취생활을 통해 집안일을 할 줄 아는 것, 강한 직장이란 해고당할 위험이 없는 안정된 직장, 강한 육체는 말 그대로 건강하고 강한 육체. 건강한 공무원을 이야기하는 거죠.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20년, 더 나아가 이제 잃어버린 30년이 되냐 마냐 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위와 같은 과정을 겪으며 일본 사회는 크게 변화했어요. 아라포 - 40대 미혼녀들과 아라사 - 30대 미혼녀들은 대놓고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어요. 이 중 특히 40대 노쳐녀들은 일본 사회에서 조롱거리이자 사회적 골칫덩어리로 전락해 버렸어요. 그리고 나이차가 매우 큰 연상남-연하녀 커플이 크게 증가했어요. 더불어 1990년대 페미니즘은 어디 갔는지 찾아보기 힘들어졌구요. 외부에서 오늘날 일본을 보면 오히려 과거와 달리 여성 인권이 낮은 나라로 비추어지기까지 해요.


여자력도 이러한 일본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봐야 맞을 거에요. 페미니즘에 취한 여성들의 비참한 몰락, 그리고 장기 불황으로 바뀔 게 없어 보이는 어두운 미래. 이것들이 여자력 유행을 야기했을 거에요. 조신하고 가정적이고 청순한 컨셉.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어떻게든 재산을 모아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 30~40대 남성들이 어떤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할까요?


1990년대에 왜 일본에 페미니즘 바람이 불었는지 추측해보자면, 일본 여성들이 버블 경제 무너진 걸 못 깨달아서는 아닐 거에요. 오히려 그런 현실을 깨닫고 밥그릇 싸움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 봐야 할 거에요. 배고프면 싸우게 되어 있거든요. 배부르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구요. 전체적인 밥그릇 수도 줄어들고 밥그릇 크기도 줄어들고 있는데, 결혼으로 안정된 인생을 보장받을 수도 없는 상황. 그러면 인간인 이상 밥그릇 싸움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어요. 그 밥그릇 싸움에서 하나의 무기이자 진영논리가 페미니즘이었던 거구요.


왠지 한국도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사회를 연구할 때 '경향성'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래왔으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라는 것이에요. 각 영역에 따라 추세라고 하기도 하고, 경향이라고 하기도 해요. 특별한 대혁명급 변화가 없는 한 크게 보면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이에요.


현재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으로 매우 시끄러운 상황이에요. 왜 지금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광풍이 불고 있는가? 왜 이것 때문에 한국인들은 하루도 조용한 날을 보낼 수 없는 것인가? 제가 봤을 때는 별 거 없어요. 밥그릇 싸움이에요. 그리고 여기에 자칭 진보 좌파라는 정치인들이 밥숟가락 얹어서 자기 이득 챙기기 바쁘구요.


나는 정말 일본의 전철을 안 밟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왠지 경향성 때문에 그렇게 가버릴 것 같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양성 평등 따위는 이제 개나 줘버린 상태. 이제는 자칭 페미니즘 신봉자라는 여자들끼리 다시 탈코르셋이니 뭐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있는 상황이에요. 페미니즘 안에서 다시 탈코르셋이니 뭐니 하며 치고박는 것에 대해 또 여러 해석과 분석이 존재해요.


한국도 초식남 현상이 슬슬 나타나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리얼돌 문제'에요. 리얼돌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성욕 푸는 도구이기는 하나, 그게 단순히 성욕 푸는 도구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의 인형놀이'로 언제든 변화할 수 있어요. 이렇게 진화한다면 일본에서 초식남, 절식남이 현실의 연애를 포기하고 2D 캐릭터, 아이돌 산업에 열광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될 거에요. 이렇게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거라 보는 이유는 한국은 캐릭터 산업이 일본에 비해 형편없거든요. 리니지 게임 좋아했던 사람은 많지만 리니지 캐릭터 산업은 별로 발전하지 않았잖아요. 온갖 리니지 아이템은 현금으로 거래하지만 리니지 캐릭터 피규어, 브로마이드 같은 것을 돈 주고 샀다는 사람은 못 봤어요. 뒤져보면 있기야 하겠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로 소수겠죠.


나날이 한국의 페미니즘은 자기합리화를 위한 핑계로 흘러가고 있어요. 자연과학에 전혀 맞지 않는 되도 않는 소리를 박박 우겨가며 이게 페미니즘이라고 우기고 있어요. 누가 봐도 억지를 부리는 거고 핑계를 대는 것에 불과해요. 양성평등이라는 것은 이제 사라져버렸고, 열등감을 숨기기 위한 핑계, 자기합리화 논리로 변질되어 가고 있어요.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창궐할 수록 여성의 능력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여성은 무능력해져가고 있어요. 이게 현실이에요.


진심으로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밟아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려면 대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할 거에요. 무턱대고 남자와 여자는 똑같다고 박박 떼쓰고 우겨댈 게 아니라요. 그리 우겨대고 싶다면 인간 개조 프로젝트 들어가세요. 20세에 자식을 낳는다고 치면 300년 후면 남자와 여자의 자연적인 신체적 근력 차이가 똑같아 질 수도 있겠네요.


제도적으로 손대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예를 들면, 여자 경찰을 많이 뽑고 싶다면, 완력의 차이를 일단 인정해야 해요. 눈 뒤집고 덤벼드는 범죄자가 여자 경찰이라고 봐줄 리 없잖아요. 아예 제도적으로 남자 경찰은 완력 제압, 여자 경찰은 실탄 제압 및 사살을 담당하게 하는 거에요. 남자 경찰이 먼저 완력으로 제압을 시도하고, 범죄자가 거칠게 반항하면 여자 경찰이 바로 실탄을 발사해서 범죄자를 제압하게 하는 거에요. 총 앞에서는 육체적 차이는 무력화되니까요. 이러면 여경 늘리자고 해도 많은 한국인들이 찬성할 거에요. 첫 발은 하반신 및 팔과 어깨에 대고 발사하고, 두 번째부터는 아무 곳에나 대고 발사해도 된다고 하는 거에요. 오히려 이렇게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어버버거리다 범죄자에게 역으로 제압당하고 범죄를 당한다면 경찰의 임무를 다 하지 못했다고 파면시켜버리구요.


그리고 정부는 쓸 데 없이 예산 퍼주기 하며 지지표 확보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진정 남녀평등을 위해 예산을 사용해야 해요. 대표적으로 웨이러블 로봇 기술 개발 투자가 있어요. 현재 몸에 착용하는 로봇에 대한 연구가 여기저기에서 그 성과물을 내놓고 있어요. 쌀 20kg 한 포대 들기 위해서는 20kg 한 포대 들기 위한 힘만 있으면 되요. 웨이러블 로봇은 남녀의 근본적인 육체적 근력 차이를 크게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에요. 이런 기술 개발에 무지막지하게 투자하고, 그 성과물을 무지막지하게 보급해댄다면 남녀 평등이 크게 진척을 이룰 수 있을 거에요.


그러나 지금 정부한테 이딴 걸 바라면 안 되지. 포기하면 편해.


'남자'와 '여자'를 지우고 오직 '인간'으로 봤을 때, 그 차이를 줄이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게 남녀평등 실현을 위한 기본 원칙이에요. 그러나 이런 데에 신경쓸 리가 없죠. 적당히 돈이나 뿌리고 여성할당제니 뭐니 하면서 세금만 엄청나게 낭비하고 사회적으로 자원 낭비만 엄청나게 야기하겠죠. 그동안 한국은 '군대'와 '국제결혼'으로 초식남 대창궐을 막아오고 있었어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치고박고 싸워야할 만큼 심각한 장기적인 경제 불황이 온 적도 없구요. 그러나 드디어 '대 밥그릇 쟁탈전 시대'가 도래해버렸어요. 정부가 뒤엎어지지 않는 이상, 추세 전환은 절대 될 리가 없을 거고,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죠. 서서히 진행되느냐, 갑자기 펑 터지느냐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에요.


동양에는 매우 좋은 말이 있어요.


사필귀정 事必歸正


근본적인 대혁명급 변화가 없다면 결국 사필귀정. 아무리 차이가 없다고 박박 우겨봐야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 차이는 다시 드러나게 되요. 그 결과는...


뭐긴 뭐야? 여자력 대유행이지.


진심으로 일본의 전철을 안 밟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본다면...


일본 여자력


최근, 갑자기 살이 쪘어. 자, 어떻게 할래?

A. 유행하고 있는 ㅇㅇ다이어트로 급히 살을 뺀다.

B. 살 빼는 방법 에스테(전신미용용품)로 막대한 돈을 지불한다.

C. 런닝을 시작한다.

D. 세 끼 적정량을 먹고, 간식은 끊는다.


이 책은 정감록이 될 것인가?


진심으로 이것이 한국의 미래 예언서가 안 되었으면 좋겠어. 그러나 지금 한국 상황 흘러가는 걸 보면 이 책은 정감록이 되어버리고 말 거 같아.


일본 예능에서 한국인 관점에서 보면 여자 아이돌을 학대하는 장면이 많은 이유는 과연 뭘까요? 저는 일본에서 초식남, 절식남 등 모멸을 받아왔던 일본 남성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분노와 큰 관련이 있다고 봐요. 그렇다면 한국 여자 아이돌 그룹의 미래도 그걸 따라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몇 년 후가 될 지 모르겠지만요.


Dreams come true 가 될 거야.


그 꿈이 악몽이라서 문제지.


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너 그 책 사게?"

"어."

"왜?"

"이 책은 정감록이 될 거야."


친구가 '정감록'이라는 표현에 빵 터졌어요. 쪽팔림을 무릅쓰고 계산대로 가서 돈을 지불했어요. 1400엔짜리 책이었어요. 15000원이 넘는 이 책. 과연 정감록이 될 것인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왠지 그런 현실이 도래할 것 같았어요. 만약 이대로 계속 흘러간다면 경향성에 의해 5년에서 10년 사이에, 빠르면 3년 정도 후에 도래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서점에서 나왔어요. 비가 그쳐가고 있었어요. 시계를 봤어요.


"벌써 4시 다 되어 가네?"


몇 시인지 확인해보니 2019년 8월 28일 오후 3시 45분이었어요. 서점에 들어왔을 때가 오후 2시였어요. 별로 오래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실제로는 2시간 있었어요.


"빨리 다음 곳으로 가자."


신주쿠역으로 갔어요.


일본 신주쿠역


다음에 가야할 곳은 요요기우에하라역이었어요. 신주쿠역에서 요요기우에하라역까지는 한 정거장이었어요. 일본 지하철 중 사철인 오다큐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어요.


신주쿠역 오다큐 지하철


신주쿠역에는 사람이 아까보다 더 많아졌어요. 표지판을 잘 보며 오다큐선을 찾아갔어요. 표지판을 보며 따라가자 오다큐선 승강장이 나왔어요. 오다큐 노선 전철이 금방 왔어요. 전철을 탔어요.


오다큐 전철 요요기우에하라역


오후 4시 13분. 오다큐 전철 요요기우에하라역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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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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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보고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주말되세요~

    2019.10.05 21: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우선 언어면에서 보면 한국이 정말 일취월장 했네요. 으쓱~! 역시 한국의 국제결혼 영향으로 동남아나 중앙 아시아 언어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군요. 현재가 아마 1세대 이주여성 가정의 자녀들이 20대가 넘은 시기일 것 같은데 그동안 국제결혼이 더 많이 있었으니까, 20~30년 후 한국은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해요. 저 어릴 때만 해도 일본 책 그대로 번역한 책들이 많았어요. 어릴 때는 이게 문어체인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일어 번역문의 문장체. 문장은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내용은 그래도 아주 충실했었어요.
    여자력이라는게 그럼 여성다움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런 건가요? 요즘 한국의 페미니즘은 미국 및 서구의 radical feminism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현상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되는데... 기회의 평등은 찬성하지만,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건 반대. 그게 바로 또 다른 성차별. 저는 현재의 이런 모습을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지 않아요. ㅠㅠ 여자도 남자도 20~30대에는 평생 혼자 잘 살 것 같지만 배우자도 자식도 없이 중년의 끝을 타는 어느 순간부터는 아마 상당히 외로워질 거예요. 거기에 경제적인 문제도 더 크게 다가올 수 있고. 지금 목소리 큰 한국의 현재 20~30대 페미니스트들이 40~50대가 되는 20년 후에는 한국에 또 다른 사회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ㅡ.ㅡ;;

    2019.10.06 12: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외국어 코너는 진짜 한국이 일취월장했더라구요. 한국 사회가 아마 20~30년 후에는 조금 더 많이 변해 있을 거에요. 제대로 정착 못 한다면 이쪽으로 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겠죠...일본책 번역한 것들 보면 문체가 확실히 딱딱해요. 기억하기로는 심지어 '제군들'이라는 표현 쓴 책도 있었었어요.ㅋㅋ
      여자력에 대해 여러 해석이 많은데 내용들 보면 '고전적인 여성상'이라고 이해하면 될 거에요. 사실 혼자 산다는 게 쉽지 않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요. 현재 한국의 상당수 20~30대 페미니스트들이 20년 후에는 아마 많이 어려울 거라 봐요. 진지하게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을 거에요. 현재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실패에 대한 변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가고 있거든요.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려 하는 게 아니라 너무나 손쉽게 진보니 페미니즘이니 하면서 핑계만 대려고 하는 경향이 정말 심해요. 노력과 발전은 없고 궤변과 핑계, 변명, 말장난만 난무하고 있어요. 하지만 자연과학을 이기는 사회과학은 없죠...

      2019.10.10 02:0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