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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펼쳤어요. 빗방울이 거칠게 몰아쳤어요. 참 익숙한 빗방울이었어요. 바람에 사선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었거든요.


"바람 강해!"


바람을 별로 겪어본 친구는 조금 당황했어요. 그러나 저는 별로 당황하지 않았어요. 제주도 살 때 종종 겪어본 상황이었거든요. 바람 때문에 빗방울이 사선으로 떨어져서 우산 써도 바지는 다 젖고, 바람 방향 잘못 맞추면 우산 뒤집어지는 날씨. 도쿄까지 와서 제주도에서 겪었던 진절머리 나는 비바람을 겪어야 했어요. 여기 저기에서 우산이 뒤집어졌어요. 제 우산도 뒤집어졌어요. 우산이 뒤집어지면 바람 방향으로 우산을 돌렸어요. 그러면 우산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아, 도쿄도 바다랑 가깝지.'


문득 떠올랐어요. 도쿄 와서 돌아다니며 왠지 날씨가 제주도와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후텁지근하고 찐득찐득한 날씨. 조금만 돌아다녀도 세수하고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고 싶은 습도 높은 뜨거운 공기. 너무 익숙했어요. 왜 이렇게 익숙한 공기가 제주도도 아니고 도쿄에서 느껴질까 의문이었어요. 그런데 비바람이 몰아치는 신주쿠에서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떠올랐어요. 도쿄도 바다와 가까운 동네. 게다가 여기는 위도도 서울에 비해 매우 낮아요. 그러니 제주도 여름날 공기와 비슷했던 것이었어요.


신주쿠


'여기는 내가 예전에 왔던 신주쿠가 아닌데?'


어렴풋한 기억 속 신주쿠는 역에서 나오자마자 커다란 횡단보도가 있었어요. 사방팔방 동시에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였어요. 역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면 무슨 공원이 있었고, 거기에 흡연구역이 있었어요. 그 흡연구역을 제외한 신주쿠 전지역은 금연구역이었어요. 공원을 찾아봤어요. 공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횡단보도가 사방팔방으로 건널 수 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그때에 비해 뭔가 작아 보였어요.


"우리 이제 어떻게 가야 하지?"


구글맵으로 일본 도쿄 과일 파르페 디저트 카페인 신주쿠 타카노 본점을 찾아봤어요. 가는 길을 찾았어요.


"사진 아예 찍을 수가 없잖아!"


신주쿠 길거리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도저히 찍을 상황이 아니었어요. 바람 때문에 두 손으로 우산을 잡고 있어야 했어요. 한 손으로 우산을 잡으면 우산이 바람 때문에 뒤집힐 수 있었거든요. 어떻게 팔에 우산대를 끼고 한 손으로 우산을 잡아서 한 손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해도 빗방울이 날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렌즈에 빗방울이 떨어졌어요. 신주쿠 길거리 사진을 몇 장 더 찍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미 한 장 찍은 후 그 다음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렌즈에 빗물이 떨어졌어요. 렌즈에 필터를 끼워놨기 때문에 바로 닦아내면 되기는 했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 들면 그때마다 빗물이 바로 필터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사진을 도저히 찍을 수 없었어요.


"빨리 가자!"


친구가 빨리 가자고 재촉했어요. 친구를 따라 지도를 보며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도저히 사진 찍을 상황이 아니라 사진을 못 찍는 것이 아쉽지 않았어요. 사진 못 찍어서 아쉬운 것보다 필터에 빗방울 떨어지는 것이 더 짜증나고 성질나는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 꺼내는 순간 바로 UV필터에 물방울이 떨어져서 사진 찍지도 못하고 바로 필터 위 물방울을 닦아내야 하는 상황이었구요.


빗속에서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내가 미쳤지. 도쿄에서 이런 호사를 부리러 가다니.'


때는 8월초. 친구와 여행 계획을 세울 때였어요.


"도쿄 가면 무조건 최고로 좋은 거 먹고 보자!"


둘 다 도쿄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일본에 가보고 싶어진 이유는 정부와 언론에서 하도 일본 그까짓 거 별 거 아니라고 해서 그게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어요. 그 외의 것에는 별 관심 없었어요.


'일본'이라고 하면 한국에 비해 디저트 문화가 상당히 크게 발달한 나라. 이건 진짜 엄청나게 많이 들어봤고, 질릴 정도로 이와 관련된 글을 많이 봤어요. 한국의 제과제빵은 그 뿌리가 일본에 있고, 일본 것 열심히 베껴서 발전했고, 일본 것을 지금도 열심히 베끼고 있는 중이에요. 서양 문물을 일본이 도입해서 동아시아 문화와 식습관, 소비 패턴에 맞게 변형시키면 한국은 이렇게 일본이 바꿔놓은 서양 문물을 베끼듯 들여온 경우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특히 제과제빵은 이게 심각하다고 할 정도구요. 단순히 제과제빵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디저트 문화 대부분이 이런 식이에요. 부정하고 싶어도 이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친구에게 일본 도쿄 가면 디저트 중 제일 좋은 걸 먹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친구는 제 의견을 듣고는 도쿄에 있는 고급 디저트 가게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현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도쿄에 120년 된 과일 파르페 가게 있대."

"어? 거기 유명해?"

"거기 엄청 유명하다던데? 긴자 센비키야랑 더불어서 고급 과일 전문점으로 손꼽히는 곳이래."

"거기서 뭐 파는데?"

"과일 파르페."

"과일 파르페?"


'디저트'라는 것은 엄청나게 큰 범주. 이 안에는 별의 별 것이 다 포함되요. 과자, 빵, 아이스크림, 과일 등등요. 뭐든 후식으로 먹는 건 다 디저트. 친구가 신주쿠 타카노 혼텐은 매우 유명한 곳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유명한 만큼 가격도 자비없다고 이야기했어요. 친구가 보여준 가격을 봤어요.


이건 맨정신에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잖아!


사진을 보고 진심으로 이 가격에 이걸 사먹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문이었다. 아무리 이 가게가 도쿄에서 손꼽히는 고급 과일 전문점이라 해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한국에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같은 곳 가면 정말 후덜덜한 가격을 자랑하는 디저트 카페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생각해도 내가 맨정신이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내 돈 주고 가서 사먹을 가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 여행 가기로 한 목적을 떠올려봤다. 대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와아앗! 스고이!'라고 엄청 높은 소리로 외치는 일본 방송 특유의 호들갑. 머리 속에서 울려퍼졌습니다. 사방팔방에서 웅장하게 입체음향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습니다.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쟤네는 왜 저렇게 쓸 데 없이 유난떨고 호들갑이야?'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130년 된 가게라 해도 그렇지. 신주쿠 타카노 본점은 신주쿠역이 개업한 해인 1885년에 도쿄 신주쿠에 과일 전문점으로 탄생했다고 해. 역사 깊고 유명하대. 일본에서 자비없이 무시무시한 가격을 자랑하는 멜론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고급 과일 전문점이래. 좋아,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이런 데를 가는 사람이 진짜 있을까? 이 가격 내고? 친구가 보여준 가격표는 '어디 한 번 먹어볼 수 있으면 먹어봐라'라고 약올리는 것 같은 가격. 가끔 그런 거 있잖아. 아마 좋아서 비싸기야 하겠지만 가격을 봤을 때 가격이 어디 한 번 도전할 수 있으면 도전해보라고 약올리는 것 같이 보이는 것. 소비를 하는데 쓸 데 없이 깡다구를 요구하고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것. 이게 딱 그랬어.


쓸 데 없이 오기 발동. 대체 멜론에 황금 코팅이라도 해놨나 궁금해져버렸어요.


"가자! 저거 한 번 먹어봐야지! 일본 최고라는데!"

"야, 그런데 우리 저기 가면 파르페 폭폭폭 해야 해."

"어?"

"야, 파르페잖아."


아...갑자기 난이도 높아진다.


'파르페 폭폭폭'이라는 말에 신주쿠 타카노 본점 가서 디저트 먹는 일이 갑자기 까마득한 절벽을 맨손으로 기어올라가야 하는 것처럼 아찔해졌어요. 친구가 보여준 사진을 보니 과일 파르페가 한결같이 참 화려하고 예쁘게 생기기는 했어요. 문제는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 지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맨손으로 잡고 만화 속에서 수박 먹듯 다 뜯어먹어야 하나? 아냐, 설마 칼 주지 않을까?


"저거 어떻게 먹지?"

"몰라. 나라고 알겠어?"


어쨌든 가기로 결정했어요. 이번 여행 일정과 숙소 예약을 전부 친구가 다 도맡아서 한데다 이것은 제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제가 사주기로 했어요.


신주쿠 타카노 본점 입구는 지하에 있었어요.


日本 東京 新宿高野 本店 入口


'여기가 그렇게 후덜덜한 가격을 자랑하는 파르페를 판매하는 곳이란 거지?'


Shinjuku takano honten, Tokyo, Japan


일단 옆쪽을 봤어요. 지하에도 매장이 있는 거 같았어요.


일본 과일 디저트 산업


이제 안으로 들어간다.


친구와 같이 안으로 들어갔어요. 친구와 대체 그 파르페는 어떻게 먹어야할 지 의논하며 매장 안을 대충 둘러봤어요.


일본 과일 가격


복숭아 3개에 배 3개 들어 있는 선물 박스 가격이 세금 포함 8640엔!


멜론 한 알 가격이 세금 포함 3780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과일 선물 박스 가격은 이거 못지 않게 비쌌어요. 한라봉 선물 박스 보면 몇 만원씩 하거든요.


"빨리 올라가자."


사람 많으면 대기해야 할 수도 있었어요. 신주쿠 타카노 혼텐은 인기가 꽤 많은데다, 과일 부페는 예약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와 친구는 과일 부페를 이용할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사람이 많으면 대기해야 할 수도 있었어요. 일부러 대기 시간을 피하기 위해 12시 전에 왔어요. 여기는 디저트 카페니까 12시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았거든요. 1시에는 사람들이 꽤 올 거였어요. 밥 먹고 디저트 먹으러요.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매장 구경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위로 올라갔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어요.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일본 생수


직원이 메뉴판을 갖다 주었어요. 제가 먹을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바로 이것.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


일본 멜론 파르페


세전 가격 2300엔. 세후 가격 2484엔. 엔화가 100엔에 1000원이면 24840원, 100엔에 1100원이면 27324원짜리 디저트. 단품 메뉴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가장 비싼 메뉴였어요. 얼마나 굉장한지 알고 싶어서 이걸 골랐어요.


"우리 이게 점심이지?"

"아마도?"

"그러면 이것도 시키자."


일본 과일 디저트


'프루트 모듬'이라는 메뉴가 있었어요. 이것 가격은 세전 3000엔, 세후 3240엔. 프루트 모듬 메뉴를 보면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 가격이 얼마나 굉장한지 알 수 있어요. 여러 종류 과일로 한 접시 잘 차린 게 3240엔인데, 오직 멜론만 들어간 멜론 파르페 가격이 2484엔이거든요.


친구도 무엇을 먹을지 골랐어요. 직원을 불러서 주문했어요. 직원이 테이블에 포크 2종류, 스푼, 나이프를 올려놔 주었어요.


일본 서양식 문화


이제 정오인데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디저트를 즐기고 있었어요.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를 주문해서 먹고 있는 사람도 몇 명 있었어요.


"여기 한국인 꽤 오나 보네?"


메뉴에 한국어로도 메뉴명이 적혀 있었어요. 직원들이 한국어를 아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메뉴에 한국어로 메뉴명이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 한국인들도 종종 오는 모양이었어요. 그리고 일본어라고는 글자만 아는 친구가 여기를 찾아냈다면 분명히 한국인들이 꽤 많이 가는 곳이라는 것이었어요. 친구가 일본어로 검색해서 여기가 역사가 오래되고 일본에서 인기 좋은 고급 과일 전문점 디저트 카페라는 것을 찾아냈을 리 없으니까요.


"응. 여기 한국인들 꽤 오는 거 같아."

"그런데 이 돈 주고 이걸 사먹는다고? 이거 엄청 비싼데?"

"그런 거 있잖아. 자기한테 주는 선물 같은 거. 여자들이 많이 가는 거 같더라구."

"아..."


친구 말을 들으니 납득이 되었어요. 최근 몇년 간 한국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자기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정확히 이걸 표현하는 단어가 뭔지 기억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걸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평소에 아끼고 아끼다가 디저트 같은 것에서 크게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것을 한 번 즐기는 것을 이야기해요. 이런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제일 그럴싸하게 설명한 것은 디저트 같은 것은 비싸봐야 다른 사치품들에 비해서는 얼마 안 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열광하는 거라는 설명이었어요. 특히 한국 여자들 사이에서 이런 소비 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해요. 이것은 뉴스에서도 여러 차례 많이 보도된 사실이에요. 그거에 미루어보면 이해가 되었어요.


일본 과일 모듬


'프루트 모듬'이라는 것이 나왔어요. 온갖 과일이 골고루 올라가 있었어요. 상당히 화려한 모양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주문한 대망의 세후 가격 2484엔 짜리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가 나왔어요.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


'뭐 이렇게 일부러 먹기 힘들게 만들어놨지?'


무슨 모양인지 이해할 수 없는 모양. 화려하기는 한데 쓸 데 없이 먹기만 불편해보이는 모양이었어요.


Japan's Assorted fruits


쓸 데 없이 포장에 온갖 힘을 다 쓰는 일본 특유의 디자인인가. 여백의 미 같은 건 없고 눈 아플 정도로 화려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특징을 그대로 집어넣은 건가?


Tokyo's tasty


이것이 2484엔 짜리 과일 디저트.


일본 멜론 디저트


2484엔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먹기만 엄청 불편하게 만들어놓은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 왜 이것이 무려 2484엔인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일본 여행 여행기 예습의 시간 - 17 일본 도쿄 과일 파르페 디저트 카페 신주쿠 타카노 본점 日本 東京 新宿高野 本店


아, 찾았다!


정답을 발견했어요.


Shinjuku Takano in Tokyo, Japan


이거 새 모양이잖아!


왼쪽 앞에 껍질이 굽은 것은 새 머리. 먹기 진짜 불편하게 만들어놓은 오른쪽 끝부분은 새 꼬리.


일본은 종이접기의 나라잖아!


일본의 종이접기는 '오리가미' 折り紙 おりがみ 라고 해요. 대표적인 것이 엄청나게 많은 한국인들이 알고, 무지막지하게 많은 한국인들이 접어대는 종이학이에요. 종이학이 일본 오리가미를 대표하는 종이접기에요. 종이학은 정말 유명하죠. 남자든 여자든 연인에게서 절대 받기 싫은 선물 1위, 그리고 돈 아끼려고 주는 선물 1위가 종이학이죠. 남자든 여자든 상대에게 선물로 주면 썩어가는 표정을 실시간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전설적인 선물인 종이학. '내가 받는 선물은 명품, 내가 주는 선물은 종이학'이라고 악명 높은 종이학이 바로 일본의 오리가미를 대표하는 종이접기.


종이접기로 새를 접은 것과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 모양이 엄청나게 비슷했어요. 괜히 먹기 불편하게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었어요. 멜론으로 어떻게든 새 종이접기 모양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이었어요.


답을 찾았어요. '프루트 모듬'이라는 것을 살살 돌려가며 봤어요.


일본 과일 예술


이것도 새 모양이다!


왼쪽 굽은 과일 껍질은 새 머리, 오른쪽 과일 껍질은 새 꼬리털이었어요.


여기에서 드는 의문.


왜 메뉴판에는 사진을 그 따위로 올려놓은 거야?


메뉴판 사진을 보면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도 프루트 모듬도 새 모양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어요. 분명히 이것들은 새 모양 디자인인데요. 뭔가 일본답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허투루 사진을 찍어서 메뉴판을 만들 일본이 아니었는데요. 감성 터지는 사진을 잘 찍는 일본이 정작 메뉴판 사진을 왜 그렇게 이게 새인지 뭔지 전혀 알 수 없게 찍어놨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도쿄에서 일본어 어학연수를 한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 사진과 메뉴판 사진을 보여줬어요. 답장이 왔어요.


- 뭐냐, 이 정신나간 가격은 ㅋㅋ


2484엔은 일본에서도 절대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어요. 일본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도 이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편의점에서 편의점 도시락도 사먹어봤고, 패스트푸드 전문점 가서 햄버거도 사먹어봤거든요. 전날 세븐일레븐에서 사먹은 편의점 도시락 가격은 세후 498엔이었어요. 대충 500엔이라 치면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 가격은 편의점 도시락 5개 가격과 맞먹는 가격이었어요. 친구가 어이없어서 웃는 모습이 뚜렷하게 그려졌어요. 친구라면 2484엔이 얼마나 비싼 디저트인지 더욱 확 와닿았을 거였거든요.


일본 과일 디저트


멜론 파르페를 먹기 시작했어요.


이것은 일본 농업 기술의 승리인가.


사실 시즈오카현 머스크 멜론 파르페에 대해 극찬을 할 수는 없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개 박수 치며 '오오, 코레 초스게!'이럴 수는 없었어요. 제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나 우즈베키스탄에서 멜론 질리게 먹어봤거든.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 어학연수를 하던 2012년. 멜론이라면 진짜 엄청나게 많이 먹었어요. 정말 원없이 먹었어요. 한국에서는 몇만원 주고도 못 먹을 멜론이었거든요. 멜론이라면 투르크메니스탄 여행 갔을 때도 먹었어요.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멜론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나라에요. 세계적으로도 멜론 품질 좋기로 최상위권에 반드시 들어가는 나라들이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어본 멜론 종류 자체도 엄청 다양하고, 멜론을 엄청나게 많이 먹어대었어요. 그 중에는 당연히 머스크 멜론도 있었어요.


그래서 멜론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았어요. 멜론에 한해서는 정말 열광하며 먹을 정을 정도가 되려면 우즈베키스탄 멜론급은 되어야 했어요. 당연히 일본 농업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이건 불가능했어요.


그래도 상당히 맛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 멜론에 비해 별로라는 것이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멜론을 제외하면 확실히 매우 뛰어난 맛이었어요. 괜히 2484엔이 아니었어요. 엄청나게 향긋했고, 매우 달콤했어요. 세계 최고급 멜론에 들어가는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멜론보다는 확실히 떨어지는 맛이었어요. 그러나 중국이 그렇게 자랑하는 중국 한족 공산주의자들에게 점령되어 폭압에 시달리고 있는 중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멜론 - 일명 하미과보다는 엄청나게 맛있었어요. 2484엔 주고 사서 먹을 만한 맛과 향이었어요. 이것은 일본 농업 기술의 저력이었어요. 이 정도까지 멜론 맛과 향을 끌어올렸으니까요. 기후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도 이렇게까지 맛을 끌어올린 것은 정말 대단했어요.


'프루트 모듬'에 들어간 과일들도 매우 맛있었어요. 하나 하나 맛이 상당히 뛰어났어요.


아침에 본 방송 같은 것은 다 사라진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일본 공중파 TV에서 본 어둠의 한류 전파자 두 마리에 대한 기억이 과일 맛과 향에 날려 사라져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좋았어요. 저절로 미소짓게 만들었어요. 온몸의 안팎 전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코를 자극하는 과일 향기. 정말 아름다웠어요. 멜론 파르페에서 진하게 풍겨오는 멜론 향기. 프루트 모듬이 풍기는 여러 과일이 섞여 만드는 복합적인 과일향.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빗방울 하나 하나가 과일 향기를 풍기고 있는 것 아닌가 착각을 만들 정도였어요. 비가 내리고 있는 창밖 풍경은 짜증나야 정상이었어요. 비가 내리기 때문에 일정은 엉망이 될 게 분명했고,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을 게 확실했거든요. 그러나 그 비가 내리는 신주쿠 풍경조차 예쁘고 상큼하게 보이게 만드는 맛과 향기였어요. 저 빗물은 달콤할 것만 같았어요. 그런 환상을 만들어내는 맛과 향이었어요.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오히려 아무리 봐도 정신나간 가격 같아서 일부러 무모하게 도전했는데 그 결과가 너무 좋아서 미친 척 도전하기를 잘 했다는 만족감이 대폭발하는 맛이었어요.


물론 가성비를 따진다면 안 가는 것이 좋을 거에요. 그러나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과 노력이 가야만 하고 얼마나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안다면 만족할 맛과 향기였어요. 먹는 동안 너무 즐거웠어요.


슬슬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빈 자리가 하나 둘 없어져갔어요. 저와 친구가 먹기 시작한지 얼마 안 가서 자리가 거의 다 찼어요.


일본 과일 재배 기술


일본 디저트 여행


나이프를 이용해서 깔끔하게 다 먹어치웠어요. 나이프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먹기 매우 편했어요. 먹기 불편해 보였지만 나이프를 사용하면 먹기 쉬웠어요.


다 먹고 옆자리를 봤어요. 옆 자리에 앉은 여성도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를 주문해서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야, 우리 프루트 모듬 주문 안 했으면 큰일날 뻔 했어!"


충격받았어요.


나이프는 프루트 모듬을 주문했기 때문에 제공된 것이었다.


옆 자리 여성이 앉았던 자리에는 텅 빈 파르페 잔과 멜론 껍질이 쌓여 있는 접시가 놓여 있었어요. 나이프가 없었어요. 파르페만 주문하면 나이프를 안 주는 모양이었어요.


'이걸 나이프 없이 어떻게 먹었지?'


무슨 기교를 부렸길래 나이프 없이 신주쿠 타카노 본점 시즈오카현산 머스크 멜론 파르페를 저렇게 깔끔하게 먹었는지 신기했어요. 아무리 봐도 저렇게 깔끔하게 먹는 것은 불가능해보였거든요. 흘린 것도 없고 남긴 것도 없었어요. 접시 위에는 깔끔하게 과육이 사라진 멜론 껍질만 뒹굴고 있었어요.


"이제 나가자."


신주쿠 타카노 본점 내부는 거의 만석이었어요. 저와 친구는 깔끔히 다 먹었어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앉아서 아직 몸에 남아 있는 전날 쌓인 피로를 조금 풀었어요. 입은 즐거웠고, 몸은 휴식을 취했어요. 이렁날 때가 되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한 후, 신주쿠 타카노 고급 과일 전문점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일본 멜론


일본 멜론 농업


1919년에 여기에서 머스크 멜론을 판매하기 시작했대요.


매장을 천천히 둘러봤어요.


일본 포도


포도 두 송이가 세후 9396엔!


저 포도 송이를 따먹는 사람은 무슨 생각이 들까? 포도 송이 하나를 따 먹을 때마다 100엔 동전을 씹는 느낌이 들까?


Japan fruits


예쁘게 진열해놓은 만큼 가격도 살벌했어요.


매장을 대충 둘러본 후 지하로 내려갔어요.


일본 디저트 선물 문화


지하에서는 선물용 디저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직장인들이 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고르고 있었어요.


"멜론빵 파네?"


멜론빵을 팔고 있는 가게가 있었어요. 일본 디저트 관련해서 멜론빵도 꽤 여러 번 들어봤어요. 여기 멜론빵은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멜론빵을 구입했어요.


일본 멜론빵


짝퉁은 진품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것은 짝퉁. 나는 이미 진품 멜론을 먹고 왔어.


그다지 맛있지 않았어요. 진짜 멜론을 먹은지 얼마 안 지났거든요. 아직도 입안에는 멜론향이 남아 있었어요. 온몸 모든 신경과 세포가 조금 전 먹은 시즈오카현 머스크 멜론 파르페의 맛과 향을 뚜렷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먹은 멜론빵. 맛있다고 느낄 리가 없었어요. 오히려 '얼마나 멜론이 먹고 싶은데 귀해서 못 먹으면 이런 걸 만들었을까'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어요.


멜론빵을 구입한 후 바로 먹지 않고 조금 나중에 먹었다면 느낌이 또 달랐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럴 상황이 전혀 아니었어요.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다음 일정 역시 실내 일정인데다 음식물 들고 가기 상당히 꺼려지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구입하자마자 바로 먹어버렸어요. 그 결과는 대참사. 대참사라고 해도 될 거에요. 진짜 멜론을 먹은 지 얼마 되었다고 바로 멜론빵을 먹어버렸으니까요.


멜론향을 빵에 집어넣은 것은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이 순간 비교 대상은 위에서 먹은 시즈오카현 머스크 멜론 파르페였어요. 아무리 이런 빵을 잘 만들고 향을 최대한 살린 크림을 풍성하게 넣어줬다고 해도 오리지널 과일에 상대가 될 수 없었어요. 먄약 딱 2시간 지난 후 먹었다면 이것은 이것대로 맛있었다고 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2시간은 고사하고 20분도 안 지났어요. 당장 시즈오카현 머스크 멜론 파르페 맛과 향이 생생히 느껴지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먹었던 멜론 맛과 향까지 덩달아 선명하게 떠올라버린 상황. 좋은 평이 나올래야 나올 수 없었어요.


도쿄 여행


Trip in Tokyo, Japan


도쿄 미식 여행


매장에는 과일로 만든 디저트가 많이 있었어요. 매장을 둘러본 후 신주쿠 타카노 본점에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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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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