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관악구에 왜 달동네 판자촌이 안 보이지?'
관악구는 서울 달동네의 메카. 서울에서 '달동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관악구에요. 달동네 이야기가 가장 많은 곳도 관악구구요. 서울의 많은 구가 나름대로 달동네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지만 달동네의 상징같은 구는 누가 뭐래도 관악구에요. 신림, 봉천, 난곡 같은 곳은 달동네로 엄청나게 유명한 동네였거든요. 신림, 봉천, 난곡 등은 서울 살지 않아도 달동네로 한 번은 들어보는 곳들이었어요. 관악구 전체가 거의 달동네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어요.
금천구는 서울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구에요. 서울 조선족, 중국인의 거점 지역 중 가장 번화하고 큰 곳은 대림역 주변이에요. 대림역이 무려 2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더블역세권인데도 그에 비해 집값이 매우 낮아요. 심지어는 서울 부동산 폭등기에 서울 전역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준이 아니라 불길이 활활 타오름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잠잠한 곳이 바로 대림역 주변이에요. 그러나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대림역은 조선족, 중국인 세계에서 종로, 강남 같은 곳이라는 것이에요. 조선족, 중국인 많이 모여 살기로 아주 유명한 곳이 바로 금천구에요. 심지어는 바로 옆 광명시와 같이 보면 광명시와 금천구가 서로 뒤바뀐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금천구는 낙후된 지역이에요.
관악구와 금천구는 달동네 판자촌이 있어 마땅할 것 같은 동네였어요. 과거에는 말할 것 없이 분명히 있었구요.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달동네 판자촌은 보이지 않았어요. 달동네 판자촌은 벗어나 있었어요.
카카오맵을 켜고 꼼꼼히 찾아보았어요. 금천구에는 달동네라 부를 만한 동네가 딱히 보이지 않았어요. 조선족, 중국인 많이 모여 살기로 유명한 독산동조차도요. 관악구도 어지간한 곳은 최소한 빌라, 원룸 등으로 개발이 되어 있었어요.
눈에 불을 켜고 카카오맵 위성지도를 꼼꼼히 살펴보았어요. 금천구와 관악구 경계를 잘 찾아보았어요. 금천구와 관악구 사이에 뭔가 마을 같은 것이 하나 있었어요. 인근 버스 정류장을 찾아보았어요. 관악10번 버스 종점이었어요. 관악10 버스 종점은 21890 아카시아마을, 민방위교육장 정류장이었어요.
'이 동네 이름은 아카시아 마을인가?'
달동네를 돌아다닐 때 제일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바로 그 달동네 이름을 찾아내는 것이에요. 마을 이름은 카카오맵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여기는 버스 정류장 이름에 '아카시아마을'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판자촌 이름이 아카시아마을 같았어요.
'여기 가볼까?'
처음에는 금천구 달동네 판자촌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아카시아마을은 금천구 달동네 판자촌이 아니었어요. 아카시아마을 옆쪽에 서울정심초등학교가 있었어요. 아카시아마을까지는 관악구 미성동 - 과거에는 관악구 신림12동이었고, 서울정심초등학교부터는 금천구였어요.
'내일 가, 말아?'
글을 쓰기 위한 사진이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어요. 성북구 정릉골 사진조차 하드디스크로 옮겨놓을 수 없었어요. 하드디스크 용량이 부족했거든요. 게다가 다음날은 5월 4일 토요일이었어요. 5월 5일 어린이날이 일요일이라 5월 6일은 대체휴무일이었어요. 그래서 토요일에는 이래저래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그렇게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이틀 연속으로 노원구 백사마을, 성북구 정릉골을 다녀오니 피곤하기도 했구요. 게다가 아카시아마을이 금천구 달동네 판자촌이 아니라 관악구 동네라는 걸 알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2019년 5월 4일이 되었어요. 막상 아침이 되자 그냥 후딱 돌아보고 와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씻고 집에서 나왔어요.
의정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림역으로 갔어요. 21916 신림역4번출구 정류장에서 관악10 마을버스를 탔어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쭉 갔어요.
2019년 5월 4일 11시 27분. 관악10 마을버스 종점인 아카시아마을, 민방위교육장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마을버스 종점 옆에는 아카시아 마을 팻말이 서 있었어요.
마을로 들어갔어요.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조립식 가옥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기름집이 있었어요.
마을 입구에는 우편함이 매우 많았어요.
35mm 환산화각으로 21mm 로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 한 장에 다 들어오지 않았어요. 일단 우편함이 이렇게 많은 것으로 보아 여기 사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았어요.
아카시아마을 안으로 들어갔어요.
조립식 건물을 지을 때 쓰는 자재로 지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어요.
좁은 골목길 사이를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었어요.
아주머니 한 분과 마주쳤어요.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렸어요. 아주머니께서 뭐하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사진이 취미라 골목길 사진 찍으러 왔다고 대답했어요.
"이 마을 언제 생긴 마을이에요?"
"이 마을 오래되었어요. 박정희 시대때 생겼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셨어요?"
"아니요. 저는 안양에서 왔어요."
아카시아마을이 언제 생겼는지 정보를 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주머니께 이 마을이 언제 생긴 마을이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아카시아마을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생긴 마을이라고 대답하셨어요. 아마 1960-1970년대에 생긴 마을인가 봐요.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골목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아주 오래 전에는 판자촌이었지만, 주택을 화재에 강한 조립식 건축 자재로 바꾼 것 같았어요. 아카시아마을과 관련된 몇 안 되는 글 중 하나의 내용에 의하면 여기는 과거 화재에 취약한 떡솜을 사용한 집이 많았다고 해요.
골목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달래를 캐놓은 것이 있었어요.
서울 관악구 미성동 관악10 마을버스 종점 판자촌 아카시아마을을 계속 둘러보았어요.
벽에 단독경보형 감지기 교체 사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안내문 내용은 아래와 같았어요.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교체 사업 안내
아카시아 마을 전세대에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교체해 드립니다.
- 기간 : 2019년 2월 중
- 방법 : 의용소방대원 설치 또는 자가설치
- 문의 : 벽돌공장
관악소방서 예방과
여기는 화재 취약 지구이기 때문에 화재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마을 전세대에 걸쳐 설치해놓았을 거에요.
계속 마을을 돌아다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