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상도4동 성당에서 나왔어요. 이제 슬슬 의정부로 돌아가야 했어요. 상도4동 성당 및 상도초등학교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았어요.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나 상도역으로 가야 했어요. 둘 다 괜찮았어요. 7호선 타면 도봉산역까지 쭉 올라가서 거기서 지하철 1호선 상행선으로 환승해서 가면 되었거든요. 일단 거리상으로는 상도역보다 장승배기역이 더 가까웠어요.
'상도역으로 갈까, 장승배기역으로 갈까?'
별 것 아닌 고민이었지만, 상도역과 장승배기역 둘 중 어느 역으로 걸어갈까 고민했어요. 일단 길을 따라 걸어가기로 했어요. 상도4동은 처음 와본 동네였기 때문에 동네 구경도 조금 하기로 했어요.
동작구 상도4동 풍경은 그냥 평범한 서울의 동네 풍경이었어요. 그냥 사람 사는 동네였어요. 쓰레기산 달동네인 새싹마을만 아니라면 여기에 일부러 동네 구경하러 찾아올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았어요.
상도4동 달동네인 새싹마을 - 일명 쓰레기산 달동네는 국사봉 기슭에 있어요. 국사봉 자락을 개발하면서 지도상으로는 국사봉으로 안 나오지만, 국사봉 북쪽 사면에 형성된 달동네가 새싹마을이고, 새싹마을이 철거된 후 방치되면서 여기 사람들이 쓰레기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동작구에 있는 또 다른 달동네였던 밤골마을은 이제 재개발로 없어졌어요. 그에 비해 새싹마을은 이렇게 폐허가 된 채 방치되고 있었고, 여기에서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어요.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새싹마을 달동네 풍경을 보고 동네 풍경을 보니 갑자기 엄청난 번화가에 나와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혀 그런 동네가 아니었는데요.
상도초등학교 통학로 표지판이 있었어요.
상도초등학교 바로 뒷편이 바로 새싹마을 달동네. 당연히 학교 뒤로 못 넘어가도록 철저히 막아놓았을 거에요.
상도4동 주민센터가 나왔어요.
'혹시 이쪽에 다른 입구 있을 건가?'
새싹마을 달동네 가기 전, 지도로 입구를 확인해 보았어요. 카카오맵 로드뷰로 확인한 결과, 입구로 추정되는 곳이 몇 곳 있었어요. 새싹마을 남쪽과 북쪽을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서 일단 남쪽부터 보고 길을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입구가 있는대로 들어가며 동쪽으로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실제 가서 보니 한 번 들어가면 길이 있어서 전부 다 이어져 있었어요. 아까 북동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북서쪽 꼭대기로 올라가 쓰레기 산에서 나왔기 때문에 안 가본 쪽이 있었어요. 거기에 또 다른 입구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다시 쓰레기 산을 향해 갔어요. 고물 수집장이 나왔어요.
사진을 찍었어요. 그때 여기에서 일하시는 분이 제게 누구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취미로 사진 찍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어요.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저씨께서 저를 다시 부르셨어요.
"여기 강제철거 당해서 텐트 치고 사는 사람들 있다고 글 좀 써줘요!"
"예!"
느꼈어요. 대체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하면 그럴까. 여기 강제철거 당해서 텐트 치고 사는 사람들 있다고 글 좀 써줘요.
새싹마을로 다시 들어갔어요.
새싹마을도 한때 크게 유행했던 빈민가 벽화 작업이 있었던 것 같았어요.
'벧엘교회'라고 적힌 벽화는 아마 당시 진짜 교회였을 거에요.
벽화가 있어서 더 비참해 보였어요. 빈민가 벽화 프로젝트에서 흔히 까먹는 정말 너무 무지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어요. 한 번 그려주고 끝낼 거라면 안 그려주는 게 나아요. 벽화가 닳고 뜯어지고 하면 더 비참하고 암울해보여요. 빈민가 벽화 그려주기를 시작할 거라면 지속적으로 보수 작업을 해줘야 해요. 단순히 혈기에, 열정으로 덤빌 문제가 아니에요. 한 번 그려주고 땡 할 거라면 차라리 그 페인트, 붓 값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 사서 나눠주는 게 더 나아요.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행복한 밥상. 그러나 지금은 벽화로만 존재하는 행복했던 밥상.
다시 돌아온 충격.
여기에도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살고 있어요.
저녁 6시 25분. 동작구 상도4동 새싹마을 쓰레기 산 달동네에서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