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이 있다 (2019)

서울 동작구 상도동 쓰레기산 달동네

좀좀이 2019. 4. 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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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달동네 어디어디 있지?"


서울에는 달동네가 여기저기 있어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여러 곳 남아 있어요. 어떤 곳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서 곧 사라질 것이고, 어떤 곳은 재개발 문제로 엄청 시끄러워요. 모처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를 다녀온 후, 서울에 있는 달동네가 궁금해졌어요.


서울에는 유명한 달동네가 몇 곳 있어요. 가장 유명한 곳은 강남구 구룡마을. 여기는 뉴스에도 나오고 이래저래 엄청나게 많이 알려진 곳이에요. 그 다음은 성북구 북정마을 및 정릉골이 있어요. 여기에 노원구 백사마을,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이 있구요. 이런 곳은 뉴스에도 간간이 등장하는 꽤 유명한 동네에요. 개미마을은 벽화 마을로 유명하기도 하구요.


서울의 달동네는 그 모양이 천차만별이에요. 진짜 빈민가도 있고, 얼핏 봐서는 그냥 빌라 같은 건물이 언덕배기를 따라 쭉 올라가 있는 곳도 있어요.


"뭐야? 이거 진짜야?"


나무위키에 서울의 달동네 목록이 있었어요. 그 중 가장 심각하고 충격적인 내용이 적힌 곳이 있었어요. 바로 상도동 쓰레기산 달동네였어요. 여기 정확한 이름은 새싹마을이었어요. 그런데 이 동네에서는 '쓰레기 산'이라고 부른대요. 나무위키에 나와 있는 설명을 보면 여기는 상도동 산65-74번지 일대로, 상도 11구역으로 지정해서 재개발을 시도했으나 실패해서 철거 흔적만 남아 있는 동네라고 되어 있었어요.


인터넷에서 '동작구 쓰레기산', '상도4동 쓰레기산'으로 검색해 보았어요. 검색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어요. 상도 11구역은 2008년부터 3년간 재개발을 위해 강제 철거가 진행되었어요. 그런데 재개발한다고 철거는 진행되었지만, 소유주간 갈등 때문에 철거된 채 방치되었어요. 이 상태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어요. 여기는 건축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가 쌓여서 15톤에 달하는 석면 쓰레기산이 되어버렸어요. 이후 방역 작업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폐허로 방치중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다 없어지지 않았을까?'


아직도 남아 있다는데 솔직히 반신반의였어요. 카카오맵 로드뷰로 살펴보려 했지만 살펴볼 수 없었어요. 카카오맵 스카이뷰를 켰어요. 이곳은 국사봉 한쪽 끝자락이었어요. 스카이뷰로 보니 폐허가 몇 군데 보였어요.


'설마 아직도 남아 있겠어.'


남아 있을 수는 있었어요. 아마 아무도 없는 폐허 상태겠죠. 그렇게 생각했어요.


일단 한 번 가보기로 했어요. 장벽이 쳐져 있지만 군데군데 안으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있다고 되어 있었어요. 어디에 입구가 있는지 로드뷰로 살펴보았어요. 입구로 추정되는 곳이 몇 곳 있었어요. 그 중 가장 만만한 곳은 동작08 마을버스 종점에서 들어가는 곳이었어요.


2019년 4월 27일. 지하철을 타고 상도역으로 갔어요. 상도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동작08번 마을 버스가 정차하는 20884 상도역7호선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동작08번 버스를 타고 종점으로 갔어요. 카카오맵에서는 종점이 '행복유치원'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버스에서 종점은 '약수터'로 되어 있었어요.


동작08 종점


종점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동작구


허름한 집과 철로 된 장벽이 보였어요.


쓰레기산 입구


'저기가 입구인가?'


철판으로 된 장벽 사이에 좁다란 길이 있었어요.


상도4동


철판으로 된 장벽 사이에 있는 길로 들어갔어요.


동작구 쓰레기산


예상대로 폐허였어요. 입구에서부터 쓰레기가 보였어요.


서울특별시 동작구


폐허인 것을 카카오맵 스카이뷰로 확인하고 왔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어요. 버려진 땅이었어요.




철거된 폐허 위를 대자연이 덮어가고 있었어요.


서울 달동네








계단이 나왔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갔어요.



문제가 있다. 아주 큰 문제가 있다.



사람이 살고 있다!


인지부조화를 강제로 일으켜야 할 것 같았다. 철판으로 된 장벽 틈에 있는 통로로 들어갔을 때 하나도 안 놀랐다. 왜냐하면 여기에 당연히 사람이 안 살 거라 추측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찔했다. 믿기지 않았다. 버려진 땅 정도라고 생각했고, 버려졌기 때문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고 생각했다. 공터에 쓰레기 쌓이는 것은 흔한 현상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 풀이 우거지고 철거된 채 방치되어서 폐허가 되고, 쓰레기가 쌓여 있는 이곳에 사람이 주거하고 있다.



다시 계단을 내려왔어요. 길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되돌아나가야할 것 같았어요. 그때였어요. 할머니 한 분이 위쪽에 계셨어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일단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어요. 왜 여기에 할머니가 계신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할머니께서 제가 있는 곳보다 높은 곳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고 계셨어요.


"할머니, 혹시 거기에 길 있나요?"

"응, 있어. 여기 너머로 길 있어. 그런데 거기에서 길 있나?"


할머니가 계신 쪽으로 넘어갔어요.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대로 걸어갔어요.







여기도 한때 벽화를 그렸던 모양이었어요.



멀리 여의도 63빌딩이 보였어요.


철거된 집의 부서진 벽 안쪽이 훤히 보였어요.




도로표지판이 나왔어요. 이정표라고 불러야하나 고민되었어요.



한쪽은 상도새싹13길이었고, 한쪽은 양녕14길이었어요. 저는 상도새싹13길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이 표지판을 보고 여기가 원래 이름은 '쓰레기 산'이 아니라 '새싹동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


할 말을 잃어버렸어요. 순간 생각이 정지해 버렸어요.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새싹마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쓰레기 산 달동네


붉은 황토색 흙과 쓰레기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쓰레기산 달동네



버려진 인형.


인형


인형 옷에는 '99 강원 EXPO'라고 수놓아져 있었어요.





푸른 하늘이 드러났어요. 여기는 쓰레기와 흙, 폐허인데 멀리 고층빌딩과 63빌딩이 번쩍이고 있었어요.



버려진 개집.



계속 아래로 내려갔어요.


상도동 쓰레기산


상도4동 빈민가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저기에 있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저기는 충격이에요. 폐허라서가 아니에요. 저기에서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버려진 TV가 나자빠져 있었어요.


서울 달동네 - 상도4동 쓰레기산


하늘에 TV를 보여주는 건지, 하늘을 원망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갔어요. 하늘에 구조 신호를 보내려고 저렇게 있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쓰레기 산 달동네를 계속 걸었어요. 머리가 계속 아찔했어요. 아마 별로 안 와닿을 거에요. 그냥 폐허인 곳처럼 보일 거에요. 그런데 저곳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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