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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시 동문시장 맛집 - 와르다 레스토랑

좀좀이 2019. 3. 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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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본 예멘 음식 맛집은 제주도 제주시에 있는 예멘 음식 식당인 와르다 레스토랑이에요.


지난해,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한동안 엄청나게 시끄러웠어요. 그 문제는 현재 어떻게 잘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듯 해요.


"제주도에 예멘 식당 생겼던데?"

"어? 예멘 식당?"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하자 친구가 제주도에 예멘 식당이 생겼다고 알려주었어요.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난민과 관련있는 식당이었어요.


"너 가면 거기 가는 거 아니야?"

"글쎄...거기 맛있을 건가?"


중요한 것은 제주도에 예멘 식당이 생겼다는 것이 아니었어요. 거기 음식이 과연 진짜 맛있냐는 점이었어요. 제 혓바닥은 소중하니까요.


'제주도에 있는 예멘 식당은 음식 잘 할 건가?'


제주도 안 가본 지 2년이 넘었어요. 요즘은 세상 변화하는 것이 매우 급격히 변하니 제주도도 많이 변했을 거에요. 제주도 자체가 상당히 많이, 그리고 급격히 변하고 있어요. 마치 어느 순간 우리나라 아이돌이 세계로 뻗어나가 이제 '한류'로 유명해진 것처럼 제주도도 그렇게 확 변했어요. 물론 내부적으로 보면 조금씩 계속 변화하고 있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욱 급격히 변화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주도가 전세계적으로 몇몇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 무비자 상륙을 허가하면서 크게 변한 거 같아요. 그때부터 중국인들이 우루루 쏟아들어져 들어오고 이것저것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기 시작했거든요. 그 이전에 올레길도 있고 하기는 했지만 결정적으로 크게 바꿔버린 건 아마 무비자 상륙 허가 아닐까 해요.


예멘은 아랍 국가 중 하나. 과연 제대로 맛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이게 서울이라면 그런 걱정을 크게 할 필요 없어요. 서울에서 어지간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건 제주도. 제주도에서 아랍 음식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한 재료를 제대로 수급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어요. 요리사 실력도 중요하지만 일단 재료가 없으면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주도에 있는 예멘 식당은 대체 어떤 맛이 날까 매우 궁금했어요. 거기 다녀온 사람들 리뷰를 보았어요. 제가 중요하게 본 것은 맛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바로 메뉴였어요. 어떤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어? 만디는 없네?"


서울에 있는 예멘 식당에서는 만디를 팔았어요. 이건 서울로 놀러온 친구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한 턱 쏘는 용도로 잘 주문해요. 맛이 괴악해서가 아니에요. 매우 맛있어요. 하지만 충분히 충격적인 이유는 그 가공할만한 양에 있어요. 일단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고, 야채란 스쳐간 흔적도 없어요. 야채 쪼가리라고 보면 그것조차 고기. 고기가 일단 공기밥 하나보다 더 나와요. 그래서 이걸 먹고 놀라지 않은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맛있고, 양도 많고, 완전 고기의 바다라서요.


그런데 제주도에 있는 와르다 레스토랑에서는 만디가 보이지 않았어요.


메뉴로는 케밥, 캅사, 아그다 치킨, 파솔리야가 있었어요.


'만약 가게 된다면 아그다 치킨과 파솔리야 먹어봐야지.'


안 먹어본 것, 못 본 것을 먹어보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아그다 치킨과 파솔리아였어요. 사람들은 주로 캅사와 케밥을 주문해 먹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캅사, 케밥은 어떤 음식인지 알아요. 그래서 제가 만약 가게 된다면 주문할 것은 딱 정해져 있었어요. 아그다 치킨과 파솔리아였어요. 아그다 치킨과 파솔리아 맛이 어떤지 궁금했고, 그 이전에 과연제주도에서 제대로 맛있는 아랍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제주도로 내려갔어요. 마침 와르다 레스토랑에 갈 시간이 되었어요. 망설이지 않고 와르다 레스토랑으로 갔어요.


와르다 레스토랑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일단 인기 메뉴는 케밥 같았어요. 주방에서는 아랍인들이 요리하고 있었어요. 예멘인이냐고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제가 간 이유는 여기가 진짜 맛있느냐 아니냐, 그리고 정말 아랍 음식 맛이냐 아니냐를 알고 싶었기 때문 뿐이었거든요.


제주도 제주시 예멘 음식 맛집 - 와르다 레스토랑


사장님께서 메뉴판을 갖다 주셨어요.


메뉴01


메뉴02


메뉴03


메뉴04


저는 아그다 치킨과 호브스, 파솔리아와 호브스를 주문했어요.


아그다 치킨은 치킨 가슴살과 여러 가지 채소를 매운소스, 미운고추와 함꼐 볶은 요리라 되어 있었고, 파솔리아는 하얀 콩과 여러 가지 채소를 매운 소스, 매운고추와 함께 볶은 요리라고 되어 있었어요.


아랍인 청년이 와서 서빙을 했어요. 한국어를 할 줄 알았어요. 이런 외국 식당에 대해 '외국 식당에 가면 영어로 주문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 생각하고 영어가 무서워서 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지만, 여기는 아랍인 청년이 간단한 한국어 몇 마디 할 줄 알았어요. 그리고 한국인 사장님이 계셔서 한국어가 매우 잘 통하는 식당이었구요.


식당 인테리어


저는 운좋게 선인장이 있는 탁자에 앉았어요. 사진으로만 봤던 예멘 소코트라섬 이미지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예멘 소코트라섬은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섬이에요. 예멘은 관광으로 뜨려고 하다 내전이 발발하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었어요.


먼저 스프가 제공되었어요.


스프


스프는 레몬이 아주 살짝 들어간 것 같았어요. 전체적으로 시트러스 계열 향이 아주 가끔씩 아주 살짝 콧구멍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콩죽 맛이었어요. 속 안 좋을 때 먹으면 매우 좋을 것 같았어요.


예멘 아그다 치킨


이것이 아그다 치킨이에요. 오른쪽은 아랍식 빵인 쿱즈에요. 저것은 파솔리아, 아그다 치킨에 같이 나올 쿱즈가 다 같이 나온 것이에요.


예멘 음식 - 아그다 치킨


색이 매우 강렬해요. 아주 화끈한 붉은색이에요.


예멘 파솔리야 스프


이것은 파솔리아 스프에요.


파솔리아 스프


파솔리아 스프는 비지찌개, 청국장 같은 모습이에요. 뚝배기에 들어 있기 때문에 더욱 한국 토속음식처럼 보여요.


결과


바닥까지 박박 다 긁어먹었어요. 매우 맛있었거든요.


여기는 지나치게 저평가된 맛집이다.


격찬을 아끼지 않아도 될 맛이었어요. 우리나라 아랍 식당 가운데 현재까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맛이었어요.


아그다 치킨, 파솔리아 모두 맵지는 않았어요. 외국인 기준에서는 매울지 모르겠지만, 매운맛을 잘 못 먹는 한국인 기준으로 봐도 맵다고 할 만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색은 둘 다 시뻘갰지만 맛은 한국음식 기준으로 맵지 않았어요.


아그다 치킨은 파슬리 가루가 위에 뿌려져 있었어요. 아랍 특유의 향신료 향이 났어요. 향신료 향은 강하지 않고 부드러웠어요.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그냥 먹으면 약간 짭짤했어요. 같이 나오는 쿱즈와 같이 먹으면 간이 딱 맞았어요. 쿱즈를 결을 찾아 절묘하게 반으로 다시 찢어서 거기에 싸서 먹으면 정말 맛있었어요. '아랍인들은 닭고기 볶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라고 느끼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어요. 모나거나 거친 맛이 하나도 없었어요. 딱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아랍식 빵인 호브즈와 같이 먹는 것에 맞추어 간을 했기 때문에 그냥 아그다 치킨만 먹으면 조금 짜고, 호브즈와 같이 먹으면 모든 맛이 딱 조화를 이루었어요.


파솔리아는 해장용 콩죽이었어요. 맛이 아주 부드러웠어요. 속 안 좋은 날 이것만 퍼먹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랍 향신료 향이 살짝 나고, 조금 독특한 맛이었어요. 어떻게 한국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었어요. 생긴 것은 붉은빛 많이 도는 비지찌개, 청국장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은 아예 달랐어요. 만약 아랍 음식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뜨겁게 끓인 훔무스라고 상상하면 75% 일치할 거에요. 나머지 25%는 파솔리아에서 나는 아랍 향신료 향과 파솔리아 특유의 맛이었어요. 맛이 매우 부드러웠기 때문에 정말로 식사 생각 안 나는 날, 속이 영 불편한 날 먹으면 아주 맛있게 잘 비울 맛이었어요.


음식을 다 먹고 아랍인 종업원에게 제가 먹은 음식 이름을 아랍어로 적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랍어


위는 아그다 치킨이에요. '아크다 다자즈'라고 적혀 있어요. '다자즈'는 닭이에요. 유투브에서 검색해보면 예멘식 아그다 치킨 만드는 방법 동영상이 있어요.



아래는 '파술리야'라고 적혀 있어요. 메뉴판의 파솔리아는 글자 적힌 대로 읽으면 파술리야로, 아랍 여러 지역에서 먹는 음식이에요. 콩 스프나 콩죽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고, 아예 볶음요리에 가까운 것도 있어요. 와르다 레스토랑의 파술리야는 콩 스프에 가까운 파술리아였어요.


여기는 확실히 지나치게 저평가된 맛집이었어요. '예멘 난민'이라는 정치적 이슈 때문에 유명한 곳이기는 하지만, 사실 여기는 그런 정치 이슈로 유명할 곳이 아니라 맛집 이슈로 몇 배 더 유명해야 할 곳이었어요. 맛집 프로에서 골고로 두 번씩은 와서 먹고 맛있다고 격찬을 하고 가도 괜찮을 집이었어요. 맛 자체가 고급졌거든요.


음식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하는 음식맛이었어요. 음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 하는 식당 음식을 먹어보면 어딘가 거칠고 모나고 유난히 튀는 맛이 있기 마련이에요. 사람 혓바닥은 다 똑같기 때문에 고급으로 갈 수록 맛의 조화를 중시하기 마련이에요. 여기는 정치 이슈로 유명해야할 곳이 아니었어요. 정치 이슈가 아니고 만약 서울에 있었다면 사람들이 줄 서서 먹고 방송에 나오고 또 줄 서서 먹고 할 집이었어요. 서울에 있는 비싸고 유명한 아랍 식당들에 비해 여기가 압도적으로 맛있었어요. 그렇다고 아랍 음식 특징에서 많이 벗어나 한국화시켜놓은 거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아랍 음식 특징은 그대로 살아 있었어요. 아주 고급진 아랍 음식 맛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여기가 현재 유명한 이유는 사실 음식맛 때문이 아니라 엉뚱한 정치적 이슈 때문이었어요. 이게 참 안타까웠어요. 그냥 '제주도 맛집'이라 해도 절대 안 꿀릴 곳인데 엉뚱하게 정치적으로 유명하고 음식맛 뛰어나다는 것은 영 안 알려져 있는 거 같아서요. 제주도에서 제대로 잘 만든 아랍음식 먹어볼 줄은 몰랐어요. '제주도'라는 아랍 식재료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 대체 얼마나 잘 만드나 궁금해서 가보았는데 의외로 전국적으로 봐도 엄청난 맛이라 놀랐어요. 맛집 이슈로 유명해야 할 곳이 오직 정치적 이슈로 유명했어요. 그래서 음식을 다 먹고 기분이 묘해졌어요. 카테고리 분류가 아주 엉뚱하게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난민이니 할랄이니 뭐니 다 떠나서 그냥 음식맛이 상당히 뛰어난 식당이었어요.


와르다 레스토랑은 그냥 뛰어난 맛집이었어요. 예멘 음식을 파는 맛집이에요. 제주도 놀러갔을 때 한 번 찾아가서 먹어볼 만한 가치가 넘쳐흐르는 곳이었어요. 만약 아랍 음식을 좋아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뛰어난 아랍음식 파는 식당 찾아가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봐도 되는 집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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