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34 조지아 트빌리시 올드타운

좀좀이 2012. 7. 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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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 이곳 저곳 다 둘러본 거 같았는데 왠지 못 본 것들이 몇 개 있었어요.


사건의 발단은 우리들과 방을 같이 쓰던 미국인이 우리에게 기념으로 사온 엽서라고 보여준 것. 트빌리시라고 했는데 트빌리시에서 그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트빌리시 웬만한 곳은 다 돌아다니고 이제 별 볼 일 없는 곳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현실은 그 정반대. 우리들은 그다지 볼 것 없는 곳만 열심히 돌아다닌 것이었고, 정말 볼 것이 있는 곳은 가지 않은 것이었어요.


호스텔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은 당당히 우리들이었어요. 모두 씻고 나간 후에야 일어나서 느긋하게 씻고 호스텔에서 나왔거든요. 트빌리시에서 계속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급함도 없었어요. 제일 빨리 나간 팀은 에스토니아 애들. 저와 가장 친하게 지낸 덩치 크고 살집 있는 청년의 여자친구가 오늘 트빌리시로 놀러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여자친구 마중나갔다가 구시가지 간다고 제일 빨리 나갔어요.


오늘 우리의 목표는 트빌리시 구시가지를 다 둘러보고 조국의 어머니상을 보는 것. 이것만 끝내면 트빌리시 관광은 사실상 다 끝나요. 아직 머물어야 하는 날이 많이 남았지만 남은 날은 그냥 쉬기로 하고 일단 오늘 관광을 다 끝내기로 마음먹었어요. 체력이 부쳐서 힘들어하는 친구도 이날 만큼은 힘을 내었어요. 왜냐하면 오늘 하루 고생하면 더 이상 힘들게 돌아다닐 일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오늘 트빌리시 구시가지 관광을 다 끝내지 못한다면 다음날 또 구시가지를 헤매야하는 일정이 새로 생기기 때문에 친구도 의욕적으로 나왔어요.



쇼트트랙 결승점 통과의 순간.


일단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우체국이었어요. 루스타벨리 거리에 우체국이 있다고 나와 있었는데 건물이 공사중이라 이쪽으로 옮겼다고 현지인이 알려 주었거든요. 그래서 되도 않는 러시아어로 길을 물어가며 겨우 우체국을 찾았어요. 우체국에서 엽서와 우표를 구입하고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일단 좀 허름한 길을 걸어야 하기는 했지만 시작은 나쁘지 않았어요.



조지아에 산이 많다고 해서 트빌리시가 시원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여름에 가보니 정말 덥더라구요. 이 사진은 그냥 걷다가 발코니가 인상적이어서 찍은 사진이에요.



대충 지도 보며 걸어다니다보니 메테키 교회 Metekhi Church 까지 왔어요.



이곳에는 이렇게 동상과 교회가 있어요. 그리고 그 앞으로는 므트크바리 강이 Mtkvari river 흐르죠. 그리고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답니다.




올라가는 길에 기념품점이 있기는 했는데 별로 인상적인 것도 없었고, 가격도 착한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자꾸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서 휙 보고 물만 한 통 사서 나왔어요.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내려다보면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어요.



드디어 다 올라왔어요.



우리가 가야할 곳이 보입니다. 왠지 성까지 올라가서 성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조국의 어머니상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조국의 어머니상은 동상 바로 왼편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거에요. 조국의 어머니상이라면 우크라이나에 있는 것이 유명하지만 여기에도 있어요. 솔직히 어머니 같아보이지는 않아요. 인자한 맛은 없어 보여요. 왜 어머니가 칼을 들고 무섭게 서 있는지 모르겠어요. 꼭 시험 망쳤다는 소식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듣고 집에서 기다리시는 어머니처럼 무게를 잡고 계십니다.



성당은 역시나 수리중. 그래도 입구만 수리중이라 정말 감사했어요. 트빌리시 와서 본 것 중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들은 거의 다 수리중. 국회의사당도 불과 며칠 사이에 수리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사진을 찍지도 못했어요. 이렇게 문만 수리중인 경우는 이제 정말 '고마운' 경우였어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가 여행다닐 때에는 툭하면 유명한 곳이 수리중이었어요. 조지아에 한해 그런 것이 아니라, 그리고 이번 여행에 한해 그런 것이 아니라 예전 여행들도 항상 그랬어요. 이놈들은 내가 여행 다닐 때에 맞추어서 '좀좀이님 방문 기념 보수 공사'를 하는 건가? 물론 당연히 그렇지는 않겠죠. 예전 여행들이야 비수기에 다닌 여행들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 여행은 분명 성수기에요. 그런데도 보수 공사 중.





우리는 왜 어제 고생하며 거기까지 기어올라간 것인가?


진지하게 드는 질문. 정말 우리는 왜 어제 거기에 올라간 것인가? 그 신뢰 없이는 감히 앉을 엄두도 못 내는 의자에 앉아보기 위해?


전날 간 교회보다 여기에서 보는 전망이 훨씬 아름다웠어요. 굳이 전망 보러 전날 그 교회 갈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어요.



오늘의 최종 목적지 바로 전 단계가 바로 저기였어요.


거리상으로 조금 많이 걸어야할 것 같기는 한데 일단 급할 게 없었으므로 땀 좀 말리고 가기로 했어요. 절대 '땀을 식히고' 가는 게 아니었어요. 그저 옷이 땀으로 젖어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땀에 젖은 옷을 조금 말리고 갈 생각이었어요.





교회를 둘러보고 드디어 트빌리시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향했어요.


올드타운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왔는데 매우 낯익은 얼굴 셋과 처음 보는 여자 한 명이 보였어요.


"쟤네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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