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밀크티

서울 연남동 더앨리 - 아쌈 밀크티

좀좀이 2019. 2. 2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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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입구역 연남동을 돌아다니며 본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2층 매장 같은데 앞에는 사슴 머리가 있었어요. 항상 사람이 많아 보였어요.


'저긴 뭔데 대낮부터 사람들이 낮술하고 있냐?'


사슴 머리 모양을 보고 떠오른 것은 글랜피딕 위스키였어요. 무슨 위스키 갖고 뭐 만들어 파는 곳 같았어요. 백주대낮부터 술 먹는 사람이 저렇게 많은 게 신기했어요. 그래도 아예 이해 못할 건 아니었어요. 위스키 한 잔 정도라든가, 아니면 위스키가 들어간 무언가를 먹고 마시며 즐기는 거라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연남동도 홍대 상권에 속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기는 내가 갈 일이 절대 없겠다.'


저는 술을 안 마셔요. 술 자체를 상당히 싫어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술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본 적이 없거든요. 항상 술을 마시면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지기만 했어요. 남들이 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 취향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제가 술 마시는 것은 정말 끔찍하게 싫어해요. 그런데 사슴 머리를 보니 왠지 글랜피딕 위스키 같아보였어요. 무슨 바 같은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렇다면 제가 갈 일이 절대 없을 거였어요. 위치도 그랬어요. 술집이 있어도 이상할 자리가 아니었어요.


그렇게 사슴 머리가 있는 가게 앞을 몇 번 지나갔지만 거기 들어갈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내부를 바라볼 생각도 안 했어요.


'저 사람들 대체 어디에서 밀크티 사서 다니는 거지?'


희안하게 연남동 가면 밀크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 보는 것이 매우 쉬웠어요. 연남동에 공차나 아마스빈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어디에선가 밀크티를 팔고 있으니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렇게 장사 잘 되는 밀크티 파는 가게가 연남동에 있나 싶었어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밀크티를 보면 컵 모양이 공차, 아마스빈 것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눈이 좋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밀크티는 컵 아래쪽이 둥그랬거든요.


친구와 만나 연남동으로 갔어요. 밥을 먹은 후였기 때문에 카페를 갈 계획이었어요. 일단 소화 좀 시키기 위해 조금 걸은 후 카페에 가기로 했어요.


"너 저기 먹어봤어?"

"저기? 저거 술집 아냐?"


사슴 머리 그림 같은 게 있는 그 건물 주변으로만 오면 유독 밀크티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잘 보였어요. 그러나 사슴 머리 그림이 있는 건물은 글랜피딕 위스키와 관련된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기 타이완 계열 밀크티인데 맛 괜찮대."

"저기가? 저거 위스키 파는 바 같은 곳 아니었어?"

"저기가? 뭔 소리야? 저거 더앨리잖아. 몰라?"


제가 밀크티를 좋아하고 이것저것 잘 마셔보니 당연히 제가 더앨리를 알 줄 알았나봐요. 저는 더앨리 보고 항상 위스키 파는 가게라고 생각해왔어요. 친구가 황당해했어요.


마침 어디 갈 지 결정을 못 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더 앨리를 가기로 했어요. 더앨리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 사람이 매우 많았어요. 2층에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러 올라갔어요. 자리가 두어 곳 남아 있었어요. 자리부터 잡고 주문하러 갔어요.


메뉴판


메뉴판을 보았어요. 어떤 밀크티로 주문할까 하다 가장 기본적인 밀크티를 먼저 주문해보기로 했어요.


"아쌈 밀크티 하나 주세요."

"펄 추가해드릴까요? 아쌈 밀크티에는 기본적으로 펄이 안 들어가요."

"아뇨. 그냥 주세요."


더앨리 아쌈 밀크티를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펄이 안 들어간다고 했어요. 펄을 추가하지 않은 아쌈 밀크티 가격은 5300원이었어요.


서울 연남동 더앨리  - 아쌈 밀크티


아래에는 우유가 깔려 있고 위에 우유가 섞인 차가 올라가 있었어요. 적당히 저어서 마시면 되요.


쓴맛은 거의 없었어요. 안 느껴진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차 향은 진하게 났어요. 마른 풀잎향이 느껴졌어요.


'이거 조금 애매한데?'


아마스빈과 공차의 중간 정도 맛이었어요. 아쌈 홍차향이 진하게 나기는 하지만 쓴맛이 없다시피해서 커피 대신 마신다면 아쉬운 느낌이 있었어요. 커피 대신 마시는 것이라면 맛이 어느 정도 강해야 하고, 쓴맛이 가볍게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더앨리 아쌈 밀크티에서는 쓴맛이 거의 안 느껴졌어요. 우리나라에서 밀크티 포지션이 커피 대용품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족한 점이 확실히 있었어요. 최소한 맛과 향 둘 중 하나에서 아주 확실히 강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커피 대용품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어정쩡했어요.


더앨리 아쌈 밀크티는 커피 대용으로 본다면 아마스빈에 밀리고 차로 본다면 아마스빈보다 훨씬 우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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