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크어족2019. 2. 7. 23:32

터키어 및 아제르바이잔어 가정법, 조건법 - dIysA 와 sAydI 의 차이


외국어를 공부하고 배우고 가르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모국어에 없는 개념을 배우는 것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로 어려운 부분은 모국어로 표현할 때 상당히 애매한 경우에요. 이 중, 모국어로 표현할 때 상당히 애매한 경우는 설명이 이상하게 어렵고 복잡해져요. '알고 보면 어렵지 않은데 설명하기 참 어려운 부분'들이 대체로 이 두 번째 경우인 모국어로 표현할 때 상당히 애매한 경우에 해당해요.


한국인들이 외국어 공부할 때 헤매고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가정법, 조건법을 공부할 때에요. 가정법, 조건법을 공부할 때에는 그냥 '있는 대로 외운다'는 식으로 많이 넘어가곤 해요. '조건절에 뭐가 오면 결과절에는 뭐가 와야 한다'는 식으로 달달달 외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열심히 공부할 때는 이것을 꾸역꾸역 다 외우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렇게 복잡하게 정리했던 것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며 다시 헷갈려하기 시작해요. 한창 공부할 때라 달달 외우고 있을 때조차 가정법, 조건법을 사용해야 할 때만 오면 갑자기 머리 속이 아주 수학적으로 변해 계산하고 있구요.


아래 문장을 보면 보다 이해가 잘 될 거에요.


1. 그가 돈을 찾았다면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 (피식 비웃으면서)

2. 그가 돈을 찾았다면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 (초조해하며 전화기를 쳐다보면서)


둘 다 문장은 똑같아요. '그가 돈을 찾았다면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라는 문장이에요. 그렇지만 '그가 돈을 찾았다면'이라는 문장의 의미가 아예 달라요. 첫 번째 문장의 '그가 돈을 찾았다면'에 담긴 의미는 '그가 돈을 못 찾았다'는 의미에요. 첫 번째 문장의 진짜 의미는 '그는 돈을 못 찾았다. 그러므로 10분 뒤에 그가 전화할 일 없다'라는 것이에요. 그러나 두 번째 문장의 '그가 돈을 찾았다면'에 담긴 의미는 '그가 돈을 찾았을 수 있다, 그러므로 10분 뒤에 그가 전화할 수 있다'라는 의미에요. 첫 번째 문장은 실제와 반대되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조건절에서 가정법을 썼다고 볼 수 있고, 두 번째 문장은 조건이 충족될 경우 결과가 발생할 거라는 조건법을 썼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둘 다 똑같은 형태로 나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가정법, 조건법 공부할 때 쓸 데 없이 세분화시켜놓는다고 툴툴거리고, 나중에 가서는 제일 햇갈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되곤 해요.


1번 문장과 2번 문장의 의미적 차이는 조건절과 결과절 중 어떤 것을 생략할 수 있는지까지 달라져요.


1. 그가 돈을 찾았다면(가정법)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 (피식 비웃으면서)

-> 그가 돈을 찾았다면...[10분 후 전화할 거야 -> 생략 가능]

이 문장에서는 결과절인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를 생략해도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전달되요.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그가 돈을 못 찾았다'는 내용이니까요.


2. 그가 돈을 찾았다면(조건법)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 (초조해하며 전화기를 쳐다보면서)

->[그가 돈을 찾았다면 -> 생략 가능]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

이 문장에서는 조건절을 생략해도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어느 정도 전달되요.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그가 10분 후 전화할 것'이라는 내용이고, 그 전제 조건이 '그가 돈을 찾았다'이거든요. 반면, 이 문장에서 결과절을 생략하면 아예 의미 전달이 안 되요. 왜냐하면 '특정 조건이 있을 경우 특정 결과가 발생한다'는 건데, 조건만 덜렁 있으면 그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뭐가 어찌될 수 알 수 없어요. 조건법을 사용했을 때 진짜 중요한 건 '결과절'이에요.


이렇게 조건문에서 조건절을 가정법으로 쓰는지, 조건법으로 쓰는지에 따라 의미적 차이는 커요.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이 차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가정법과 조건법 차이가 있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 이 부분 설명이 상당히 복잡해지고 시간이 흐르면 잘 까먹곤 해요.



이것은 터키어도 예외가 아니에요. 더 나아가 많은 튀르크 언어들을 공부할 때에도 마찬가지에요.



터키어 및 아제르바이잔어를 공부할 때 조건법을 공부할 때 보면 dIySa (di + ise) 와 sAydI (sa + idi) 가 나와요. 이 둘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둘 다 똑같은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두 개의 의미적 차이가 쉽게 와닿지 않아요. 그래서 대체로 그냥 눈치껏, 또는 책에 나온 경우를 달달 외워서 사용하곤 해요. 그러나 둘 사이에는 상당히 큰 의미적 차이가 존재해요. 둘은 정확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해요.


diyse 와 saydi 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제'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해요.


시제는 연속적인 개념이 아니에요. 완벽히 분리되어 있어요. 과거 시제와 현재 시제는 절대 연속적이지 않아요. 차라리 '패러랠 월드'를 떠올리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해요. 터키어 2시제 이론에서는 과거 시제와 비과거 시제라 이야기해요. '과거 시제로 표현되는 세계'와 '비과거 시제로 표현되는 세계'는 서로 단절되어 있다고 봐야 해요. geliyor 와 geliyordu는 단순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과거에 일어난 사건 정도가 아니라, geliyor는 현재와 관련 있는 사건, geliyordu 는 현재와 관련 없는 사건을 말해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idi에요. 과거 시제는 비과거 시제 (현재시제)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했어요. 즉, 과거 시제 접사 idi 가 쓰이면 기본적으로 '현재와 관련이 없다'는 의미를 갖게 되고, 더 나아가 '부정' 또는 '불확실', '반대'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요.


여기까지 보고 geldiyse 의 di 도 과거시제접사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과거 시제 접사 idi 는 동사에 붙여 쓸 수도 있고, 따로 떼어내서 쓸 수 있어요. 반면 완료상 접사 -di 는 반드시 동사에 붙여 써야 해요. geldi 를 gel idi 라고 쓰지는 않죠. 그러므로 geldi의 di 는 완료상 접사에요. 그렇지만 geliyordu 는 geliyor idi 라고 쓸 수 있어요. 그러므로 geliyordu 에서 -du 는 과거시제 접사에요.



형태적으로 보면 geldiyse 는 geldi 에 조건을 나타내는 접사 sa 가 붙은 형태에요. 이것 그대로 보면 되요. geldiyse 는 geldi 를 가정하고 있는 것이에요. 반면, gelseydi 는 gelse 에 과거시제접사 idi 가 붙은 형태에요.


geldiyse 는 geldi 전체를 가정하고 있어요. 즉, 조건법이에요.

gelseydi 는 gelse 에 '현재와 관련없다'는 idi가 붙어 있어요. 즉 가정법이에요.


diyse, saydi - 이 둘의 의미적, 구문적 차이는 다음과 같아요.


먼저 diyse 에요. diyse 는 완료된 동작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건절의 참, 거짓을 구분할 수 없어요. 또한 단순히 '조건'이기 때문에 '그 조건이 충족될 시 발생할 결과'를 반드시 필요로 해요. 그렇기 때문에 결과절 생략이 불가능해요. 오히려 '조건법을 사용한 조건문'에서는 조건절을 생략할 수 있어요. diyse 를 사용한 후, 결과절에 과거 시제 접사 idi 를 쓸 수도 있어요. 이 경우는 결과절에 사용된 idi가 '불확실, 원치 않음' 등의 의미를 나타내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시제는 현재시제와 이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조건절에 diyse 를 사용하고 결과절에서 시제접사 idi가 등장한다면, 이 경우 조건절에 내포된 의미는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되요.


다음은 saydi 에요. saydi 는 sa 로 표현된 조건 전체를 과거시제접사 idi 로 부정해버리고 있어요. 즉, 조건절 내용은 실제와 반대되는 가정이자, 거짓이라는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결과절에서는 반드시 시제접시 idi 가 등장해서 결과절도 똑같이 그 내용이 참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야 해요. 또한, 문장 형태로 보았을 때, 조건절을 saydi 로 표현한 경우에는 이미 그 안에 '실제와 반대였다면'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꼭 결과절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saydi 를 사용한 경우, 결과절 생략이 가능해요.



아까 위에서 예시로 든 한국어 문장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아요.


1. 그가 돈을 찾았다면(가정법)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 (피식 비웃으면서)

2. 그가 돈을 찾았다면(조건법) 그는 10분 후 전화할 거야. (초조해하며 전화기를 쳐다보면서)


1번 문장에서 조건절은 가정법을 사용했어요. 화자가 실제 하고 싶은 말은 '그가 돈을 못 찾았다'는 말이죠. 그러므로 여기에서 조건절의 '찾았다면'은 가정법 - saydi 를 사용해서 bulsaydu 를 사용해야 해요.


반면 2번 문장에서 조건절은 조건법을 사용했어요. '그가 10분 후에 전화하기 위한 조건'을 말한 것 뿐이지, 그가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 몰라요. 이 경우, 조건절의 '찾았다면'은 조건법 -diyse 를 사용해서 bulduysa 를 사용해야 해요.



터키어 조건법 diyse 와 saydi 의 차이는 다음과 같아요.



diyse 조건절 - 참/거짓 판단 불가 -> 결과절 반드시 필요. 결과절에 시제 접사 idi 가 등장하면 '실현가능성 희박 또는 원치 않음'으로 해석.

seydi 조건절 - 참/거짓 판단 가능 (거짓) -> 결과절이 꼭 필요하지 않음. 결과절도 똑같이 idi 로 실제가 아님을 일치시켜야 함.



정말 간단히 diyse 와 saydi 를 구분하는 방법은 바로 이것이에요.


조건절에서 과거 시제 접사 idi 는 '거짓, 반대'를 의미한다.


'조건절에서 과거 시제 접사 idi 는 '거짓, 반대'를 의미한다' - 이것 하나만 확실히 기억해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요. 조건이 거짓이면 결과도 거짓으로 일치시키면 되고, 조건이 거짓이 아니라면 결과가 확실한지 불확실하거나 원치 않는지만 결정하면 되거든요.



참고로 이것은 다른 튀르크 언어들에서도 마찬가지에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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