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표정 사람들이 만드는 축 쳐진 분위기 속 혼자 환호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그 어색한 시청 광장을 뒤로 하고 계속 걸어갔어요. 시청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갈지, 조금 더 가서 최소 종각이 있는 카페를 갈지 시청건물 옆에 서서 고민했어요.
'여기에서 명동 쪽으로 빠질까?'
시청에서 남대문시장 - 명동으로 빠지는 길이 있어요. 만약 명동 쪽으로 가려면 무턱대고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갈 게 아니라 몇 걸음 뒤로 가서 방향을 틀어야 했어요. 광화문 광장 앞 사거리까지 가서 명동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많이 걸어야 하거든요. 못 걸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쓸 데 없이 먼 길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제가 걷는 목적에는 분명히 배를 꺼뜨릴 목적도 있었어요. 그러나 오직 배를 꺼뜨리기 위해 멀리 돌아서 명동에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별로 안 춥게 느껴졌지만 춥기는 추웠어요. 게다가 어쨌든 저는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갈 거였어요. 즉, 굳이 그렇게 멀리 걸어가지 않아도 배를 꺼뜨리기에는 충분한 거리를 걸어갈 것이어어요. 만약 광화문광장 앞 사거리에서 명동을 향해 걸어갔다가 거기서 다시 종로5가 효제초등학교까지 걸어가려고 하면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절대 짧지는 않은 거리를 걸어가야 했어요.
'무교동 쪽에 프랜차이즈 카페들 많이 몰려 있지?'
카페에 가서 글을 쓸 생각이었어요. 카페에 오래 앉아 있기에는 개인이 하는 조그만 카페보다는 프랜차이즈 카페 - 그 중에서도 좌석이 많이 있는 대형 매장이 좋아요. 빈자리가 여럿 있는 동안은 앉아서 계속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개인 카페는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솔직히 눈치 매우 많이 보여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며 조금 긴 시간을 보낼 때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아가곤 해요.
무교동 쪽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여럿 있어요. 종류별로 거의 다 있을 거에요. 특정 카페를 딱 찍어서 가지 않더라도 무교동 가면 일단 프랜차이즈 카페가 여러 곳 있기 때문에 가서 골라도 되었어요.
'명동 가기도 귀찮다. 거기 혼자 가봐야 재미 하나도 없을텐데. 외국인 관광객 구경해봐야 뭐하냐?'
예전에는 외국인 관광객 구경하는 재미로 명동에 혼자 가곤 했어요. 그러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한 후, 외국인 관광객 구경하는 것이 그 이전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가 상대하던 관광객들이 동남아시아, 중국, 타이완, 홍콩 관광객들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명동에서 많이 보이는 관광객들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타이완 관광객들인데, 이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 제가 많이 상대해보기도 했고, 이 나라들에 제가 직접 가보기도 했어요. 더욱이 명동에 놀러갔다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변한 게 있을 리 없었어요.
그래서 무교동 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무교동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청계광장으로 가야 했어요.
청계광장 앞에 도착했어요.
"여기에도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해 놓았네?"
이쪽이 서울시청 쪽보다 나름 더 화려하게 장식해 놓았어요.
여기는 2018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지난주 토요일인 12월 8일부터 1월 1일까지 진행된대요.
2018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입구는 청계광장과 삼일교에요. 출구는 청계광장, 모전교, 광통교, 광교, 장통교에요.
"여기는 그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조금 나네."
올해 서울, 의정부 모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진짜 안 나요. 11월 말에만 해도 '그래, 11월 말이니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올해 크리스마스는 정말 분위기가 안 살 거라는 것은 올해 초에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요. 멀쩡하고 제대로 된 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최저임금 폭등으로 인해 엉망이 될 것을 다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정상인들이 예상한 그대로 되었어요. 하다하다 통계주도성장조차 실패해버렸어요. 지켜보자더니 망했어요. 12월 14일인데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는 않아요. 조명 몇 개 장식해놓은 정도에요. 카페만 봐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은 거라고 잘 찾아봐야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 덜렁 세워놓은 수준이에요.
그래서 이게 그나마 서울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곳이었어요.
여기는 동남아시아 및 중국인 관광객 몇몇이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시청 광장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훨씬 화려하고 예뻤어요. 이것은 정말 크리스마스트리 다웠어요.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천사도 볼 만할 거에요.
12월 8일 시작이었지?
아직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서 이런 거라 믿고 싶었어요. 더 꾸미든가 하겠죠.
날이 어두워진 후 다시 청계광장으로 갔어요.
요즘은 해가 일찍 지니 이 장식들에 불이 들어온 모습을 보기도 어렵지 않아요. 불이 들어오면 화려할 거에요. 그나마 서울의 도심이라는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나는 곳은 청계광장이었어요. 청계광장에서는 2018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진행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