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가 버스에 시동을 걸었어요. 가이드가 버스에 사람들이 다 탄 것을 확인한 후 이야기했어요.


"뜨득 황제릉 가기 전에 다른 곳 한 곳 들릴께요."


그 정도 시간 여유가 되나? 지금 이미 늦어도 꽤 많이 늦었을텐데?


아직도 일정이 남아 있었어요. 뜨득 황제릉도 가야 했고, 보트를 타는 코스도 남아 있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뜨득 황제릉에 가 있어야 했어요. 그래야 투어 설명에 나와 있던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관광이 끝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뜨득 황제릉은 가지 못했고, 이제 막 카이딘 황제릉에서 출발했어요.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는데 투어 코스에 없던 곳 하나가 추가된 것이었어요.


뜨득 황제릉 방문이 어찌 되든 별 관심 없었어요. 제가 그렇게 가보고 싶어했던 카이딘 황제릉은 잘 봤거든요. 뜨득 황제릉은 베트남 여행 계획을 짤 때 아예 없던 방문지였어요. 카이딘 황제릉 가는 코스를 골랐더니 덤으로 끼어들어온 코스나 마찬가지였어요. 뜨득 황제가 누구인지도 몰랐구요.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본 것에 비해 베트남 역사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무지 그 자체였어요. 제가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울 때만 해도 동남아시아사는 정말 비중이 없는 부분이었고, 세계사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라고는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 이후 베트남 역사에 대해 특별히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한 것이 아니다보니 뜨득 황제가 어떤 인물이고 뜨득 황제릉이 어떤 왕릉인지 전혀 몰랐어요.


"내리세요."


버스가 멈추어섰고, 가이드가 버스에서 내리라고 했어요.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기념품 가판대가 있고, 할머니 한 분께서 뭔가 열심히 만들고 계셨어요.


베트남 전통 향


할머니께서는 반죽을 조금 떼어서 손에 쥔 철사와 함께 쓱쓱 미셨어요. 그러자 빼빼로 같은 것이 되었어요. 알고 보니 그것이 베트남 전통 향이었어요.



나중에야 여기가 베트남 전통 향과 전통 모자 논 non 을 만드는 마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베트남 향


이것이 베트남 전통 향이라는 것을 몰랐을 때에는 이걸 보고 무슨 전통 솔인 줄 알았어요. 철사에 뭘 입혀서 솔을 만들고, 기념품으로 팔기 위해 알록달록한 색을 입힌 것이라 추측했어요. 그렇지만 그건 전혀 틀린 추측이었고, 향을 이렇게 만들어 모아놓은 것이었어요. 가이드는 한 번 해보고 싶은 사람은 해 봐도 좋다고 했어요. 저는 얌전히 구경만 했어요. 관광객 한 명이 나서서 직접 시도를 해보았어요. 당연히 잘 될 리가 없었어요. 저렇게 향을 만드는 것도 나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었거든요.


향과 모자를 만들어 파는 마을에서는 관광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관광 기념품 종류와 질이 괜찮아 보였어요.


'이따 동바 시장 가서 구입해야지.'


관광 기념품 상태를 보면 하나쯤 구입해도 좋을 것 같았어요. 확실히 구입하고 싶게 생긴 것이 여러 가지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의 쓰레기 관광 기념품과는 솔직히 차원이 달랐어요. 예전에는 우리나라 관광 기념품이 천편일률이기는 하나 최소한 한국에서 만든 것이었어요. 이제는 그나마도 거의 다 중국산에 이게 우리나라 관광 기념품인지 중국 관광 기념품인지 분간도 안 되는 것이 거의 전부에요. 그런 것에 비교하면 베트남 관광 기념품은 확실히 사고 싶게 생긴 것이 꽤 많았어요. 게다가 전부 베트남산이었거든요.


그러나 여기에서 판매하는 관광 기념품 가격은 약간 비쌀 것 같았어요. 후에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가 제게 선물로 준 기념품을 동바 시장에서 구입했다고 알려주었어요. 그래서 여기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동바 시장을 가서 구입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여기는 적당히 어떤 기념품이 있는지 눈으로 쓱 둘러보기만 했어요.


다시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는 또 신나게 덜컹거리며 달렸어요.


오후 4시 10분. 드디어 마지막 방문지인 뜨득 황제릉에 도착했어요.



여기도 내국인인 베트남인과 외국인 관람료가 달랐어요. 그래서 베트남인들과 외국인들이 따로 입장했어요. 뜨득 황제릉도 위치상 후에 시내에서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 같았어요.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것들을 다 둘러보려고 했다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아마 그래서 베트남인들도 많이 이 투어용 버스를 같이 타고 있는 것일 거구요.



뜨득 황제릉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호수였어요.






뜨득 황제릉은 1864년부터 1867년까지 지은 왕릉이라고 해요. 총 면적은 12헥타르이고, 그 안에는 건물 50채가 있다고 해요. 재미있는 점은 뜨득 황제는 다른 역대 베트남 황제들과 달리 자신의 재위 기간에 자기 무덤을 완공지었다는 점이에요. 이렇게 완공된 자기 무덤을 제2 왕궁처럼 이용했고, 이 연못에서 왕후들과 함께 뱃놀이를 즐기기도 했다고 해요.


자기 무덤에서 놀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기 무덤에서 놀았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상당히 잘 지은 왕릉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어쨌든 자기가 죽은 후 묻힐 자리에요. 그 자리에 와서 왕후들과 뱃놀이하며 놀았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자기가 죽기 전에 자기 묫자리 봐놓는 경우야 있다고 하지만, 자기 무덤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여기가 내가 묻힐 자리야' 하며 왕후들에게 자랑하며 즐겁게 놀았을지 참 궁금했어요.



뜨득 황제릉 지도가 새겨진 비석이 있었어요. 뜨득 황제릉은 왕릉 구역과 사찰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요.



계단 위로 올라갔어요.





여기도 코끼리 조각과 문무백관 조각이 있었어요.



뜨득 황제의 업적을 기록한 석비가 있었어요. 보통 후대 왕이 선대 왕의 업적을 비석에 새기는데, 뜨득 황제는 자신이 직접 석비에 자신의 업적을 기록했다고 해요. 부인은 많았으나 자식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하구요.


뜨득 황제는 1847년부터 1883년까지 재위했어요. 뜨득 황제는 쇄국정책을 펼쳤고, 가톨릭을 탄압했어요. 이 가톨릭 탄압이 빌미가 되어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게 되었고, 프랑스에 패전해 프랑스에 무조건 유리한 양국간 불평등 조약인 사이공 조약을 체결했어요. 사이공 조약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1. 남부 베트남에 있는 비엔호아,쟈딘, 딘뜨엉 할양.

2. 프랑스에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지불.

3. 프랑스 전함의 메콩 강 자유 항해 허용.

4. 프랑스의 베트남 내에서의 자유로운 가톨릭 포교 특권 인정.

5. 항구 세 곳을 프랑스와의 무역을 위해 개항.

6. 베트남이 다른 나라와 교섭할 때 프랑스 황제의 동의를 받아야 함.




쭉 안쪽으로 걸어들어갔어요.




"여기 끝이 어디지?"


분명히 끝까지 다 온 것 같았어요. 그러나 더 있었어요. 아직 가이드가 돌아오라고 한 시간이 되지 않은데다 어차피 다른 관광객들이 여기에서 가이드가 오라고 한 시간을 지킬 리 절대 없기 때문에 더 가보기로 했어요. 사실 이렇게 여기 늦게 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저 말고 그 누구도 가이드가 오라고 한 시간에 제때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가이드가 오라고 한 시간에 딱 맞추어 가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것보다 5분 정도 늦게 가도 제가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이 아닐 것이 분명했어요.


계속 안쪽으로 걸어갔어요.








"어? 이거 어떻게 돌아가야 하지?"


별 생각없이 안쪽으로 계속 걸어가다보니 아까 어떻게 왔는지 까먹었어요. 대충 방향은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어떻게 왔는지 기억나지 않았어요. 도중에 물길을 건널 수 있으면 계속 건너가서 더 햇갈렸어요. 시계를 보았어요. 이제 슬슬 버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어요. 왕궁 끝까지 대충 다 가봤어요. 더 이상 여기에서 헤매고 머무를 이유가 없었어요.


물 건너 무슨 건물 하나가 보였어요.


"저거 갔다가 돌아가야지."


물을 건너 계단을 올라갔어요.





무언지 알 수 없는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얼핏 보아서는 절 같아보였어요. 그러나 설명이 없어서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베트남 후에 뜨득 황제릉 Lăng Tự Đức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아무리 조금 늦어도 된다지만 크게 늦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부지런히 빠른 걸음으로 걸었지만 결국 가이드가 오라고 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출구에 도착했어요. 시계를 보니 4시 46분이었어요. 그러나 아직 다른 관람객들이 다 와 있지는 않았어요. 예상대로였어요. 가이드가 오라고 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가도 제가 꼴찌로 도착할 리는 절대 없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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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제릉이라서 그런지 규모가 상당하네요. 저기가면 영락없이 헤멜것 같아요.ㅋㅋㅋ
    나중에 내가 이곳에 묻히다니! 기분 좋다고 생각하면서 놀았을까요?
    죽은 후를 다 설계해놓은 기분은 어떨지 궁금하네요ㅋㅋㅋ

    2018.09.27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죽은 후를 저렇게 다 지어놓고 거기서 놀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그다지 유쾌할 거 같지는 않은데 그게 또 아닌가봐요. 저긴 커서 조금 헤매게 생겼더라구요 ㅎㅎ

      2018.10.27 18:2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