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베스킨라빈스31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 쿼터백 크런치

좀좀이 2018. 9. 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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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먹어본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은 쿼터백 크런치에요.


2018년 9월 이달의 맛 아이스크림으로 쫀떡궁합이 나왔고, 시즌메뉴 중 제가 안 먹어본 아이스크림으로 쿠키 부키가 나왔다는 것까지 확인했어요.


"2페이지에 있는 건 별 거 없잖아."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메뉴를 보면 보통 2페이지까지 아이스크림 종류가 등록되어 있어요. 예전에는 단종된 메뉴고 판매중인 메뉴고 다 올라와 있었지만, 작년 언젠가부터 홈페이지에 있던 아이스크림 종류를 정리한 이후 매장에서 판매중인 아이스크림만 올라와요. 그래서 메뉴 중 2페이지까지가 베스킨라빈스에서 현재 팔고 있는 아이스크림 종류에요.


당연히 사람들은 맨 앞 장을 많이 봐요. 이건 뭐든지 그래요. 책을 사더라도 표지, 그리고 바로 다음장, 1과 첫 지문까지는 열정을 다해서 읽어요. 1과 첫 지문 바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전 우주의 기운을 필요로 하죠. 전 우주의 기운을 끌어모아 엄청난 파동을 만들어내 그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한 60억 지구인의 46억년 우주의 업보가 몰아닥쳐 책 표지를 덮고 영원히 못 들추도록 눌러버리니까요.


홈페이지도 블로그도 마찬가지에요. 뒷페이지를 보기 위해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이어져오는 전인류가 감당해내야할 시대적 업보의 벽을 산산조각 파괴하고 마우스 왼쪽 버튼 클릭을 무려 한 번이나 더 해야 해요. 진짜 2페이지 보는 인간은 별로 없어요. 10페이지까지 봤으면 둘 중 하나에요. 그렇게 만든 인간이 대자연의 섭리에 주먹 감자를 날렸거나, 그렇게 본 인간이 전인류가 감당해야 할 46억년 업보에서 홀로 탈출에 성공했거나요.


베스킨라빈스31이 우리나라에서 인기좋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상식적 - 사회통념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여기가 무슨 부트 졸로키아맛 아이스크림, 삭힌 홍어향 아이스크림 이딴 거 만들어서 팔았으면 망해도 예전에 망했을 거에요. 당연히 홈페이지 운영도 1페이지에 새로 등장한 아이스크림이나 밀어주는 아이스크림을 배치해요. 2페이지에 있는 아이스크림은 대체로 부모님 같은 아이스크림들이에요. 다른 맛의 기본이 되는 아이스크림들이요.


그래도 이왕 들어와본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 들어갈 때마다 저는 아이스크림 메뉴만큼은 끝까지 다 봐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져보곤 해요. 우리 조상님들께서는 정말 멋진 말을 남기셨거든요.


마른 걸레도 다시 한 번 쥐어짜봐라.


진짜에요. 무슨 이벤트로 뿌린다고 하는 것들 때 지나도 공짜라면 응모해볼 필요가 있어요. 정말 가끔 미달나서 기한 지났는데 당첨되는 경우가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에요. 2페이지에는 항상 뻔할 뻔자 아이스크림이 등록되어 있지만, 아주 가끔 뜬금포로 뻔할 뻔자가 아닌 아이스크림이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하면, 바로 신제품 정보가 엉뚱한 2페이지에 처박혀 있다는 거에요.


몇 달째 그런 운빨은 없었어요. 베스킨라빈스31 관계자들이 홈페이지 운영을 아주 정상적으로 잘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전지구인을 대표해서 46억년 업보와 싸우며 무려 2페이지까지 봤지만 소득이 없었어요. 60억 지구인들이 제게 말했어요. 2페이지 넘겨봐야 거긴 별 거 없어. 너는 무의미하게 너의 소중한 칼로리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야.


2018년 9월 1일.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 접속해 아이스크림 메뉴 2페이지를 클릭했어요. 역시나 별 거 없을 거라 추측했어요.


"쿼터백 크런치? 이거 뭐냐?"


2페이지에 있는 아이스크림 중 하나는 바로 '쿼터백 크런치'라는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이거 시즌메뉴인가? 그런데 왜 2페이지에 처박혀 있냐?"


쿼터백 크런치는 제가 확실히 안 먹어본 아이스크림이었어요. 1년 넘게 매장에 등장한 적이 없는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작년에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어보기 시작하면서 매장에 어떤 아이스크림이 있는지 항상 관심갖고 보기 시작했거든요. 작년 초에는 어땠는지 잘 몰라요. 그때는 제가 눈 감고 아무 거나 찍어도 제가 안 먹어본 아이스크림이 걸릴 때였으니까요. 그러나 작년 여름부터는 제가 안 먹어본 아이스크림을 고르기 위해서는 신경써서 골라야 했고, 올해 현재는 일부러 안 먹어본 것을 찾아야 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쿼터백 크런치는 제가 안 먹어본 아이스크림이란 거고, 이게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다는 것은 이것은 시즌 메뉴로 매장 진열대에 등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었어요.


'이거 잘못 올라온 건가? 아니면 잠깐 등장했다 사라질 건가?'


쿼터백 크런치가 2페이지에 있다는 것이 조금 많이 걸렸어요. 쿠키 부키는 1페이지에 당당히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이건 분명히 매장 진열대에 올라올 것이 확실했어요. 그러나 소심한 쿼터백 크런치는 2페이지에 숨어서 수줍게 누가 나 여기 있는 거 찾아봐주나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저도 쿼터백 크런치에 대해서만은 소심해졌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매장에 쿼터백 크런치가 있나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쿠키 부키부터 있는지 찾아보고 그때 덤으로 같이 찾아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쿠키 부키는 9월 하반기가 되어서야 매장에 등장했어요. 쿠키 부키가 매장에 있는 것을 발견한 날. 조용히 같이 따라 진열대로 올라온 쿼터백 크런치를 발견했어요.


'이건 진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거 아냐?'


쿼터백 크런치 아이스크림은 배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 아이스크림 메뉴에서 여전히 2페이지에 숨어 있었어요. 1페이지에 월넛, 피스타치오 아몬드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월넛, 피스타치오 아몬드가 형편없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이것들은 상시 메뉴라 꼭 1페이지에 올라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언제 가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고, 기본적인 메뉴니까요.


그래서 쿼터백 크런치 아이스크림을 바로 구입했어요.


베스킨라빈스31 쿼터백 크런치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생겼어요.


쿼터백 크런치


새하얀 아이스크림에 카라멜이 띠를 이루어 박혀 있고, 그리고 뭔 덩어리가 여기저기 박혀 있어요.


베스킨라빈스31 쿼터백 크런치


아이스크림 생긴 것을 보면 상당히 깔끔한 맛을 자랑할 것처럼 생겼어요.


배스킨라빈스31 쿼터백 크런치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서 쿼터백 크런치 아이스크림에 대해 '바닐라향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크런치가 바삭바삭! 달콤한 카라멜이 사르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배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쿼터백 크런치 영문명은 QUARTERBACK CRUNCH 에요.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 쿼터백 크런치


소심하고 수줍음 많아서 2페이지에 숨어 있었던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아이스크림 자체는 순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이었어요. 아이스크림 맛만 보면 다른 아이스크림들에 비해 순한 맛이기 때문에 소심하고 수줍음 잘 타서 2페이지에 숨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은 거기까지.


여기에 카라멜이 맛을 보충해주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누가바와 조금 유사한 맛이었어요.


그렇지만 누가바와 달리 쿼터백 크런치에는 크런치 알갱이가 많이 들어있었어요. 과장 조금 보태면 한 스푼에 한 알 꼴이었어요. 진짜 버글버글하다고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었어요. 이게 거의 매 스푼 끼어들면서 씹을 때마다 바삭 바삭 소리와 식감을 전해줬어요.


크런치와 카라멜 때문에 맛이 연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아이스크림 맛이 강했으면 맛이 너무 강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막 욕심부려서 품에 한아름 한가득 이것저것 껴안고 뒤뚱거리며 발발발 쫓아오다 뒤쳐져서 엉엉 우는 아이의 모습.


배스킨라빈스31 쿼터백 크런치 맛은 그렇게까지 막 특이하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크런치 때문에 먹는 동안 이와 귀가 매우 즐거웠어요. 씹는 느낌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꽤 많이 좋아할 아이스크림이었어요. 그리고 크런치 좋아하면 무난하게 좋아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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