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카페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카페인 카페인플래닛이에요.
모처럼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모여서 홍대 쪽으로 갔어요. 점심을 잘 먹고 거리 구경도 하고 잡담도 할 겸 해서 길을 걸어다녔어요. 대학교 시험 기간이었고, 한낮이었어요. 그러나 홍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홍대는 '노는 곳'으로 잘 알려진 곳. 그러나 이것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성격은 꽤 많이 변했어요. 요즘은 단순히 클럽 같이 노는 곳이 아니라 일종의 관광, 쇼핑의 중심지처럼 되었어요. 특히 서울 종로 상권이 정체되고 낙후되면서 사실상 죽어버렸고, 서울 서북쪽으로 은평 뉴타운이 크게 개발된 것까지 엮여서 홍대 상권이 서울에서 제일 잘 나가는 중심 상권처럼 되어버렸어요. 종로, 대학로, 미아, 수유 모두 '예전의 그 번화가'로 전락해버렸구요.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대학교 시험 기간일텐데 이렇게 백주대낮에 놀러 돌아다니는 젊음이 많다는 것에 대해 잡담을 하며 걸었어요. 그리고 이런 서울 한강 이북의 상권 지형 변화에 대해서도 잡담을 나누며 돌아다녔어요. 저와 친구들 모두 서울 생활을 한 지 꽤 오래되었거든요. 저는 지금 살기는 의정부에 살고 있지만 주요 활동 장소는 여전히 서울이에요. 친구들과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참 재미있었어요. 작년에 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다니며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녔더니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어졌어요.
"오늘 왜 이렇게 덥냐?"
날이 덥고 습했어요. 조금 걸었을 뿐인데도 덥고 습해서 시원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게다가 점심으로 모두 짠 것을 먹었어요. 가뜩이나 짠 것을 먹어서 목이 마르려 하던 차에 날씨까지 이러니 카페 가서 무언가 마시며 쉬고 싶었어요. 홍대도 열섬현상이 확실히 잘 일어나고 있었어요. 풀풀 날리는 먼지와 자동차 매연이 목을 더 마르게 했어요.
"카페 들어가서 뭐 마실까?"
"그러자. 덥고 목마르다."
친구들과 어느 카페를 갈지 의논하기 시작했어요. 홍대 주변에 카페는 많아요. 친구들과 일단 무엇을 마시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저는 목이 말라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싶었어요. 커피 마시면 마실 때만 좋고 이후에 목이 더 마를 것 같았거든요. 친구 하나는 무조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주는 시원한 곳으로 가자고 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자리가 넓은 곳으로요.
아주 평범하고 좌석 넓고 시원한 카페.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어요. 적당히 프랜차이즈 카페나 갈까 싶었어요. 그런데 친구 하나가 프랜차이즈 카페 가는 것은 별로인 눈치였어요. 프랜차이즈 카페를 제외하고 찾으려 하니 홍대쪽에서는 은근히 어려운 문제였어요.
"우리 저기 갈까?"
문이 열려 있는 카페 하나가 보였어요. '카페인플래닛'이라는 카페였어요.
"저기 가자."
안이 뜨뜻하면 다시 나오기로 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갔어요. 내부는 시원했어요.
카페 내부는 그렇게까지 넓지는 않았어요. 동네 소형 카페보다는 큰 편이었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카페라고 하기에는 작은 정도였어요.
혼자 왔을 때 창밖을 보며 앉을 수 있는 긴 탁자가 있었어요. 여기에서 보이는 풍경은 창밖 풍경이 아니라 이 카페가 있는 건물 안쪽으로 이어지는 풍경.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했어요. 저는 수박 주스를 주문했어요.
수박 주스에 설탕을 과도하게 집어넣지 않았어요. 수박맛이었어요.
음료도, 카페 내부도 그렇게까지 큰 개성이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튀어보려는 가게가 많이 밀집한 홍대 상권이다보니 이렇게 단조로운 카페도 있으면 좋거든요.
카페인플래닛 카페는 홍대 거리에서 돌아다니다 잠시 들어가서 조용히 앉아 쉬어가기 괜찮은 카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