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18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 예레반으로 가는 길

좀좀이 2012. 6.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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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가기 위해 조수석에 앉아 야간 이동을 하는 마슈르트카를 탔지만 정신이 이상할 정도로 맑았어요. 물론 차가 심하게 흔들려 머리를 자꾸 흔들어대는 것도 있었지만 그런다고 못 잘 제가 아니에요. 상모 돌리기에서 헤드뱅잉으로 업그레이드할지언정 잠자기를 포기하는 법은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기사 아저씨는 졸지 않기 위해 담배를 태우고 노래를 크게 틀어놓았어요. 그래서 더더욱 잠을 청할 수 없었어요. 고요한 밤길 속에서 차의 흔들림만이 소리를 만들 뿐? 천만에요. 노래가 크게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도 늦은 시각이었는데 계속 떠들고 있었어요. 야간 이동을 한다고 하면 보통 정신없이 자는데 이 사람들은 그런 것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열심히 뒤에서 떠들다가 마음에 안 드는 노래가 나오면 노래를 바꾸어달라고 했어요. 정말 힘이 넘쳐서 그러는 것인지 날이 더워서 밤 늦게 노는 게 몸에 배어서 그런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어둡고 뒤를 돌아보기 힘들어서 뒤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사람들이 하나 둘 잠들기 시작한 거 같았어요. 드디어 모두 잠자나 생각이 드는 순간


"내려."


기사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며 우리들에게도 내리라고 했어요. 우리가 내린 곳은 휴게소. 사람들은 전부 잠에서 깨어났어요. 휴게소에는 화장실이라고 하기 민망한 정도의 화장실이 있었고, 손을 씻을 수도 있었어요. 손을 씻는 것은 공짜였고 화장실 가는 것은 유료였는데 남자들은 전부 화장실에 가지 않고 노상방뇨로 해결했어요. 그리고 휴게소 안.


이것은 레쓰비!


우리나라의 캔커피 레쓰비가 조지아에서도 팔리고 있었어요. 게다가 광고 포스터까지 벽에 붙어 있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저 레쓰비를 사먹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캔커피이거든요. 게다가 이 더운 날씨에 시원한 캔커피!


그런데 비싸.


문제는 비싸다는 것. 다른 음료수에 비해 엄청나게 비쌌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불과 500원 밖에 안 하던 레쓰비가 이 나라에서는 꽤 비싼 음료수였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캔 때문에 비쌀 거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캔에 들어 있다고 특별히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외국에서는 종이팩에 들어있는 것과 캔에 들어있는 것의 가격차가 꽤 많이 나더라구요.


레쓰비는 눈으로만 마시고 그냥 커피를 시켰어요. 커피가 뜨거워서 식기를 기다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우리가 앉아 있는 탁자에 앉았어요. 기사 아저씨는 음식을 많이 시켰어요. 샐러드도 시키고 샤슬릭도 시키고 빵도 시키고...혼자 다 먹을 수 있을지 보는 사람이 걱정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시키고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러시아어, 그루지야어 둘 다 몰라요.


저도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하지만 러시아어나 조지아어나 모르기는 매한가지. 정말 몇 가지 인사와 숫자 정도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몇 마디 나누기는 했어요. 정말 기본적인 자기 소개 정도 이야기하는 수준이었지만요.


기사 아저씨와 같은 탁자에 올라타서 언제 사람들이 출발하나 신경쓸 필요는 없었어요. 기사 아저씨가 차에 올라탈 때 같이 올라타면 되니까요. 기사 아저씨가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올라타자 우리도 차에 올라탔어요.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제 마음을 확 잡아끄는 노래가 오디오에서 흘러나왔어요. 남녀 듀엣곡이었는데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가락과 마지막에 '에센' 이라는 단어와 '울리아'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 정도였어요. 이 노래는 이번 여행의 주제곡으로 딱이야!


항상 여행의 주제곡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여행의 주제곡이 정해진 경우라면 딱 세 번 있어요. 2008년 '무계획이 계획', 2009년 '7박 35일', 2010년 '겨울 강행군'의 경우는 제 나름대로의 여행 주제곡이 정해졌어요. 지금도 그때 주제곡으로 정한 노래를 들으면 그 주제곡과 가장 관련있었던 여행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어요. 2008년 여행은 속초에서 서울로 오는 야간 버스 안에서 친구의 MP3를 들으며 남들 자는데 방해되지 않게 립싱크하며 둘이 버스 안에서 손동작만으로 춤추었던 때, 2009년 여행은 처음 알바니아 넘어가던 그 승합차 안에서의 모습, 2010년 여행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기차역에서 친구가 소지품을 도난맞아 우울한 기분으로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때가 떠올라요. 이번 여행에서는 이 주제곡을 들으면 바투미에서 트빌리시로 가는 야간 마슈르트카 이동이 떠오를 거에요.


"이 노래 제목 뭐에요?"


아이팟터치에 설치한 러시아어사전을 뒤져가며 물어보았어요. 기사 아저씨께서 뭐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როჯენსქი?"


조지아어 문자로 써서 보여드렸어요. 아저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저의 어설픈 조지아어 문자를 읽더니 아니라고 하고 뭐라고 또 말해주었어요. 그러나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ზაჩზიმანზუზი?"


아저씨가 말하는대로 또 조지아어 문자로 써서 보여드렸어요. 역시 아니라고 하더니 조수석에 있는 설합을 열어보라고 했어요. 열었더니 CD 케이스가 있었어요. 아저씨는 하나 집더니 'შალახო RMX'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이 CD 케이스의 15번이라고 했어요. 설합 속에는 다른 CD 케이스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 와서 아무리 여기 있는 노래들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있는 것도 거의 없을 뿐더러 제가 찾던 노래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주제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제곡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떠오르는 가락만 흥얼거릴 뿐이에요. 만약 그때 노트북이 있었다면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CD를 노트북에 집어넣고 노래를 전부 복사했을 거에요. 아니, 그 노래를 제 능력으로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저씨께 그 CD를 제게 팔라고 했을 거에요. 정말 뒤돌아서서...너무 늦게서야 후회가 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덕분에 한 가지 깨우친 것이 있다면 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서 노트북은 없는데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만약 정말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거든 CD를 차 주인에게서 사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자기네 말을 쓰는 조지아 같은 나라에서는요.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찾을 확률이 정말 낮다는 것을 깨우쳤을 때에는 너무 늦어버렸어요.


그때는 한국 가서 노래를 구해서 여행의 주제곡으로 쓰면 되겠다는 생각에 그저 기뻤어요. 물론 지금은 그때 그 기쁨의 2배 만큼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억이 되었지만요. 사람들이 깨어 있었을 때 물어보든가 해야 했는데 언어의 장벽으로 너무 늦게 물어본 것이 큰 실수였어요.


트빌리시에 도착했어요. 예레반 가는 버스는 오르타찰라 버스 터미널에 가야 있어요. 트빌리시에는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 터미널이 크게 3개가 있는데 국제선은 오르타찰라 버스 터미널에 있어요. 여기까지 가는 사람은 우리 포함해서 딱 세 명이었어요. 다른 사람은 조지아인이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예레반에 간다고 했어요. 기사 아저씨는 오르타찰라까지 가려면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했어요. 요금은 한 사람당 5라리. 그래서 그냥 내겠다고 했어요.


오르타찰라로 가는 것을 기사 아저씨와 손짓 발짓하며 이야기하는데 친구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화장실이 있게 생긴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빌딩. 친구에게 빌딩에 가 보라고 했어요. 친구가 배가 아파서 뛰지도 못하겠다고 하자 제가 먼저 뛰어가서 청소하시는 할머니께 화장실 어디 있냐고 여쭈어보았어요. 할머니께서는 건물 안에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친구에게 빨리 건물로 오라고 하고 친구가 지금 정말 아프다고 손짓 발짓 몸짓으로 표현했어요. 할머니께서는 끄덕거리시더니 친구에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셨어요.


친구가 건물에 들어간 사이, 기사 아저씨는 친구가 어디 갔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화장실'이라고 대답했어요. 웬만하면 '손 씻으러 갔다'고 돌려 말하고 싶었지만 그 정도의 러시아어, 조지아어 실력은 없었거든요. 그냥 간단히 '뚜알렛'이라고 해 버렸어요. 친구가 돌아오자 아저씨는 아무도 없는 거리를 역시나 빠른 속도로 오르타찰라를 향해 차를 몰기 시작하셨어요.


오르타찰라게 도착하자마자 달려드는 택시 기사들. 소리쳐도 계속 달려들어서 나중에는 무시했어요. 옷깃을 잡아당기자 거칠게 잡아뗐어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택시 기사들이 우리를 데려다 준 마슈르트카 운전 기사에게 도움을 청해 마슈르트카 운전 기사가 우리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몇 마디 해보다 바로 갈 길을 갔어요. 운전 기사는 우리와 그 사이에 언어의 장벽이 히말라야 산맥처럼 가로막고 있어서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러자 다급해진 택시 기사들은 버스 터미널에서 나오는 한 외국인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외국인은 마치 바퀴벌레 보는 듯한 눈빛으로 택시 기사들을 바라보며 역시나 거칠게 자신을 잡아끄는 택시 기사들의 손을 강력히 뿌리치고 제 갈 길을 갔어요. 택시 기사들이 외국인에게 다가가는 순간 최대한 빨리 걸어서 택시 기사들로부터 멀어졌어요. 택시 기사들이 열심히 뭐라고 하면서 쫓아왔지만 이미 늦었어요. 우리들은 버스 터미널에 무사히 들어왔으니까요.


오르타찰라 버스 터미널은 얼핏 봐서는 정말 버려진 건물이에요. 그래서 택시 기사에게 속기 쉬워요. 하지만 당황할 필요 없어요. 건물로 들어가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마슈르트카가 많이 있어요. 바쿠행 버스는 오전 11시에 있어요. 만약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버스 이동을 하고 싶다면 오르타찰라에 일찍 가서 11시 바쿠행 버스를 타세요. 바쿠행 버스가 하루에 두 대인가 밖에 없어요. 오전 11시는 확실한데 오후 2시엔가도 하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직접 보지 못해서 확실히 있다고 말할 수가 없네요. 예레반행 마슈르트카는 당연히 꽤 많아요. 택시 기사들도 예레반 간다고 하면 벌떼같이 달려들고, 무조건 예레반이 최고라고 외쳐요. 이유는 비자 없이 그냥 예레반까지 택시를 몰고 갈 수 있거든요.


다른 조지아인은 택시 기사들에게 잡혀 사라져 버렸어요. 도와주고 싶었지만 일단 언어가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그리고 택시 기사들이 하도 달라붙고 잡아당겨서 친구 챙기기도 바빴어요. 친구는 부서진 캐리어를 들고 저를 쫓아오기 바빴구요. 오르타찰라는 계단이기 때문에 친구 캐리어까지 제가 들고갈 수는 없었어요.


오르타찰라 건물로 들어갔는데 아무 것도 없어서 정말 당황했어요. 순간 '나가서 택시를 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이왕 온 김에 버스 터미널이나 둘러보고 가자는 생각에 아래로 내려갔더니 마슈르트카가 많이 있었어요. 당연히 우리가 타고 가야 할 아르메니아 예레반행 마슈르트카도 많이 있었어요.

이 승합차가 바로 우리가 타고 간 아침 8시에 트빌리시에서 출발해 예레반으로 가는 마슈르트카에요. 말이 좋아 버스이지 15인승 승합차 - 즉 마슈르트카에요. 사진 왼쪽 맨 앞에 있는 두상이 둥그렇고 머리를 아주 짧게 밀어버린 아저씨가 바로 우리가 탄 마슈르트카 운전 기사 아저씨에요. 역시나 영어 따위는 모르시는 분이셨어요. 가격은 한 사람당 30라리.


이른 아침이라 마슈르트카에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요.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7시 45분이었는데 이미 잔여 좌석은 15명 정원에 5석 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가 탄 후에 나머지 3석도 금방 다 찼어요.


사람들에 낑겨 앉는 것 같았어요. 하도 좁아서 허리를 90도로 세우고 앉아도 무릎이 앞 좌석에 닿았어요. 도로는 당연히 상태가 안 좋고 차도 상태가 안 좋아서 엄청나게 흔들렸어요. 그래도 밤새 거의 안 잤기 때문에 열심히 쿨쿨 잤어요.


드디어 국경. 출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어요.


"우와! 줄리아 로버츠다!"


순간 줄리아 로버츠가 일일 국경 직원 체험하러 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국경 직원은 진짜 줄리아 로버츠와 똑같이 생긴 초절정의 미녀였어요. 다른 쪽은 무뚝뚝하게 생긴 아저씨. 그래서 우리는 줄리아 로버츠가 국경 심사하는 쪽에 줄을 섰어요.


"왜 여권이 달라요?"


제 여권은 구여권, 친구 여권은 새로 나온 전자여권이었어요. 그래서 여권이 달랐어요. 줄리아 로버츠는 이것 가지고 끈질기게 트집을 잡기 시작했어요. 한 번 여권으로 트집을 잡기 시작하자 정말 끝이 없었어요. 여권이 다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자 이번에는 왜 여권 번호가 다르냐고 트집잡기 시작했어요.


이봐요, 여권 번호가 똑같으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왜 여권이 다른지에 대해 설명했더니 이번에는 여권 번호가 다른 것에 대해 설명하라고 했어요. 왜 영어로 대한민국 여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는 대로 대한민국 여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야 했어요. 줄리아 로버츠 직원은 우리의 말을 끝까지 안 믿는 거 같았어요. 다른 경찰에게 연락하고 우리의 여권을 들고 어디론가 갔다 오고 다시 전화하고 또 물어보기를 반복하더니 15분 정도 흘러서야 여권에 도장을 찍고 돌려주었어요.


중립지역에는 강이 하나 흐르고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경처럼 보였어요. 바람이 조금 불고 있었고, 다리를 건너가야 했기 때문에 여권을 손에 꽉 쥐고 건넜어요. 혹시나 여권이 강에 떨어지면 정말로 '망하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이제 남은 것은 아르메니아 입국 심사. 한국에서 받아온 아르메니아 전자 비자를 출력한 종이와 여권을 국경 직원에게 보여주었어요. 홈페이지에서는 모든 국경에서 다 된다고 나와 있었는데 이게 초기에는 공항에서만 되었고, 아르메니아-조지아 국경에서는 통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게다가 이것고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에 아예 없었어요. 일단 전자비자를 받아서 가도 문제 없다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고, 전자비자를 실시하면서 아르메니아가 국경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할 것이라는 말이 있어서 그냥 전자비자를 받기는 했는데 이게 통할지 안 통할지 몰랐기 때문에 다시 긴장이 되었어요.


아르메니아 e-visa 받는 방법 : http://zomzom.tistory.com/294



"웰컴 투 아르메니아."


조지아에서 줄리아 로버츠 직원이 우리를 하도 잡고 괴롭혀서 엄청 오래 걸렸는데 아르메니아 국경에서는 너무 빨리 입국 심사를 끝내서 당황스러울 지경이었어요. 얼굴 한 번 쓰윽 보고 뭔가 입력하고 적더니 도장 찍어주고 아르메니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어요.


국경 심사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차에 올라탔어요. 환전상도 보이지 않았어요. 환전상이 달려들어야 정상인데 제가 건널 때에는 환전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어요. 아마 양국 국경 넘는 것이 양국 국민이나 외국인이나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어요. 택시나 승합차 타면 트빌리시에서 아르메니아까지 그냥 바로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국경에 환전상과 택시 기사가 진을 칠 여지가 별로 없는 거죠.


아르메니아 들어오자 또 시차가 발생했어요. 조지아는 한국시간 -5인데 비해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은 한국시간 -4. 그리고 터키는 한국시간 -6. 넷이 다 붙어있는데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국경이 폐쇄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한 번에 보려면 조지아를 들락날락거려야 하고, 부수적으로 시차가 자꾸 발생한다는 부산물이 발생해요. 국경을 넘자마자 시계의 시간을 또 고쳐야 했어요. 카프카스는 언어만 복잡한 게 아니에요. 시차도 복잡한 지역이에요. 예전 세르비아에서 불가리아 넘어갈 때 시차 때문에 한 번 문제가 생겼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국경을 넘자마자 시계 시각을 고쳤어요. 사람들 모두 차가 출발하자 시계 시각을 고쳤어요.


아르메니아 들어와서 또 한 번 놀라게 된 것은 경치. 조지아와는 다른 눈부신 비경이 펼쳐졌어요. 조지아에서 본 풍경이 지리산이라면 아르메니아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설악산.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르메니아가 시작부터 엄청나게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었어요.


차는 휴게소에 정차했어요.



휴게소 주변 풍경에 깜짝 놀라 사진을 찍는데 우리와 같이 차를 탄 아르메니아 청년이 우리에게 다가왔어요.


"앞으로는 이것보다 더 예뻐요."


아르메니아 청년은 이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훨씬 많이 있는데 별 볼 일 없는 풍경보고 너무 놀라지 말라는 투로 이야기했어요. 청년은 예레반은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해 주었어요.


사람들은 샤슬릭도 사 먹고 음료수도 사 먹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사 먹을 수가 없었어요. 아르메니아 디람이 없었거든요. 침만 꼴깍꼴깍 삼키다 사람들이 손 씻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물만 마시고 다시 차에 탔어요.


오후 4시.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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