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17 조지아 (그루지야) 바투미

좀좀이 2012. 6.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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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칼쯔케에서 바투미 Batumi ბათუმი 로 가는 길. 지나가는 풍경이 모두 유명한 관광지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차는 한참 달리다 잠시 휴게소에 들렸어요. 휴게소에서 물을 마시고 세수도 할 수 있었어요. 가게들도 있었고, 한쪽 구석에서는 빵을 구워 팔고 있었어요.


휴게소 주변 풍경. 여기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아침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아침 대신 먹으려고 빵을 구워서 파는 가게에 갔어요. 빵집 내부에서는 화덕에서 열심히 빵을 꺼내고 있었어요. 앞에 쌓여 있는 빵을 하나 가져가려는데 가져가지 말라고 하고는 다른 뜨겁고 엄청 못 생긴 빵을 주었어요. 가격은 2라리.

생긴 것은 정말 못 생겼어요. 못 생기기는 했지만 풍경과 잘 어울리는 빵. 워낙 빵이 딱딱해서 손으로 뜯어 입에 집어넣었어요.


"이거 별미인데?"


빵 안에는 건포도가 많이 들어있었어요. 정말 달콤하고 고소한 빵이었어요.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관광객 커플이 빵을 궁금해하는데 사먹을지 말지 망설이는 것 같아서 조금 드셔보겠냐고 했어요. 정말 맛있다고 하자 바로 빵을 사서 먹기 시작했어요. 그들도 빵 맛에 매우 만족해했어요.


차 안에서 아침으로 빵을 먹었어요. 빵을 다 먹고 자려는데 차가 험한 산길을 빨리 달려서 머리가 계속 흔들렸어요. 그래도 어떻게 잠을 청했어요. 정말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전날 왜 포소프에서 바투미까지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오후 2시. 드디어 바투미 도착. 흑해의 아름다운 항구라는 바투미에 도착하자마자 달려든 것은 택시기사들. 그러나 필요 없다고 다 물리쳤어요.


"바퀴 이상해!"


친구의 캐리어 바퀴가 빠져 있었어요. 다행히 바퀴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바퀴가 빠져서 끌고 다니기에는 무리. 일단 제 짐가방에 붙어 있던 비행기 수하물에 붙여주는 띠를 뜯어서 노끈처럼 꼬아 심 안에 집어넣고 목걸이 꿰듯 바퀴를 꿴 후 묶어 주었어요. 조심조심 끌면 끌고 갈 수는 있었는데 문제는 길이 캐리어를 끌고 다닐 만큼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그냥 캐리어를 끌고 다녀도 힘든 길이었는데 응급조치라고 하기도 민망한 조치로 고쳐놓은 부서진 바퀴가 달린 캐리어를 끌기는 무리였어요. 정말 이번 여행에서 나쁜 일은 친구에게 다 벌어지는 것 같았어요. 더위 먹고, 물갈이하고, 포진 걸리고, 캐리어 바퀴가 망가졌어요. 같이 다니는 사람으로써 친구가 아프고 힘들어하면 같이 괴로워하고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게 맞아요. 하지만 저는 도덕책에 나오는 그런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 아니에요. 더위 먹고, 물갈이하고, 포진 걸리고, 캐리어 바퀴 망가지는 사건은 불과 5일 사이에 다 일어난 거에요. 말 그대로 눈 뜨면 사고 한 개씩. 친구가 부수고 싶어서 부순 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매연과 땡볕이 득시글한 거리에서 친구의 캐리어 바퀴를 응급조치하려니 짜증이 확 올라왔어요.


"넌 조심 좀 안하냐!"


땀을 삘삘 흘리며 응급조치를 하며 소리쳤어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견딜 수 없을 거 같았어요. 어쨌든 바퀴는 나름 성공적으로 땜빵되었어요. 살살 끌어보니 별 문제 없이 끌려왔어요. 친구에게 제 것을 끌고 가라고 하고 저는 친구 캐리어를 조심조심 끌고 마슈르트카 사무실에 갔어요.


"트빌리시행 버스 막차 몇 시에요?"
"밤 11시 30분이요."


밤 11시 30분에 출발해 야간이동으로 트빌리시 들어가서 바로 예레반으로 들어가면 드디어 우리를 괴롭히던 일정 문제에서 해방이었어요. 벗어난 궤도에서 다시 정상 궤도로 진입하는 것. 일단 버스표를 구입하고 짐은 전부 사무실에 맡겨 놓았어요. 직원이 우리 짐을 맡아주면서 늦어도 10시 반까지는 와야 한다고 했어요. 자기들 사무실에 짐을 놓는 게 아니라 빈 방에 집어넣어서 그때 와야 열쇠를 받아서 방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했어요. 어차피 밤 10시 반이나 밤 11시나 어디 돌아다니기에는 꺼름찍한 것은 매한가지. 더욱이 마슈르트카가 먼저 휙 가버리거나 한참 나중에 가버리는 게 예사일이기 때문에 일찍 올 필요가 있었어요.


짐을 맡기고 바투미 시내로 들어갔어요. 택시 기사들은 멀다고 발악을 해댔지만 바투미 자체가 그냥 걸어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곳이에요. 무슨 우리나라 서울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아직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필연적으로...성수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사중인 곳도 많았어요.

그래도 이건 양호한 것. 아예 볼 수 없게 작업이 시작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도로 공사도 당연히 있었고, 건물 보수 및 리모델링 공사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어요.

이런 교회를 지나서 광장으로 갔어요.

광장에 있는 동상은 그리스-로마 신화 중 이아손 원정대 이야기에 나오는 메데아에요. 자세히 보면

신체 비례가 정말로 안 맞아요. 멀리서 보면 팔처럼 보이는 것이 머리카락. 다른 건 둘째치고 저 길다란 목은 미얀마에 살고 있는 어느 부족의 목처럼 생겼어요.


바투미에 메데아 여신상이 있는 이유는 신화 속 원정대가 도착한 곳이 바로 바투미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아손 원정대와 관련된 한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황금 양털을 구했다는 이 이야기에서 황금 양털이 현실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카프카스 어느 지역에서 사금이 많이 채취되었는데, 이 지역에서 사금을 채취하는 방법은 양털이 달려 있는 양가죽을 물에 담가 놓는 것. 이러면 양털에 사금이 달라붙는대요. 즉,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손에 넣었다는 것은 이렇게 채취된 사금이 많이 붙어있는 양가죽을 손에 넣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결말이 났어요.


메데아는 그래서 바투미의 상징. 바투미에 가면 메데아 동상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것을 찾는 것이 어렵지도 않아요. 정말 외진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커다란 광장에 있거든요. 바투미 항구 근처에 있는 마슈르트카 정거장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요. 조금 많이 걸어야 하기는 하지만 가는 길이 다 볼만한 길이라서 그냥 주변 보며 돌아다니면 어느새 마주치게 되요.


바투미가 생각만큼 큰 도시가 아니라 그냥 발길 가는대로 걸어다녔어요.


큰 연못이 있는 공원.


이것이 그렇게 유명한 바투미의 해수욕장이에요. 저는 우리나라 동해안과 같은 모래사장에 비취색 바닷물을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어요. 바닥은 자갈밭. 맨발로 걸으면 지압은 참 잘 될 거 같은데 문제는 자갈이 뜨뜻하게 달구어져 있다는 것. 맨발로 걸어볼 생각이 들지 않아 대충 자갈밭을 걷다가 나왔어요.


해변을 보고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저녁은 친구가 조지아 전통 만두인 낀깔리를 먹어야한다고 해서 낀깔리를 파는 식당으로 갔어요.

이것이 조지아 전통 만두인 낀깔리에요. 위의 꼭지를 썰어내고 아래쪽을 한 입 물어서 육즙을 빨아먹고 먹어요. 가장 먼저 자른 꼭지는 먹지 않아요. 먹는 법이 독특한 만두. 맛도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육즙이 진짜 별미였어요.

샤슬릭은 맛있기는 했지만 그다지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어요.

밥을 다 먹고 모스크가 있는 것 같아서 갔는데 카페였어요. 그래서 차 한 잔 마시고 밖으로 나왔어요.

바투미 항구에 왔는데 마땅히 할 게 없었어요. 러시아로 가는 배가 있기는 했지만 당연히 러시아 비자가 없으므로 탈 수 없었어요. 조지아와 러시아 사이가 매우 안 좋은데 배는 운행되고 있었어요.


항구 근처를 걷는데 조지아인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여기에서도 저의 인기는 미약하지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야경이나 보고 가자."


10시 반까지 가야 했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광장으로 돌아갔어요.


바투미의 야경을 보고 앉아서 쉬었어요.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많이 놀고 있었어요.


"이제 가자."


친구가 마슈르트카 사무실로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마슈르트카 사무실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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