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27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오이벡 국경

좀좀이 2012. 6. 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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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눈을 떴어요. 어제 저녁 6시부터 계속 잤어요. 13시간 그대로 뻗어 있었어요. 방이 추워서 커튼을 걷어 보았어요. 밤에 비가 내렸어요.


"오늘 어떻게 할 거야?"


답을 알고 있었지만 갑과 을에게 물어보았어요. 어제 시르다리오 근처 공원 이후부터는 둘이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후잔드 관광까지 어쨌든 끝을 내었기 때문에 이제 남은 시간은 자유 시간. 그리고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오늘 타슈켄트 돌아가자."
"그래."


한숨을 내쉬며 짐을 정리했어요. 갑은 을이 오늘 귀국하는 친구 배웅해주러 가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변명. 을은 샤흐리스탄을 넘기도 전부터 매우 피곤해했고, 샤흐리스탄을 넘은 후에는 체력 고갈로 인해 계속 쉬고만 싶어 했어요. 갑은 이스타라브샨 다녀온 후 체력이 완전히 말라버렸어요. 즉, 샤흐리스탄이 이번 여행의 분기점이 된 셈이에요.


둘 다 더 이상 여행을 하는 것은 무리. 그래서 별 말 없이 빨리 씻고 짐을 꾸려 밖으로 나왔어요.


우리가 머물렀던 에흐손 호텔. 좋은 방보다는 나쁜 방이 더 많이 기억될 거 같구나.

마슈르트카 정거장에서 오이벡 Oybek 국경이라고 하자 전부 안 간다고 했어요. 분명히 전에 이스타라브샨에서 택시 타고 올 때 아주머니들께서 마슈르트카에서 오이벡 국경이라고 하면 된다고 알려주셨는데 호텔 건너편에서 마슈르트카가 올 때마다 국경 가냐고 물어보자 안 간다고 했어요.


몇 대 보내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오이벡 국경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자 호텔 바로 앞에서 마슈르트카 타고 가라고 했어요.


다행히 길을 건너서 마슈르트카 몇 대 보내고 나서 한 아저씨께서 우리들을 도와주셨어요. 에흐손 호텔 바로 앞에서 마슈르트카 55번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되요. 무조건 오이벡 국경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아브레쉼 Abreshim, Абрешим이라고 해야 해요. 아브레쉼에 오이벡까지 가는 택시가 있어요.


이 사진들이 바로 아브레쉼의 모습이에요.



아브레쉼에도 시장이 있어요.


아저씨를 따라 걷는데 향긋한 향기가 코 속으로 들어왔어요.

나를 가지 말라고 잡는구나...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 향기가 제 얼굴을 부드럽게 만졌어요. 꽃 향기를 조금 더 맡고 싶었지만 아저씨와 갑, 을이 앞으로 빨리 걸어가서 꽃 향기를 오랫동안 음미할 틈이 없었어요. 아니, 아브레쉼 사진 찍을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았어요. 둘은 그저 떠나고 싶은 것인지 정신줄 놓고 아저씨를 따라가는 것인지 평소와 다르게 매우 빨리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아브레쉼에서 택시를 잡아탔어요. 세 명이 100소모니. 원래 한 사람당 25소모니인데 어차피 소모니는 다 털어버려야 했고, 이왕 가는 거 타슈켄트 빨리 들어가자고 100소모니에 가기로 했어요.


오이벡 국경으로 가는 길.




우리가 탄 차는 부스톤 Buston 을 거쳐서 오이벡 국경으로 가고 있었어요. 아직 부스톤에 들어가지는 못했어요.


"저거!"

두 눈을 의심했어요. 정말 차를 세워달라고 하고 싶었어요. 저것은 타지키스탄 올 때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그 부조가 있는 버스 정거장이었어요.


위 두 장면은 모두 타지키스탄 영화 'Sokout'에서 나오는 장면이에요. 소쿠트에서 저 장면을 보고 저 장소에 꼭 가보고 싶었어요. 모자이크를 하나하나 유심히 본 것도 다 저것 때문이었어요. 그것은 여기 있었어요.


"이 망할 론니플래닛!"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후잔드는 큰 도시에요. 하지만 론니플래닛에 나온 지도는 정말 대충 나와 있었고, 그나마도 아주 좁은 지역만 다루고 있었어요. 우리가 돌아다닌 후잔드는 극히 일부 지역. 차가 출발했을 때부터 후잔드에서 가 보아야 하지만 우리가 몰라서 못 가본 곳들이 보였어요. 가뜩이나 여행의 끝이 별로 기분 좋게 끝나지 않아서 아쉬움이 극도로 많이 남아 있는데 론니플래닛에 나오지 않은 볼 것들이 나오자 더 기분이 상했어요.


비밀은 밝혀졌다.


타지키스탄 영화 소쿠트는 후잔드에서 찍은 영화에요. 즉, 소쿠트에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고 싶다면 후잔드에 가야 하는 거에요. 이 영화를 가지고 와서 돌아다녔다면 후잔드 관광을 좀 더 잘 했을 거에요. 그러나 이 영화를 가져가지 않았고, 그 결과 후잔드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영화를 보면 아름다운 호수도 나와요. 달리는 차 안에서 아름다운 호수를 얼핏 보았어요. 차가 빨리 달리는데다 산이 가로막아 호수를 제대로 찍지 못했어요. 후잔드 근처에 카이라쿰 저수지 Kairakum Reservoir가 있어요. 원래 오늘 여기를 가볼까 혼자 생각하고 있었지만 둘이 돌아가자고 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아마 제가 본 것은 카이라쿰 저수지는 아닐 거에요. 지도에도 없고 설명에도 없는 작은 호수였지만 매우 아름다웠어요.


창밖을 볼 수록 아쉬움만 진하게 남을 뿐이었어요.





창 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타지키스탄, 너도 내가 떠나가는 것이 싫구나. 나도 정말 싫단다.


마음 같아서는 타지키스탄에서 타지크어 어학 연수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 정말로 짧은 시간 동안 타지키스탄을 많이 사랑하게 되었어요. 떠나가는 길에 내리는 비는 제 마음에서 흐르는 눈물인지 타지키스탄의 하늘이 제가 가는 것을 아쉬워해 흘리는 눈물인지 알 수 없었어요.


어느덧 부스톤을 지나 국경을 향해 달리고 있었어요.


"다 왔어요."


아침 10시 30분. 오이벡 국경 도착.

타지키스탄 출국 심사는 정말 별 거 없었어요. 사람도 별로 없고 문제될 것도 없었어요. 입국시 적었던 종이를 여권과 제출하니 출국심사가 간단히 끝났어요.


우즈베키스탄 영토로 들어가는 관문 앞에 아주 조그만 건물이 있었어요. 건물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지경이었어요. 그냥 큰 컨테이너 하나 가져다 놓고 개조한 것 같았어요.


"이거 면세점이네?"


커다란 컨테이너는 바로 국경 면세점이었어요. 면세점 안에는 술, 담배, 음료수를 팔고 있었어요. 저는 소모니를 다 털어버렸기 때문에 구경만 했어요. 갑과 을은 조그만 위스키와 코냑 미니어처를 사고 음료수를 샀어요. 어차피 소모니는 이제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둘이 국경 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치자 우즈베키스탄 영토로 들어갔어요.


이것이 중앙아시아다!


오이벡 국경은 입국신고와 세관신고를 한 건물에서 해요. 먼저 입국 신고 도장을 받고 세관신고서 제출하고 세관 검사를 받으면 드디어 우즈베키스탄 입국 절차가 끝나요. 이 절차를 마치고 건물에서 나오면 마지막으로 철창문 앞에 서 있는 군인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제대로 입국절차 밟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건 그냥 여권 보여주기이므로 별 의미는 없어요. 핵심은 바로 우즈베키스탄 입국신고와 세관신고.


건물 안은 아수라장. 혼돈. 카오스. 어지러움. 산만함. 질서정연과는 10만 광년 더 떨어져 있었어요. 건물 안에 있는 타지크인들의 수는 타슈켄트 주재 타지키스탄 대사관 앞보다 적었어요. 그러나 혼란 상태는 그보다 2배는 심했어요.


새치기는 당연. 게다가 계속 쌓이는 것도 당연. 더욱이 사람들마다 짐이 엄청 많아서 좁은 공간이 더 좁아졌어요.


양보란 없다.


여기에서 양보란 없어요. 어차피 많은 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셔서 한 번 비켜드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더욱이 우즈벡에서는 타지크인들을 엄청나게 까다롭게 심사해요.


갑과 을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신줄 놓고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었어요.


"여권 줘!"


둘의 여권을 받아 대충 줄처럼 보이는 무리에 섰어요. 입국심사 직원은 한 명인데 입국심사 직원 앞 줄은 3개. 입국심사 직원 앞은 그래도 줄 형태라도 있고, 딱 6명 뒤부터는 그냥 막 섞여 있었어요. 게다가 한 사람이 여권 뭉텅이를 가지고 심사받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 좋아 한 명이지 그게 몇 명의 입국심사인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일단 여섯 명까지는 그냥 보내주고 끼어들려는 사람들 밀쳐내며 입국심사대 앞에 섰어요. 갑과 을이 안 보여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갑과 을이 경쟁에서 밀려나 엉뚱한 곳에 멍때리며 서 있었어요.


"야, 빨리 안 와!"


입국 심사장 안에서 소리쳤어요. 그러자 갑과 을이 사람들을 밀치며 제 옆으로 왔어요. 일단 몸싸움을 해 가며 입국심사대 앞에 여권을 들고 가는 것은 저 혼자 해결했어요. 몸싸움을 하지 않으면 입국심사대 앞에 서지도 못해요. 계속 새치기하고 줄이 엉키고 꼬이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거든요. 자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입국심사 시간이 한없이 길어져요. 셋이 그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에요. 한 명이 어떻게 잘 치고 들어갈 공간은 나도 둘, 셋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한 번에 안 나거든요. 하지만 입국 심사대 앞에서는 반드시 셋이 있어야 해요. 왜냐하면 입국 심사시 여권 사진과 본인 얼굴을 확인하거든요. 정신없는 대혼란의 장은 어디까지나 입국심사대 앞의 문제고 입국심사 직원은 혼란스럽지 않아요. 차분하고 느긋하게 자기 할 일을 꼼꼼히 하고 있어요.


갑과 을이 제 옆으로 왔어요. 저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여권 뭉텅이를 직원에게 건네주었어요.


그때 한 할아버지가 새치기를 시도했어요. 계속 '실례합니다'를 말하며 자기부터 해 달라고 했어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봐주면 끝도 없어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여권을 입국심사대 안으로 밀어넣자 제가 들고 있는 여권 뭉텅이로 할아버지의 여권을 밀쳐낸 후 더 안쪽으로 밀어넣었어요. 입국심사대 직원은 당연히 우리 것 먼저 해 주었어요.


입국심사대 앞까지 가서 여권을 내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입국 심사 자체는 별 거 없었어요. 직원은 여권을 보며 한 사람씩 이름을 불렀고, 그때마다 우리는 직원에게 얼굴을 보여주었어요. 직원은 우리의 우즈베키스탄 비자에 입국도장을 찍어서 돌려주었어요.


이제 세관심사. 세관신고서를 작성하고 줄을 섰어요. 입국 심사는 세관 검사에 비하면 그냥 맛보기. 한 가지 다행이라면 사람들이 줄은 똑바로 서 있다는 것. 하지만 줄을 엉망으로 서서 다른 사람의 끼어들기를 견제하고 줄을 잘 타서 빨리 끝내는 것과 줄 서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당연히 전자를 선택해요. 정신없더라도 빨리 끝내는 게 나으니까요.


세관신고서를 2장 작성하고 줄을 섰어요. 그러나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우즈베키스탄 세관에서 우즈베키스탄인과 타지키스탄인 검사를 엄청나게 꼼꼼하게 했거든요. 짐을 다 까보는 것은 기본. 그냥 열어보는 게 아니라 짐을 하나하나 전부 다 꺼내봐요. 봉지 하나하나 다 열어보고 풀러봐요. 진짜 먼지 한 알이라도 다 잡아낼 기세로 엄청나게 꼼꼼히 해요. 엑스레이와 보안검색대가 있기는 한데 그건 그냥 멋내려고 가져다 놓은 것 같았어요. 보안검색대에서 '삐' 소리가 나든 말든 보안검색대는 무조건 통과. 짐은 무조건 엑스레이 검사대에 올려야 하는데 이게 엄청 느렸어요. 이걸 하고 짐을 완전 해체시켜버린 것으로 끝이 아니에요. 세관 검사대 뒤에 작은 방이 있는데, 그 방으로 다섯 명씩 들어가요. 거기서 또 한참 있다가 나와야 세관 검사 끝. 이렇게 다섯 명이 끝나야 다시 다섯 명이 세관 검사를 받는 식이에요.


한참 기다리는데 왠지 외국인 우대가 될 거 같았어요. 갑이 가서 직원에게 우즈벡어로 물어보았어요. 갑은 외국인 우대라며 우리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했어요.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이지!"


우즈벡어로 대화 시작. 세관 직원은 우리 것 먼저 빨리 처리해 주었어요.


세관 신고서와 여권을 제출한 후, 짐검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 세관 직원이 타지크인들의 여권을 들고 문을 열었어요.


아놔...


저는 보고야 말았어요. 그 방에서 세관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속옷과 바지를 주섬주섬 입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짐을 다 해체해본 후, 사람은 방에 데려가서 옷을 홀라당 벗겨보고 통과시켜주는 것. 이건 지금까지 받아본 입국 심사 중 단연코 최악 중에서도 가장 최악 중에서도 극악. 신발 벗고 허리띠 푸르는 거야 몇 번 해 보았지만 이렇게 홀라당 벗겨본 후 통과시켜주는 것은 여기가 처음이었어요.


세관 직원은 여자 직원 1명과 남자 직원 5명. 남자 직원의 수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여권과 세관 신고서를 검사하는 직원이 세 명 있었고,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직원이 하나 있었어요.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직원은 뚱뚱하고 인상 험악하게 생겼어요.


드디어 제가 방으로 끌려들어갈 차례.


외국인 우대라고 저 혼자 방으로 들어갔어요. 뚱뚱하고 인상 험악한 직원은 제게 세관신고서에 외화를 얼마 적었냐고 했어요. 아침에 우즈베키스탄 세관 신고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달러를 다 세어봤고, 그때 1115달러가 있었어요.


"1115달러요."
"꺼내봐."


그래서 달러를 꺼내서 보여주었어요.


아놔...


중앙아시아에서는 달러가 무조건 새 것이어야 해요. 헌 것은 아예 받아주지도 않아요. 그래서 은행에서 달러로 돈을 찾을 때에도 헌 돈은 반드시 새 돈으로 바꾸어달라고 해야 해요. 아침에 세었을 때에는 1115달러였기 때문에 1115달러라고 썼어요. 그런데 지갑에서 달러를 다 꺼내보니...


1117달러


2달러 차이. 5달러 뒤에 1달러짜리 지폐 두 장이 더 있었어요.


"1117달러. 너 1115달러라고 했지?"
"예."


분위기가 험악해졌어요. 직원은 달러를 따로 빼놓고 제 카메라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 2달러 외에 문제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가방은 별 문제 없이 통과되었어요. 직원은 작정하고 뒤질 생각이었던 것 같았어요. 그때.


"보내줘."
"얘 돈 틀리게 적었어요."
"보내주라고!"


아직 운이 다하지 않았구나!


돼지 직원이 다시 트집잡기 전에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1117달러와 제 소지품을 카메라 가방에 대충 다 쑤셔넣고 재빨리 방에서 빠져나왔어요. 그리고 짐을 후다닥 챙겨서 건물에서 빠져나왔어요. 다행히 다른 우즈벡인, 타지크인들처럼 발가벗어야 하는 일은 없었어요. 나름의 외국인 우대 덕분이었어요.


나중에 갑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 직원이 밖에 남아있던 갑과 을에게 뭐 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대요. 그래서 짐 검사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까 그냥 가라고 했대요. 걔네가 저를 기다리고 있자 재차 왜 빨리 안 가냐고 물어보았고 갑이 제가 방 안에 끌려들어갔다고 알려주었대요. 그래서 그 여직원이 학생인데 왜 잡냐고 말했고, 세관 심사대에 있는 직원이 방에 들어와서 저를 구해준 것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입국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군인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드디어 국경에서 탈출했어요. 10시 30분부터 바로 국경심사를 받기 시작해서 1시간 반 - 즉 12시에 입국 심사가 끝났어요. 이나마도 우리가 그나마 사람이 적은 시간에 계속 외국인이라고 나름의 우대를 받았기 때문이었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국경에 더 늦게 도착했거나, 현지인들과 똑같이 줄을 서 있었더라면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을 거에요. 국경에서만 2시간 넘게 걸리는 것은 진짜 꿈이 아니에요.


우즈베키스탄쪽 오이벡 국경. 정말 보고 싶지도 않았어요. 내가 저 국경을 다시 넘나 봐라.


국경을 넘자마자 달려드는 택시 기사들. 여기는 택시 기사들이 달려들어도 무서울 것이 없었어요. 택시 기사들이 우즈벡어를 사용하는 우즈벡인들이었으니까요. 더 이상 러시아어와 타지크어의 스트레스와 대화 불능으로 인한 손짓 발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조금 숨 좀 돌리고 택시 기사들과 흥정을 하고 싶은데 계속 피곤하게 따라붙었어요.


"좀 쉴게요!"


우즈벡어로 일단 좀 쉬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택시 기사들과 환전상들이 웃었어요. 왠 동양인들이 뜬금없이 타지키스탄에서 넘어와 우즈벡어로 한다는 말이 '일단 좀 쉽시다'였으니 나름 웃긴 상황. 잠시 숨을 돌리고 물 좀 마신 후 택시 기사와 흥정에 들어갔어요.


"타슈켄트까지 얼마에요?"
"한 사람당 10달러, 30달러면 바로 출발."


셋이서 30달러를 내면 바로 출발이라고 했어요.


"타슈켄트 어디까지요?"
"타슈켄트 어디든!"


우즈베키스탄에서 택시비로 30달러면 꽤 큰 돈을 내는 거에요. 이건 확실한 바가지. 그런데 타지키스탄에 있다 오니 30달러도 싸게 느껴졌어요. 어차피 셋 다 피곤하기도 했고, 달러 잔돈도 충분하지 않아서 그냥 타고 가기로 했어요. 대신 세 명의 집을 순서대로 다 가기로 했어요.


택시 타자마자 골아떨어지는 을. 창밖을 그냥 쳐다보았어요. 이제 여행은 모두 끝났어요. 가슴이 무거웠어요.


"안디잔은 무슨 얼어주을 안디잔..."


창밖으로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어요.


이것이 바로 타슈켄트 바다. 우즈벡어로는 Toshkent Dengizi. 여기서 잠깐 차를 세워달라고 했으나 다리 위여서 차를 세울 수가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달리는 차 안에서 보아야만 했어요.

쿠일룩 시장을 자나가자 눈에 익은 아는 길들이 나왔어요.


그리고 1시 55분. 집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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