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팥빙수

좀좀이 2012. 6. 1. 05:09
728x90

드디어 타슈켄트에 여름이 시작된 것 같다.


여기의 여름은 엄청나게 덥다고 한다. 어느 정도냐 하면 현지인들이 30도 아래는 덥다고 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타슈켄트가 34도까지 올라갔다. 가장 더운 곳은 37도. 이게 여름의 시작이다. 한국이었다면 난리가 났겠지. 한국에서는 28도인데 덥다고 난리라고 하던데.


여기는 매우 건조하다. 어느 정도로 건조하냐 하면 빨래가 금방 잘 마른다. 빨아서 밖도 아니고 집 안에 널어놓으면 금방 마른다. 밖에 널어놓을 거라면 탈수할 필요조차 없다. 대낮에 걸어놓으면 저녁 되면 보송보송하다.


그래서 진짜 탄다. 피부가 검게 타는 게 아니라 목이 바짝바짝 탄다.


여기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엄청나게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가게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아이스크림인지 얼음죽인지 분간도 안 되는 것을 아이스크림 콘에 부어줄 때도 종종 있다. 기계가 안 좋아서? 절대 아니다. 하도 많이 팔아서 제대로 아이스크림이 되기도 전에 계속 팔다 보니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희안하게 얼음은 먹지 않는다. 아이스커피라고 해도 얼음이 없다.


하도 날이 불타오르다보니 시원한 물냉면 국물, 그리고 팥빙수 생각이 간절하다.


이렇게 더운 여름, 팥빙수 한 그릇만 뚝딱 해치우면 정말 더위가 싸악 가실 거 같은데 팥빙수는 여기에 없다. 혹시 모르겠다. 한국 식당 뒤지면 나올지도.


여기 현지인들이 얼음 먹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싫어하다보니 팥빙수 먹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 속 이야기.


이 나라에서 굳이 팥빙수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냥 빙수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과일도 한국보다 훨씬 많고 당도도 높기 때문이다. 가격도 싸고. 연유는 가게에서 본 것 같다. 즉, 굳이 한국에서 먹던 팥빙수를 똑같이 만들겠다면 어렵겠지만 현지 사정에 맞추어 빙수를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 단지 가정용 팥빙수 기계가 없어서 문제이지.

누군가 만약 가정용 팥빙수 기계 가져오면 장담컨데 그 집은 여름에 사랑방 될 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