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나갈 거야!"
공부에 지쳐 널부러진 학생들. 놀다가 지쳐 널부러진 청춘들. 이태원이 떠올랐어요. 이태원처럼 또라이들이 몰려 쓰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참 오래 있을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래도 성실한 청춘들이라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기 위해 알람도 맞추어놓았어요. 여기저기서 알람이 울려대었어요.
빨리 음료를 다 마시고 나가려고 했어요. 그러나 하필이면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주문했어요. 저는 뜨거운 것을 정말 못 먹어요. 뜨거운 것은 반드시 찬 물을 부어서 미지근하게 만들어서 먹든가 식혀서 먹어요. 그 잠깐 사이에 미지근하게 식을 아메리카노가 아니었어요. 그나마 식은 윗부분만 조금 먹고 버렸어요. 어서 다음 카페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도 다 쓰지 않았는데 혜화역 4호선 지하철 첫 차를 타기 위해 카페에서 나왔어요.
새벽의 대학로는 조용했어요. 카페 안 분위기와는 참 달랐어요.
환경미화원 아저씨께서는 거리 청소를 하고 계셨고, 버스가 여기저기 다니고 있었어요.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 도착했어요.
새벽 5시 33분. 혜화역 승강장에 도착했어요.
"아, 노량진 가는구나."
노량진은 어지간하면 가기 싫었어요. 그러나 목표를 위해서는 가야만 했어요.
5시 37분. 전철이 왔어요. 전철을 탔어요. 전철 안에서 글을 후다닥 써서 완성했어요. 글을 완성하자마자 노트북을 끄지도 않고 가방에 집어넣었어요. 왜냐하면 서울역에 도착했거든요. 2017년 11월 20일 5시 48분. 서울역에 도착했어요.
이제 1호선으로 환승해야 할 때. 인천 공항 가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나도 외국 여행 잘 할 수 있는데!'
올해는 외국에 단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어요. 이렇게 모스크를 찾아다니고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제가 외국으로 나갔다오지 않아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어요. 영종도에도 24시간 카페가 있지만 거기는 절대 가기 싫어요. 지하철에서 인천 공항으로 출국하는 사람들, 인천 공항으로 귀국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엄청 부러울 것 같아서요. 사실 마땅히 가고 싶은 목적지가 없기 때문에 밤에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외국 나갔다오라고 하면 그야말로 땡큐 베리 감사죠.
몇몇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저 의미를 알고 있었어요. 저도 같이 달렸어요. 1호선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 전철이 정차해 있는 것이 보였어요. 인천행 전철이었어요. 제가 타고 얼마 채 지나지 않아 문이 닫히고 전철은 노량진역을 향해 출발했어요.
지하철 1호선 내부는 조용했어요.
새벽 5시 58분. 노량진역에 도착했어요.
"이야, 메가스터디파워!"
전철에서 나오자마자 메가스터디파워 건물이 보였어요. 웃었어요. 수능등급제의 혜택을 엄청 본 메가스터디. 그 당시를 기억해요. 왜냐하면 그때 저와 알고 지내던 동생이 대학교 입시를 치루었거든요. 이제는 누가 기억할까 모르겠어요. 이해찬 1세대도, 죽음의 트라이앵글도 다 사람들 기억에는 암흑의 영역에 들어 있을 거에요. 그 당시를 직접 겪었던 수험생과 수험생 부모가 아니라면요.
노량진역은 시작부터 메가스터디파워에 와플대학이었어요.
보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노량진의 새벽 풍경.
노량진을 안 오려고 했던 이유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정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에요. 정치와 역사의 차이라면 현재에도 살아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정치이고 현재와 무관하다면 역사일 거에요.
제가 대학교 입학했을 때만 해도 노량진은 회 먹으러 가는 곳이었어요. 재수생들이 있구요. 저 같은 경우 대학교 입학했을 때 동기들이 거의 다 재수생, 삼수생이었고, 제 친구들은 수능 망해서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재수를 했어요.
노량진을 처음 가본 것은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한 2006년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노량진에 갈 일이 없었어요. 노량진에서 재수 생활하던 고등학교 동창들은 저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거든요. 가끔 친구들이 서울로 올라오면 신촌, 명동 같은 곳을 가지 노량진 가서 회를 먹지는 않았어요. 2006년에 노량진을 처음 가본 이유는 바로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거기에서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요즘 공무원 열풍이라고 참 시끄러워요. 그러나 이 열풍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에요. 이미 2006년에 많은 청춘들이 노량진으로 몰려왔어요. 그때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지금처럼 너나 할 것 없이 9급에 몰릴 때는 아니었으니까요. 그 당시에도 공무원 시험을 치는 사람은 많았어요. 단지 소위 명문대라는 학교 학생들은 최소 7급을 노렸기 때문에 모두가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전혀 관심을 안 가졌던 것 뿐이에요. 물론 실제 응시생 자체도 많이 늘어났지만,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전국민이 알게 된 것은 그 7급을 노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9급 시험에 몰려오면서부터였어요. 한때 제 친구들 거의 전부 노량진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참 오랫동안 꾸준히 목격해왔어요. 그 친구들 만나러 노량진 몇 번 왔었고, 올 때마다 여기는 참 분위기가 우울하다고 느꼈어요. 아침부터 주정뱅이에 미친놈들이 돌아다니고 동네 양아치들 활개치고 근처에 달동네가 있던 제가 당시 살던 동네보다 여기가 더 싫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노량진 특유의 분위기는 어찌 된 것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당연해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괜찮은 알바 자리라고 하던 알바 자리들조차 이제는 최저 임금만 똑바로 줘도 감사하다는 직종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참고로 아르바이트에서 최저임금이란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시 주휴수당이 지급되어야 해요. 상시 5인 이상 작업장이 아니면 야근수당 같은 기타 수당은 하나도 적용되지 않구요.
이래서 노량진은 가기 싫었어요.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병든 부분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니까요. 재미를 위해 다니는 24시간 카페인데 가서 씁쓸한 기억과 생각들만 떠올릴 것을 뻔히 알고, 글을 쓰려 해도 뭘 쓰든 어차피 정치적으로 시끄러운 댓글이나 달릴 거 알고 있는데 갈 마음이 들 리가 없었어요. 그래도 어쨌든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가야 했어요.
제가 가야 할 24시간 카페가 나왔어요.
이렇게 해서 이번에 가본 24시간 카페는 서울 노량진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할리스커피 노량진역점이에요.
할리스커피 노량진역점 주소는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로 157 이에요. 지번 주소는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동 67-9 이에요.
카페는 무려 2층에서 5층까지였어요.
노량진 분위기를 생각하면 참 역설적인 그림이었어요. 하지만 꼭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어요. 누군가는 저 그림을 보고 자기도 저렇게 성공하겠다고 다시 한 번 힘을 낼 것이고, 누군가는 저 그림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그림을 보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어두운 곳이라고 검은색으로 도배할 필요는 없죠. 오히려 이런 카페, 식당은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그 속에서 주인공이 되었다는 기쁨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구요.
2층은 이렇게 생겼어요.
3층은 이렇게 생겼어요.
4층은 이렇게 생겼어요.
5층은 이렇게 생겼어요.
이것은 4층 흡연실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이에요.
흡연실은 4층에 있었어요.
이것은 흡연실에서 바라본 노량진 풍경이에요.
서울 노량진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할리스커피 노량진역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