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오늘의 잡담 - 가상화폐 광풍 맛보기

좀좀이 2017. 12. 9. 02:59
728x90

01


예전 학원 강사로 근무할 때는 이것저것 스스로 먼저 해보는 것이 많았다. 왜냐하면 명색이 '사회 강사'인데 애들한테 멍청하게 '그건 나쁜 거야! 하지 마!'라고 하면 안 되니까. 사실 애들에게 저렇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나서 더 한다. 하지 말라고 말려도 어차피 할 거 다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고, 어떤 점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줘야 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직접 경험하며 관찰해야 하는 것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광풍을 상당히 멀리하는 편이다. 광풍 그 자체보다 광기가 문제이고, 광풍 속에서 광기에 안 휩쓸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양하고 나발이고 광풍 속에 들어가면 무조건 광기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얼마나 덜 휩쓸리냐의 차이이지. 괜히 狂風이 아니다.


뉴스는 꼼꼼히 챙겨보고, 댓글까지 싹 다 꼼꼼히 챙겨보는 편인데 요새 계속 뉴스에 비트코인 광풍 뉴스가 올라왔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것이다? 나는 여기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뭐 사토시까지 잘라서 쓸 수 있다고는 한다만 수량이 한정되어 있음은 디플레이션을 야기하기 딱 좋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실물자산과의 연동도 없다. 가격의 등락은 너무 심해서 도저히 화폐로 사용할 수 없다. 금융정책까지 갈 필요도 없이 그 자체가 이미 너무 불안정해서 그 누구도 실제 거래에서 써먹을 수가 없다. 달러가 아무리 요동쳐도 하루에 1달러당 100원 폭등한 적은 거의 없다.


댓글을 보니 이건 다단계가 따로 없었다. 아주 판으로 들어오라고 꼬시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과 이건 미친짓이라는 사람 뿐이었다. 이 정도면 감으로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돈을 따고 못 따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독한 광기가 지배하는 세계였다.


더욱이 이런 판은 깔끔히 털기 전까지는 내 돈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월급쟁이의 마인드가 다른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업으로 돈 잘 벌어봤자 그 사업 깔끔히 털어내기 전까지 자기 돈 아니다. 왜냐하면 사업 망해갈 때 결국 그간 벌은 돈을 다 꼴아박을 거거든.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아는데 뉴스에서 계속 나오자 확실히 궁금해지기는 했다. 그러던 차에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가입하면 1000원을 그냥 준다는 글을 보았다.


"1000원? 뭐 맛보기나 해볼까?"


어차피 내 돈도 아니고 게임 사이버 머니 받은 셈치고 1000원이 0원 될 때까지 한 번 집어넣어보고 구경이나 해보기로 했다. 차트만 봐서는 이게 마약인지 아닌지 잘 모르고, 왜 사람들이 거기에 계속 빠져들어가고 광기에 지배당하는지 알기 어려우니까.


1000원을 받고 비트코인을 사볼까 했다. 당연히 1000원으로는 택도 없었다.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가상화폐라고는 '리플'이라는 가상화폐밖에 없었다.


가상화폐


1리플에 284원으로 해서 3리플 구매 신청했더니 수수료 0.0045리플 뜯기고 2.995500 리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어차피 사이버 머니인데 어찌 되나 구경이나 해보자."


어? 어? 어?


이건 뭐 분 단위도 아니고 그 미만으로 시세가 확확 변했다. 거래량도 나처럼 될 대로 되라 재미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꽤 큰 돈을 걸고 하고 있었다. 사실 리플은 가격이 워낙 낮아서 거래량이 무지 많다. 반면 비트코인은 가격이 워낙 높기 때문에 거래량 자체는 아주 많지 않으나 여기는 진짜 가격이 살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심해서 리플코인이 뭔지 알아봤다. 이건 채굴 과정이 없고 이미 시장에 전체 거래량이 풀려 있는 가상화폐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금융권이 참여하고 있어서 가격이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것.


"푸학! 이거 뭐 이래?"


순간 1리플이 330까지 찍었다. 이게 뭔가 싶었다. 어느 순간 내 빗썸 계좌 잔고가 1100원이 넘어갔다. 황당했다. 이러니 사람들이 다 미치지.


더 웃긴 건 이게 매우 빠르게 시세가 바뀐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잔고 숫자가 거기에 맞추어 매우 빠르게 왔다갔다 했다. 나야 공짜로 받은 1000원 넣고 돌리는 거니 그런갑다 하면서 낄낄거리고 있는데 그런 나도 계속 들여다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진짜 현금이 미친듯이 왔다갔다 하니까.


외화 환전 할 때 소액은 적당히 동네 은행 가서 하는 게 이득이고, 고액은 최대한 은행에서 일하는 아는 사람 통해서 우대란 우대 다 받아서 하는 것이 좋다. 달러로 예를 들자면, 환율 10원 차이가 1000달러에서는 만원 차이난다. 수수료 싼 곳 찾아가는 시간과 비용 계산해보면 동네 은행가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2000달러라면? 2만원 차이다. 이 정도면 고려해볼만 하다. 3000달러라면? 이제는 무조건 가야지.


나야 2.9955리플이니까 원화 변동폭이 별로 안 되었지만, 여기에 큰 돈 박은 사람들은 심장이 쿵쾅거렸을 거다. 1000원이 순식간에 1100원을 넘어가는데, 100만 집어넣었으면 10만 먹는 거다. 그것도 아주 순식간에. 그런데 이 가격이 오래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순식간에 푹 떨어졌다가 또 푹 올랐다가 했다. 시세표를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실물자산과 동떨어진 존재다보니 전적으로 오직 감에만 의지해야 했다. 즉, 이게 오를지 떨어질지 찍기라는 것. 환전 개념도 아니고 거래 개념이라 타이밍이 상당히 중요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거래가격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다보니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리플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가상화폐가 오를 때도 순식간, 떨어질 때도 순식간이었다. 돈 벌었다고 좋아하며 만세 부르고 커피 한 잔 하는 동안 돈 잃는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런 거야 팔지 않고 다시 원상복구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도 있기는 한데, 그러면 감금 생활 시작.


즉, 이건 미친 놀이였다.



그런데 새벽 1시까지 22원을 따고 있다. 이거 뭐지? 될 대로 되라. 어차피 내 돈 하나도 안 들어갔으니 0원 될 때까지 기다리련다. 사실 1022원도 수익률 1022%다. 조지 소로스도 보고 울고 갈 수익률이다.


이걸로 돈을 벌지 잃을지 모르겠다. 물론 당연히 상승세에서는 버는 사람들이 많겠지.


하지만 한 가지 이야기하자만, 정말로 위험하다. 돈보다 더 중요한 사람의 멘탈에 큰 문제를 야기한다. 매우 짧은 텀으로 가격이 수시로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계속 보고 있게 된다. 그리고 분명히 말도 안 되게 크게 상승하는 때가 있다. 가격 불안정 수준이 아니었다. 리플코인 뿐만 아니라 나머지 전부. 그거 한 번 맛보면 필로폰 따로 없을 거다. 일단 판에 들어가면 생각할 틈도 없지, 잭팟 터트릴 기회 있지, 쪽박 한 번 깰 기회도 있지, 일반적인 인생에서 만져볼 수 없는 기회와 재앙이 순식간에 마구 지나간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한가하게 생각할 틈이 없다. 24시간 장이 돌아간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만 봐야지' 라고 생각할 틈조차 없다는 거다. 마치 내가 공돈 1000캐시 집어넣고 어찌 되나 한 번 구경해보자 하는 식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뜯어말릴 거다.


특히 학생들이 한다고 하면 무조건 말려야 한다고 본다. 돈 따는 게 문제가 아니다.


=====


02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종종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나한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물어본다. 그때마다 이야기하곤 한다. 나도 해봤으니까 알지. 아, 리니지는 안 해봤다. 그런데 리니지는 진짜 심지어 군대 훈련소에서조차 애들이 죄다 리지니 이야기하고 있더라. 이와 같은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내 또래는 리니지를 했든 안 했든 리니지에 대해 어느 정도씩은 다 안다.


얼마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요즘은 내가 참 말없이 조용히 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친구가 정말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주절주절 다 이야기하는 건 참 귀찮은 일이다. 지금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좋기도 하고.


=====


03


군대를 안 다녀온 친구와 이야기하다 '진짜 사나이' 따위 프로는 진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프로그램이 남녀갈등을 엄청나게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말했다. 현역으로 군대 다녀온 사람들 중 군대 다시 가고 싶다는 사람 과연 있을까? 장담컨데 없다. 사람들이 군대에서 나쁜 기억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상이 다 지옥이었기 때문에 어디에서부터 말해야할지 감도 못 잡기 때문이다.


=====


04


친구와 길을 걸어가는데 고등학생쯤 되는 애들이 설문조사판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다. 질문을 보았다.


감옥 1년 다녀오는 대신 10억을 준다면 가겠습니까.


나도 간다는 대답에 스티커를 붙였고, 친구도 간다는 대답에 스티커를 붙였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간다는 대답에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를 붙이면서 친구에게 말했다.


"군대 2년도 갔다왔는데 깜빵 1년, 10억 준다고 하면 못 가겠냐?"


그때 스티커를 붙이고 지나가던 남자도 나처럼 이야기했다.


아마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그리고 황금만능주의 같은 것을 조사하기 위해 저 질문을 써놓고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을 거다.


그런데 10억은 너무 현실성이 없어. 아직 대학교도 안 가서 10억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안 오나보지. 일반인이 죽어라 모아도 월급만 저축하기만 해서는 10억 못 모아. 로또 1등이 10억이다. 1년 감방 다녀오면 전과자 되어서 취업이고 뭐고 다 막히겠지. 그런데 10억이면 혼자서는 죽을 때까지 뻘짓 안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잔일 하면 먹고 산다.


인권쟁이 자유쟁이들은 게거품 물고 어떻게 10억에 1년의 자유를 포기하냐고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10억 모으기 위해 죽도록 싫은 출근, 맨날 회사 때려치고 싶다는 말 입에 달고 살며 죽지 못해 하는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 다 합치면 1년 우습게 뛰어넘을걸? 평생 겪을 것을 1년에 압축해서 당하고 편한 인생 나머지면 남는 장사 아닌가?


걔네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고 싶었다면 1억~2억 정도로 금액을 낮추었어야 했을 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