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12 타지키스탄 히사르 카라반 사로이

좀좀이 2012. 5.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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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르에서 볼 것은 히사르성과 그 앞에 다 있어요. 마드라사는 이렇게 생겼어요.



마드라사 안으로 들어갔어요. 내부는 이렇답니다.



마드라사는 지금 박물관이에요. 입장료는 외국인만 한 사람당 5소모니. 박물관 내부에는 유물들과 과거 사람들이 사용했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단, 설명은 하나도 없어요. 현지인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대충 짐작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유물들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셨어요.



이것은 옛날 외적이 히사르 성에 쳐들어왔을 때 아래로 굴렸던 돌이래요. 잘 굴러가라고 동그랗게 갈아 놓았어요. 성 외부에 작은 홈이 있는데 그 홈으로 이 돌을 아래로 굴렸대요.


이것들은 옛날 유물들. 흙을 구워 만든 인형과 토기들이에요. 이건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것들.


박물관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마드라사에 있는 각 방들이 하나의 전시실로 이용되고 있는데, 그 상태는 보시다시피입니다. 그리고 일반 생활에 사용된 물품들은 특별히 만지지 못하게 해 놓은 것조차 없어요.


이것은 절구처럼 생겼는데 면실유를 짜는 기구래요. 위에서 목화솜을 꽉꽉 누르고 갈면 아래 항아리로 기름이 모이는 구조.


이것은 오래된 타지크 전통 악기.


타지키스탄은 산악국가라 눈이 많이 오고 많이 쌓여요. 앞서 사진에서도 보았듯 5월인데도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산이 있을 정도에요. 사진 속 왼쪽 끝 굽이 높은 나막신은 이 나라의 설피랍니다. 이 나라 사람들도 우즈벡인들처럼 발이 큰 편에 속해서 신발도 꽤 컸어요. 우즈벡인들 발 큰 것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죠. 자밀라가 자기 발에 맞는 부츠를 한국에서 못 구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구해왔다는 이야기 때문에요.


타지키스탄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꾸민 방. 들어가지 못하게 금줄이 쳐져 있는데 실제로는 기념사진 촬영 장소. 사진에서 자세를 잡아주신 분은 역시나 잭키 할아버지. 그리고 잭키 할아버지 왼쪽 분은 이란에서 온 관광객 아저씨. 이란에서 타지키스탄까지 비행기로 4시간이라서 이란인들이 타지키스탄으로 많이 놀러온대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이란인과 별 무리없이 대화를 나누셨어요. 전날 만났던 아프간 청년에게 타지크어 아냐고 물어보았더니 안다고 대답했는데, 서로 자기 말로 해도 대화가 대충 통해서 안다고 한 건지 아니면 진짜 알아서 안다고 했는지는 저 역시 잘 몰라요. 아마 터키에서 아제르바이잔어 쓰면 대충대충 잘 통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어요.


이것은 거대한 톱과 주전자들.


이것은 타지키스탄 전통 요람. 한 마디로 아기용 침대인데 아기용 침대 치고는 매우 커요. 길이가 1m 넘어요.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잭키 할아버지께서 샤로라 지진때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이해했어요.


1989년 새벽 2시 9분. 샤로라 지역에 지진이 발생했어요. 지진으로 인해 마을 뒷산이 무너졌고, 산사태가 마을을 덮쳤는데 대부분 잠을 자는 시간이라 (시골에서 새벽 2시면 모두가 잠자는 시각) 인명피해가 어마어마했대요. 샤로라가 원래 지금처럼 작은 마을이 아니라 꽤 큰 마을이었는데 산사태가 덮쳐서 지금처럼 작은 마을이 되어버린 거라고 하셨어요. 구조 활동 중 무너진 집에서 타지키스탄 전통 요람이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이 요람 속에 있던 아기는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정말 기적적으로 이 요람 속에서 자던 아기는 살아있었고, 사람들은 매우 깜짝 놀랐대요. 그때 그 요람은 아니지만 그 요람이 이렇게 생긴 타지키스탄 전통 요람이었대요.


그리고 제 생각에 이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곳. 바로 칠리 호나. (Chili khona, Чили хона)


전시실 구석에 아주 작은 입구 - 입구라고 하기도 뭣한 구멍 같은 것이 있어요. 이것이 바로 칠리 호나의 입구.


그냥 허리를 펴고 서 있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네 명 들어가면 꽉 차는 아주 작은 공간이에요. 또한 내부에는 빛이 하나도 안 들어와요. 그냥 어두컴컴한 공간이에요.


'칠리 호나'란 타지크어로 '40 방'. 이 빛 없는 깜깜한 방에서 학생은 40일간 오직 코란만 외웠대요. 방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대화도 금지. 이 방에 들어간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몇몇 스승 뿐이었고, 그나마도 코란과 관련된 질문과 대답 뿐이었대요. 아주 약간의 빵과 물만 먹으며 40일간 이 방에서 코란만 외우고 나면 '카리 코란'이라는 코란 선생의 칭호를 받았대요.


타지크인 전통 의상. 우즈벡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 묘했어요.


이것은 타지크인의 베틀.


타지크인의 화덕이에요.


박물관 구경을 끝내고 나가려는데 입장료를 내라고 했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 흥정을 해 보셨지만 흥정 실패. 그래서 한 사람당 5소모니를 내었어요. 돈을 내고 매표소 (표 파는 책상) 맞은편을 보니 계단이 있었어요. 막아놓지 않은 것으로 보아 마음만 먹으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올라갈 수 있어요?"
"갔다 와요."


매우 높은 계단을 따라 올라갔는데...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어요. 그냥 마드라사 지붕만 보았어요.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것은 마드라사 입구에 있는 미나렛을 기어올라가는 거에요. 미나렛을 기어올라간다고 좋아했는데 올라가서 본 것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저 '미나렛을 올라갔다 왔다'는 것 정도.


마드라사 왼편에는 카라반 사로이가 있어요.


과거 히사르는 실크로드에 위치한 중요한 도시들 중 하나. 그래서 카라반들이 많이 와서 머물고 카라반들을 위한 시장도 있었대요. 마드라사 옆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방이 많은 건물이 바로 카라반들의 가게이자 시장. 을이 뜨거운 햇볕 때문에 피곤해해서 잭키 할아버지와 을은 차에 가서 쉬고 갑과 함께 잠깐 다녀왔어요.


카라반 사로이는 안에 들어가서 보면 방이 많아요.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카라반 사로이에서 본 마드라사.


카라반 사로이에서 본 히사르 성채.


히사르 관광을 끝내고 돌아가는데 점심은 어떻게 할 것이고 오후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어보셨어요. 저희는 조금 고민했어요. 사실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도 문제였고, 오후 일정도 마땅히 할 것은 없었거든요.


"여기는 오쉬와 샤슬릭이 맛있어요."


오쉬 먹으러 가자!


세 명의 의견이 일치했어요. 샤슬릭보다는 오쉬가 점심으로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히사르 일정이 너무 만족스러웠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는 거, 바르조브나 다녀오기로 했어요.


"혹시 바르조브도 갈 수 있나요?"
"당연하죠! 전에 온 노르웨이 애들도 나랑 히사르 갔다온 후에 '바로 바르조브 가요!' 했어요."


그래서 잭키 할아버지와 함께 점심으로 오쉬를 먹고 바르조브를 다녀오기로 했어요. 두샨베에서 바르조브는 원래 60불인데 우리가 이미 히사르를 잭키 택시로 다녀왔기 때문에 50불에 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오늘 이동 경로는 두샨베에서 히사르를 간 후, 다시 두샨베 시내로 들어가서 루다키 거리를 다 지나간 후 바르조브를 다녀오는 것. 히사르와 바르조브의 방향이 반대이다보니 루다키 거리 관광은 덤.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두샨베에서 가장 맛있는 오쉬 식당을 안다며 그 식당으로 데려갔어요.


"잠깐만요! 차 좀 세워주세요."


무슨 가마가 있어서 차를 세워달라고 했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차를 세워주시고 저를 따라 내리셨어요.


"저거 뭐에요?"
"저건 벽돌 공장이에요."


"벽돌 구울 때에는 굴뚝에 연기가 나요."


연기가 안 나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벽돌을 안 굽고 있는 중. 사진을 찍고 다시 차에 타려는데 잭키 할아버지께서 바닥을 가리키셨어요.


"이게 구울 때 쓴 거에요."


벽돌 공장을 찍고 오쉬 식당으로 갔어요.


이건 어떻게 찾아오라는 거야?


내부는 확실히 식당. 그러나 외부만 보아서는 이게 그냥 가정집인지 오쉬 식당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시더니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주방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하셨어요.


이것이 두샨베의 오쉬. 형태가 매우 단순했어요. 타슈켄트에서 TV로 본 안디잔 지역의 오쉬와 비슷해 보였어요.


"원하면 저기 새 솥 열 때 와서 사진 찍을 수 있어요."
"예. 이따 저 새 솥 열 때 사진 찍고 싶어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오쉬 요리사 (Oshpaz)와 무언가 이야기하시더니 이따 새 솥을 열 때 주방에 같이 가자고 하셨어요.


이 가게의 메뉴는 오직 '오쉬' 뿐. '후리쉬'는 요구르트, '착카'는 소금 친 샐러드, '초이'는 차, '논'은 빵이에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한 사람당 오쉬를 반 그릇씩 시키시고 부족하면 더 시키면 된다고 하셨어요.


"이 가게가 두샨베에서 매우 유명한 가게에요. 평일에는 자리가 없는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한산해요."


하지만 솔직히 한산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빈 테이블 2~3 개 있을 뿐이었지, 사람들은 많았어요. 식당 자체가 꽤 컸기 때문에 일요일이어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잭키 할아버지의 말대로라면 평일에는 자리가 없어서 못 먹고 돌아가거나 한참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이야기.


조금 앉아 있자 음식이 나왔어요.


"이건 정말 놀라운데!"


타슈켄트 오쉬가 매우 단 이유는 오쉬에 건포도를 집어넣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기 오쉬는 오직 쌀, 당근, 고기, 양파가 끝. 그런데 엄청나게 달았어요. 타슈켄트에서 즐겨 먹는 올로이 바자르 안에 있는 식당의 오쉬도 매우 맛있고 달콤한데 여기 오쉬는 훨씬 맛있고 더 달콤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당근만으로 단 맛을 내었다는 것. (우즈벡인들의 말에 의하면 오쉬는 원래 당근으로 단맛을 낸다고 합니다. 실제로 당근을 엄청나게 많이 집어넣어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들어간 재료 자체는 매우 단순한데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었어요. 재료의 맛을 최대한으로 다 끌어낸 맛.


요구르트는 시큼하고 텁텁하고 막걸리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삼키고 나면 끝맛이 엄청나게 달콤했어요.


"잠깐, 잠깐! 사진 찍어드릴께요!"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들에게 두샨베에서 오쉬를 먹는 사진을 기념 촬영해 주셨어요. 이 할아버지...관광객이 뭘 원하는지 너무 잘 아셨어요.


"안 부족해요? 부족하면 더 시킬 수 있어요."


모든 것이 맛있었고, 양도 충분했어요. 더 시켰다가는 배불러서 못 움직일 거 같았어요.


정말 잘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은 고작 네 명 먹은 거 다 해서 40소모니! 약 8.3달러.


잭키 할아버지께서는 오쉬를 드시다 거의 다 드시자 샐러드 조금 남은 것과 비벼 드시기 시작하셨어요. 원래 타지크인들이 그렇게 먹는 것인지는 못 물어보았어요.


"주방으로 가죠! 솥 열었대요."


새 솥이 열렸어요. 커다란 한 솥은 이미 다 끝났고 이제부터는 새 솥에서 오쉬가 나가고 있었어요. 역시나 모델을 해 주시는 잭키 할아버지. 잭키 할아버지께서 들고 계신 오쉬가 손님 상으로 나가는 오쉬랍니다. 보면 정말 단순해요. 하지만 맛은 정말 환상적인 맛이랍니다.


식당 입구에서는 이렇게 차를 끓여요.


친구 갑과 을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는 화장실이 괜찮다고 했어요. 이렇게 식사를 잘 마치고 바르조브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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