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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소설 연금술사 중국 위구르어 버전

좀좀이 2017. 11. 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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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으로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은 없겠지?'


저는 외국 여행갈 때마다 해당 국가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그 나라 언어 버전이 있으면 구입해서 모아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모으는 이유는 이것이 제가 최초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영어 원서이자 외국어 원서이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전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어지간해서는 해당 국가의 국어로 번역된 판본이 존재하기도 하구요.


중국 상하이에서 서점에 갔을 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중어 간체 버전이 서점에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별 기대도 하지 않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여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어요.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극적으로 중국의 위구르어 교과서만 2권 구했어요.


'위구르어로 된 연금술사가 있을 리가 없지.'


이것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어요. 있는 것이 신기한 것이었으니까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갔을 때 위구르어로 된 책이 이것저것 많이 있기는 했지만 설마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위구르어로 번역해놓은 책이 있을까 싶었거든요. 정 이 소설을 보고 싶은 사람은 중문 간체 버전을 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2017년이 되었고, 봄이 되었어요. 혹시 인터넷으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초등학교의 위구르어 교과서를 구할 수 있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 심심해서 위키피디아에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페이지에 들어갔어요. 위구르어 항목이 있었어요.


'이거 항목만 있고 책은 당연히 없겠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어요.


"뭐야? 있었어?"


믿을 수가 없었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판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정식 출판된 책이었어요.


"그때 파울로 코엘료 소설 있냐고 했을 때 없다고 했는데..."


인터넷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에 대해 찾아보았어요. 2016년 4월에 초판이 발행되었대요. 제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여행할 때는 6월. 그런데 검색을 더 해보니 이 책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것은 8월이었어요. 간발의 차이까지는 아니고 약 2달의 차이로 이 책을 놓치고 온 것이었어요. 제가 너무 빨랐어요. 위구르 교과서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이나 제가 2016년 6월에 거기에 갔기 때문에 구할 수 없었던 것이었어요.


"이건 진짜 갖고 싶은데!"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구하지 못한 나라는 몇 곳 있어요. 타지키스탄이라든가, 라오스라든가 하는 나라들이요. 여기는 그냥 없는 것. 일단 있다면 어떻게든 다 채워넣었어요. 게다가 위구르어. 일개 국가의 국어가 아니고, 튀르크 언어들 중 아직까지도 아랍 문자를 차용한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 이 언어로 된 버전을 어떻게든 갖고 싶었어요.


그러나 한국에서 주문할 방법을 찾지 못해 보류했어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10월 29일. 혹시 있는지 검색해보았어요. pdf 파일로 올라온 것은 없었어요. 구소련 소속 국가들은 위대한 공산국가 CCCP 소비에트 연방의 후예스럽게 자료를 마구 공유해주는데 중공은 그딴 거 없었어요. 사실 중국은 자기들끼리만의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데다 위구르어 서적은 당연히 공유된 것이 얼마 있을 리도 없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이 책을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가 하나 있었어요. 그것이 바로 yoycart 였어요.


책을 주문했어요. 책은 도수 운반으로 오는지 매우 천천히 오고 있었어요. 사이트에 나와 있는 최대소요기간을 딱딱 지켜가며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어요. 게다가 광군제까지 딱 걸렸어요. 광군제가 제게는 폭군제였어요. 책이 언제 오나 기다리며 괴로워하게 만들었거든요.


제가 주문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은 발송 준비중 단계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드디어 선적이 떴어요. 송장 번호를 조회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일요일에 운송 회사에서 제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왔어요. 이때 또 한 번 지연되었어요. 일요일에 비가 좍좍 와서 하역 작업이 지연되어서 월요일 도착 예정에서 화요일 도착 예정으로 바뀌었대요.


그리고 어제 드디어 거의 한 달간 기다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이 도착했어요.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중국, 위구르어)


출판사는 신장 대학교 출판사 Shinjang universiteti neshriyati 이고, 가격은 35위안이에요.


책은 두 권 주문했어요. 하나는 읽을 거고 하나는 소장용으로요.


위구르어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역시 1위안은 1위안짜리 가치를 하는 건가...


중국에서 살았던 친구가 알려준 말로,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래요.


이 책을 주문할 때였어요. 다른 사람들이 판매하는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은 전부 1권당 9.79달러에 판매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딱 한 사람만 8.8달러에 판매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그 사람이 올린 연금술사 위구르어판만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어요. 저도 당연히 8.8달러짜리로 주문했구요.


그런데 정말 중국스럽게 1달러는 1달러의 가치를 하는 것인가...


이렇게 수집용 책을 주문할 때는 읽을 것과 소장용을 하나씩 정해요.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상태가 안 좋은 책을 바로 읽을 용도로 정하면 되었으니까요.


책 표지 모퉁이가 찌그러지고 찢어진 것은 판매자가 애초에 이런 것을 보낸 것보다는 이 책 포장 과정에서 골판지를 대고 칼로 자를 때 베어져나간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표지가 조금 베어져나간 것 말고 속은 아주 멀쩡했거든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 표지 뒷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elkimiyager


이제 제대로 된 내용인지 볼 차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구르어 버전 제목은 elkimiyager 에요.


참고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제목을 우리나라처럼 완벽히 자국어로 바꾸어놓은 경우도 있고, 일본어판처럼 원작명을 적당히 자국어로 옮겨적은 경우도 있어요.


paulo koelo - elkimiyager


시작은 'balining ismi santiyago idi' 였어요. '소년의 이름은 산티아고였다'였어요.


paulo coelho - elkimiyager


어? 마지막이 이상하다?


제가 알던 그 에필로그의 마지막이 아니었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은 영어로 '"I'm coming, Fatima," he said.' 에요. 포르투갈어 원문으로는 '- Estou indo, Fatima - disse ele.' 이구요. 저 I'm coming, Fatima," he said 는 까먹을 수가 없어요.


저라고 제가 여행간 외국어를 모두 잘 알고 가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나 갔으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구하기 때문에 이것이 연금술사인지 아닌지 최소한 확인은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맨 첫문장과 맨 마지막 문장은 알고 있어요. 맨 처음에 '산티아고'가 나와야 하고, 맨 마지막에 '파티마'가 나와야 해요. 특히 맨 마지막은 I'm coming, Fatima," he said 로 끝나요.


지금까지 제가 모은 모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저렇게 끝났어요.


위구르어


그런데 위구르어 버전은 저 맨 마지막 산티아고가 말하는 대사 뒤에 문장이 더 있었어요. 위 사진에서 빨간 줄 쳐놓은 것이 바로 '"I'm coming Fatima," he said 에 해당하는 부분이에요. 저 뒤에 있는 세 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게다가 저 빨간줄 쳐놓은 문장도 '나 가고 있어, 파티마, 너의 품으로!'라는 뜻이에요. 뭔가 확실히 아주 직설적으로 바뀌었어요.


"이거 왜 이래?"


하도 신기해서 제게 있는 튀르크 언어들 버전을 확인해보았어요.


터키어 : Geliyorum Fatime, dede. Geliyorum.

아제르바이잔어 : - Mən gəlirəm, - o dedi, - sənin yanına gəlirəm, Fatimə.

투르크멘어 : - Men barýan - diýip, ol i,indäkini daşyna çykardy. - Patma, men seni yzlap barýan!

우즈베크어 : - Men borayapman, - dedi u, - sening yoningga borayapman, Fotima.


저렇게 뒤에 문장이 또 나오는 경우는 없는데...


우즈베크어와 위구르어는 비슷해요. 그래서 우즈베크어 판본을 갖고 번역했나 생각했지만 우즈베크어도 마지막에는 산티아고의 대사로 끝나요. 정말 혹시 중어 버전으로 번역한 건가 싶어서 중어 버전도 확인해보았어요. 중어 버전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원본인 포르투갈어부터 시작해서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언어 버전에서 맨 마지막은 산티아고의 대사로 끝나는데, 위구르어 버전만은 달랐어요. 산티아고의 대사 뒤에 길고 긴 한 문장이 더 있었어요.


참 신기했어요. 저 마지막 문장은 대체 뭐란 말인가. 저도 위구르어는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확인을 해봐야해요. 하지만 마지막에 산티아고의 대사로 끝나는 소설에서 또 문장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매우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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