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글을 쓰는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 의정부역에서 찍은 사진 없어졌어!


분명히 사진 찍었어요. 사진 찍고 전철을 탔어요. 그런데 의정부역 사진 찍은 것이 없어졌어요.


의정부역 사진 찍은 것은 없어졌지, 지하철 1호선은 연착, 지연해서 가정역 가는 전철 놓쳐버렸지, 이제 뭐 더 나빠질 게 있겠어?


다음 카페인 인천 청라 24시간 카페 애니데이 청라점을 지도로 찾아보았어요. 제가 있는 카페에서 10km 가 넘는 거리였어요.


이것은 내게 걸으라는 건가.


사실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가정역으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이날 청라 국제 도시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정말 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그럴 이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를 먼저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하철 1호선의 방해로 못 갔던 것이었어요.


전에 이천 24시간 카페를 갈 때였어요. 경기도 광주시에도 24시간 카페가 있다는 말이 있어서 위치를 찾아본 후, 이천시 24시간 카페와의 거리를 재어보았어요. 20km가 넘었어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번에 가기에는 참 힘들고, 밤에 걸어갈 거리도 아니라서요. 많이 걷지 말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걸을만한 수준에서 걷게 생겼어요.


"아, 걷자! 그까짓 10km!"


10킬로미터 넘는 거리였지만 이 정도는 못 걸을 거리가 아니에요. 그냥 걷다보면 걷게 되는 거리에요.


원래 목표가 청라에 있는 24시간 카페였어요. 아무리 지하철 1호선 따위가 방해를 한다 해도 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어요.


새벽 1시 55분. 카페에서 나왔어요.


인천 주안


이것이 제가 걸어야할 길이었어요.


경로


그러나 이 지도에서 알려주는대로 걸을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 길로 갈 경우 공장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가야 했거든요. 공단 지역을 한밤중에 걷는 것은 뭔가 조금 꺼려지기 때문에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청라 신도시까지 올라갈 생각이었어요.


주안 번화가


주안, 안녕!


주안역이 나왔어요.


주안역


일단 경인고속도로가 나올 때까지 직진이었어요. 쭉 걸어갔어요.


주안 밤거리


드디어 경인고속도로가 보였어요.


새벽 2시 3분. 경인고속도로에 도착했어요. 여기에서 우회전해서 직진하는 것이 이밤의 목표. 밤에 돌아다닐 때에는 경로를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이 좋아요. 큰길을 직진하는 것이 밤중에 돌아다닐 때 최적의 경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인천 주택가


"어? 뭐야!"


길이 막혀 있었어요. 제 계획대로 갈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어요.


"내가 오늘 무슨 수가 있어도 그 카페 가고야 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냥 걷는 수 밖에요. 이제는 카카오맵이 알려주는대로 걸어야 했어요.


인천 밤


주택가 길을 걸어갔어요. 멀리 앞에서 취객 하나가 휘청휘청 걸어오고 있었어요. 취객의 걸음을 갈지자 걸음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앞으로 오지를 못하고 양옆을 왔다갔다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제가 그 지점을 지나갈 즈음 이 사람은 자기 갈 길을 찾아 어떻게 사라져 있었어요.


2시 10분. 도화역 근처 철길을 건너가는 육교가 나왔어요.


도화역 육교


육교로 올라가 도화역을 바라보았어요.


인천 도화역


이제 다시 또 길을 찾아 걸어가야했어요. 지도에서는 계속 동네 골목길로 가라고 나오고 있었어요.


'10km 면 아는 길을 다닐 때 약 2시간. 부지런히 걸어야하는데...'


잠시 이 지도가 알려주는대로 골목길로 걸어갈까 아니면 돌아가더라도 큰 길로 걸어갈까 고민했어요.


'지도가 알려주는대로 가자.'


큰 길로 나가서 돌아가는 길이 아까처럼 막혀 있으면 그게 더 문제였어요. 지금은 얌전히 카카오맵이 알려주는대로 걸어가기로 했어요.


인천 밤거리


인천 도화동


2시 11분 저의 위치는 인천 남구 도화동이었어요.


도화동 밤거리 모습은 인적 하나 없는 밤거리였어요.


도화동 밤거리


인천비즈니스고등학교가 나타났어요.


인천비즈니스고등학교


"여기 풍경 진짜 대비된다."


한쪽은 높은 최신식 건물이 쭉쭉 올라가는 중이었고, 길 건너 제가 걸어온 방향은 낡고 허름하고 낮은 주택들이 몰려있는 길이었어요. 거의 완벽한 대비였어요.


새벽 2시 22분. 6공단 사거리에 도착했어요. 이제 여기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서 한동안 쭉 직진해야 했어요.


인천 6공단 사거리


도화동 6공단 사거리에서 계속 걸어갔어요.


6공단사거리 야경


인천 공단


이쪽은 공단이라 공장이 모여 있었어요.


도화동 공단


어두침침한 공단 길을 계속 걸어갔어요.


새벽 2시 44분. 인천아시안게임 송림경기장에 도착했어요.


인천아시안게임 송림경기장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어요. 다행히 날씨가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았어요. 물론 외투에 내피를 달고 나와서 따스하게 느낀 것도 크겠지만요.


"진짜 오늘 무슨 마가 꼈나."


지하철 늦어서 인천 2호선 막차 놓쳤지, 원래 계획대로 가려고 했던 길은 막혀 있었지, 거기에 우산 안 들고 나왔는데 비가 내렸어요. 분명히 집에 뭔가 놓고 나온 거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는데 그게 하필 우산이었어요. 출발하기 전 11월 15일 새벽에 눈,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출발했는데도 우산을 빼먹고 왔어요. 그리고 딱 나이스 타이밍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어요.


인천아시안게임 송림경기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어요. 이제부터 거의 끝까지 또 직진.


"우와! 청라!"


청라 간판


드디어 표지판에 청라 국제 도시 방향이 나왔어요.


인천 밤거리 풍경


크고 넓고 시원한 길을 걸어갔어요.


이거 바다 비린내잖아!


인천 북항이 가까워질수록 말린 미역 냄새와 거의 비슷한 비린내가 진동했어요. 이것은 바다 비린내였어요. 바다 비린내를 제가 모를 리가 없죠. 고향이 제주도인데요.


2시 55분. 인천 북항에 도착했어요.


인천 북항


"이거 반 넘에 왔겠다!"


인천 야경


인천 밤풍경


인천 태양광 발전


인천 공업단지


계속 공장들이 나왔어요. 이번에 보이는 공장들은 아까와 달리 규모가 꽤 있는 공장들이었어요.


길을 걸으며 아까 주안역 도착했을 때를 떠올렸어요. 역무원에게 혹시 주안역에서 가정역까지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바로 가는 버스는 없고 환승을 해야 하는데, 환승할 때 이미 버스가 끊겨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버스로 주안에서 가정까지는 한 시간 걸린다고 했구요. 그 거리를 제가 걷고 있었어요. 24시간 카페 가려구요. 왜 걷냐면 좀좀이니까요. 좀좀이가 걷는 이유는 좀좀이기 때문이죠.


인천 대형 공장


굴뚝에서 빛이 나는 것은 연기에 포함된 유독 물질을 태우기 위해 불을 피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청라 국제 도시다!"


청라신도시


드디어 멀리 청라 국제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 건물의 높이를 생각해보면 아직 한참 남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이제 청라신도시가 잘 보이고 사진으로 찍어도 선명하게 나온다는 것에 너무 기뻤어요.


청라 국제 도시


드디어 청라국제도시로 진입했어요.


청라국제도시


청라


이제 마지막으로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야할 지점이 나왔어요.


청라국제도시 야경


양옆으로 높은 아파트가 쭉쭉 들어서 있었어요.


인천 청라국제도시


이제 비가 그쳤어요. 밤하늘에는 오리온자리가 매우 뚜렷하고 선명하게 잘 보였어요.


인천 청라국제도시 밤


사진 속에서 오리온 자리를 못 찾겠다면 오른쪽 LH 대각선 위 흰 점 3개를 찾으면 되요. 그게 오리온자리의 허리를 구성하는 별 3개에요.


"다 왔다!"


2017년 11월 15일 새벽 3시 45분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게. 제가 이번에 원래 가려고 했던 그 청라국제도시 24시간 카페였어요.


청라 애니데이


이렇게 해서 이번에 가본 24시간 카페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24시간 카페인 애니데이 청라점이에요.


애니데이 주소는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커낼로233번길 5-1 이에요. 지번 주소는 인천광역시 서구 경서동 962-7 준앤민 1층이에요.


인천 애니데이


카페 앞으로 갔어요.


애니데이 청라점 장점


애니데이 이용 안내문이 문 앞에 있었어요. 커피 주문시 샷추가 무료, 허니브레드 주문시 휘핑 추가 무료, 식은 음식 데우기 무료, 매장이용시간 무제한,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에 한해 외부 음식 반입 환영! 이것만 해도 솔직히 엄청난 곳이었어요.


애니데이 운영시간


청라 애니데이는 월요일 0시부터 8시까지 휴점이에요. 사실 이 시각에는 정말 사람이 없기는 해요. 24시간 카페 돌아다닐 때 제일 좋은 시각이 저 시간이에요. 사람들이 참 없는 시간이라 카페 사진 찍기 매우 편하거든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인천 추천 카페 - 애니데이


그리고 여기를 꼭 와보려 했던 진짜 이유.



이거 24시간 카페 맞아?


이 가격이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가격이 너무 저렴했어요. 분명히 24시간 카페인데요. 그래서 여기에서 한밤중에 허니브레드와 커피를 먹을 계획이었어요. 저는 24시간 카페 다닐 때 음료 한 잔만 마시고 가요. 그래도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가 보통 4천원은 해요. 그런데 여기는 아메리카노 2천원. 허니브레드가 4천원. 이거 두 개 합쳐도 어쨌든 커피 한 잔 값. 조금 가격이 있는 커피 한 잔 마신다고 생각하고 주문하는데 커피에 허니브레드까지. 청라가 의정부에서 진짜 참 먼 곳인데 이걸 알고 진짜인가 싶기도 하고, 진짜라면 꼭 먹어보고 싶어서 가려고 했던 것이었어요. 심야시각에 먹는 허니브레드와 아메리카노를 느껴보고 싶어서요. 사치라면 사치이지만, 그래봐야 6천원.


인천 청라 추천 카페 - 애니데이


인테리어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이었어요. 저는 카페에 초록빛과 갈색이 많은 것을 좋아하거든요. 즉 식물이 예쁘게 배치된 것을 좋아해요.


청라 추천 카페 - 애니데이


의정부에 도입이 시급합니다.


인천 청라 국제 도시 24시간 카페 - 애니데이 청라점 (월요일 0시~8시 휴점)


솔직히 이런 카페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어요. 물론 의정부에도 '팡도미'라고 매우 훌륭한 24시간 카페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요. 여기는 작고 아담하면서 눈이 편한 인테리어였어요.


애니데이 인테리어


원래 계획은 아메리카노에 허니브레드를 먹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뱅쇼를 팔고 있었어요. 뱅쇼는 4천원이었어요.


뱅쇼 먹자!


발칸유럽과 중부유럽을 여행했던 두 번의 여행 - 7박35일, 겨울 강행군에서 꽁꽁 언 제 몸을 녹여주었던 뱅쇼. 오랜만에 뱅쇼를 먹어보기로 했어요.


인천 청라국제도시 추천 카페 - 애니데이


이게 8천원!


뱅쇼 4천원, 허니브레드 4천원, 도합 8천원이었어요.


"맛있어!"


아, 행복해!


비 맞고 겨울 바닷바람 맞으며 10km 걸어온 보람이 있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다 맛있었어요. 아이스크림도, 뱅쇼도, 허니브레드도 다 맛있었어요. 아이스크림 허니브레드를 주문했는데 4천원. 센스 있게 아이스크림을 따로 주었어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허니브레드와 계피향이 살짝 기분 좋게 나는 새콤달콤한 뱅쇼를 마시니 정말로 기분이 너무 좋아졌어요. 여기 최고였어요. 한밤중에 이렇게 즐기는데 8천원. 분위기, 직원분의 태도, 뱅쇼와 허니브레드의 맛 모두 다 뛰어났어요. 심지어 가격까지도요. 만약 뱅쇼 대신 아메리카노 시켰으면 도합 6천원이었어요. 24시간 카페에서 이 가격에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수도권에서 없어요. 제가 가본 24시간 카페가 이제 79곳인데 여기말고 이 가격인 곳은 못 보았어요.


여기는 무조건 추천인 카페였어요. 낮에도 추천, 밤에도 추천. 새벽에는 무조건 초강력 추천.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동네도 조용해서 은은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해주고 있었구요. 매장도 깔끔했어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애니데이 청라점이 있어요. 여기 정말 참 좋았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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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4시간 카페 체험기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언제 잠을 주무시는지 궁금해요.

    2017.11.27 07: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우와... 저도 종종 하루에 6km 정도는 걷는데, 항상 다니던 길이라 어렵지 않은 거구...
    밤중에 처음 가는 길을 10km 걷는 건 좀 힘들거 같은데요ㅠㅠㅠㅠㅠ 거기다 비까지 왔네요.
    역경(?)을 딛고 만난 24시간 카페가 디자인도 예쁘고 맛도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2017.12.03 22: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걷다보니 되더라구요. 지도 보고 주변 살피면서 쭐쭐쭐 걸으니 걸을만했어요 ㅎㅎ 그런데 슬님 무지 많이 걸으시는군요! 종종 하루 6km 정도 걸으시다니요! 정말 역경(?)을 딛고 간 보람이 아주 컸어요. 저기라면 또 한 번 꼭 찾아가고 싶어요. 그런데 가려면 역경(?)을 다시 겪어야 해요. 의정부에서 청라까지 하도 멀어서요;;

      2017.12.11 16:22 신고 [ ADDR : EDIT/ DEL ]
  3. 대단한데요~!!!! 저 먼길을 걸으시다니 놀랍습니다.

    2018.03.06 19: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의외로 걸을만했어요. 그런데 어지간해서는 걸어갈 거리가 아니기는 하더라구요^^;;

      2018.04.03 08:3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