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일 줄 알았지?
2017년 10월 26일. 수원 알마디나 모스크를 다녀오는 것으로 등잔 밑 모스크 로드는 끝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대로 끝나면 섭섭하지. 공연할 때 딱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것만 하고 끝나는 거 봤어? 앵콜로 한두 곡 정도는 더 하지.
인천 송도에는 모스크가 몇 곳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나 송도는 의정부에서 가기 어려운 곳. 게다가 송도 어디에 모스크가 있는지, 그것이 제대로 된 모스크인지 알 수 없었어요. 구글로 찾아봐도 인천 송도에 있는 모스크는 아예 검색이 되지 않았어요.
분명히 흔적이 있을 거다.
송도에 있는 모스크 하나 정도는 인터넷상에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분명히 주소가 있을 것이었어요.
하지만 인도네시아인 모스크면 안 간다.
한 가지만은 확실했어요. 아무리 송도에 근사한 모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도네시아인 모스크라면 갈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안 갈 거에요. 인도네시아인 모스크에 가면 경계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그런 모스크는 재미없어서 안 가요. 게다가 인도네시아인 모스크는 여기저기 참 많이도 있었어요. 괜히 조직화가 잘 되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인터넷을 마구 뒤지고 뒤져서 송도에 있는 모스크 주소를 찾아내었어요. 흔적이 있다면 분명히 근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거든요. 이제 주소를 찾았으니 다음 로드뷰로 거기가 갈만한 곳인지 확인할 차례. 당연히 우리나라 다음 지도, 네이버 지도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구글맵에조차 등록이 안 되어 있는 장소였어요. 그래서 사진은 발견할 수 없었어요. 괜찮았어요. 우리에게는 다음 로드뷰가 있으니까요.
다음 로드뷰로 그 장소가 어떻게 생긴 곳인지 확인해보았어요.
"뭐야? 투르키스탄 모스크?"
이것은 튀르크인들의 모스크였어요. 물론 다른 민족들도 많이 오겠죠. 하지만 이름만 봐도 이 모스크는 일단 중앙아시아 튀르크 민족들이 주로 많이 오는 곳임을 알 수 있었어요. 게다가 이름, 그리고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 비율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보았을 때 분명히 우즈베크인들의 모스크였어요. 터키인들이라면 분명히 Türkistan mesciti 라고 했을 거에요. 뒤는 masjid, mosque 라고 했어도 Turkistan 의 u 만은 ü 로 적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u가 깔끔했어요.
"여기 한 번 가볼까?"
한국에 있는 우즈베크인들의 모스크. 가보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모스크 11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우즈베크인들의 모스크는 보지 못했어요. 아랍인, 파키스탄인, 방글라데시인, 인도네시아인 모스크까지는 가봤는데요. 유독 우즈베크인 모스크는 안 보였어요. 그런데 드디어 찾은 것 같았어요. 있다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그 우즈베크인 모스크였어요.
그렇지만 너무 멀다.
송도는 의정부에서 가기도 불편하고 멀기도 엄청 멀었어요. 모스크 하나 보러 갈만한 곳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이 모스크가 있는 곳은 전철도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어요.
"모스크 11개 가봤으면 되었지, 뭘 또 가?"
모스크 11개면 충분해요. 그것도 전부 수도권 모스크인데요. 인천에 있는 모스크도 두 곳이나 더 가봤어요. 인천에 있는 모스크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 필요가 솔직히 있나 싶었어요.
그래서 수원 모스크로 등잔 밑 모스크 로드를 끝내기로 마음먹었어요. 글도 다 썼어요. 에필로그만 쓰면 끝이었어요.
그런데 2017년 11월 15일 아침. 인천에 첫 눈이 내리던 날. 저는 그때 의정부가 아니라 인천 주안역에 있었어요.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고 있었거든요.
'이왕 온 김에 송도 모스크 한 번 가봐?'
주안역에서 송도 모스크라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았어요. 교통 수단을 찾아보았어요. 주안역 쪽에서 65-1번을 타고 옥련사거리 가면 된다고 나왔어요.
그렇다. 오늘 나는 등잔 밑 모스크 로드를 더 슈퍼 그레이트 등잔 밑 모스크 로드로 바꾸겠다.
12라는 숫자는 꽤 의미가 있는 숫자에요. 12시, 12간지에 외국어에도 12를 나타내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에요. 모스크 12곳을 다녀오면 정말로 모스크 한 다스 다녀오는 것이었어요.
이런 기회 별로 없어.
주안역에 또 올 일이 있을까? 있기는 할 거에요. 주안에 있는 모든 모스크를 다 끝낸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근시일에 다시 올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다면 이날 80시간의 24시간 카페 여행과 더불어 더 슈퍼 그레이트 등잔 밑 모스크 로드를 완성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이번에 안 가면 어쨌든 등잔 밑 모스크 로드는 수원 모스크로 끝내야 했으니까요.
65-1번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어요. 아직 정류장까지 거리가 남았는데 65-1번 버스가 제 옆을 휙 지나갔어요.
"안 돼!"
65-1번 버스는 배차 시간이 10분이 넘었어요. 있는 힘껏 달렸어요.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놓쳤어요. 65-1번 버스는 저를 매정하게 버리고 멀리멀리 사라져갔어요.
추위에서 오들오들 떨며 버스를 기다렸어요. 정류장 전광판과 카카오맵 안내와는 서로 맞지 않았어요. 정류장 전광판에 65-1번 버스가 뜨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왔어요.
버스 안에 들어가니 살 것 같았어요. 몸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어요.
오전 10시 39분. 옥련사거리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여기는 송도였어요.
지도에서 옥련사거리 정류장에서 송도 투르키스탄 모스크까지는 100m 채 되지 않는다고 나왔어요.
"저기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모스크를 12곳 가보는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이번에 가본 우리나라의 모스크는 인천 연수구 송도에 있는 투르키스탄 모스크에요.
인천 송도 투르키스탄 모스크 주소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로 35 에요. 지번 주소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동 191-1 이에요.
투르키스탄 모스크는 건물 3층이었어요.
'설마 모스크 문 잠긴 거 아니야?'
정말 재수가 참 없던 하루였어요. 만약 모스크 문까지 잠겨 있었다면 재수 진짜 옴 붙은 날이라 해도 될 것이었어요.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발 모스크 문이 닫혀있지 않기를 바라며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어요.
"문 열렸다!"
입구에는 아랍어, 영어, 한국어로 된 안내문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어요.
희안하게 여기는 신발을 들고 모스크 내부로 들어가라고 되어 있었어요.
입구 옆에는 화장실이 있었어요.
저 화장실에서 우두도 할 거에요. 왜냐하면 우두를 할 공간이 이 건물 안에서 저기밖에 없었고, 바닥에 슬리퍼가 매우 많이 있었거든요.
인천 송도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어요.
가장 먼저 미흐랍을 확인했어요.
미흐랍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어요. 메카 사진으로 대신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민바르는 있었어요.
미흐랍 근처에 서서 바라본 송도 투르키스탄 모스크 내부 모습이에요.
희안하게 모스크 예배 공간 내부에 신발장이 있었어요.
입구 바로 옆에는 자카트 함이 있었어요.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 벽에 책장이 있었어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확실히 우즈베크어로 된 이슬람 서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어요. 여기는 우즈베크인들이 많이 오는 모스크였어요. 우즈베크인 모스크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었어요. 왜냐하면 입구 안내문에는 우즈베크어가 없고 아랍어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여기를 '인천 우즈베크인 모스크'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틀리지는 않을 거에요.
벽 기둥마다 높은 곳에 2단 책장이 매달려 있었어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은 쿠란이었어요.
모스크를 쭉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입구 사진을 계단 위에 올라가서 찍었어요.
건물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한국 할랄 이슬람 인증 센터가 입주한 건물이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식당도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식당 이름이 투르키스탄 레스토랑 Turkistan Restaurant 였어요. 그런데 한국어 이름은 '트르키스탄 레스토랑' 이었어요.
이왕 온 김에 간판에 '아랍, 파키스탄, 한국 음식'이라고 적혀 있는 올리브 레스토랑에 들어갔어요.
메뉴는 한국어, 영어, 아랍어로 되어 있었어요.
'여기는 아랍인이 운영하나?'
주방쪽으로 갔어요. 주방에서 아저씨 한 분이 열심히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었어요. 이분과 잡담을 나누었어요. 잡담을 잠깐 나누다 떠나려 하니 제게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또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저씨는 파키스탄인이라고 하셨어요. 아저씨께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어요.
주방은 매우 청결했어요. 사진 앞 밀가루 반죽이 이제 빵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부페는 안 한다고 하셨어요.
아저씨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 아저씨께서 제게 이슬람 관련된 것들을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식당 안에 한국어로 된 이슬람 설명 소책자 같은 것이 여러 종류 있었거든요. 그러나 정중히 사양했어요. 거기 있는 내용들 거의 전부 제가 아는 내용이라서요.
혹시 재미있고 유익한 것이 있나 이슬람 안내가 있는 곳을 살펴보았어요.
"이거 가져가도 되요?"
"응, 가져가!"
이 책은 우즈베크어로 된 무슬림들의 경구, 기도문 소책자에요. 상황별로 어떤 경구와 기도문을 외우라고 나와 있는 책이에요. 쿠란에서 순나 기도문 중 두아와 디크르에요. 이런 것은 문화를 공부할 때 상당히 많이 도움되요. 이슬람권에서는 상황에 따라 외우는 경구, 기도문이 있어요. 이것이 전문적으로는 번역, 비전문적으로는 영화나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상당히 골치아픈 부분이에요. 이것을 하나라도 외우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제대로 읊어주기만 하면 순간 상대방의 호감도 초급상승. 일단 가격 갖고 함부로 장난치려고 하지 않아요. 이건 언어를 배운다고 쉽게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공부하려고 하면 상당히 짜증나고 실속없는 부분. 성경이고 쿠란이고 믿지 않는 사람이 공부하려고 보려고 하면 심히 피곤해요. 그런데 마침 그 부분이 정리되어 있는 소책자가 있었어요. 우즈베크인들과 아랍인들의 문화를 공부할 때 상당히 유용한 자료였어요. 왜냐하면 원문은 아랍어였거든요. 물론 아랍어 발음은 따로 전사되어 있지 않았지만, 저야 아랍어 읽을 수 있으니 아랍어만 적혀 있으면 되요. 참고로 이 소책자는 두아와 디크르는 아랍어 원문, 그리고 우즈베크어 버전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즈베크인 문화 공부할 때 요긴하다는 것이에요.
뒤에는 NOT FOR SALE - 즉 파는 책이 아니라고 나와 있었어요.
책 내용은 이런 식이에요.
3번은 '새 옷을 입을 때 외우는 기도', 4번은 '새 옷을 입은 사람에게 해주는 기도'에요.
이렇게 등잔 밑 모스크 로드가 진짜로 끝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