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는 맛집이라 하는 것으로 부족한, 이제는 전설인 식당이 세 곳 있어요. 즉, 단순한 '식당'의 범위를 뛰어넘은 곳들이라는 것이죠. 우리나라 다문화, 이주노동자 문화와 역사를 공부할 때 접할 수 있는 식당 두 곳이 바로 동대문에 있어요. 이 중 한 곳은 전에 소개했었어요. 네팔 식당 에베레스트에요.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식당은 동대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인 사마르칸트에요.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보따리상들이 서울에서 모이던 곳이 동대문이었어요. 상당히 오래전 일로, 이들이 모여들자 이들과 관련된 가게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당연히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이 러시아 보따리상과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유학 및 출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알던 곳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식당 사마르칸트가 이렇게 동대문에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 거리가 형성될 초기에 생긴 식당이에요. 이후 이 식당이 장사가 잘 되어서 가게를 옆으로, 앞으로 늘렸어요.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증가하고, 사마르칸트가 인기를 끌자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우즈베키스탄 식당이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또한 무수히 많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식당들이 옆에 '네팔'을 우겨넣는 것처럼, 똑같이 중앙아시아, 러시아 식당들도 '우즈베키스탄'을 집어넣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 역시 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어요. 우즈베키스탄은 다민족 국가이고, 그 다민족 속에는 카자흐인, 키르기스인, 러시아인도 들어가니까요. 민족별 음식 문화는 분명히 달라요. 우즈베크인 음식과 카자흐인 음식은 다르고, 당연히 우즈베크인 음식과 러시아인 음식은 많이 달라요. 그렇지만 '우즈베키스탄 음식'으로 본다면 우즈베크인 음식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 음식, 카자흐인 음식, 키르기스인 음식도 우즈베키스탄 음식에 못 집어넣을 이유가 없어요.
동대문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 사마르칸트는 음식 맛도 맛이지만 우리나라에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거의 처음 알린 곳이자 중앙아시아 거리에 우즈베키스탄 식당이 여러 곳 생기게 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맛집이 아니라 역사에도 해당되는 곳이에요.
이 골목이 바로 우즈베키스탄 식당인 사마르칸트가 있는 길이에요.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지고 언론에 보도도 많이 되어서 오히려 여기를 피해 다른 우즈베키스탄 식당을 소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가게 앞에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빵인 Non 과 솜사 Somsa 가 있어요.
이 식당은 참 오랜만에 갔어요. 갑자기 우즈베키스탄에서 밥 사먹던 것처럼 밥을 먹고 싶었거든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쇼르바, 오쉬, 양고기 케밥을 주문했어요.
사마르칸트의 특징은 양고기 케밥 주문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굽기 때문에 케밥이 나오기까지 보통 30분 정도 걸려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메뉴판 사진을 찍었어요.
여기는 아직도 저 계란 후라이 팔고 있네?
더 놀라운 것은 가격도 무려 5천원으로 뛰었다는 사실.
저 계란 후라이는 이 식당에서 일종의 전설의 메뉴에요. 왜냐하면 진짜 계란후라이만 덜렁 나오거든요. 그렇다고 특별한 계란후라이도 아니구요. 저는 직접 주문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 메뉴의 '계란후라이'를 보고 뭔가 특별한 건가 시켜본 분들의 후기를 본 적이 있어요. 그 후기에서 저건 그냥 계란후라이라고 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 있었을 때 독특한 계란후라이를 본 적은 없어요. 계란후라이가 특별히 비싼 음식이었던 것도 아니구요. 왜 계란후라이가 저 가격인지는 여전한 미스테리.
식당 인테리어는 여전했어요.
벽에 걸린 금실 자수가 놓인 검은색 외투는 톤이에요.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상 톤 - http://zomzom.tistory.com/615
먼저 오쉬와 쇼르바가 나왔어요.
먼저 오쉬.
오쉬는 '플로브' Plov 라고 많이 알려져 있어요. 이 밥 이름을 뭐라고 써놓았는지를 보면 이 시람이 러시아어 계열인지 우즈베크어 계열인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어요. 우즈베크어로는 오쉬이고 러시아어로는 플로브거든요. 플로브라고 한다면 우즈베크어를 모를 확률이 매우 높아요.
이것은 당근, 콩이 섞여 있어요. 이렇게 주는 것은 타슈켄트식이에요. 이 오쉬는 타슈켄트에서 주는 방법과 사마르칸트에서 주는 방법이 달라요. 타슈켄트는 오쉬가 완성되면 다 섞어서 퍼줘요. 하지만 사마르칸트에서는 누가 먹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근과 콩, 밥을 섞지 않아요. 우즈베키스탄 현지와의 결정적 차이라면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는 노란 당근을 엄청나게 많이 집어넣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노란 당근이 없기 때문에 노란 당근이 아예 안 보여요.
그러나 맛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먹던 그 오쉬 맛과 거의 비슷했어요.
이것은 우즈베크인들의 수프인 쇼르바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지낼 때 시장 가서 기본적으로 이렇게 주문해서 먹곤 했어요. 이것 자체만으로도 우즈베크인들이 상당히 신기하게 보았는데, 그들의 주식인 빵 non 은 절대 안 시켜서 먹으니 더 신기하게 보았어요. 참고로 우즈베크인들은 저 오쉬를 먹을 때도 논을 먹어요. 그리고 저처럼 오쉬에 쇼르바를 시켜서 밥과 국 먹듯 먹지 않구요. 그들 눈에 저는 외국인이 비빔밥 주문해서 비벼먹지 않고 위에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순서대로 집어먹는 모습처럼 보였을 거에요.
깔끔하게 다 먹었어요.
제가 주문한 양고기 케밥이 나왔어요.
왼쪽은 그 유명한 고려인 음식인 당근 김치.
우즈베키스탄 현지의 양고기 케밥은 고기 한 알이 위의 사진보다 조금 더 작아요. 고기가 정말 커다란 케밥도 있기는 한데, 그것은 카프카스식 케밥이라고 불러요. 제가 알기로는 카자흐스탄쪽이 케밥 고기 덩어리가 큰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중국 양꼬치가 널리 퍼지기 이전에 서울에서 양고기 케밥을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식당 중 하나가 사마르칸트였어요. 그래서 그때만 해도 양고기 케밥을 먹어보기 위해 여기로 오는 사람들도 꽤 많았어요. 지금이야 중국 양꼬치 가게가 득시글해서 양고기 먹는 것이 어렵지 않고, 심지어는 중국식 양꼬치 무한리필까지 등장했지만, 그 당시에는 이태원, 동대문 사마르칸트, 동대문 동북화과왕 말고는 양꼬치 가게가 실상 없다시피 했어요.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양고기는 실상 전량 수입이다보니 무조건 회전이 잘 되는 집으로 가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특성상 이들 식당으로 많이 가곤 했어요.
우즈베키스탄 케밥은 중국식 양꼬치와는 맛이 많이 달라요. 고깃덩어리 크기가 만들어내는 식감의 차이부터 양념까지 차이가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었던 맛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참 추억의 맛이었어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제게는 우즈베키스탄 살 때 시장 가서 점심밥 사먹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맛있었어요.
동대문 우즈베키스탄 맛집인 사마르칸트는 음식 맛이 좋아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먹었던 맛과 거의 같았어요.
단, 참고로 양고기 싫어하는 사람, 느끼한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은 입에 정말 안 맞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