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울 방문 상황 및 민족대단결

좀좀이 2017. 11. 7. 15:52
728x90

신림에서 의정부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돌아갈까 지하철을 타고 돌아갈까 고민되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간다면 빠르게 갈 수는 있지만 환승을 두 번 해야 했어요. 가는 동안 서서 가야 할 확률이 높았구요. 그에 비해 버스를 타고 간다면 오래 걸리지만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어요. 환승도 한 번 하면 되었구요. 의정부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에서 졸렸어요.


버스 타고 실컷 자면서 가자.


버스를 타고 가면 잠을 푹 잘 수 있어. 나 원래 버스에서 미치도록 잘 자. 맨바닥에 누워서 자는 것보다 살짝 못 자는 수준으로 정말 깊게 잘 자. 그렇지만 전철에서 자면 항상 엄청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워. 버스로 가면 잠도 자고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어.


신림에서 의정부까지 버스를 타고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아쉽게도 없어요. 그러나 한 번 환승해서 간다고 하면 방법이 있어요. 152번 버스를 타고 갈 만큼 가다가 106번과 108번 노선과 겹치는 부분이 조금 나올 때 내려서 이 버스들로 환승하면 되요. 신림에서 동대문 또는 성신여대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데에는 시간이 한참 걸리고, 동대문 또는 성신여대에서 버스를 타고 의정부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려요. 두 버스 모두 버스에서 푹 잘 수 있어요. 집에 무조건 일찍 가는 것보다 버스에서 잘 자고 집에 가서 쉬는 것도 제게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152번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마침 152번이 딱 왔어요. 망설이지 않고 152번 버스를 탔어요. 버스 타고 창 밖을 조금 보다가 바로 골아떨어졌어요. 도중에 딱 한 번 깨어났어요.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내리겠다고 해서 잠깐 다리를 치웠어요. 그거 말고는 아주 푹 잘 잤어요.


그렇게 매우 잘 자다가 눈을 떴어요. 한강 다리였어요.


'내가 진짜 졸렸나보다. 되게 깊게 잔 거 같은데 한강 다리네.'


다시 잤어요. 그런데도 눈을 떠보니 한강 다리였어요.


'뭐지?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차가 한 대도 못 지나가고 있었어요.


한참 지나서야 버스가 간신히 한강 다리 끄트머리로 왔어요.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어요. 말이 좋아 교통 통제지, 차를 거의 안 보내주고 있었어요. 버스 기사 아저씨가 창밖으로 소리쳤어요. 지금 가스 거의 다 떨어져서 가야 하는데 왜 이쪽은 계속 잡고만 있냐고 했어요. 버스 기사 아저씨의 간절한 애원에도 한강 다리 끄트머리에 걸친 버스는 또 한참 후에야 한강 다리에서 벗어났어요.


여기에서부터 그 어떤 차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이제 용산역이 코앞인데 남산 방향으로 뚫린 차도 위에 있는 모든 차가 사실상 정지 상태였어요. 앞에 있는 버스에서 승객들이 우루루 내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타고 있던 버스에서도 승객 한 명이 내리게 해달라고 했어요. 기사 아저씨께서 문을 열어주었어요. 내릴 때 꼭 카드 잘 찍고 내리라고 당부했어요. 사람들이 우루루 내렸어요. 버스에는 저와 다른 승객 두 명만 남았어요.


기사 아저씨꼐서 지금 이 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택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종로쪽 싹 다 통제되었는데, 이것이 언제 풀릴지 모른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지금 버스에 있는 것보다 근처 신용산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가는 것이 훨씬 빨리 갈 거라 안내해주셨어요. 그래서 버스에서 내렸어요. 버스에서 내릴 때 꼭 카드 찍고 내리라고 안내를 빼먹지 않으셨어요. 심지어 내릴 때 뒤에 차 오는지 꼭 잘 살펴보고 조심히 내리라고까지 안내했어요.


기사 아저씨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짜증날 상황이었어요. 버스의 가스가 거의 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어요. 경찰한테 엄살부린 것이 아니라 전화로 회사에 가스 없는데 교통통제 걸린 상황이라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했거든요. 게다가 저야 버스에서 내려서 용산역으로 가면 되지만, 이 기사 아저씨는 그 버스에 갇혀서 교통통제가 풀리기만을 한없이 기다려야 할 거였어요.


그렇게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승객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고 내릴 때 꼭 교통카드 찍고 내리라고 안내하고 뒤에서 차 오는지 반드시 잘 살피라고 승객의 안전까지 챙긴 그 버스기사분이 정말 대단했어요. 노벨평화상은 그런 사람들에게 줘야 해요. 이런 것이야말로 살아있고 행동하는 살신성인 인권 수호니까요. 오후 3시 10분경 서울74사2132 152번 버스였어요. 교통통제 때문에 지도 검색으로 아주 쉽게 찾았어요.


한편 서울시장과 서울 공무원들은 대체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교통통제 들어갈 거 뻔히 아는데 그러면 버스를 우회시키든가 해야지 닥치고 밑도 끝도 없이 세워놓으면 뭘 어쩌라는 건가요. 참 서울로7017 슈즈트리 대가리 수준이에요. 빠각빠각 빠가사리를 그 자리에 앉혀놔도 이것만큼은 할 듯요. 빠가사리는 붕어대가리 수준이라 서울로 7017 슈즈트리 만들 생각을 못해서 서울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도 없었겠죠. 예비군이니 민방위니 대피훈련이니 이래저래 국민들 훈련시키는데, 이런 것 좀 평상시에 응용할 생각 좀 하라구요.


버스에서 내려서 길을 보니 이 상황이었어요.


서울 교통상황


용산역 쪽은 이렇게 차가 꽉 막혀 있었어요. 용산역부터는 남산 방향으로 남산까지 차가 단 한 대도 없었어요. 아주 길을 싹 비워버렸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52번 3시 14분 상황이에요.


도널드 트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기념 서울 교통상황


제가 내린 버스가 있는 곳이 신용산역. 그리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버스가 단 한 대도 없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기념 서울 교통상황이에요. 참고로 152번은 배차 간격 평일 4~8분.


용산역에서 전철역으로 갔어요. 전철을 타러 승강장으로 내려갔어요. 승강장에는 청량리행 열차가 정차해 있었어요. 이 열차 다음이 의정부 종점이었어요.


지하철 승강장에서 위험물로 의심되는 물건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경찰과 군인이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이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버스에 이은 지하철.


또 여기에서 멍하니 그 해체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어요. 여기서도 참 지루하게 기다렸어요. 다행히 평소 동묘, 청량리, 광운대 종점에 시달려 단련되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어요.


지하철에서 잡상인들이 마구 욕하며 나왔어요. 그 모습이 참 웃겼어요. 참고로 지하철에서 잡상인의 활동은 금지되어 있어요. 그래서 웃겼던 것이었어요.


그 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일반 승객들도 몇몇이 밖으로 나와 승강장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았어요.


'지금 버스도 완전 통제인데...'


드디어 지하철 통제가 풀렸어요. 전철을 탔어요.


전철에서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울 방한 기념으로 버스 막고 전철도 잡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서로 모르는 사람들. 저도 끼어서 같이 이야기했어요. 서울에서 쌩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렇게 오순도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이런 적은 서울에서 2002년부터 살았고 지금도 서울을 옆동네처럼 들락날락하는데 몇 번 안 되요. 다섯 번 채 안 될 거에요.


오늘 낮 서울은 이랬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