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크어족

카자흐스탄 정부, 새로운 카자흐어 라틴 알파벳 공표

좀좀이 2017. 11. 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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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에서 아직도 자국어를 키릴 문자로 표기하는 국가로는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있어요. 이 중 튀르크어권 국가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에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공통점이라면 자국어인 카자흐어와 키르기즈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점이에요.


카자흐스탄의 경우, 라틴 알파벳으로 문자 개혁을 실시하려고 했었던 적이 몇 번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계속 키릴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나 아예 말만 한 것은 아니에요. 카자흐스탄 정부는 라틴 알파벳으로의 문자 개혁을 실시할 생각은 있었어요. 단지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뿐이었어요.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카자흐어 화자가 워낙 적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해요. 이제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인 비율이 63.6%라고 하니까요. 게다가 이 카자흐인이 모두 모국어를 카자흐어로 하는 카자흐인이 아니었던 점까지 고려한다면, 카자흐스탄은 라틴 문자로의 문자개혁보다 일단 카자흐어 보급에 중점을 두어야 했어요.


2013년, 카자흐스탄 정부가 라틴 문자로의 문자 개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이제 곧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어도 라틴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가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어요. 그러나 그 발표 이후, 딱히 눈에 띄는 문자 개혁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어요.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개혁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당시 실제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키릴 문자였던 점도 꽤 중요하게 작용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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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카자흐어의 라틴 문자 개혁을 지시했어요. 이 당시, 개인적으로 과연 문자개혁을 제대로 실행할지 조금 많이 의문이었어요. 2013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까요.


카자흐스탄이 라틴 문자로의 문자 개혁을 구상한 것은 분명히 꽤 오래된 일이에요.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에요. 한때 QazAqparat 라는 라틴 문자를 사용하려고 한 적도 있어요. 이것은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어요.


아래 그림이 바로 QazAqparat 에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어를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 문자개혁을 일으키려고 하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들 언어들의 문자 개혁 과정을 살펴보아야 해요.


원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언어는 아랍 문자를 차용해서 표기하고 있었어요. 아랍문자를 차용한 문자의 문제점은 모음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예외적으로 위구르어는 아랍 문자를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음을 전부 표기해요) 이 당시 문맹률은 심각할 정도로 높았어요. 글자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거든요.


소련 건국 후, 레닌은 중앙아시아 민족들에게 라틴 문자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어요. 레닌이 중앙아시아 민족들에게 라틴 문자로의 문자 개혁을 권한 이유는 레닌이 러시아 제국주의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고, 전세계 프롤레타리아의 단결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라틴 문자를 권했다고 해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라틴 문자 보급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어요. 중앙아시아 민족들도 제정 러시아 시절과 달리 자기들 말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구요. 어찌 보면 '차르의 압제로부터의 해방'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어요.


그러나 이후 스탈린이 강제로 키릴 문자로의 문자개혁을 실시했어요. 카자흐어의 경우, 1940년에 강제로 키릴 문자로 바뀌었어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라틴 문자로의 문자 개혁을 추진하는 것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어요.


카자흐어의 경우, 이런 민족적 자존심 문제 외에도 문자 개혁이 필요하기는 했어요.



위 사진은 제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고 있는 multiling keyboard 카자흐어 자판이에요.


카자흐어는 자음이 꽤 많고, 모음도 여럿이기 때문에 숫자키까지 글자가 차지하고 있어요. 보통 키보드에서 3번째 줄까지 글자 자판으로 사용하고 맨 위의 줄은 숫자키로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불편한 것은 사실이에요. 많이 생각할 거 없이 숫자 입력하려고 하면 정말로 불편해요. 왜냐하면 숫자키까지 차지하고 있는 글자들은 쉬프트 키를 눌렀을 경우 대문자로 나와야 하니, 숫자를 입력하려고 하면 다른 자판으로 바꿔서 입력하든가, 아니면 숫자 패드를 이용해야 해요.


Qazaparat 도 시원찮았던 점은 이 숫자키까지 들어차는 문자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이번에 새로 발표된 카자흐어 라틴 알파벳은 다음과 같아요. 이 알파벳은 카자흐스탄 대통령령 제569호로 공식 발표되었어요.


이 새로운 카자흐어 라틴 문자는 공식 확정된 것이며, 2018년부터는 중등학교 교과서에 적용되며, 2025년까지 문자 개혁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해요.


이번 문자 개혁에서 등장한 카자흐어 라틴 문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오키나 (작은 따옴표)의 적극 활용이에요. Qazaparat 에서 특수 라틴 알파벳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에 비해, 이번 알파벳은 오키나를 적극 활용해서 특수 라틴 알파벳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키릴 문자와의 일대일 대응은 거의 완벽히 맞추었구요. 저 알파벳 대로라면 일단 카자흐어 입력시 매우 불편했던 키보드 전체에 글자가 들어차서 숫자는 반드시 다른 키보드로 바꾸든가 숫자 패드를 써야 했던 점은 확실히 해결될 거에요. 키릴 문자와의 일대일 대응도 맞추었으니 사람들이 배우는 것에 쉽게 배울 거구요.


단, х와 һ 가 h로, и 와 й 가 i' 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서 문법을 약간 수정하기는 해야 할 거에요. 그리고 ң 과 нг 이 n' 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약간의 혼동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아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점으로, 채팅할 때 저 오키나는 죄다 입력하지 않을 거에요. 키보드에서는 아마 오키나를 따로 입력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구요. 오키나를 입력해야 하지만 꼭 확실히 그 방향을 찍어야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편하게 작은 따옴표를 이용할 거에요.


Qazaparat 에 비하면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기는 해요. 오키나가 많으면 눈에 잘 안 들어오거든요. 그래도 이제 숫자키를 숫자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Qazaparat 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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