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과 친한 동생의 친구를 만난 적이 있어요. 이때 동생의 친구가 어떤 맛집을 추천해줄지 기대되었어요. 동생의 친구는 제 기준에서 매우 신뢰가 갔거든요. 왜냐하면...
건국대 동네 식당들 음식이 맛없다고 주장한다.
동생이 건대에서 만나는 것 어떻겠냐고 제게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건대만큼은 정말 싫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건대는 아무리 맛집이라고 하는 곳을 가도 음식이 맛이 없었거든요. Chanel 이 아니라 Channel 같은 곳이랄까요?
한때 건대 쪽을 참 많이 갔어요. 왜냐하면 의정부에서 가기 매우 편하거든요. 의정부에서 전철 타고 가다가 도봉산에서 7호선으로 환승해서 가면 되요. 도봉산이 사실상 7호선 종점이다보니 무조건 앉아서 갈 수 있어요. 전철 소요 시간도 매우 적절한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의정부로 오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서울에서 경기도를 넘어간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둘째치고, 1호선을 타고 한참 와야 하거든요. 반대로 제가 신촌, 홍대, 신림, 강남 쪽으로 나가기엔 제가 너무 멀어요. 홍대야 밤늦게 귀가하는 방법이 있지만 신림, 강남은 귀가할 방법이 없어요. 신림, 강남은 11시만 되도 집에 돌아갈 걱정을 진지하게 해야 해요.
건대에 있는 식당을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항상 맛이 영 별로였어요. 심지어는 프랜차이즈조차 별로였어요. 살다살다 대형 프랜차이즈조차 맛없는 경우는 처음 보았어요. 대형 프랜차이즈도 음식 조리는 사람이 하니 지점마다 편차가 있기는 해요. 그래도 먹고 막 차이가 난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요리사 컨디션이 안 좋구만'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건대에 있는 곳에 갔을 때는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맛이 별로였어요. 건대에 중국인들이 하는 중국 식당도 여럿 있어요. 거기에 있는 식당들도 가보았어요. 어차피 의정부에서 건대나 대림이나 가는 방법 똑같은데 왜 건대로 갔을까 후회했어요.
맛집이라고 추천하는 곳이든 그냥 들어간 곳이든 프랜차이즈든 건대는 갈 때마다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는 건대쪽은 밥 먹으러 절대 안 가요.
그런데 이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믿음이 갔어요.
동생과 동생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 친구가 햄버거 가게 하나를 추천해주었어요.
"강남역에 있는 크라이 치즈버거 매우 맛있어요."
그래서 동생 친구의 말을 믿고 강남역 크라이 치즈버거로 갔어요.
윗층은 테이크아웃 매장이었고, 홀은 지하에 있었어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어요.
계단을 다 내려가자 홀 매장이 나왔어요.
매장은 이렇게 생겼어요.
메뉴는 아주 심플했어요. 크라이치즈버거 가격은 단품 3000원, 세트 5800원이었어요. 더블크라이치즈버거 가격은 단품 4200원, 세트 7000원이었어요. 감자튀김은 2천원이었고, 동생 친구가 추천한 치즈감자튀김은 3500원이었어요. 음료 무한리필은 1600원이었어요.
메뉴가 심플하니 질을 유지하기 매우 유리할 거에요. 음료는 무한리필을 선택하면 마음대로 마실 수 있었어요. 대놓고 어떻게 섞어서 음료를 만들어 먹으라고 적혀있기까지 했어요. 체리 음료와 콜라를 섞으면 체리 콜라가 되요. 음료 무한리필이야 놀랄 것이 없지만 저렇게 조합 방법까지 적어놓은 곳은 처음이었어요.
이것이 제가 주문한 햄버거에요.
이것이 치즈감자튀김이에요.
역시 맛있어!
이것은 맛있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먹으면서 내가 왜 쉑쉑버거를 갔을까 진심 후회가 되는 맛이었어요. 쉑쉑버거를 두 번이나 갔거든요. 한 번은 쉑쉑버거가 어떤 곳이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나 가보았고, 한 번은 친구가 안 가봤다고 해서 친구를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실망했어요. 버거킹 와퍼 할인할 때 사와서 패티에 소금 좀 쳐서 먹으면 딱 쉑버거 맛이 날 것 같았거든요.
여기는 맛도 있었고, 가격도 저렴했어요. 쉑버거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강남에서 이렇게 싸게 팔아도 되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여기에 줄 서서 먹는다고 하면 납득이 되었을 거에요. 이 가격에 이 정도 맛과 질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으니까요. 몸이 건강해지는 맛이었어요. 물론 세 끼 내내 이것만 먹는다면 살이 많이 찌겠지만요. 간이 조금 강한 편이기는 했지만 '이건 햄버거잖아'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의정부에서 멀어서 참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