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몰타 방랑기 (2009)

몰타 초급자 코스 - 04 파처빌. 세인트 줄리어스

좀좀이 2012. 4. 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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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에 오면 며칠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요.


"이 나라 사람들 대체 언제 일하지?"


12시부터는 시에스타가 시작되요. 이게 대충 2시간 정도인데 오후 4시까지 노는 가게도 종종 있어요. 오후엔 제대로 일이 안 돌아간다고 봐야 해요. 이건 단순히 몰타 경제와 관련있는 문제가 아니라 여행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에요. 백주 대낮에 많은 가게들이 놀고 사람들도 집에서 쉬어버리기 때문에 여행자 입장에서는 오후에 썰렁한 거리를 보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도 초급자 코스는 워낙 관광객도 많고 휴양객도 많은 동네라 별로 심하지 않아요. 거리에 사람도 조금 있고 문을 연 가게도 많아요. 하지만 몰타 여행 고급자 코스부터는 이 시간에 걸리면 일요일 오후 발레타의 골목길처럼 사람이 하나도 없는 도시를 보게 되요. 아주 자라고 이불까지 깔아주는 듯한 분위기에 여행은 급속도로 재미없어지죠.


밤도 마찬가지에요. 6시에 칼 같이 문을 닫는 가게도 매우 많고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는 정말 찾아보기 어려워요. 이거야 물론 다른 유럽의 도시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죠. 그러나 여행자 입장에서 몰타에서 이걸 느껴보면 다른 유럽에서 느끼는 밤의 무료함과는 차원이 달라요. 오후에 썰렁한 거리를 걷고나서 잠깐 뭔가 재미있어지나 기대를 하는데 바로 가게 문 닫고 전부 집에 돌아가버리니 흥이 오를 수가 없죠. 좋게 보려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섬이에요. 저는 당연히 '짜릿함이 없는 섬'이라고 느꼈어요. 그냥 몸이 마구 늘어지는 그런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 나라에서 무언가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오전 관광 - 오후 낮잠 - 저녁 당연히 잠'이라면 그저 몸만 늘어질 뿐이죠.


몰타의 밤은 정말 고요해요. 시에스타때 만큼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대체 밤에 뭘 하면서 노나 궁금해지게 되죠. 낮잠이라도 퍼질러 잤다면 분명히 밤늦게 활동을 하든 놀든 해야할텐데 밤이 되어서 활기를 찾는 곳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주변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이번 편은 '몰타 사람들은 밤에 어디 가서 노나요?'라는 질문의 답이에요.


파처빌은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에요. 발레타에서 파처빌까지 가는 방법은 역시나 버스. 슬리에마를 거쳐 세인트 줄리어스를 지나 파처빌로 가요.


먼저 세인트 줄리어스. 슬리에마와 파처빌 사이가 세인트 줄리어스에요. 특징은 '산책로'. 그냥 바닷가 옆을 산책하는 곳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곳이에요.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개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밤 늦게까지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바닷가에서 노는 사람들도 있어요. 단, 해변은 절대 아니에요.


밤에는 이래요.


그리고 낮에 보면


모래사장이 아니라 바위로 된 곳이랍니다.


바닷가를 따라가다보면 예전에 배를 대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곳도 볼 수 있어요.


세인트 줄리어스의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공원이 나와요.


계속 걷다보면 파처빌이 보여요. 파처빌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저 높은 건물이랍니다. 저 건물 외에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임디나에서도 파처빌을 쉽게 찾을 수 있죠.


그리고 매우 큰 성당도 보여요. 몰타에 많고 흔한 특이한 돔 지붕을 가지고 있는 성당이 아니라 왠지 호기심을 끄는 성당이죠.


흥미를 끄는 성당 정면이에요.


이것은 성당 설명이랍니다. 이 성당의 이름은 'Parish Church of Our Lady of Mount Carmel'이에요. 위의 것은 몰타어이고, 아래 것은 영어랍니다. 참고로 몰타는 영어가 매우 잘 통해요. 하지만 현지인들은 몰타어를 사용하고, 가끔 영어를 잘 모르는 몰타인들도 있어요. 그리고 몰타인들끼리는 몰타어로 대화한답니다. 영국의 지배를 오래 받았고, 성수기에는 몰타 전 국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보니 거리에서 몇 마디 듣는 것, 그리고 글로 보는 것 외에는 몰타어를 접할 일이 거의 없어요.


이것은 성당의 내부랍니다. 이 성당도 다른 성당들처럼 예배 시간이 아니면 문을 잠가버려요. 그래서 성당 내부를 보려면 예배 시간 즈음에 가서 성당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예배 시작 전에 조용히 나와야 한답니다.


이게 몰타의 아름다움을 갉아먹는 현상이다!


이 성당은 몰타에서 나름 큰 성당 중 하나에요. 크기도 크고 나름 중요한 건물이기도 하며, 멀리서 보면 흙빛 건물들 속에서 확실히 돋보여요. 그러나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성당에 바짝 붙여서 - 실제 보면 틈도 없어요. 진짜 찰싹 붙여 지었어요 - 건물들을 지었어요. 성당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교회와 관련된 건물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일반주택이에요. 성당 주변을 둘러보며 감상하기? 그런 거 없어요. 그냥 건물의 연속 가운데에 있는 한 건물에 불과할 뿐이에요. 이러다보니 중요하고 아름다운 건물들 조차 건물의 연속에 빨려들어가 별 거 아니고 매우 시시하게 보이게 만들어요. 그래도 시골로 가면 덜한데 발레타, 슬리에마, 파처빌 등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도시는 이런 게 매우 심하답니다. 아름다워 보여서 찾아가려는데 쉽게 찾지도 못해요. 건물의 연속 중 하나라서 멀리서 보았을 때와 앞에서 보는 게 꽤 다르거든요. 게다가 이러면 별로 중요하거나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죠. 몰타인들도 이게 문제라는 것은 아는데 워낙 건물이 부족해서 어떻게 하지를 못하고 있대요.


이 성당을 넘어가면 드디어 파처빌이랍니다.


몰타 여행에서 파처빌이 중요한 이유는 실상 오직 하나 뿐이랍니다. 밤에 놀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죠.


파처빌은 원래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막상 밤에 가 보면, - 특히 금요일 밤에 가 보면 평화의 도시가 아니라 그저 술 먹고 놀기 위한 곳이에요. 이때는 몰타 젊은이들 다 여기로 온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에요.


파처빌에는 클럽이 몰려 있어요. 밤에는 여기 가서 노는 것이죠. 그래서 한밤중에 가 보면 사람도 많고 택시도 많답니다. 참고로 클럽 입장료는 없어요. 입장료가 없다보니 더욱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죠. 그리고 밤새 놀 수 있는 클럽은 없답니다. 제가 있었을 때에는 새벽 3시에 클럽이 모두 문을 닫았어요. 그 이유는 클럽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몰타 정부가 새벽 3시에 무조건 클럽은 문을 닫게 했기 때문이었죠.


참고로 간혹 파처빌에서 현지인들이 관광객에게 장난을 치거나 시비를 거는 일이 발생하므로 밤에 약간은 조심하셔야 해요.



이로써 몰타 초급자 코스를 마칩니다. 초급자 코스의 특징이라면 몰타에 온 이상 어떤 식으로든 가게 되든 지나치게 되든 하는 곳이에요. 굳이 정보가 없어도 마치 서울의 시청 - 광화문처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지나가게 되는 곳이에요.


다음편부터는 중급자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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