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에필로그

좀좀이 2017. 7. 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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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모두가 덥다고 난리인데 전혀 덥지 않았어요. 선선했어요. 하루 종일 창문만 열어놓으면 딱 괜찮은 기온이었어요. 여름 내내 에어컨을 단 한 번도 틀지 않았어요. 6월달, 동남아시아의 뜨거운 더위는 우리나라 여름 더위에 대한 예방접종이었어요. 오히려 밤에는 바람이 차서 이불을 덮고 자야 했어요. 동남아시아의 더위가 지독하기는 지독했나봐요.


메르스 덮밥 먹으러 가냐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라마단이라 모스크도 다녀왔어요. 이 모스크 다녀온 이야기가 어쩌면 이 여행기의 진짜 마지막이라 할 수 있어요. http://zomzom.tistory.com/1140


그리고 해가 바뀌었어요. 일본어로 만난 라오인 친구가 제게 다른 라오인 대학생을 소개시켜주었어요. 우리나라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대전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어요. 영어를 아는 라오인 정도가 아니라 한국어를 잘하는 라오인이었어요. 서로 연락하고 언어 교환을 하며 친하게 지냈지만 제가 시간이 되지 않아 그 친구가 라오스 돌아갈 때까지 직접 만나지 못했어요. 대전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라오인 친구가 매우 아쉬워하며 라오스로 귀국했어요. 꼭 라오스 오라고 당부하면서요.


그리고 2016년 봄. 일본어로 만난 라오인 친구가 한국에 왔어요. 너무 기뻐서 인천공항으로 마중나갔어요. 3박 4일 일정이었는데 이틀간 같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었어요.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며 교보문고 가서 한국어 교재도 구입해서 돌아갔어요. 우리나라 와서 한국어 교재를 구입해가는 모습에 놀랐어요. 더 신기한 것은 이 친구를 한국어로 만난 것이 아니라 일본어로 만났다는 것이에요. 일본어 공부하던 친구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꼭 국비장학생 합격해서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선불 심카드


이것은 우리나라의 선불 심카드에요. 인천공항에서 판매하더라구요. 라오인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이것을 처음 보았어요.


버스에서 만난 친구와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바빠서 연락이 잘 되지는 않지만 라오어를 질문하면 아무리 늦더라도 꼭 답장을 해줘요.


이 친구들 모두 라오스 오래요. 저도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꼭 갈 거에요.


그리고 여행기 이야기.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 이야기의 발단은 상당히 오래 전까지 거슬러가요. 막연히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곳이었고, 이래저래 간을 보듯 인연이 이어질락 말락하던 국가들이었거든요. 그 발단과 관련된 이야기는 매우 많아요. 여행기에 다 담을 수 없었어요. 너무 많아서요. 여러 이야기만 추리고 추린 거이 바로 3화까지의 이야기에요.


그래서 이 여행기 제목을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로 정했어요.


다시는 여행기 제목에 길다는 표현은 안 쓰겠다.


내가 초등학생때부터 가고 싶었던 소말리아, 세네갈, 말리를 가더라도, 군대 입대하기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아프가니스탄을 간다 하더라도 절대 여행기 제목에 길었다는 표현만큼은 안 쓰겠다.


굳게 다짐했어요.


이 여행기의 프롤로그를 작성해서 블로그에 올린 날은 2015년 6월 18일. 벌써 2년 넘게 전이었어요. 그간 굴곡이 있었어요. 여행기를 열심히 작성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여행기를 집중해서 작성할 시간이 없었어요. 게스트하우스 일을 그만두고 다시 작정하고 이 여행기를 써나가던 것은 2016년 4월 중순.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여행기가 60화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끝날 줄 알았어요.


다시 이 여행기를 열심히 쓰다가 친구와 6월에 중국 여행을 다녀왔어요. 친구가 제가 어떻게 자기와 간 여행을 글로 쓰나 매우 궁금해해서 그것부터 쓴 후 이것을 다시 이어서 쓰기로 했어요. 그 중국 여행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장편에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중국 여행기인 '복습의 시간'을 다 쓰고 탈진했어요. 6개월 내내 중국 여행기에 얽매여 살았으니까요.


2016년 12월 21일 복습의 시간 에필로그를 올리고 다시 이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다시 연재가 시작된 것은 2016년 12월 24일. 중국 여행기 쓰느라 지쳤는데 1년 반 지난 여행기를 쓰려고 하니 두 배로 더 피곤해졌어요. 그래도 꾸역꾸역 글을 써나갔어요.


치앙마이와 루앙프라방에서 절을 많이 갔어요. 절을 다니며 힘들어었어요. 그러나 그 고통은 별 것 아니었어요. 그때 다녀온 절을 글로 쓰는 것은 그 절을 돌 때 느꼈던 고통의 10배 강도의 고통이었어요. 큰 절, 작은 절, 동네 불당 마구 들어갔기 때문에 솔직히 이때 저도 쓸 말이 없었어요. 하도 쓸 말이 없어서 건물 설명이라도 하자고 이들 나라 절 건물 각 부분 명칭과 건축 양식을 찾아 공부했어요. 우리나라 절 건물도 제대로 모르는데 엉뚱한 태국, 라오스 절 건물 구조를 공부하며 글을 썼어요.


여행기가 루앙프라방 일정이 끝나고 비엔티안 일정에 진입하자 해방감을 느꼈어요. 비엔티안에서는 절을 그렇게 많이 안 다녔거든요. 참고로 루앙프라방 일정이 치앙마이 일정보다 글 쓸 때 훨씬 더 어려웠어요.


항상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는 마음 속 짐이었어요. 60화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여행기는 어느덧 80화를 넘겨버렸어요. 이러다 100화 돌파도 꿈이 아닐 것 같았어요. 4월에 완결지어야겠다는 계획은 5월로, 6월로, 결국 7월까지 미루어졌어요. 이렇게 미루어지는 동안 성조가 제대로 된 라오어 교재가 출판되기까지 했어요. 제가 여행을 갈 때만 해도 두 책 모두 성조가 이상하고 서로 달라서 대체 뭘 따라가야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는데요.


이거부터 끝내야 뭐가 되도 되겠다는 생각에 7월 들어서 다시 바짝 쓰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기 위해 작정하고 카페에 갔어요. 하루에 3편씩 썼어요.


7월 17일 아침 7시 40분. 이제 남은 편수는 에필로그까지 합쳐서 대략 6편. 못해도 오늘 하루에 4편은 쓰기로 작정하고 카페에 갔어요. 카페에 들어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포인트를 적립하는데 도장 10개를 다 채웠어요. 그렇게 아침부터 여행기 쓰기가 시작되었어요. 정말 정신없이 썼어요. 전날 오후 1시에 일어났는데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어요. 3편째 쓸 때에서야 28시간째 안 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결국 지금 6편 중 마지막 에필로그를 쓰고 있어요. 지금 시각은 오후 9시 38분. 14시간째 여행기만 쓰고 있고, 잠은 33시간째 안 자고 있어요.


다시는 여행기 제목에 길다는 표현 안 쓸 거에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라고 했더니...


여행에서 돌아와 라오어 교과서와 태국어 교과서, 인도네시아어 교과서를 보기 시작했어요. 태국어는 몇 쪽 보다 관두었고, 인도네시아어 교과서는 2학년 것을 보다 중단했어요. 그리고 라오어 교과서. 조금씩 조금씩 보고 있는데 여태 1학년 교과서 절반 읽었어요. 언제 중학교 5학년 것까지 읽을지 몰라요. 언젠가는 다 읽기야 하겠죠.


가방을 메고 나갈 때 가방 속에 라오어 교재를 집어넣고 나가곤 해요. 펼쳐보는 날은 30번 메고 나가면 그 중 하루 볼까말까 하지만요. 스마트폰 배경화면은 아직도 여행때 글자 외우기 위해 공책에 적었던 그 페이지 사진이에요.



글자는 다 외웠지만 아직도 계속 이것을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놓고 있어요. 잊지 않기 위해서요. 그 추억들과 인연들을요.



이게 무슨 업보냐고 생각하며 여행기 작성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았어요. 그러나 제 글을 꼼꼼히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항상 기운내고 힘내서 결국은 2017년 7월 17일에 91화로 완결을 내었어요. 이 여행기를 꼼꼼히 읽어주시고 정성껏 댓글 남겨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지금까지 저의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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