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오늘의 잡담

좀좀이 2017. 7. 2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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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자친구와 서점에 가서 여행서적 코너를 둘러보던 중 여자친구가 말했다.


"나도 쇼핑, 힐링으로 꽉 찬 여행 계획 짜볼까?"

"어? 나야 괜찮아."

"진짜?"

"응! 너가 여행 계획 절반 그렇게 짜고, 나머지 반은 내가 절, 모스크, 서점 방문으로 꽉 채우면 되지. 그러면 너 나중에 돌아와서 '어머, 제가 절에 가서 정성껏 절을 하고 백화점 갔더니 마침 50% 할인 시작한 거 있죠? 앗, 제가 모스크에 갔더니 알라의 축복을 받아서 제 앞에서 딱 한정 10명 90% 할인 이벤트가 시작되었어요!' 라고 할 걸? 어때? 나 천재지?"


여자친구에게 책장에 꽂힐 뻔 했다.


"네가 얼마나 절을 징하게 갔으면 루앙프라방 부처님이 절 좀 제발 그만 오라고 2시간 일찍 비엔티안으로 넘겨버렸겠어? 루앙프라방 부처님도 너 볼 때마다 이제 나도 좀 쉬게 그만오라고 빌었을 거야."


할 말을 잃었다.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


02


공동집필 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것이 참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밴드처럼 각자 인물 하나씩 맡아서 쓰는 식을 생각했다. 릴레이 소설보다는 좀 더 틀이 잡힌 형태랄까. 주인공1, 주인공2, 중재-정리 파트 놓고 각자 하나씩 맡아서 쓰면 괜찮을 거 같은데 일단 같이 할 사람이 친구 하나라 둘이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일단 소재는 결정했고, 각자 기획을 하기로 하고 기획을 교환했다.


주제 같은 건 둘째치고, 친구의 기획에서 내가 맡아야 하는 파트가 정말로 너무 하나도 안 맞았다. 어지간하면 타협점을 찾아보겠는데 그 수준이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서 '아 나 이건 죽어도 못 쓰겠다' 하고 때려치고 싶을 정도. 친구가 짜온 설정을 보자 바로 내가 맡은 파트는 이유 없는 절대악이라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소품들 자체도 내가 아예 겪지도 사용해보지도 않은 것들 투성이. 아무리 소설은 창작이라지만 이건 안 와닿아도 너무 안 와닿았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이건 전적으로 내가 맡은 파트에서만 중요한 점들. 친구가 맡은 파트에서 왈가왈부할 성질의 문제가 아닌데 내가 맡은 인물 설정 그 자체이다보니 내게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


그래서 친구와 내가 맡은 인물 설정 놓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지엽적이고 쓸 데 없는 부분에서 계속 이야기가 뱅뱅 돌기만 할 뿐이었다. 메인 스토리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다.


더 골치아픈 것은 친구 설정대로 간다면 나는 초반부에 이미 미친놈 이야기를 써야 한다. 글 시작하자마자 10페이지 안에 내가 맡은 인물은 미친놈 된다. 그리고 20페이지 안에 절대악이 된다. 내가 맡은 인물이 나쁜놈이 되는 것은 동의했지만, 그 속도에서 이건 너무 무리였다. 이래서는 페이지 몇 장 넘기지도 않아서 '저놈 언제 죽나' 되어버릴 거 아냐.


같이 소설을 쓰려면 글 쓰는 영역과 작법에 대해서부터 확실히, 그리고 똑바로 정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재-정리 파트 맡을 사람 찾는다면 더욱 좋고. 그런데 이런 작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한 명이라도 건성으로 대하면 진행 자체가 안된다는 것. 참 머리아프다.


그리고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다. 나 이 친구랑 고등학교때 같이 소설 써보려고 하다가 3줄인가 만에 포기해버린 적 있어...


03


중국 다녀온 친구에게 3인칭 써보려고 하는데 참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얘는 갑자기 내가 지금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판타지가 3인칭이라고 했다.


'뭔 말이지?'


그거 엄연한 1인칭인데 갑자기 3인칭이라고 하자 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친구가 말하는 것을 보니 뭔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그때 여자친구를 만나는 중이었고, 친구도 그것을 채팅으로 설명하기 상당히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었다. 이건 나중에 친구가 서울 올라와서 만나게 되면 한 번 진지하게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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