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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개인적으로 글에 제목을 길게 붙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굳이 제목을 안 달아도 되는 것들은 제목을 아주 대충 달거나 아예 안 달아버리곤 한다. 물론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에는 제목이 아예 없으면 글이 안 올라가니까 제목을 어떻게든 달기는 하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오늘의 잡담'.


그런데 '오늘의 잡담'에 부제를 붙이기는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실시간으로 내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다는 것이 아니다보니 한 번에 몰아서 답글을 달곤 하는데, 잡담을 전부 '오늘의 잡담'이라고 해놓았더니 대체 어떤 오늘의 잡담에 달린 건지 알람만 보고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컴퓨터로 답글 달 때에는 하나 달고 바로 지우고 하면 되는데 모바일로 답글 달 때는 참 햇갈린다.


이제는 오늘의 잡담에 부제를 붙이기는 해야겠다. 정 귀찮으면 날짜라도 써놓든가.


02


그저께 밤에 춘천을 갔다. 거기에 그 야심한 시각에 갈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아침에 전철 타고 의정부로 돌아오는데 정신없이 졸렸다. 상봉역 종점 전철을 타서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쭉 가서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고 좋아했는데 정작 전철에서 기억나는 거라고는 강촌역 풍경 잠깐 본 것 뿐. 상봉역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깨워주어서 간신히 내렸다. 상봉에서 도봉산으로 갈 때 역시 마찬가지. 정신을 잃고 잤다. 다행히 이 전철도 도봉산 종점이라 문제 없이 내렸다. 의정부 돌아올 때 또 마찬가지. 몇 정거장 되지도 않는데 정신 못 차리고 안에서 졸았다. 다행히 이것도 의정부 종점이라 별 문제는 없었다. 상봉 종점, 도봉산 종점, 의정부 종점을 연속으로 타서 참 편하게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내가 왜 이렇게 졸린지 궁금해서 그 전에 대체 몇 시에 잤나 추적해보기 시작했다. 언제 잤는지 기억이 안 나서 카톡 대화들 시각을 보며 추적해갔다.


"미친 듯이 졸릴 만 했네."


그그저께 오후 2시에 일어나서 어제 정오 즈음 의정부 도착할 때까지 잠을 잔 거라고는 전철에서 잠깐씩 잤던 시간들 뿐. 그거 다 합치면 3시간 정도 되었다. 거진 이틀을 꼬박 안 자고 돌아다니고 했으니 졸릴 만도 했다.


03


춘천 다녀온 이야기 몇 가지.


- 춘천고등학교 근처에 오래된 수제버거집이 있다. 그 유명한 송탄의 미쓰리버거 같은 가게라고 한다. 춘천 도착했을 때에는 그 늦은 시각에도 영업중이었다. 그래서 먹고 갈까 하다가 원래 목표부터 해결하자는 생각에 집에 돌아갈 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지나쳤다. 아침에 춘천역으로 걸어서 돌아가는데 가게 문은 닫혀 있었다. 최소한 3시간을 더 기다려야 먹고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냥 의정부로 돌아왔다. 역시 기회는 올 때 잡아야 한다.


- 춘천은 매우 시원했다. 너무 시원해서 내게는 조금 서늘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거진 3km 를 걸어가는데 몸에 땀이 별로 안 났다. 3km 다 걸어서야 운동해서 몸이 더워진다는 느낌이 들고 땀이 조금 날 뿐이었다. 그런데 춘천 사람들은 무지 더워하고 있었다. 의정부랑 같은 온도라고 하는데 절대 아니었다. 의정부에서 3km 걸으면 한밤중이라도 땀범벅 되지.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 정작 춘천에서 유명한 닭갈비와 막국수는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


04


글 쓰는 이야기 관련.


- 머리 속에는 스토리가 거의 다 완성되어 있는데 막상 개요를 작성하려고 하면 그 순간 다 엉망이 된다. 아직도 글쓰기에 부담감이 큰 건가? 타이핑을 치려고 하는 순간 머리 속에 있던 스토리와 개요가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그런데 타이핑을 포기하면 또 멀쩡히 있다. 수첩 하나 사서 부담없이 막 기록을 남겨볼까.


- 개요를 짜는데 개요에 쓰는 말이 점점 많아진다. 마치 여행 기록을 처음 남겼을 때는 간략하게 '오늘 뭐 했다, 요금 얼마' 이런 것만 적다가 나중에는 그 당시의 감정 같은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써서 기록해놓은 것처럼.


- 여성 인물이 여럿 등장하는 소설을 쓰려니 참 머리아프다. 이 이야기로 오늘의 잡담 글을 쓰다가 지워버렸다. 글을 쓰는데 머리가 더 아파져서. 머리 풀라고 쓰는 '오늘의 잡담'이 오히려 머리 쥐나게 했다. 300년간 더 듣는다면 그때는 이 고민은 하지 않을 건가?


- 글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언제나 매우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다.


05


머리가 아파서 지난 중국 여행에서 10위안 주고 사온 휴대용 안마기로 머리를 마사지했다. 아 시원해. 이건 정말 잘 사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 역사 5천년은 이 소형 안마기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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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수면시간이 정말 부족하신 듯 해요...
    저는 잠을 못자면 정신을 놓는 스타일이라, 이틀 꼬박 거의 못자셨다고 하니까
    그게 가능한가... 싶어요^^;

    2017.07.27 08: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저때 무지 졸렸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20~24시간이 제일 힘들고 그 다음부터는 일종의 파동처럼 잠이 확 몰려왔다 사라졌다 해요. ㅎㅎ

      2017.07.27 16:54 신고 [ ADDR : EDIT/ DEL ]
  2.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7.07.27 09:00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게는 아주 선선했어요. 감기 걸리는 줄 알았어요. 건물이랑 전철 안에서 벌벌 떨었는데 나와서 몸이 해동이 안 되더라구요 =_=;;

      2017.07.27 16:56 신고 [ ADDR : EDIT/ DEL ]
  3. 마지막 문장에 기절 중 ㅎㅎㅎㅎㅎ 그래도 중국의 유구한 역사가 유의미해졌군요!!!!!

    저는 블로그 포스팅엔 제목을 구구절절 붙여놓는 편이라 좀좀이님이랑 완전 반대에요 ㅋㅋㅋ 옛날엔 안그랬는데 ㅎㅎ 그래도 소설 같은건 소제목은 잘 안붙이고 1부 1장, 1,2,3 이렇게 붙여요 :)

    자신과 다른 성별이나 다른 세계,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대사를 읊게 하는거 진짜 쉽지 않죠.. 며칠전 추천해드린 단어의 사생활에 흥미로운 얘기가 나와요 남성작가들의 소설과 여성작가들의 소설에서, '남성'적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와 '여성적'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분석돼 있는데 그게 꼭 성별과 일치하진 않더라고요 저는 그 파트가 젤 재밌었어요!!!!

    2017.07.27 1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작년에 사온 10위안짜리 안마기 정말 유용하게 잘 써먹고 있어요. 본전 뽑아먹는 건 저 안마기 산 날 이미 다 뽑아먹었고 마구 흑자를 내고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유구한 중국 역사가 유의미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저는 귀찮은 건 생략한다 주의라서 제목 막 대충 붙이는 편이에요. 여행기 쓸 때도 여행기 전체 제목은 신경써서 짓는데 나머지는 그냥 다녀온 장소들 좌르르 써버려요. ^^;; liontamer님 글 보면 항상 제목 참 잘 정하시는 것이 느껴져요 ㅎㅎ

      오늘 의정부 영풍 가서 단어의 사생활 쭉 보고 왔어요. 재미있는 내용 여럿 있더라구요. 저는 개인의 고통이 최고조에 달할 때 단어에서 낯선 삭막함이 느껴진다는 파트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읽으면서 이 부분은 정말 많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시를 보면서 '아, 그렇지!'하고 감탄했어요!!! 한편 읽으면서 '아, 이거 잘못 썼다가는 글 완전 말아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같이 했어요. ㅋㅋ;;;;;;;

      2017.07.27 17:31 신고 [ ADDR : EDIT/ DEL ]
  4. 오랜만에 왔어요^^ 여행기뿐 아니라 잡담도 많이 쓰시는군요. 글도 쓰기 시작하셨나봐요?
    춘천과 글쓰기 하니까 이외수가 생각나네요.
    춘천은 선선한 날씨라니 @_@ 이럴때 가서 닭갈비에 막국수 먹으면 정말 좋겠네요. 내겐 너무 먼 춘천 ㅠ.ㅠ

    2017.07.27 17: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일상 여행기 카테고리 안에 있는 '소설-기적과 저주' 카테고리 들어가시면 제가 쓰고 있는 글 보실 수 있어요 ㅎㅎ
      춘천이 의정부보다 확실히 선선하더라구요. 저도 닭갈비에 막국수 먹고 싶었는데 그건 못 먹고 왔어요 ㅠㅠ

      2017.07.27 19:34 신고 [ ADDR : EDIT/ DEL ]
  5. 평소에 많이 안주무시나봐요. 기차 안에서 왜 이리 졸린가 생각하실 정도였다니...
    전 잠부족하면 피부가 퍼석퍼석 가뭄이 들어서 밖에 안나가요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정말 웃겼어요ㅋㅋㅋㅋ 중국이 존재하는 이유는 소형 안마기를 위해서ㅋㅋㅋ

    저는 블로그 제목 처음에는 좀 신경쓰다가 글 쓰다보면 제목이랑 상관없을 때도 많아요.
    깔끔하게 쓰려고 여러번 고치는 편이예요. ^^;; 그래도 맘엔 안들어요ㅋㅋㅋㅋ

    2017.07.27 19: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평소에 잠 엄청 많이 자요. 잠 안 재우는 거 제일 싫어해요. 군대에서도 수면부족이 제일 힘들었어요. 단지 잠을 한 번은 강력히 버틸 수 있어요. 대신 그 다음날 전면폐업하고 골아떨어지구요 ㅋㅋ;;

      소형 안마기 진짜 최고에요 ㅋㅋ 무려 USB 전원 연결도 되요. USB 전원 연결해서 사용하면 더 강력한 진동을 느낄 수 있어요. 10위안 주고 몇천 위안 어치 뽑아먹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다른 것보다 머리가 갑자기 멍해지거나 목이 뻐근할 때 잠깐 안마기로 마사지해주면 효과 매우 좋더라구요 ㅋㅋ

      글 제목 다는 거 정말 어려워요 ㅎㅎ 저도 여행기 제목 중 마음에 안 드는 것들 있어요. 그래서 베트남 여행기가 엄청나게 뒤로 밀리고 있나봐요. 베트남 여행기 제목이 영 마음에 안 들거든요. 그렇다고 지금 제목 바꾸어서 모든 글 제목 싹 다 바꿀 수도 없구요^^;;

      2017.07.27 19:40 신고 [ ADDR : EDIT/ DEL ]
  6. 하하하. 그래서 이번 오늘의 잡답 부제목이 "잡담에 제목을 붙여야겠다"군요.
    춘천에 다녀오셨어요? 저번 어떤 분 블로그를 보니까 춘천까지 수도권 전철이 연결되는 것 같던데 맞나요? 이게 맞다면 제가 살았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전혀 딴 세상이예요. ^^ 엄청 편해졌구요. 춘천이 확실히 더 시원하군요. 그런데 3km를 도보. 좀좀님은 정말 active하세요. 짱~!
    중국 역사 5천년을 걸작품 소형 안마기 기억납니다. ㅎㅎㅎ 역시 중국의 역사는 헛된 것이 아니였어요. ^^*

    2017.07.30 02: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목 안 붙이면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글은 계속 쌓일 텐데요 ㅎㅎ 경춘선이 이제 전철이 되어서 지하철 환승으로 그냥 갈 수 있어요. 정말 편해졌어요. 3km 정도는 그냥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요. 평소에도 그 정도 거리는 그냥 걸어다니곤 해요^^
      정말 저 안마기가 있기 위해 중국의 역사가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ㅋㅋ

      2017.07.30 04:5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