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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타이완 중국어로 되어 있을 건가?"


타이완 여행을 다녀온 후, 중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중국의 중국어가 아니라 타이완의 중국어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중국도 타이완도 같은 중국어를 사용하기는 하는데 중국의 중국어와 타이완의 중국어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먼저 중국의 중국어는 간체를, 타이완의 중국어는 번체를 사용해요. 그리고 몇몇 단어가 다르고, 주로 사용하는 표현 중 몇 개가 다르다고 해요.


최신 중국어 교재들은 모두 중국의 중국어 교재라 옛날 중국어 교재를 찾아보았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하나인 알기쉬운 중국어 입문이었어요.


이 당시 세계어학 시리즈를 여러 권 모았기 때문에 하나 더 추가하는 셈 치고 별 생각없이 구입했어요.


그렇게 별 생각없이 구입한 책이에요. 애초에 이 책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많지 않았어요. 아무리 제가 중국어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중국어가 성조 언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성조 언어 학습 교재는 음성파일이 매우 필요해요. 성조가 없는 언어들이야 대충 괴악한 발음으로 해도 그럭저럭 상대방과 이야기가 통하는데 성조 언어는 꼭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여러 지역, 여러 외국인을 겪어본 사람들은 잘 알아듣는 편이에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성조가 틀리면 정말 참 이해를 잘 못해요. 그래서 성조 언어 학습의 경우 음성파일을 들으며 따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알기쉬운 중국어 입문은 mp3 파일이 아예 없어요. 홈페이지에 대충 녹음해서 올려줄 법도 한데 그런 것조차 없어요.


일단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중 하나인 알기쉬운 중국어 입문 책은 이렇게 생겼어요.


명지출판사 세계어학 시리즈 - 알기쉬운 중국어 입문


저자를 보면 '청문외국어학원 강형석 감수'라고 되어 있어요.


이 책은 1995년 2월 10일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2010년 6월 20일에 초판4쇄가 발행되었대요.


머리말을 보면 알기쉬운 중국어 입문에서 사용된 단어는 500단어 정도이고, 뒤에 단어장에 수록된 단어는 600단어 정도라고 해요. 머리말을 보면 이 책이 매우 좋은 책처럼 보여요. 심지어는 문법사항을 검토하기 쉽도록 문법 색인도 붙여놨다고 할 정도니까요.


중국어 성조


이것은 중국어 성조 설명이에요. 중국어 교재를 보면 한결같이 맨 앞에 등장하는 것이에요. 아주 오선지를 그려놓고 성조를 설명하는 책도 있는데 이것은 그래도 간단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중국어를 들어보면 4성이 1성보다 시작점이 높은 편인데, 이 책만 보면 1성이 무조건 4성보다 높게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것은 무난한 편.



휜 설음?


웃긴 것이 아래에는 또 권설음이라고 나와요. 왜 여기만 '휜 설음'이라고 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대망의 본문.



그림 어디 있어, 그림!


명지출판사 세계어학시리즈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바로 그림 보는 재미인데 그림이 없었어요. 20화까지 그림이 없었어요.



이거 발음 표기가 뭔가 이상하다?


한글로 된 발음 표기가 참 희안했어요. '니믕'이라고 된 건 오타라고 하지만, 你们, 我们 을 '니믄, 워믄' 이라고 적어놓은 것은 상당히 어색했어요. 요즘은 대체로 니먼, 워먼 이라고 적어놓거든요.



썸머?



병음 sh 를 모두 된소리 ㅆ 로 적어놓았어요. 타이완 및 동남아시아에서 병음 sh 에 해당하는 발음을 우리말 쌍시옷과 비슷하게 발음하는 현상이 있다고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것을 책에서 직접 보니 참 신기했어요.


하지만 이 책이 타이완 중국어 발음을 표기했다고 확답하지는 못하겠어요. 이 책 자체가 아마 일본의 어떤 서적을 베껴왔을 확률이 높고, 거기에 발음을 사행을 따서 표기했기 때문에 죄다 쓰, 썬 이런 식으로 써놓았을 수 있거든요.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20과까지 병음에 대한 한글 발음을 전부 적어놓았다는 것이에요. 20과까지 병음을 뗄 거라 기대를 전혀 안 한 걸까요?



'단어' 대신 '어구'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아래에는 '번역'이라고 해서 본문 해석이 있어요.



각 본문마다 문법 해설이 있어요.



특이한 점은 문법 해설 마지막에는 '회화'가 또 따로 있다는 점.


게다가 이 책은 이 시리즈 책 가운데에서 희안하게 연습문제가 2과 당 하나씩 있었어요. 다른 시리즈들 모두 보았지만 이 책만 유독 그랬어요.


20과까지 한글로 발음 적어준 책도, 각 과 맨 마지막에 '회화'가 따로 있다는 점도, 연습문제가 2과당 1개가 있다는 것도 모두 이 시리즈에서 이 책만이 가진 특징이었어요.


본문 지문은 뭔가 다 토막난 듯한 느낌이었어요. 딱히 재미있는 부분도 없었어요. 정말 무미건조 그 자체라 해도 될 정도였어요. 이 책을 끝까지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궁금했어요.


참고로 이 책이 일본 교재를 베꼈다는 증거들.



3.1. 그는 일본인이다, 그는 중국인이다



답은 '그는 한국인입니까? 아니면 중국인입니까?'


日本人이 한국인을 의미하는 것이었군요. 이거 처음 알았네요. 그런데 웃긴 게 선택의문문에서는 한국인으로 바뀌어요. 즉, 日本人 을 욕으로 쓴 것...이라는 해석을 해야 할까요? 중국에서 반일감정 심하거든요.



3.6. 뒤에 日本 일본 뚜렷하게 보여요.



편지를 한국으로 부치래요.


일본 침몰?!!!!!!


일본은 지도상에서 지워졌어요. 가라앉아서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본에 편지를 부칠 수 없어요. 몇몇 난민들이 한국에서 사나봐요. 일본 망했음. 그러므로 일본에 부칠 편지는 한국으로 부쳐야 함. 그렇군요. 일본의 미래는 침몰이군요. 1년에 몇 cm 씩 일본이 있는 판이 바다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하니 이것은 아주 먼 훗날 미래에서 온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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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썸머?... 핫 썸머... 핫핫 너무 덥네요(......)
    저거 션머인가요 ㅋㅋㅋㅋ 옛날 책은 참 재미있네요.

    2017.07.11 0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거 션머 맞아요. 발음을 저런 식으로 적어놓았더라구요. 저도 처음 보고 '이거 뭐지?' 했어요 ㅋㅋ 저 시리즈가 좀 웃기고 뒷목 잡게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ㅋㅋㅋㅋ

      2017.07.11 05:52 신고 [ ADDR : EDIT/ DEL ]
  2.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 명불허전 명지출판사.
    不에다가 뿔이라는 한국식 독음 단 꼬락서니좀 보세요. 게다가 장음처리인데 뿔 ㅡ 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건가요? 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카타가나를 옮긴 느낌이 역력하네요.

    2017.07.11 01: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명지출판사는 절대 실망시키는 법이 없죠. 지금까지 마음에 드는 책은 딱 하나 봤어요. 당연히 저 시리즈는 아니구요 ㅋㅋ 카타가나를 그대로 옮겨적었군요. 그러면 왜 썸머인지 이해가 되네요. 대충 옮겨적었으면 차라리 '썬머'가 되었을텐데요 ㅋㅋ

      2017.07.11 05:53 신고 [ ADDR : EDIT/ DEL ]
    • 중역할때는 또 철자가 아니라 실제 발음 위주로 적는 것 같더라구요.
      예전에 어떤 태국가이드북에는 인사할때 '사왓디 크랍(뿌), *뿌는 발음하지 않음'이라고 되어있는데, 이도 발음을 따라가서 크랍뿌라는 희대의 번역이 탄생한듯.
      철자대로 따랐으면 크랏뿌가 되었겠지요.

      2017.07.11 14:24 신고 [ ADDR : EDIT/ DEL ]
  3. 앗! 어쩌다보니 요즘 중국어 배우고 있는데 괜히 반가워요! 오늘 수업날인데 숙제를 다 못했답니다! 아하하;; ㅠㅠ

    2017.07.11 15: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애초에 한국어 발음으로 옮기는 거 자체가 부정확한 거다 보니 오십보 백보이긴 하지만 저거 나름대로 꽤나 원음이 반영됐어요. 대신 말씀하신 대로 중국 남부/타이완/동남아쪽 발음에 가깝네요. ㄴㅁ는 같은 비음이라 대충 발음하면 역행동화가 돼서 션머->썸머, 전머->점머로 표기한 거 나름 그럴듯해요. 권설음(sh,ch,zh)을 남부에서는 설치음(s,c,z) 비슷하게 발음해서 실제로 션머 대신 썸머 비슷한 소리가 나는 것도 맞고요. 니먼에 e 소리도 ㅡ~ㅓ 스펙트럼의 사이에 있는 발음이라 저 표기도 이해 되고.. 전 발음 면에선 생각보다 꽤나 리얼리티 살아있다고 보지만.. 절대 한장도 읽지못할 책이네요....

    2017.07.11 16: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 시리즈가 일본 책 베껴왔을 확률이 매우 높은 책이에요. 보통은 그래도 좋은 책을 베껴오는데 저건 전설적인 일본의 외국어 학습서적 괴작인 4주간 시리즈를 베껴온 냄새가 확 나서 컬트적인 의미로 좋아했어요 ㅋㅋ 가격도 싸고 그런 특이한 점 때문에 하나 둘 모으곤 하다가 리뷰 쭉 쓰고 있어요 ㅎㅎ

      저 발음이 남방쪽과 좀 비슷하군요. 그런데 이게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일 수도 있고, 진짜 의도해서 그렇게 한 것일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우연의 일치라 생각해요. 타이완, 동남아에서도 공식적으로 권설음 발음은 정확히 하거든요. 대륙보다 혀를 덜 말기는 하지만요. 게다가 책이 간체에 1995년 초판인데 학교 발음도 아니고 타이완/동남아 길거리 발음을 써놓았을 확률은...일본어에서 중국어 발음을 어떻게 써놓는지 본 적이 없어서 확언은 못하겠지만 우연의 일치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요. ㅎㅎ;

      bravebird님 덕분에 저 책의 좋은 점 하나 더 알게 되었네요 ^^

      나중에 서점 가서 정말 심심하실 때 저 시리즈 한 번 봐보세요. 컬트적 재미가 담겨 있는 시리즈에요 ㅋㅋㅋㅋㅋㅋ

      2017.07.12 08:15 신고 [ ADDR : EDIT/ DEL ]
    • p.s. 글 쓸 때 집어넣으려다 까먹은 내용 찾아서 집어넣었어요. 이 책 먼 미래에서 왔나봐요. 그때 가면 남방 발음이 표준 중국어 발음으로 되는 걸까요???

      2017.07.12 10:5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