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02 터키 이스탄불

좀좀이 2012. 3. 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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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나와 전철을 타야 했어요. 참고로 이스탄불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제톤'이라는 것을 사야 해요. 이게 무엇이냐 하면 우리나라의 토큰이에요. 터키는 우리와 같은 환승 시스템이 아니어서 갈아탈 때마다 제톤을 집어넣어야 해요.


"제톤 파는 곳이 어디 있지?"

그러나 제톤 파는 곳은 없었어요. 옛날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지하철 매표소에서 제톤을 사서 탈 수 있었는데 제톤 파는 기계를 가져다 놓고 제톤 파는 매표소는 전부 없애 버렸어요.



이것이 문제의 제톤 파는 기계.


돈을 약간 환전해서 나왔어요. 문제는 지폐밖에 없다는 것. 공항에서 술탄 아흐멧 지구까지 가기 위해서는 제톤이 2개 필요해요. 여자친구와 제가 함께 술탄 아흐멧 지구까지 다녀오려면 제톤이 8개 필요해요. 제톤 1개가 1.75리라. 10리라를 집어넣으면 5개 나오므로 20리라를 집어넣었어요.


이 망할 거만한 기계. 몇 번 20리라 지폐를 뱉어내었어요. 돈이 곱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완전 퉤 뱉어내는 거라 방심하면 돈이 바닥에 떨어져 버려요. 돈을 펴 보기도 하고 다른 걸로 넣어보기도 하기를 몇 번.


우루루루


기계가 돈을 먹자마자 제톤 11개와 거스름돈을 뱉어 내었어요.


갯수 선택 따위란 없는 거냐!


제톤 3개가 남아 버렸어요. 무슨 기계가 갯수 선택도 없고 돈 넣으면 최대한 제톤을 뱉어내는 시스템. 계산 따위는 하기 싫은 거냐? 아니면 제톤 강매냐?


5리라면 큰 돈은 아니에요. 한국돈으로 약 4천원 정도. 하지만 터키에서 5리라면 요긴하게 잘 쓸 수 있는 돈이에요. 더욱이 지금처럼 잠시 나갔다 오는 수준에서 5리라면 매우 큰 돈. 터키 빵 시미트와 오렌지를 직접 도구로 짜서 오렌지 쥬스라 파는 100% 오렌지즙 한 컵을 사 먹고도 돈이 남아요. 이 망할 기계야, 이렇게 치사하게 살래?


당황하기는 터키에서 6개월 살았던 경험이 있는 여자친구도 마찬가지. 여자친구가 역무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반품 안 되냐고 물어보자 역무원이 잠시 기다려보라고 했어요.


제톤을 팔고 있어!


역무원이 제톤을 뽑으려는 사람들에게 가서 제톤을 팔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1개 팔렸어요. 역무원은 2개도 곧 팔아주겠다고 했지만 잠시 나온 거라 고맙다고 하고 술탄 아흐멧으로 갔어요.




갈라타 다리 위에서.


맨 앞에 있는 배가 바로 고등어 케밥을 파는 집이에요. 고등어 케밥은 정말 맛있어요. 하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라 아직 가게가 열지는 않았어요.


"아침이나 먹자. 여기 왔는데 시미트 먹어줘야지."


갓 구운 시미트를 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이제 시미트도 샀으니 음료수가 필요했어요. 음료수는 당연히 오렌지즙 100% 오렌지 쥬스. 오렌지를 잘라서 압착기에 넣고 손잡이를 아래로 누르면 즙이 쭈욱 나와요. 오렌지 2개를 짜면 작은 맥주잔 한 컵 정도 나와요. 말 그대로 생과일 과즙. 이 동네 오렌지는 한국에서 먹는 오렌지와 비교할 수 없이 맛있지만 가격은 정말 너무나 감동적으로 싸기 때문에 쥬스를 비싸게 팔아도 2~3리라 수준이에요. 정말 럭셔리한 아침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정말 럭셔리한 아침 식사였지만 여기에서는 매우 저렴한 식사. 갈라타 다리 위에서 시미트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오렌지 쥬스를 마셨어요.




갈라타 다리 위에요. 빵 다 뜯어먹고 찍은 사진. 왼쪽 큰 모스크가 예니 자미. 여자친구 설명에 의하면 예니 자미가 사진빨 잘 받기로 은근 유명한 곳이라 하더군요. 사실 블루 모스크, 아야 소피아 (성 소피아 사원)보다 예니 자미가 보면 예쁘기는 해요.


갈라타 다리 위에서는 사람들이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2009년 겨울에 여기 왔을 때에는 사람들이 고등어를 잡고 있었는데 오늘은 잡고기를 많이 잡고 있었어요. 한 줄에 너댓 마리 걸려 올라오기도 하는데 크기는 고등어 절반 크기. 재미로 잡는 것보다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잡는 것 같은데 아마 30마리는 잡아야 한끼 식사 분량 나올 것 같았어요. 확실한 것은 고기는 잘 잡힘. 낚시가 잘 되어서 그런지 낚싯대에 릴도 달려 있어요. 예전 몰타에 있을 때에는 바다에서 고기를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낚시를 하기는 하는데 릴도 없는 낚싯대로 낚시 하는 것을 보기만 했어요. 잡히는 장면은 한 번도 못 보았어요. 그런데 여기는 열심히 잡혀요. 아침 일찍이라 이 정도이지 낮 되면 다리에 낚시 하는 사람들이 빽빽해요. 그런데도 고기가 잡히다니 여긴 진짜 물 반 고기 반인가 봐요. 매일 저렇게 잡아대도 고기가 계속 잡히다니...



빵을 다 먹고 다리를 건너 예니 자미로 갔어요.




예니 자미 내부. 원체 거물급인 첨탑 (미나렛) 6개를 가진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때문에 잘 안 알려진 비운의 예니 자미. 하지만 개인적으로 예니 자미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아야 소피아는 회칠 뜯어내고 모자이크 다시 복구하고 있다는 말에 안 갔어요. 원래 동방 정교 교회였던 아야 소피아는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을 점령하고 나서 벽에 있는 모자이크 위에 회칠을 하고 모스크로 써요. 그리고 이슬람의 승리를 상징하기 위해 지은 것이 블루 모스크. 원래 황금으로 지으라고 했는데 황금으로 지었다가는 오스만 제국 경제 파탄이었기 때문에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잘못 알아들은 척하고 첨탑 6개를 지었어요. (터키어에서 금은 알튼, 6은 알트. n 하나 차이로 뜻이 달라져요.) 중요한 것은 바로 회칠. 이 회칠이 바로 오스만 제국의 승리를 상징하는 역사적 기념물(?)이에요. 그런데 아야 소피아를 복구하겠다고 이 회칠을 다 뜯어내고 있다는 말에 대분노. 더욱이 아야 소피아는 입장료도 비싸고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엄청 길어요. 그에 비해 블루 모스크는 공짜, 예니 자미도 공짜.




예니 자미 뒷모습. 뒷태도 아름다운 우리의 예니 자미. 참고로 예니 자미 앞에는 비둘기들이 득시글 거리기 때문에 비둘기를 조심할 필요는 있어요. 재수 없으면 배설물 맞을 수도 있음.


공항에서 시내로 나온 주요 목적은 바로 '서점에서 자료수집'이었어요. 문제는 서점이 이스티크랄 거리 쪽에 있다는 것인데 트램이 안 가서 걸어가야 했어요. 아침인데도 충분히 더운 이스탄불의 날씨. 더욱이 오르막길이었어요.


"이 길 맞아?"

"응, 맞아."

이스탄불을 잘 안다는 여자친구를 믿고 한참 올라갔어요. 그래서 간 곳이 결국 갈라타 타워.


갈라타 타워까지 오자 땀범벅이 되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과일 가게가 있었어요.

"와! 체리다!"

과일을 사랑하는 여자친구. 과일 가게를 발견하자 두 눈에서 다이아몬드가 뿜어내는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어요.

"사줄까?"

"그러면 고맙지."

과일값은 매우 저렴한 터키. 농경국가라 과일 가격은 정말 부담 없어요.

"대신 다 먹어야 돼."

"당연하지!"


체리를 단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 나. 과일이라고는 참외, 멜론만 좋아하는데다 혼자 나와서 산 지 오래 되어서 과일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연례 행사. 올해 제 돈 주고 과일을 산 적은 딱 한 번. 참외 작은 것 7개를 3천원에 파는 행사를 하길래 그때 딱 한 번 사먹은 것 뿐이에요.

"얼마나 사게?"

"1kg는 많겠지?"

"몰라. 나는 맛만 볼 거니까 혼자 다 먹을 수 있는 만큼 사."

그래서 구입한 500g...


양 엄청 많음.


처음 먹었을 때에는 맛있었어요. 하지만 10개 넘게 먹자 셔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여자친구 혼자 500g을 먹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 우리 가족 5명 모여서 텔레비젼 보며 노닥노닥하며 먹을 양을 둘이 다 먹고 트램에 타든지 버리든지 해야 했는데 버리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어요.


서점을 몇 군데 도는 동안 계속 우적우적 먹었어요.

"어이쿠...셔서 도저히 못 먹겠다. 이제 거의 다 먹었으니까 다 먹어."

"이 정도 쯤이야."


맛있다고 계속 먹는 여자친구. 신 맛을 못 느끼는 건가? 어쨌든 책을 사고 오렌지 쥬스 한 컵 또 사먹고 공항으로 돌아왔어요.


간단히 출국심사를 받고 면세점 구경할 사이도 없이 2터미널로 이동했어요. 인천에서도 2터미널이더니 여기서도 2터미널이었어요. 1터미널은 면세점 바로 옆이라 시간 때우기 좋지만 2터미널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있어서 시간 때우기 매우 고약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2터미널을 안 좋아하는데 두 번 연속 2터미널.




터키 아타튀르크 공항은 들어갈 때 짐검사 1번 받고, 비행기 탑승 게이트 앞에서 짐검사 1번 받아요. 이게 아주 중요함! 정말 정말 임뽀르딴뜨 백만번 강조해도 중요해요. 왜냐하면 이스탄불 환승일 경우 다른 나라 면세점에서 사온 액체류도 탑승구 앞 게이트에서 다 잡혀요. 즉 이스탄불 환승일 경우 절대 이스탄불 전 공항 면세점에서 액체류를 사와서는 안 되요. 심지어는 아타튀르크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액체류조차 아타튀르크 공항 면세점에서 주는 비닐봉지에 담겨 있지 않고 영수증이 없을 경우 잡아요. 이 경우는 구입한 매장으로 돌려 보냄. 우리나라 인천 공항은 출국심사 직전에 짐검사 1번 하는 것과 달라요. 그리고 쇠붙이 때문에 삑 소리 나면 경우에 따라 삑 소리 안 날 때까지 하나하나 벗겨가며 들락날락 시켜요. 삑 소리 안 나면 신경도 안 씀.




터미널 내부. 아주 작고 볼품없게 면세점이 있어요.


그리고 시작된...


비행기 연착!


이 비행기 연착 하나 때문에 여행 초반 일정이 아주 완벽히 어그러져 버립니다...


비행기 연착되어서 안에서 적당히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표 검사를 한다고 했어요. 사람들 우루루. 한 줄 서기 따위는 안드로메다 저 너머에. 사방 팔방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비행기가 연착되자 빨리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일단 표 검사부터 한다고 한 것이었어요. 줄 정리 된 것이 3줄. 줄 뒷쪽은 그냥 한 덩어리. 표 검사가 끝나고 또 멍하니 앉아있다가 비행기에 올랐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아타튀르크 공항. 드디어 구 쏘련 땅을 향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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